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찬은 멍하게 부소경을 바라봤다. “형, 제발 부탁이야. 형은 저 사람 안 좋아하잖아, 형은…”그의 말을 또 부소경이 끊었다. “의찬아, 내 인내심엔 한계가 있어. 가족들은 말이야, 작은 외숙모 말고도 삼촌마저 내 마음속에 아무런 지위도 없는데, 너라고 다를 건 없지. 똑바로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내 여자를 뺏으려 한다고?그럼 어디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나 보자!네 형으로써 말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말하지만, 네가 이미 그 여자를 아껴주지 못 해서 잃었잖아. 그럼 방법을 생각해서 네 곁으로 다시 돌려놨어야 했어. 근데 넌 이미 쟤를 네 곁에 둘 방법이 없지만 난 있거든.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너보다 능력 있다는 게 증명되겠지.앞으로, 어떠한 일을 하든, 다 똑바로 생각하고 해!이게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조의찬:“......”가만히 부소경이 일어나는 걸 보며, 그가 양복을 정리하고 나가려 하자 조의찬은 어디선가 나온 용기로 부소경을 쫓아가서 붙잡았다. “형, 내 얘기 좀 들어봐.나도 내가 여기서 보잘 것 없는 거 알아. 나도 우리 엄마가 형한테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심지어 형이 날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는 것도 알아. 근데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다른 일은 내가 대충 하면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심지어 장난 칠 수 있어.유일하게 신세희씨한테는 그렇게 못 해.유일하게 신세희씨한테만.형이 나한테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 내 목숨을 달라고 해도 좋고, 날 죽이고 신세희씨를 놓아줘도 좋아.그렇게 해줄 수 있어?”부소경:“......”조의찬이 이런 얘기를 할 줄은 정말 몰랐다.“그렇게 죽고싶어?” 부소경이 물었다.조의찬은 웃었다. “내 목숨은 내가 24살이 되기 전에 어차피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어. 근데 세희씨가 임신한 몸으로 날 구했지. 형, 세희씨만 놓아주면 날 부셔 죽여도 난 할 말없어.저 사람이 잘못한 것도 없고, 누구한테 죄 지
역시, 전화 너머 외 할아버지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흥! 그 여자 얘기는 하지 마! 걔 얘기만 나와도 난 지금이라도 당장 때려 죽이고 싶어!”“할아버지, 그 여자가 왜요?” 조의찬은 부태성의 얘기를 듣고 물었다.“걔는, 역시 개는 버릇을 못 고친다는 말이 있잖아. 6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을 속여가며 상류사회에 쉽게 올라오려는 여자야. 마침 어제만 해도 우리 부씨 가문의 가보를 훔쳐 갔어. 그 금색 황납석 말이야!이걸 누가 네 외 할머니 탓을 할 수 있겠니?90살이 넘은 사람인데 착각했겠지! 그렇게 귀한 물건을 그 여자한테 줬으니 말이야!”조의찬은 외할아버지를 달랬다. “아마, 형이 진짜로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네 사촌 형이?” 부태성은 콧방귀를 뀌었다. “걔가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 그런 쓰레기를 아내로 맞이하게? 진짜 걔가 무슨 생각인지 나도 모르겠다. 부씨 가문이 다 걔 손에 달려 있었는데, 우리한테, 네 삼촌 그리고 외숙모한테 원한만 갖고 있어.그런 여자를 데리고 와서 우리를 상대하려 하다니.걔는 그 여자 데리고 살면서 우리를 화나고 분하게 만들려는 거야.우리가 다 죽으면 그 여자를 처리하겠지.근데 우리는 그때까지 못 기다려.부씨 가문의 자손이 이제 얼마 없어서 지금까지 꼬마 아가씨 유리밖에 없는데, 내가 네 형을 좋은 집안 여자랑 결혼시켜서 우리 가문의 대를 이어가고 싶은 게 잘못이니?에휴!그 여자 때문에 분해 죽겠어!나 부태성이 늙었어도, 여자 하나 죽이고 싶으면 아직 그 정도 능력은 있어!”조의찬:“그래도 증손녀의 엄마잖아요.”“흥.” 그는 또 콧방귀를 뀌었다. “이 남성에서 유리의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널리고 널렸어!”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들을 모두 들은 뒤 조의찬은 외할아버지를 달랬다. “할아버지, 일찍 쉬세요. 화 그만 내시고요. 이 일은 나중에 다시 형한테 잘 얘기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일찍 주무세요 그럼, 전 먼저 끊을게요.”외할아버지의
