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혀 달라고?신세희는 지금까지 한번도 남자의 옷을 입혀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남자의 두 팔은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잠옷의 상의를 꺼내 그의 왼쪽 팔부터 입혀 주었고, 그리고 오른팔까지 입혀준 뒤 이제 단추 잠그는 것만 남았다.단추를 잠구면서 그녀는 그와 가까웠고, 거의 그와 붙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청량한 향기가 느껴졌고, 날씨가 매우 추웠지만 그는 늘 찬물로 샤워를 했다.하지만 그의 피부는 또 뜨거웠다.손가락이 피부에 스칠 때마다 그녀는 손가락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아서 살짝 움츠렸다가, 겨우 단추 몇 개 잠구는 일에 그녀는 매우 힘겨워 보였다.특히 윗 단추 두개는, 그의 키가 190이라서, 그녀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그 보다 20센티나 작았다. 그래서 까치발을 들고 단추를 잠궜다. 이렇게 하니 그녀는 살짝 중심을 잃었다.실수로 그녀가 그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그제서야 그의 단단한 강철 같은 팔이 자신을 뒤에서 잡아준 걸 발견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양손으로 힘껏 밀었지만 밀어낼수록 그는 더 꽉 잡았다.그녀가 발버둥을 쳐서 나오기 전에 그는 이미 입술을 포개었다.하지만 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은 그가 벗어놓은 옷 안에 있었고, 남자는 벨소리를 듣자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신세희를 놔준 뒤 전화를 받으러 갔다.신세희는 이 기회를 틈타 도망갔다.전화는 아빠 부성웅이 걸어왔다. “소경아, 저번에 유리 데려온 이후로 2-3주가 지났구나. 네 할아버지, 나, 네 큰 엄마 다 유리를 보고 싶어하고 있어. 내일 주말이니까 유리 데리고 한 번 와!”아빠의 말은 반쯤은 부탁이었고, 반쯤은 명령이었다.“알겠어요.” 부소경은 거절하지 않았다.아빠가 저택으로 오라고 하니, 그럼 그는 내일 세 가족을 데리고 저택에 갈 생각이었다.전화를 끊고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여자가 엉망으로 잠궈놓은 단추를 보면서 실소를 터트렸다. 그는 혼자서 단추를 정리한 뒤 잠옷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
신세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아는 여자였고, 위로 올라가려 하지 않는 여자였다.지금 부소경은 그녀에게 운전도 가르쳐 주고, 혼인신고까지 하고 저녁에 그녀와 함께 잠까지 자주었다.그녀에게 어떻게 보면 따뜻했다.그들은 이미 실질적인 부부였지만 신세희는 자신이 부소경의 누군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딸의 엄마일 뿐이고, 부소경은 딸을 너무 아껴서 그녀에게 대우를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다.신세희는 절대 기어오르며 주제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어렸을 때 임씨 가문에서 매우 빈약하게 먹고 자랐다. 각종 간식과 초콜릿은 신세희는 한번도 먹지 못 했지만 임서아는 부족함 없이 먹었고 일부러 신세희 앞에서 더 맛있게 먹었다.신세희는 한번도 눈을 똑바로 뜨고 임서아를 보지 못 했다. 。먹을 걸 요구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녀는 마음이 씁쓸했어도 늘 담담한 척했다.지금도 여전히 그랬다.그녀는 옅게 웃으며 가벼운 듯 보였지만 웃음에는 차가움이 묻어있었다. “유리가 매주마다 할머니할아버지랑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건 당신과 유리의 일이에요. 나는… 안 가고싶어요.”정말 가기 싫었다.그녀는 부소경이 그녀가 저택에 안 가도 상관없을 줄 알았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의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가! 가서 옷 갈아입고, 유리도 예쁘게 입혀 줘. 유리 곁에 맨날 아빠만 있고 엄마는 없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저번에도 유리가 그래서 그 여자들이랑 싸운 거야. 다 네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넌 애 마음은 생각도 안 해?”망할 여자!이 순간 부소경은 정말 그녀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매일 그녀에게 잘 해주고, 낮에도 운전을 알려주고, 저녁에도 밤일을 알려주었다. 낮에 그녀가 놀라서 그의 품에 안기고, 저녁에도 그의 품에서 흥분해서 소리쳤지만 그녀를 인정받게 해주려는 자리에는 망설이지도 않고 가지 않으려 했다.그렇게 부씨 가문에 입성하기 싫은 건가?부씨 가문에 사모님이
