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서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한참이 지난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세희씨, 오늘이 첫 출근이지 않나요? 지금 일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시간이 없을 수가 있죠? 만약 누가 첫날부터 세희씨한테 야근을 시킨 거라면 나한테 말해줘요. 이건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일이에요. 내가 해결할게요!”“…”구서준은 눈썹을 들썩이더니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야근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은데, 아직 거절할 다른 이유가 남았나요?”“아니요.” 신세희는 말을 아끼며 대답했다.하지만 구서준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신세희는 빈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식당을 떠나버렸다.그녀의 행동에 구서준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구서준은 멀리 사라지는 신세희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자신의 이마를 만지며 웃기 시작했다. 그는 내내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여자, 재밌는 여자네.”“…”한편, 주위에 있던 회사 직원들은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특히 여직원들.그들은 구서준이 새로 들어온 여직원에게 거절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구서준에게는 화낼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구서준은 새로 들어온 그 촌스러운 여직원을 쫓아내지 않았다.대표님은 화를 내지 않았지만, 여직원들은 무척이나 화를 내고 싶었다!그들 중 구서준과 안면을 튼 여직원이 이 기회를 틈타 그를 위로하려 했다. 이 기회에 구서준에게 얼굴 좀 비추려고 하려는 그때 구서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구서준은 몸을 일으키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곧이어, 그는 전화로 뭐라 대화를 하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렇게 이때를 틈타 구서준에게 알랑방귀를 뀌려던 사람들도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세라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세라는 이 회사에서 5년이란 시간 동안 일을 했다. 22살 대학을 졸업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이 회사에 몸을 담갔다.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이 건축회사가 재벌 2세들이 같이 꾸린 회사라는
엄선희를 보자 신세희의 마음이 순간 따뜻해졌다.신세희는 친구가 없었다.옛날에 친했던 대학 친구들은 그녀가 감옥에 들어간 후에 연락이 끊겨버렸고, 그러다 감옥에서 하씨 아주머니를 만났지만, 아주머니는 그만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나중에는 서시언이 목숨을 걸어가며 그녀를 보호해주었다. 하지만 서시언도 부소경이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보내버렸다.이렇게 많은 일들은 겪게 되자, 신세희는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엄선희의 환하고 찬란한 웃음과 자신을 존경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신세희는 디자인 팀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그녀는 엄선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구대표랑 사귀게 되면, 결혼도 할 수 있는 거예요?”“네?” 엄서희가 대답했다.“구대표, 결혼을 전제로 여자친구를 사귀는 거예요?”“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엄선희가 대답했다. “다 알고 있을걸요? 구대표님은 그냥 놀고 싶은 것뿐이에요.”“그럼 내가 왜 그 사람의 말을 들어줘야 하죠?”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그러게!이 문제는 많은 여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 같았다. 다들 구서준이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구서준과 엮이길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신세희는 남달랐다!그녀는 신이다.엄선희는 디자인 팀으로 들어가는 신세희의 모습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고 난 후에야 엄선희는 발걸음을 돌렸다.밥을 다 먹고 디자인 팀으로 들어가자, 신세희는 디자인 팀의 많은 동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느꼈다. 동료 중에는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오전 내내, 그녀는 세라의 자료정리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고개 들어 자신의 동료들을 쳐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신세희는 지금에서야 여자 동료들이 하나같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엄청난 눈 호강이었다. 남자 동료들도 하나같이 힙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신세희만 그들과 달랐다.후진 도시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신세희의 옷차림은 무척이나 보수적이었
신세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팔짱을 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세라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세라씨.” 신세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당신 첩이에요?” 세라는 날카로운 말투로 신세희에게 물었다. 마치 신세희가 본인의 남자라도 뺏은 듯 살기가 등등했다.말을 끝낸 후, 세라는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신세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한번 보고 싶었다.사무실에 있는 직원들도 일제히 신세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이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틀림없이 화를 냈을 것이다.