그 후 부소경은 모두 이 금색 펜으로 서명했는데 이 금색 펜은 잉크가 잘 들어가고 펜끝이 매우 얇아서 만약 이 기밀문서가 강탈 당해 누군가 부소경의 글씨를 본떠 서명을 해서 구경민에게 가짜문서를 보내려고 해도 구경민는 바로 알아볼 수 있다.뛰쳐나갔다가 다시 자신의 핸드폰을 가지러 온 구서준은 부소경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이 금색 펜임을 보고 멋쩍게 웃었다. “삼촌, 우리 앞으로 이런 무서운 건 하지 말자. 방금 힌 행동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부소경은 구서준을 보지도 않고 평온하게 사인했다. “너가 쫄보인 거야. 내가 언제 너와 장난쳤니?”구서준이 입을 삐쭉거리며 끄덕였다.“삼촌, 내 핸드폰 혹시 가져갔어?”“기다려!”“저기, 삼촌, 아까 한 말은 농담이야. 나는 작은 엄마 좋아해. 그치만 그건 작은 엄마가 내 작은 엄마라는 것을 몰랐을 때 얘기지. 하지만 나는 이제 그녀가 내 작은 엄마라는 것을 알았잖아. 나한테 용기를 준다고 해도 작은 엄마에 대해 그런 마음은 못 품지. ”“나도 알아.” 부소경이 말했다. “응?”“핸도폰 안에 있는 사진, 영상, 모두 남겨놔.” 부소경이 말했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어. 다시는 호랑이의 꼬리를 잡으며 놀지 못하겠네. 정말 신세희를 존경한다. 매일 호랑이 옆에서 자는데 그녀는 편한 것인가?그녀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인가. 갑자기 구서준은 신세희를 매우 존경하게 되었다. 신세희, 그녀는 호랑이를 제압한 여자야. 떨리는 손으로 부소경에게 휴대폰에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한 후 구서준은 도망갔다.프런트에서 뛰쳐나갔을 때, 그는 비로소 느꼈다. 하! 짜릿해.이때 프런트 직원은 구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준 오빠?”구서준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볼 일 있어?”프론트 직원. “그……”“똑바로 들어. 일하는 동안 어떻게 오빠나 동생이라고 부를 수 있어. 너 이거 직원 수칙을 어기는 거야. 알아?”프론트 직원. “……”구서준은 이미 멀리 갔다. 부소경의 사무실 안에서 그는
전화 넘어로 부성웅은 부소경 때문에 목이 막혀 죽을 뻔 했다. 조금 지나서야 부성웅은 숨을 돌렸다. “그렇게 말하면 너는 전세계에 너와 신세희가 부부관계라는 것을 공개하고 싶은 것이냐?”“이미 공개 했습니다.” 부소경이 말했다. 부성웅. “……”부성웅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결혼식 관련해서는 다른 날로 내가 고르마.”부성웅은 물었다. “설마 너 결혼 같은 큰 일을 여기 너의 할머니, 할아버지, 나와 너의 큰 엄마를 모두 무시하고 지나칠 셈이었냐?”부소경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보름 전에 이미 세희를 데리고 본가에 갔고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 집의 전가인 옥석을 세희에게 물려줬잖아요. 아버지, 70세도 안되셨는데 건망증이세요?”“너!”부성웅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네가 가족에게 알린 것은 맞지만 부씨 집에는 항상 친척들이 있지 않느냐! 설마 결혼한다는 이런 큰 일을 친척 따위에게는 모두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어?”부성웅은 전화 너머에서 계속 기침을 했다.그는 언젠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때문에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먹고, 마시고, 수십 명 가정부들의 월급. 네 명의 노인을 돌보는 데에만 관심을 쏟고 돈을 썼다. 이치대로라면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들은 유독 친아버지에게만 가족애를 조금도 주지 않았다.이 점에서 부성웅은 화가 나고 슬펐다. 하지만 그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소경은 말했다. “친척에게 연락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맡아야 하는 일 아닌가요?”부성웅. “너 말뜻은 우리가 연락만 하면 너가 신세희를 데려오겠다는 거냐?”“신세희는 부씨 집안의 맏며느리인데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이야?”그제서야 그가 자신도 모르게 아들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나는 아직 그 아이가 며느리라고 인정 안했어!”“그녀는 아버지의 인정이 필요 없습니다. 그녀는 이미 F그룹의 대표 부인입니다. 이 점은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에서 이미 어제 밤에 발표했습니다.” 부소경이 평온한 말투로
