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남자의 대답은 무척이나 시원시원했다.“…”이내, 부소경이 한마디 말을 더 보탰다. “서시언이 이국 타향에서 객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이야.”그 말에 신세희는 바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시언이요? 우리 오빠, 우리 오빠 지금 어디 있어요? 당신,,. 우리 오빠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안 돼요? 제발…”“안 죽었어.” 남자의 말은 무척이나 간단했다.남자는 요 며칠 그녀가 서시언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매번 입가에 맴도는 말을 다시 삼키곤 했다. 그녀는 자신의 질문이 혹시라도 서시언의 생명에 위협이라도 될까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아무리 서시언 걱정이 되어도 부소경에게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항상 서시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만약 신세희가 서시언이 아닌 다른 남자를 걱정하고 있었다면 부소경은 아마 그 남자를 산산이 토막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세희와 유리 모녀는 서시언과 서로 굳게 의지하며 함께 살아왔다. 만약 서시언의 희생이 없었다면 부소경은 지금쯤 아내가 없었을 것이다.물론 딸도 없었을 것이고.그래서 부소경은 서시언을 마음에 두고 있는 신세희를 봐주었다.하지만 그녀는 서시언의 생사에 대해서만 걱정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해 다른 감정은 가져서는 안 된다.그러나 신세희는 서시언의 이름을 듣자마자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기 시작했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우리 오빠 다시 돌아오라고 하면 안 돼요? 우리 오빠 다리가 마비됐어요. 날 위해서, 당신 딸을 위해서 다리까지 포기했다고요…”“넌 서시언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부소경이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신세희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이내 고분고분하게 옷을 입었다.그녀는 의무적으로 남자의 손을 잡으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방을 나서자 배불리
남자는 건방지게 웃더니 신세희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았다. 여자의 뜨거운 얼굴이 남자의 가슴에 바짝 달라붙었고, 남자는 느껴지는 여자의 온기를 또렷이 느끼고 있었다. 남자의 말투도 매우 부드러워졌다. “자. 얼른 가서 딸한테 예쁜 옷 좀 골라줘. 우리 이제 출발해야 해.”여자의 말투에는 애교가 조금 섞여 있었다. “알려줘요. 어떤 모습이 진짜 당신 모습이에요?”남자는 나른하게 웃으며 여자의 말에 대답했다. “네 마음에 나만 있을 때, 그게 내 진정한 모습이야.”이게 무슨 소리지!맥락도 논리도 하나도 없잖아!신세희는 부소경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정말 그녀의 마음에 그가 없을까?6년 전에 부소경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의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바로 부소경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신세희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로 기울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그녀에게는 자기 보호 의식이라는 게 있었다. 그녀가 받은 상처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차라리 평생 냉정하게 살지언정 다른 사람의 모욕을 받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을 벽에 가두어 놓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그 생각을 하며 자조적으로 웃었다.사실 신세희는 부소경이 자신을 위해 옷을 골라 줬을 때부터 이미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있었다. 그는 분명 자신과 친밀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녀를 부씨 저택으로 데리고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유리에게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신세희는 유리의 인생이 자신과 달랐으면 했다. 그는 유리에게 가족의 완전한 사랑을 받게 하고 싶었다.딱 그뿐이다.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분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신세희는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유리가 입을 예쁜 옷 골라줄게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유리를 데리고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남자는 진짜 딸을 엄청 아끼고 있었다.그는 신세희에게 사준 옷만큼 유리에게 그만큼의 옷을 사주었다. 어린아이의 옷들은 하나같이 2
유리는 다른 여자가 엄마의 자리를 넘보는 것을 절대로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신세희는 딴생각만 하고 있었다. “응.”이렇게 유리와 한마디 두 마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세 식구는 부씨 저택에 도착하게 되었다.이번이 세 번째다.첫 번째로 이곳에 찾아온 날은 그녀가 출소를 하던 날이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부소경에 의해 이곳에 끌려오게 되었다. 그녀는 저택의 뒤 정원에 이곳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 정원 너머에는 굽이굽이 휘어진 산골짜기가 가득한 산이 있었다.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부씨 집안 사람들, 정말 부자긴 부자구나. 이렇게 거대한 집을 산꼭대기에 짓다니.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뒤쪽에 골짜기가 가득해서 강도가 침입하기에도 불가능했다.부자는 부자였다.저택에 드나드는 하인들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신세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의 하인들은 분명 한 달에 몇 백만 원 넘게 받으며 일하겠지?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6년 전에 처음으로 이 저택에 들어왔을 때, 모욕적이고 멸시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하인들의 눈빛을 말이다.그리고 현재, 그 하인들은 그녀가 부소경이랑 결혼을 했고 지금 아이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지만 고개를 돌려 자신의 차림새를 확인하자 신세희는 자신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신세희가 유리의 엄마라고 해도, 아무리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내라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아무 신분이 없는 존재였다.