민정연은 무섭게 조의찬의 코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조의찬씨! 내가 나랑 같이 서울에서 우리 할아버지 보살피자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싫었어요? 우리 할아버지 보살피기 싫은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돌아와서 신세희 그 쓸데없는 걸 찾아갈 수가 있어요? 너무 쓸모가 없어서 부소경한테 괴롭힘 당하다 죽기 직전인 여자잖아요! 당신은 도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예요?”조의찬은 화난 눈으로 민정연을 보았다. “나 미행했어요?”민정연은 울먹이며 말했다. “미행하기 싫었지만 당신이 그 여우를 계속 생각하고 있잖아요. 난 당신이 남성에 돌아와서 뭐하려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그 여우를 찾으러 왔더군요!”짝! 조의찬은 무섭게 민정연의 뺨을 때렸다. “이 여자가 진짜! 만약 다시 한번 신세희씨를 욕하면 내가 당신 망가질 정도로 때릴 거예요!”민정연:“......”그녀는 얼굴을 부여잡고 조의찬을 보며 한참후에 흐느꼈다. “당신… 감히 날 때린 거예요?”조의찬은 개의치 않고 비웃었다. “당신도 방금 나 때렸잖아요.”“조의찬씨!” 민정연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잊지 말아요. 비록 당신이 부소경의 사촌 동생이지만, 조씨 가문은 이미 남성에 설 자리가 없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당신이 나랑 결혼하게 해줘서 그나마 조씨 가문의 지위를 지킬 수 있는 거라고요!”“당신 때문이라고요?” 조의찬이 비웃었다. “당신 할아버지가 원래 당신을 우리 형한테 시집보내려 했었잖아요! 근데 당신은 그 복이 없었죠. 서씨 어르신한테 친 외손녀가 생겼으니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시집오려는 거잖아요!민정연씨, 잊지 말아요. 당신은 민씨지 서씨가 아니에요!경고하는데 앞으로 동생인 민정아씨 시켜서 신세희씨 괴롭히지 말아요. 아니면, 내가 아니어도 당신 사촌 오빠 서준명이 가만 있지 않을 거예요.당신은 몰랐겠지만 신세희씨 이 일자리 서준명씨가 소개시켜준 거예요!멍청한 사람!”말을 하고 난 후 조의찬은 문을 박차고 나갔다.그와 민정연 사이엔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 어렸을
민정연은 조씨 집안의 사모님이 되고 싶었다.조씨 집안의 사모님이라는 명분이 있어야만 그녀가 운성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그녀는 조의찬과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의찬은 아직까지도 마음속으로 신세희 그년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사실이 민정연의 증오심을 건드렸다. 그녀는 신세희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신세희가 처음 건축 회사에 출근했을 때, 민정연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민정아가 그녀에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신세희가 바로 6년 전에 재벌가 사람들이 죽이려고 들려 했던 그 여자 고, 또 나중에는 부소경에게 원한을 산 사람이라는 것을 민정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이 일은 재벌가 사람들 말고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소식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특히 신세희의 진면목을 본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민정연이 신세희가 바로 6년 전의 그 여자라는 사실을 민정아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신세희를 회사에 남겨두고 싶었다. 민정연은 서경수의 간병을 끝내고 운성에 돌아온 후에 조용히 손을 써 신세희를 해결해버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민정연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약혼자 조의찬이 미리 운성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특별히 신세희를 보호해주기 위해서. 그 사실이 민정연을 화나게 만들었다.어떻게 안 날 수가 있지?민정연의 분통이 터지던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민정아였다.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정아야, 무슨 일이야? 빨리 말해!”민정연은 자신이 재벌가 집안 규수라는 이유로 줄곧 사촌 동생네 집안을 얕잡아 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민정아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사촌 언니, 회사에 친한 동기가 나한테 말 한건데… 오늘 형부가 특별히 회사에 찾아와서…”“그건 이미 알고 있어!” 민정연은 더욱더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사촌 언니, 그 신세희라는 사람 대체 누구야? 대체 뭐길래 그렇게 대단한 건데