이 정도 웃음은 F그룹 전체 직원들을 따뜻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특히 여직원에게 말이다.“너희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 봤어?”“하! 그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누가 못 봤겠어! F그룹의 인스타 공식 계정은 3년 동안 새로운 게시물이 없었고 3년에 한 번 동태를 보였는데 바로 여색에 금욕을 하는 대표가 자신의 어린 아내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어. 그건 정말 따듯했지. 로봇같이 여자와 거리가 먼 염라대왕이 달달 모드가 되면 평소 나대던 남자라도 얌전히 씻고 잔다는 것을 대표님이 보여줬어.”“나 갑자기 대표님이 좋아졌어!”“너가 어떻게 갑자기야. 너 계속 대표님을 짝사랑했잖아!”“예전에는 좋아할듯 말듯 했는데 지금은 좋아 죽겠는데? 예전에는 대표가 여자를 이렇게 잘 아껴주는 줄 몰랐는데 이제야 알았어. 나…... 대표랑 자고 싶다.” 한 성숙한 여자가 황홀한 듯 말했다.“꺼져! 이 여우야! 대표님 아내분에게 들리지 않게 조심해!”“설마 너는 대표님과 자고 싶지 않아?”“나……나도야. 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해 봤을 뿐 감히 말로 꺼낸 적은 없어. 예전에는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대표님에게 아내가 생겼으니 더 말할 수 없고 나는 그저 매일 출근해서 대표님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거로 좋아.”“하, 누군 아닌 줄 알아?”“그만해, 대표님 왔어!”수다를 떨던 여자들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F그룹 전체에서 부소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부소경이 사람을 삼베처럼 죽이고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며 부소경이 평소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일관적으로 웃지도 않는 차분한 태도였기 때문이다.이런 평온함은 얼굴을 찌푸린 남자보다 더 무섭다.하지만 오늘 부대표는 달랐다.그의 평온한 얼굴에 뜻밖에도 쉽게 알 수 없는 웃음기가 있었다.몇몇 여직원들 앞을 지날 때 침묵하던 남자가 갑자기 한마디를 했다. “수고했어, 일찍 퇴근해”사무직 직원들이 단체로 어리둥절했다.대표의 모습이 멀어져 가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뒤에도 그 여자
눈앞의 남자를 보고 신세희는 일부로 좌우앞뒤를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사방의 사람들은 어느새 피해있거나, 벙어리가 되거나 아예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마치 차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빈둥거리는 남자가 지옥에서 온 염라대왕인 것처럼 말이다.심지어 우왕좌왕하는 엄선희와 민정아마저 멍했다.그 다음 순간 엄선희가 신세희를 밀며 말했다. “저기, 사모님, 사……사모님 먼저 가세요.”민정아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신세희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비비며 부소경을 향해 걸어갔다.“왜 그래? 기분 별로야?” 남자는 물어본 후 손을 뻗어 차문을 열어주었다.뒤에서 훔쳐보고, 얼어붙어있는 그 모든 것이 차가워 보였다.그러나 남자는 문을 열고 신세희의 팔을 잡았다. 신세희는 무의식적으로 작은 허리를 비틀어 부소경의 팔을 뿌리치고 스스로 차에 올랐다.그녀는 정말 부소경이 공개적으로 그녀를 데리러 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또 너무 눈에 띄었다.그녀는 단지 이곳에서 잘 일하고 싶을 뿐, 시비를 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켜세워지고 싶지도 않았다.신세희에게 뿌리쳐진 남자도 자연스럽게 차에 탔다.뒤따라 나오던 무리들이 막 나왔고 나오고 싶었는데 아직 안 나왔던 건설사 동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 했다.부소경이 누구야?바로 어제 그는 손 쉽게 세라를 처리했다. 그 대스타를 처리한 것이다.바로 오늘 아침, 남성과 심지어 국내의 10~20여 개의 폭로 전문 소형 매체가 뿌리째 뽑혔다.그런데 신세희는 그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원망 섞인 말을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부 염라대왕은 전혀 화가 나지 않은 것 처럼 보였다.이건 정말 소금물에 절인 두부 같다. 서로 상극이다.차가 떠나자 모두들 뒤에서 수군거렸고 차 안의 남자는 조용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방금까지 웃을 때 있었던 홍조가 있었고 얼굴 전체는 활짝 펴져 있었으며 눈가와 눈썹끝에는 숨길 수 없는 작은 기쁨이 있었다.갓 입사한 대학생처럼 기뻐하기도 하고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정말 고마워서 그래요. 언제 식사 같이하시죠?”아주머니의 친절함에 신세희는 불편해 그저 머리를 살짝 숙인 채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마침 신유리가 보이자 그녀는 이내 신유리의 손을 잡고 급급히 아주머니와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신세희가 떠난 후에도 아주머니들의 의논은 계속 이어졌다.