이곳에 있는 경력이 오래된 하인이 자신보다 신분이 더 높을 수도 있다.신세희는 유리의 손을 잡으며 부씨 저택으로 출발했다. 정문 앞에 도착하자 신세희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6년 전의 일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류층 사람들에게 질책을 받던 그 장면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에게는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왜 그래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세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낯선 여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왜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그래! 죽는 게 무섭지도 않나 보지!” 여자는 신세희를 호되게 꾸짖었다.여자는 피부가 조금 까맸고 몸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뼛속부터 느껴지는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와 그녀의 표정이 신세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자는 분명 하인처럼 보였는데 무척이나 기세가 등등했다.부잣집에서 일하는 하인이 번듯하게 가게를 차린 사장보다도 더 권력이 넘치고 기세가 등등한 것이다.얼마 전, 신세희는 사극 한 편을 봤었다.사극에는 황제가 있었고 그는 황궁에서 권력이 있는 대신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신은 황제에게 고개를 조아리지 않았다. 오히려 황제가 대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황제를 모시던 내시는 분했는지 황제에게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황제님은 이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저 사람은 황제님의 노예이고요. 그러니 저 대신이 황제님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이 맞는 이치지요.”그때, 황제가 감탄하며 내시의 말에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황제라도, 권력과 돈이 없으면 노예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노예가 권력을 손에 넣게 되면 황제 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고.”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하인을 지켜보자 신세희는 사극에서 본 그 말이 떠올랐다.이 말은 어느 상황에서도 적절한 말이었다.신세희는 부소경의 아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권력이 없었다.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결정권조차 그녀에게 없었다.그러니 그녀는 이 집안 하인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신세희는 목을 가다듬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저… 전 오늘의 손님이에요.”“당신이?” 기세등등한 하인은 또 한 번 날카롭게 신세희를 꾸짖었다. “당신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대체 어디서 굴러 들어온 거야, 어? 입은 꼴을 보니 아무래도 요즘 새로 들어온 알바 같은데… 근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요 며칠 새로 들어
”해정 언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언니 싸우는 소리 사모님이 다 들으셨어. 요즘 사모님 기분이 안 좋으셔. 그리고 오늘 집에 중요한 손님 오는 날이잖아.” 다른 하인이 해정이에게 충고해주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해정이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연주야, 이 여자 누군지 알지? 6년 전에 도련님이 교도소에서 데리고 온 더럽고 냄새나던 그 여자 말이야. 그때 우리가 직접 씻겨줬잖아. 냄새가 얼마 나던지. 몸에는 남자랑 뒹굴던 흔적이 가득했잖아.”그녀의 말에 연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얘가 걔야!”“그래, 얘가 걔야! 저 꼴 좀 봐. 그때보다는 멀쩡하게 입고 다니기는 한다만 그래도 여전히 별 볼 일 없지 않아? 어떻게 이 저택에 들어오게 된 건지 모르겠어. 아마 경비 아저씨가 잠시 조는 틈에 몰래 들어온 것 같아.” 해정이는 신세희가 혐오스러운지 불쾌한 말투와 눈빛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마치 더러운 떠돌이 개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연주는 해정이보다 더 심했다. “에이, 그게 아닐 수도 있어. 누가 알아? 이 여자가 이 집안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이랑 무슨 사이라도 될지? 오늘 그 남자 찾으러 온 걸 수도 있잖아. 특히 전씨!”“전씨, 나이가 60이 넘었는데도 요즘 얼굴빛이 좋은 거 보면 여자라도 하나 문 것 같던데?”연주가 신세희에게 물었다. “어이, 범죄자. 너 전씨랑 만나지? 그 할아버지 같은 남자 뭐가 좋다고 만나는 거야? 60 넘은 나이 보고 만나는 거야? 아빠처럼 널 아껴줘서? 60 넘은 할아버지가 네 취향이야? 그럼 내가 남자 한가득 소개해줄 수 있는데.”“풉…” 해정이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신세희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계속 거기서 멍하니 서 있을 거야? 우리가 하는 말 못 들었어? 귓구멍이 막힌 거야? 너 말이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너 전씨랑 만나고 있는 거 맞지!”“에이, 해정 언니. 그건 아니지.” 연주는 갑자기 뭐가 떠오른 듯했다. “이 여자, 도련님이 지방에서 데리고 왔다
신세희의 표정은 무척이나 냉정했다. “이미 다 때렸는데요.”해정이는 분노와 쪽팔림에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연주야, 당장 가서 사람 불러와! 이 타임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 몽땅 다 불러와. 내가 오늘 이 범죄자 년 옷을 다 벗겨버릴 거니까. 부씨 저택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년이 어떤 년인지 보여줄 거야! 아니면 내 이름이 해정이가 아니다!”“언니, 지금 당장 불러올게!”“거기 서세요!” 그 순간 등 뒤에서 엄선우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해정이와 연주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소경 최측근 비서의 모습에 두 하인은 바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공손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엄비서님이셨구나. 빨리 와서 이 여자 좀 보세요. 6년 전에 그…”“작은 사모님이라고 부르세요!” 엄선우가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비서님… 뭐… 뭐라고 하셨어요?”“작은 사모님이라고 부르라고요! 그리고 얼른 작은 사모님에게 사과하세요. 