드레스룸에 돌아온 후, 그녀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부소경은 그녀에게 여러가지 스타일을 사주었고, 거의 다 비싼 고급 브랜드들 옷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과하게 입고 저택을 가도 그녀의 신분은 뭘까?신유리의 엄마?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부소경은 그녀에게 과하게 입으라고 했고, 유리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자신을 꾸며야 했다. 부씨 가문 저택은 회사에서 일하는 거랑 다르니 그녀는 딸의 체면은 살려야 했다.신세희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옷으로 골랐다.아무런 디자인이 없는 하얀색 양털 목폴라 니트에, 아래는 긴 주황색 가죽치마를 입었다. 심플한 코디지만 두 가지를 같이 입으니 또 청순하고 어울리는 패션이었다.신세희를 더 깨끗하고, 단아하고, 청아하게 보이게 만들었다.또 신세희의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그리고 통굽 구두까지 신었고, 머리는 똥머리를 높게 올려 묶어서 더욱 신세희를 가녀려 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하얀색 목폴라 니트는 신세희의 긴 목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그녀는 우아한 거위 같았다.이 코디는 매우 심플했다.하지만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어쩌면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떠한 장식이 없어서 평범해 보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신세희가 입고 나니, 우아하고, 담백하지만 차가운 성숙한 여자의 느낌이 돋보였고, 오롯이 신세희만 나타낼 수 있는 느낌이었다.신세희가 걸어 나오자 부소경은 벙쪘다.그의 눈빛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깊은 소유욕이 보였고, 이 순간 그가 늘 개인적으로 담아두고 있던 생각들은 그의 모든 생각들을 지배했다.전에는 부씨 가문 쪽에서 매번 그에게 오라고 할 때면 늘 자리가 다 차 있었고, 자리가 안 차 있다고 해도 사촌동생인 조의찬은 있었다.조의찬이나 더 많은 남자들이 이런 모습의 신세희를 볼 걸 생각하니 더욱 머리가 멍해졌다. 부소경의 마음 속 불꽃은 활활 타고 있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 남자들을 박살내고 싶었다!“왜요?” 신세희는 고개를 떨구고 담담하게 물었다.“갈아입어!”신세희:“
신세희는 침을 삼켰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어제 저녁에 한번 했는데 왜 지금 또 이렇게 다급해진거지? 지금은 대낮이었고, 밖에서 이씨 아주머니가 유리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정말 드레스룸에서 할 생각이라면 그녀는 바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었다.그녀는 울먹이며 모욕감을 참고 그에게 애원했다. “부소경씨, 부탁이에요. 나도 당신의 딸을 낳은 사람이에요. 내 생각은 안 해도 딸은 계속 아껴주지 않았나요?유리가 이걸 듣고 보게 된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적어도 본인 생각은 해야 하지 않아요?창문이랑 커튼도 다 열려있고,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보이잖아요…”남자는 하던 동작을 멈췄다.그의 목소리는 매우 굵직하고 매력적이었다. “커튼이 열리든 말든 난 신경 안 써. 이 건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내가 창문 앞에서 한다고 해도 볼 사람 없어.그리고 누군가 보게 되더라도, 두 번 봤다간 난 그 사람의 눈깔을 파버릴 거야!”신세희:“......”“하지만 네 말이 맞아. 난 내 딸은 중요하거든.” 남자는 딸만 언급하면 말투가 훨씬 부드러워졌다.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도 훨씬 온화해졌다.그는 방금 하마터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 하고, 자신의 뼛속에 묻어버리려 했다.이 여자!정말 그를 죽이러 온 것 같았다.손목을 들고 그는 다시 그녀의 단추를 풀었고, 그녀는 놀라서 그의 두 팔을 꽉 잡았다. “하지 마요…”“여기서 안 그럴 거니까 걱정 마.” 남자가 말했다.그리고 그는 단추를 이어서 풀었다.그녀는 그가 뭘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이미 절망했고, 그녀는 속으로 계속 유리를 놀래키면 안된다는 말을 되뇌었다.남자는 그녀의 옷을 조금씩 벗기며, 그 다음으로는 옷들이 쫙 걸려 있는 옷장으로 걸어가 목폴라에 노출이 하나도 없는 니트를 가져왔다.“팔 들어.” 그는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세희는 기계처럼 팔을 들었고, 그는 부드럽게 그녀에게 니트를 입혀주었다.이 니트는 목폴라에 몸 전체가 가려지는 스타일이