민정연은 속으로 차갑게 웃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서아씨, 이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신세희 그 여자 당신 약혼자 부소경한테서 받은 화를 자꾸 저한테 풀고 있어요. 몰래 내 약혼자를 꼬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촌 오빠 서준명도 꼬시고 있거든요.”“그리고, 한 가지 소식이 더 있어요. 듣자 하니 신세희가 서울의 구씨 집안 도련님 구서준도 건드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아직 서씨 저택에 살 기회가 없어서 운성의 명문 규수가 되지는 못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신세희 그 창년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걔가 저급한 수단으로 재벌가 남자들을 꼬시는 모습과 내 약혼자를 꼬시는 모습들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전화기 너머, 임서아는 그녀의 말에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민정연씨! 정연씨 말이 맞긴 맞아요. 당신이 운성의 명문 규수는 아니죠. 그동안 우리 외할아버지가 당신을 친손녀처럼 옆에 둔 이유는 저희 할아버지께서 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에요. 그게 바로 우리 엄마죠!”“우리 할아버지는 딸이 그리운 마음에 그 부성애를 당신한테 준 거예요. 이제 제가 돌아왔으니 당연히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거죠. 근데, 나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에요. 비록 당신은 신세희를 제압할 수 없겠지만, 난 할 수 있어요!”그 말에 민정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사실 민정연은 임서아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졸부 같은 이 여자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누가 얘가 서경수 외손녀래? 그녀는 지금 임서아의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손을 빌려 신세희를 없애버릴 수밖에 없었다.민정연은 임서아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뭔가 있는 듯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신세희 그 여자, 정말 미워요. 솔직히 난 진짜 신세희가 좀 무서워요.”“정연씨가 신세희를 무서워한다고요? 하하!” 그녀의 말에 임서아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었다.“맞아요. 어떻게 무섭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아니면 신세희가 어
“엄마, 오늘 엄마랑 아빠 좀 이상해.” 유리는 눈치가 빨랐다.신세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리에게 물었다. “왜 그래?”나랑 부소경이 이상하다고? 우리가 언제 안 이상했던 적이 있나?우린 처음부터 정상적인 부부가 아니었다고!정상적인 부부라 하면 서로 웃고 떠들며 가끔은 즐겁게 지내고, 또 가끔은 시답잖은 이유로 싸우기도 하는 그러다 결국에는 다시 화해하는 거 아닌가?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하지만 우리는?그녀는 말수가 적었고, 그도 말이 없었다.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마치 앞으로 그가 자신에게 무슨 질문을 던지게 될지 모르는 것처럼.하지만 신세희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오히려 유리가 의미심장하게 신세희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 우리 몰래 남자친구 만든 거 아니야?”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멍해졌다. “꼬맹이! 넌 나이도 어린 게 아는 게 뭐가 이렇게 많아? 뭐? 남자친구라고? 너 남자친구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나 하는 소리야? 응? 글도 모르는 게!”유리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비록 까막눈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친구가 무슨 뜻인지는 알거든! 남자친구라는 뜻은 말이지… 아빠, 혹시라도 엄마를 잃게 될까 엄청 두려워해. 그 남자친구가 엄마 뺏어갈까 엄청 걱정하고 있다고.”“…”한참이 지난 후, 신세희가 유리에게 말했다. “헛소리하면 안 돼!”그녀의 반응에 유리는 웃어 보였다. 유리는 신세희에게 앉으라고 손짓하고는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헤헤헤. 걱정하지 마, 엄마. 아빠한테는 말 안 할게. 난 알거든. 엄마 남자친구가 엄마 뺏어갈까 봐 아빠가 엄청 걱정하고 있는 거. 어차피 누가 아빠 뺏어가는 것도 아니잖아. 난 오히려 너무 기쁜데?”“…”얘는 무슨 애가 이러지?만약 유리의 친부 부소경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부소경이 유리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골탕 먹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가 아무 말 없이 유리랑 놀아줄까?당연하지! 사실은 이미 증명되어 있었다