사모님이 당신들을 용서해주고 말고는 따로 얘기하시고요. 이 사실을 도련님이 알게 되면 당신들… 도련님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예요!” 엄선우는 무척이나 냉철한 모습으로 해정이와 연주를 쳐다보았다.사모님?이 여자, 이미 부소경의 아내가 된 거야?깜짝 놀랐는지 두 사람은 다리를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뻔했다. 그들 중, 제일 먼저 신세희에게 시비를 건 해정이가 더듬거리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 사모님… 죄… 죄송합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사모님인 줄 몰랐어요. 제발… 사모님, 저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네?”곧이어, 연주도 울먹이는 얼굴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사모님, 제발 한 번만 선처해주세요. 저희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주제넘게 구는 사람이랑 같은 사람이 되실 필요는 없으시잖아요? 제발 저희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네? 작은 사모님?”그들의 말에도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당신들은 날 모욕했고, 나도 당신들 뺨을 때렸어요. 그러니까 우리 서로 퉁치는 걸로 해요. 서로 용
”설사 도망을 친다고 해도, 비서님이 퇴근하고 나서 도망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제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고 그러세요? 그 먼 곡현으로 도망갔는데도 이렇게 다시 잡아 오셨잖아요. 뭘 그렇게 무서워하세요? 더구나 제 딸도 여기 있잖아요.”거침없이 쏟아지는 말들에 엄선우는 이도 저도 못 하고 있었다.그는 심지어 자신이 너무 불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사모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엄선우가 입을 열었다.“네.” 신세희는 엄선우에게 웃어 보였다.신세희의 시선에서 벗어나자마자, 엄선우는 바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신세희는 계속 거실 밖에 서 있었다. 그녀는 생각에 빠졌다. 만약 부소경이 날 부르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필요 없다는 뜻일 거야. 그럼 난 굳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거지. 부소경이 날 부를 때, 그때 들어가도 늦지 않아.이렇게 정원에 서서 꽃구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아까는 네가 내 하인들을 괴롭혔던 거야?” 갑자기 등 뒤에서 무언가를 따져 묻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신세희는 고개를 돌렸고, 여자 한 명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아까 그 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여자였다.여자는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고, 몸매도 무척이나 좋았다. 관리를 잘해서인지 나이도 그녀와 비슷해 보였다. 정교한 화장에 피부에는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딱 표준적인 미인 얼굴이었다.부소경에게 이복동생이 있었던가?그런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그녀가 부소경의 이복동생인지 아닌지, 신세희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여자를 무시한 채 자리를 떠났다.“… 신세희! 넌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여자는 신세희에게 소리를 치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신세희는 바로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여자의 몸에서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가 나고 있었다.신세희에게는 알레르기가 있었다.모든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제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그리고 향이 너무 자극적이지
”소경 오빠, 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 이 여자가… 왜 이 여자가 오빠를 남편이라고 부르는 건데요?”부소경은 진상희 팔목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그는 진상희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왜? 내 딸의 엄마가, 나 부소경의 아내가 날 남편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데?”“…” 진상희는 그의 말이 너무 충격이었다.그리고 이 순간, 그녀는 손목이 너무 아팠다. 눈물이 날 정도였다.“아파요…” 진상희는 울먹이며 말했다.“이 여자가 널 모욕했잖아. 어떻게 처리할지는 네가 결정해.” 부소경은 진상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단지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할 뿐이었다.“…”신세희는 바보가 아니었다.신세희는 다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차리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단지 평온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관심 없어요.”그녀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어차피 이 여자도 아까 만났던 그 하인들처럼 자신에게 무슨 이득을 본 것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아까 부소경이 ‘진상희’라고 세글자를 내뱉을 때 그녀는 이미 이 여자가 왜 이렇게 화를 낸 건지 알아채게 되었다.진상희, 그녀는 부소경 큰어머니의 친척 조카였다.저번에 유리가 이 저택에 찾아왔을 때, 유리는 진상희를 심하게 괴롭혔었다. 나중에 유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 당시에 진상희와 임서아 두 사람이 머리끄덩이를 잡으며 피 튀기는 심한 싸움을 했다는데… 엄청 처참하고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고 했다.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진상희가 분명 유리에게 이를 갈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당연히 신세희도 미워하게 되겠지.“넌 관심 없을지 몰라도, 난 있어!” 부소경이 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진상희의 팔목이 끊어질지도 모른다.그의 말에 진상희는 바로 울부짖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소경 오빠,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사과 잘못했어!” 부소경은 차갑게 대답했다.“형님, 제발 살려주세요…”“…”너무 역겨웠다!그녀는 이런 시시콜콜한 일들을 조금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나랑 무슨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