“어머, 대표 사모님이라고 잘난 척하는 거 없네.”“그러니깐, 나도 오늘에야 알았지 뭐야. 높은 분일수록 더 겸손하네. 저 집 사모님 좀 봐봐. 그냥 동네 동생 같잖아. 돈 좀 있다고 잘난 척하는 여편네들은 정말 없어 보인다니까.”또 다른 아주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 멀리서 집 좀 산다는 세 여자가 콧대 높게 걸어오더니 아주머니들을 보고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이 유치원 앞에서는 평범한 집안도, 돈 좀 있다는 집안도 모두 신유리와 손을 잡고 가는 신세희를 부러워했다.신세희의 뒷모습은 우아하고 평안해 보였으며 신유리는 종알거리는 귀여운 참새 같았다.“엄마, 나 오늘 또 새 친구가 생겼어.”신유리는 신이 나서 말했다.신세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사흘간 지옥 같은 일을 겪었지만, 다행히도 신유리에게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았다.신유리는 여전히 밝고 새로운 친구도 생겼다.신세희는 한쪽 무릎을 꿇고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떤 친구야? 엄마한테 말해줘.”“새로 온 아이야. 걔가 나한테 자기소개를 했고 그래서 나도 자기소개했어. 엄마, 나 생일에 새 친구 초대해도 될까?”“그럼, 당연히 되지.”신세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녀는 함께 차에 탔다.신유리는 달콤한 말로 부소경과 인사를 나누었다.“아빠, 오늘 너무 멋져.”부소경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입에 꿀 발랐네”“아닌데? 아빠 오늘 달라졌어. 예전에는 표정이 항상 굳어 있었어. 유리가 아빠한테 빚진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아빠가 나한테 분유값 빚졌잖아? 나는 빚진 거 없는데 아빠는 왜 항상 굳어있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하나도
”네.”신세희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을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부소경이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해 낼 것이니 자기는 그저 몸만 가면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신세희는 이번 행사에서 그저 말 못 하는 꽃병이 되겠다고 결심했다.수저를 내려놓은 뒤, 신세희가 말했다.“다른 일 없으면 유리랑 좀 놀아줘요. 요즘 유리와 당신과의 시간이 줄어드니 나랑 놀이하는 것도 싫어하네요. 당신이랑 지력 게임 하고 싶어 하니까 같이 좀 놀아줘요.나 업무 좀 보게요. 완성해야 할 디자인이 있어요.”부소경도 수저를 내려놓았다.“지금 하는 일 좋아?”신세희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했다.“그럼요!”“얼마나 좋은데?”“사실대로 얘기해요?”신세희가 물었다.“그럼.”신세희는 깊은숨을 내쉬고 말했다.“저는 어려서부터 대학교에 가고 싶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뭔가를 배워서 직장을 얻고, 직장을 얻어서 임씨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저 스스로 돈을 벌어서 엄마를 책임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기회만 생기면 누구보다 열 배, 백배로 노력을 해왔죠. 그래서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내 힘으로 적금도 많이 들어놓고 돌아가신 엄마한테 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 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업무를 보는 데서 안정감을 얻는 거 같아요.”신세희는 늘 안정감이 부족했다.임씨 집안의 사람 모두가 그녀를 벌레 보듯 대했다.대학교에 가서 얼마 안 돼 그녀는 교도소에 잡혀갔고 풀려 난 후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었다.그녀가 걸어온 길은 참으로 기구했다.그러니 그녀는 늘 평온함을 추구했고 일을 하면서 안정감을 얻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신세희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지난주에 나한테 준 10억은 뭐에요? 보상이라고 하니 난 그저 구자현이 나한테 한 것 때문에 준 걸로 알고 있는데. 대체 왜 준거에요?”신세희는 이 돈을 일전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내가 주는 용돈.”부소경은 말을 바꾸어 얘기했다.“네?”‘10억을 용돈으