”좋아!” 남자의 대답은 무척이나 시원시원했다.“…”이내, 부소경이 한마디 말을 더 보탰다. “서시언이 이국 타향에서 객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이야.”그 말에 신세희는 바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시언이요? 우리 오빠, 우리 오빠 지금 어디 있어요? 당신,,. 우리 오빠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안 돼요? 제발…”“안 죽었어.” 남자의 말은 무척이나 간단했다.남자는 요 며칠 그녀가 서시언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매번 입가에 맴도는 말을 다시 삼키곤 했다. 그녀는 자신의 질문이 혹시라도 서시언의 생명에 위협이라도 될까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아무리 서시언 걱정이 되어도 부소경에게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항상 서시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만약 신세희가 서시언이 아닌 다른 남자를 걱정하고 있었다면 부소경은 아마 그 남자를 산산이 토막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세희와 유리 모녀는 서시언과 서로 굳게 의지하며 함께 살아왔다. 만약 서시언의 희생이 없었다면 부소경은 지금쯤 아내가 없었을 것이다.물론 딸도 없었을 것이고.그래서 부소경은 서시언을 마음에 두고 있는 신세희를 봐주었다.하지만 그녀는 서시언의 생사에 대해서만 걱정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해 다른 감정은 가져서는 안 된다.그러나 신세희는 서시언의 이름을 듣자마자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기 시작했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우리 오빠 다시 돌아오라고 하면 안 돼요? 우리 오빠 다리가 마비됐어요. 날 위해서, 당신 딸을 위해서 다리까지 포기했다고요…”“넌 서시언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부소경이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신세희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이내 고분고분하게 옷을 입었다.그녀는 의무적으로 남자의 손을 잡으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방을 나서자 배불리
남자는 건방지게 웃더니 신세희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았다. 여자의 뜨거운 얼굴이 남자의 가슴에 바짝 달라붙었고, 남자는 느껴지는 여자의 온기를 또렷이 느끼고 있었다. 남자의 말투도 매우 부드러워졌다. “자. 얼른 가서 딸한테 예쁜 옷 좀 골라줘. 우리 이제 출발해야 해.”여자의 말투에는 애교가 조금 섞여 있었다. “알려줘요. 어떤 모습이 진짜 당신 모습이에요?”남자는 나른하게 웃으며 여자의 말에 대답했다. “네 마음에 나만 있을 때, 그게 내 진정한 모습이야.”이게 무슨 소리지!맥락도 논리도 하나도 없잖아!신세희는 부소경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정말 그녀의 마음에 그가 없을까?6년 전에 부소경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의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바로 부소경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신세희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로 기울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그녀에게는 자기 보호 의식이라는 게 있었다. 그녀가 받은 상처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차라리 평생 냉정하게 살지언정 다른 사람의 모욕을 받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을 벽에 가두어 놓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그 생각을 하며 자조적으로 웃었다.사실 신세희는 부소경이 자신을 위해 옷을 골라 줬을 때부터 이미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있었다. 그는 분명 자신과 친밀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녀를 부씨 저택으로 데리고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유리에게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신세희는 유리의 인생이 자신과 달랐으면 했다. 그는 유리에게 가족의 완전한 사랑을 받게 하고 싶었다.딱 그뿐이다.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분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신세희는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유리가 입을 예쁜 옷 골라줄게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유리를 데리고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남자는 진짜 딸을 엄청 아끼고 있었다.그는 신세희에게 사준 옷만큼 유리에게 그만큼의 옷을 사주었다. 어린아이의 옷들은 하나같이 2