그리 뻔뻔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울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신세희의 표정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죄송한데, 제가 누구의 첩이라는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제가 세라씨 남편의 첩이냐고 물어보시는 거라면, 죄송해요. 저는 당신 남편이 누군지 몰라요. 설령 제가 진짜 당신 남편의 세컨드라고 해도 먼저 집에 가서 쓰레기 남편 관리부터 제대로 하셨으면 좋겠네요!”“…”세라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촌년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저 아직 결혼도 안 했거든요!”“아직 결혼도 안 하셨다니, 그럼 제가 당신 남편을 꼬실 일은 더더욱 없겠네요! 당신 지금 모함하고 있는 거예요!” 신세희는 세라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에 돌아갔다.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 그녀가 세라를 두려워할까?고작 직장일 뿐이잖아!신세희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봤었다. 운성으로 돌아왔으니 재수가 없는 게 당연했다.12살 때 임씨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그 집안사람들에게 구걸하는 거지 취급을 당했었다. 나중에 출소하고 나서는 재벌 집 사람들에게 개처럼 맞고 살았고.도망치며 살던 6년의 세월 동안, 비록 살인 위협을 자주 받긴 했지만 그녀의 일자리와 생활은 무척이나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다시 운성으로 돌아왔고, 일자리를 찾게 되자마자 우연히 민정연의
신세희는 아무 말없이 세라가 던져준 자료만 주울 뿐이었다. 그녀는 그 자료들을 열심히 정리하기 시작했다.아무도 트집을 잡지 않는다면 그녀는 이곳에서 계속 일할 생각이 있었다.이 회사에 첫 출근을 하는 오늘, 그녀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이곳에 왔다. 신세희는 세라가 자신을 난처하게 할 줄 알았다. 세라가 자기보고 저녁에 야근까지 하면서 남은 자료를 다 정리하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5시 반이 되자마자 세라는 그녀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우리 회사는 야근 같은 거 안 해요. 자료는 내일 정리해도 되니까 일찍 퇴근해요. 자꾸 밤새면 얼굴도 푸석푸석해지고 못생겨지거든요? 그때 되면 남의 첩이 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니까 어서 퇴근해요!”세라의 말이 듣기 싫었지만 신세희는 그녀의 말에 트집을 잡지 않았다.그녀는 회사에 있는 다른 직원들처럼 가방을 들고 디자인 팀을 나왔다. 프런트에 도착하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엄선희가 눈에 들어왔다.“세희씨.” 엄선희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퇴근한 거예요?”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하루 어땠어요?” 엄선희가 물었다.“괜찮은 것 같아요.” 신세희가 대답했다.두 사람은 카드를 찍은 후 같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엄선희는 엘리베이터를 나온 후에야 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오늘 우리 층 직원들 내내 민정아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었거든요. 세희씨도 알고 있죠? 민정아 그렇게 회사 나가고 난 후로 다시 안 나타난 거.”“민정아, 회사에서 내내 우쭐거리며 제멋대로 날뛰었거든요. 이렇게 망신당한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기쁜 건 기쁜 거고, 만약에 민정아가 계속 여기서 일하게 된다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고마워요.”“아, 근데 민정아 형부랑은 진짜 모르는 사이에요?... 조의찬이던가?” 엄선희는 또다시 가십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선희씨 사촌 오빠는 어떻게 말하던데요?” 이렇게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엄선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별로 할 말 없어요.”“…”앞에서 차를 몰던 엄선우도 그만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사모님 정말 멋있다.이 도시에서 감히 도련님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모님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사모님 말고는 없을 거고.한참 후, 부소경은 눈썹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내가 네 회사에서 일 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 네가 알려줘야지.”그는 어쩌다 참을성 있게 이 고집스러운 여자가 자신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근데, 이 여자 대단하긴 했다.식당에 그렇게 갇혔는데도 태산처럼 앉아서 조용히 밥을 먹다니.유리의 친엄마다웠다. 이 순간, 부소경은 갑자기 무언가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유리가 교활하고 잔머리가 많은 건, 아빠인 나의 성격을 닮은 것뿐만 아니라 엄마인 신세희의 성격도 닮아서였다.신세희는 엄선우를 쳐다보더니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당신, 이미 나 지켜보라고 회사에 사람 심어놓았잖아요. 엄비서님 사촌 동생 말이에요. 그럼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 텐데, 대체 왜 물어보는 거예요?”“억울해요, 사모님!” 신세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앞에서 차를 몰던 엄비서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냥 사촌 동생한테 사모님 좀 챙겨주라고 부탁한 것뿐이에요. 제 동생이 사모님에 대해서 물어보긴 했어요. 사모님이 누구 여자친구인지 하는 문제 말이에요. 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건 저한테 말한 적 없어요.”엄선우는 너무 억울했다.구서준의 일은 구서준이 본인 입으로 직접 서울에 있는 작은 숙부 구경민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구경민이 그 얘기를 또 부소경에게 알려주었다. 이게 일개 비서인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그의 말에 신세희는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괜찮습니다, 사모님!”신세희는 다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전 구서준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저한테 굳이 굳이 밥을 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마치 조의찬이 나에게 다가왔던 것처럼.