‘일 끝나면? 설마, 나와 같이 가겠다는 얘긴가? 두메산골을?’“할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부소경이 물었다.“네.”신세희는 이내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그녀는 온 밤 디자인을 그리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부소경의 품이었다.신세희가 깜짝 놀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부소경이 쌀쌀하게 말했다.“일하다 죽을 거 아니면 좀 쉬어. 자꾸 바둥거리면 어제처럼 할거야.”“....”부소경은 말하는 대로 한다는 것을 신세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녀는 부소경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잠에서 깬 그녀 옆에 부소경은 보이지 않았다.신세희는 부소경의 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6시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일어난 거지? 뭐 하러 간 거야?’이 순간, 부소경은 잠옷 차림으로 위층의 의자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아침 5시50분경, 부소경의 휴대폰이 울렸고 부소경은 단잠을 자는 신세희가 잠에서 깰까 봐 위층으로 올라갔다.엄선우의 전화였다.“대표님, 서씨 집안 어르신께서 어젯밤 9시에 운성에 도착하셨다고 해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전화를 거셨어요. 기사님의 말에 의하면 어르신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네요.”엄선우가 말했다.“그래.”부소경은 짧게 대답했다.엄선우는 걱정 섞인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양쪽 어르신들께서 또 무슨 사달을 낼지 두렵지 않으세요?”부소경은 개의치 않아 하며 말했다.“기회가 없을까 봐 걱정했어.”“....”엄선우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씨 집안과 대표님한테 은혜를 입기도 했고 서울에서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혔으니 대표님도 쉽게 서씨 집안 어르신을 건드리지 못 해. 대표님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조용히 장기판을 움직이는 거지. 그러고 함정을 파서 스스로 뛰어들게 만드는 거고. 역시 대표님이야. 모든 게 대표님 계획 속에 있어.’“알겠어요, 대표님. 서씨 집안 어르신과 임서아가 서울에 온 것 말
“계속 조사해!”부소경은 화가 나 목소리가 커졌다.“네, 대표님!”부소경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제일 이른 시일내로 처리해. 다른 일은 일단 제쳐두고!”“알겠어요. 대표님!”엄선우가 답했다.부소경은 위층에서 잠시 서 있다가 다시 아래층에 내려왔다.신세희는 이미 잠에서 깨어 피부관리를 했다.민정아가 준 오일이 꽤 효과가 있었는지 얼마 전에 세라한테 맞은 자국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파운데이션을 바른 그녀의 얼굴은 이제야 생기가 돌았다.욕실에서 나온 신세희는 가운 차림을 한 부소경과 마주쳤다.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은 비록 민낯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부소경은 한눈에 그녀가 화장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평소에 화장하지 않지만, 가끔 화장한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섹시한 분위기를 풍긴다.게다가 허리를 조이는 원피스를 입어서인지 그녀의 허리는 더욱 잘록해 보였다.부소경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방으로 들어갔다.부소경이 아무 말도 안 하자 신세희는 그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시간도 이른데 어제처럼 나한테 옷 갈아입는 거 도와 달라고 하려나?’방에 들어선 부소경의 뒤따라온 신세희를 발견하고 의아한 듯 물었다.“뭐 하러 왔어?”“환... 환복 도우려고요.”신세희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부소경이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부소경과 몇 개월을 함께 지낸 그녀는 부소경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부소경은 어두운 계열의 단일한 색상을 추구했다.다른 사람이 입으면 지극히도 평범할 것 같은 스타일을 부소경은 늘 훌륭하게 소화한다.설사 싸구려 정장이라도 그의 몸에 걸치면 명품처럼 보였다.신세희의 단일한 코디를 보고 부소경이 말했다.“나한테 지금 이걸 입으라고?”신세희는 머리를 들어 부소경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네? 미안해요. 다른 걸로 꺼낼게요.”신세희는 부소경의 까다로운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내 옷장에서 더 어두운 색상의 옷을 꺼내 들었다.그녀는 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