유리는 다른 여자가 엄마의 자리를 넘보는 것을 절대로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신세희는 딴생각만 하고 있었다. “응.”이렇게 유리와 한마디 두 마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세 식구는 부씨 저택에 도착하게 되었다.이번이 세 번째다.첫 번째로 이곳에 찾아온 날은 그녀가 출소를 하던 날이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부소경에 의해 이곳에 끌려오게 되었다. 그녀는 저택의 뒤 정원에 이곳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 정원 너머에는 굽이굽이 휘어진 산골짜기가 가득한 산이 있었다.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부씨 집안 사람들, 정말 부자긴 부자구나. 이렇게 거대한 집을 산꼭대기에 짓다니.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뒤쪽에 골짜기가 가득해서 강도가 침입하기에도 불가능했다.부자는 부자였다.저택에 드나드는 하인들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신세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의 하인들은 분명 한 달에 몇 백만 원 넘게 받으며 일하겠지?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6년 전에 처음으로 이 저택에 들어왔을 때, 모욕적이고 멸시 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하인들의 눈빛을 말이다.그리고 현재, 그 하인들은 그녀가 부소경이랑 결혼을 했고 지금 아이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지만 고개를 돌려 자신의 차림새를 확인하자 신세희는 자신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신세희가 유리의 엄마라고 해도, 아무리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내라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아무 신분이 없는 존재였다.이곳에 있는 경력이 오래된 하인이 자신보다 신분이 더 높을 수도 있다.신세희는 유리의 손을 잡으며 부씨 저택으로 출발했다. 정문 앞에 도착하자 신세희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6년 전의 일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류층 사람들에게 질책을 받던 그 장면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에게는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왜 그래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세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낯선 여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왜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그래! 죽는 게 무섭지도 않나 보지!” 여자는 신세희를 호되게 꾸짖었다.여자는 피부가 조금 까맸고 몸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뼛속부터 느껴지는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와 그녀의 표정이 신세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자는 분명 하인처럼 보였는데 무척이나 기세가 등등했다.부잣집에서 일하는 하인이 번듯하게 가게를 차린 사장보다도 더 권력이 넘치고 기세가 등등한 것이다.얼마 전, 신세희는 사극 한 편을 봤었다.사극에는 황제가 있었고 그는 황궁에서 권력이 있는 대신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대신은 황제에게 고개를 조아리지 않았다. 오히려 황제가 대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황제를 모시던 내시는 분했는지 황제에게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황제님은 이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저 사람은 황제님의 노예이고요. 그러니 저 대신이 황제님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이 맞는 이치지요.”그때, 황제가 감탄하며 내시의 말에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황제라도, 권력과 돈이 없으면 노예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노예가 권력을 손에 넣게 되면 황제 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고.”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하인을 지켜보자 신세희는 사극에서 본 그 말이 떠올랐다.이 말은 어느 상황에서도 적절한 말이었다.신세희는 부소경의 아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권력이 없었다.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결정권조차 그녀에게 없었다.그러니 그녀는 이 집안 하인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신세희는 목을 가다듬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저… 전 오늘의 손님이에요.”“당신이?” 기세등등한 하인은 또 한 번 날카롭게 신세희를 꾸짖었다. “당신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대체 어디서 굴러 들어온 거야, 어? 입은 꼴을 보니 아무래도 요즘 새로 들어온 알바 같은데… 근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요 며칠 새로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