“넌 네 남자한테 할 말이 그거밖에 없어? 그 말 말고 할 줄 아는 말이 더 있기나 해?” 남자의 반응은 너무 이상했다. 부소경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부부 사이의 유치한 장난 같기도 했다. 부소경은 종래로 이런 말투로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왜 조의찬이랑 카페에 있었던 건지 묻고 싶은 거예요?” “설명하고 싶어?” 남자가 물었다. “아니요.” 설명을 해도 남자는 듣지 않을 것이다. 믿지도 않을 것이고. 6년 전에, 그녀가 하숙민을 보살피던 2달의 시간 동안 그들 사이에는 여러 번의 오해가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상황을 설명해주려 여러 번 시도를 해봤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 설명하지 마.” 남자가 말했다. “네.” “저… 오늘은 제방으로 돌아가도 될까요?” 여자가 그에게 물었다. 남자는 바로 여자를 낚아채더니, 그대로 그녀를 안아버렸다. “당신… 어젯밤에 금방… 나, 오늘은 싫어요.” 신세희는 두 손으로 남자의 가슴을 밀쳐내고 있었다. 그의 가슴은 마치 철판처럼 단단했고, 그의 가슴을 밀쳐내는 그녀의 손은 마치 말랑한 젤리처럼 부드러웠다. 저항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그녀의 행동은 저항이 아니라 초대 같았다. 그녀의 행동에 남자가 냉소했다. “누가 그래? 내가 널 안으면 그거나 하자는 뜻이라고? 넌 대체 남자를 뭐로 보는 거야?” “그럼 당신… 뭘 하려는 건데요?” 뭘 하냐고? 그녀를 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많고도 많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단지 그녀를 안은 채로 집을 나설 뿐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신세희는 이 건물 옥상에 공중 화원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게다가 화원에는 햇빛 방도 있었는데
해외에 있던 시간 동안, 부소경은 특수부대에 있었다. 그는 10년이란 시간 동안 특수부대에서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했고 그렇게 강인한 의지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내가 고작 여자가 태우는 간지럼을 무서워 할리가?하지만 신세희는…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신세희는 여전했다. 비록 얼굴은 냉정하고, 고독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는 불쌍한 사람이다.남자는 차갑게 냉소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한 손으로 신세희를 잡으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아…” 여자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부소경이 아까 그녀에게 경고했었다. 야밤에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이웃 주민의 휴식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감히 큰소리를 낼 수도, 감히 크게 몸부림을 치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의 품에 숨어버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결국 부소경의 기습을 막기 위해 두 손을 뻗어 남자의 튼실한 허리를 안아버렸다. 그녀는 마치 껌딱지처럼 남자의 몸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남자는 그 기세를 몰아 여자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그녀는 그제야 오늘 부소경이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그가…지금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가?지금 나랑 연애를 하고 있는 건가?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조금은 불안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그에게 물었다. “왜요?”남자는 다 알면서 일부러 그녀에게 물었다. “뭐가 왜야?”여자는 고개를 떨구더니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렇게 좋은 밤에, 게다가 이렇게 편하게 당신이랑 지내는 게 나에게 주어질 만할 생활이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당신, 오늘 조의찬이랑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도 안 물어봤잖아요. 왜 그래요?”“네가 설명하기 싫다며?” 남자가 말했다.“설명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요? 당신 어차피 내 말 안 믿을 거잖아요. 당신은 두 눈으로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