신세희는 차에서 내리더니, 혼자 유리를 데리러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는 자신과 비슷한 키를 가진 여자아이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수진아, 잘 가.”수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는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유치원 안으로 들어오는 신세희의 모습을 보자 유리는 그녀를 향해 총알처럼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유리는 그녀를 향해 달려오면서 수진이에게 말했다. “수진아, 이것 봐. 우리 엄마가 나 데리러 왔어.”유리는 성큼성큼 뛰면서 신세희의 앞으로 달려왔고 그들은 수진이와 수진이 엄마랑 나란히 서게 되었다.신세희는 예의 바르게 수진이와 수진이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수진이도 고개를 들어 신세희를 쳐다보더니 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저는 유리 친구예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진이는 엄마에 의해 억지로 끌려가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를 밖으로 끌고 가면서 자신의 딸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저런 애랑 친구 하지 마. 보아하니 어디 후진 시골 동네에서 온 것 같은데… 옷도 촌스럽게 저게 뭐야! 못 생겨 죽겠네!”“…”“…”한참 뒤, 신세희는 유리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야, 이제 집으로 가자. 우리 보물.”유리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엄마 사실 엄청 예쁘거든? 우리 유치원 애들중 그 어떤 엄마보다도 더 예뻐. 엄마, 우리한테 예쁜 옷 살 돈이 없는 거야?”“…”유리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하지?유리는 항상 엄마의 힘든 점을 알아주었다. 유리는 달콤한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말했다. “엄마, 나한테 엄마를 수진이 엄마보다 더 예쁘게 만들어줄 방법이 있는데.”신세희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엄마한테만 말해봐. 그 방법이 뭔데?”“비밀!” 아이는 무척이나 신비롭게 말했다.신세희는 유감스럽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정말 뭘 어쩔 수가 없는 아이다. 그녀는 딸을 데리고 부소경의 차 옆으로 다가갔고 엄선우는 이미 차 문을 열고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는
사실 신세희가 아침에 집을 나섰을 때 부소경은 이미 그녀의 옷차림이 조금 촌스럽다는 걸 알아차렸다. 점심, 회의를 끝낸 그는 패션팀에게 전화를 걸어 차 두 대 분량의 옷을 구입했다. 따라온 직원만 해도 4명이 넘었다.한번 또 한 번 옮겨지는 옷들을 보자 신세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오히려 유리가 흥분해서는 참새처럼 짹짹대고 있었다. 유리는 엄마의 예쁜 옷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옛날에 곡현에 있었을 때는 이렇게 예쁜 옷 하나도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 엄마에게는 예쁜 옷이 이렇게나 많다. 앞으로 누가 감히 우리 엄마한테 촌스럽다고 말하는지 한번 두고 보자고!옷 배달해주는 직원들은 모두 떠났다. 신세희는 가득 찬 드레스룸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기쁨인가?지금 부소경이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는 곡현에서 금방 돌아왔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아마 유리 때문이겠지.엄마가 자식 덕을 보는 거니까!이론적으로 지금 신세희는 기쁨과 가족의 따뜻함을 느껴야 했다.지금 그녀와 유리는 부소경의 보살핌을 이렇게 받고 있었다. 하지만 시언이는?시언이는 어디에 있는 거지?밥을 먹은 후, 신세희는 평소처럼 놀이방 밖에서 부소경과 유리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부소경이 집에 꼬박꼬박 들어왔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신세희는 자신과 유리가 집으로 들어오고 난 후부터 부소경이 밤에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했다.부소경은 매일 밤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고, 밥을 먹은 후에는 유리와 놀아주었다. 처음에 유리는 부소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유리는 부소경이랑 함께하는 놀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신세희는 알 수 있었다. 유리가 부소경을 점점 더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남자는 밖에서 무척이나 차갑고 모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딸 앞에서는 그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곤 했다. 유리 앞에만 서면 남자는 무척이나 인내심이 많아졌다.밖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신세희도 조
한편으론 은근히 고소하기도 했다. 이런 걸 두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는 거겠지."좋아." 놀이방 쪽에서 부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만들어 줄 거야?"신유리가 신나서 물었다."아니."부소경이 단호하게 말했다."......""계속 못된 아빠라고 불러. 난 도와주지 않을 거야."부소경의 말투는 온화했지만 반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함이 배어 있었다.화가 잔뜩 난 신유리가 입을 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안 할 거야, 놀고 싶지 않아. 됐지? 흥."네다섯 살 난 아이는 한 가지 일에만 줄곧 집중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아직 한참 어린 탓에 예전에도 이렇게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럴 때마다 서시언은 항상 아이를 감싸주었다. 아이가 서시언에게 애교를 부리며 도와달라고 하면 서시언은 늘 이렇게 달랬다. "그래그래, 우리 유리가 어려워하는 건 당연히 삼촌이 도와줘야지. 공주님이 힘들다는데 어쩌겠어. 내가 다 해줄게요~"서시언은 아이에게 지나칠 정도로 사랑을 듬뿍 주었으며 한 번도 엄격하게 군 적 없었다. 그래서 아이는 삼촌에게 부리던 애교가 부소경에게도 먹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밖에 부소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안 돼. 오늘 꼭 완성해야 해, 끝나면 그때 자는 거야.""...싫어!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야.""그건 무효야.""나쁜 악당!""그렇게 불러. 하지만 이건 꼭 조립을 끝내야 해."부소경은 정색하며 조금도 아이를 봐주지 않았다.신세희는 어쩐지 조금 감동했다. 이게 바로 관대함과 엄격함을 겸비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그는 딸아이를 사랑하지만 절대 오냐오냐하진 않았다. 잘 먹히던 애교가 못된 아빠에게 통하지 않자 아이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너무 어렵단 말이야. 모르겠어.""어렵지만 내가 조금씩 힌트를 줄게. 하지만 오늘 내로 네가 직접 조립해야 해. 아니면 못 잘 줄 알아!"그는 신유리가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