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별로 할 말 없어요.”“…”앞에서 차를 몰던 엄선우도 그만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사모님 정말 멋있다.이 도시에서 감히 도련님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모님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사모님 말고는 없을 거고.한참 후, 부소경은 눈썹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내가 네 회사에서 일 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 네가 알려줘야지.”그는 어쩌다 참을성 있게 이 고집스러운 여자가 자신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근데, 이 여자 대단하긴 했다.식당에 그렇게 갇혔는데도 태산처럼 앉아서 조용히 밥을 먹다니.유리의 친엄마다웠다. 이 순간, 부소경은 갑자기 무언가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유리가 교활하고 잔머리가 많은 건, 아빠인 나의 성격을 닮은 것뿐만 아니라 엄마인 신세희의 성격도 닮아서였다.신세희는 엄선우를 쳐다보더니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당신, 이미 나 지켜보라고 회사에 사람 심어놓았잖아요. 엄비서님 사촌 동생 말이에요. 그럼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 텐데, 대체 왜 물어보는 거예요?”“억울해요, 사모님!” 신세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앞에서 차를 몰던 엄비서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냥 사촌 동생한테 사모님 좀 챙겨주라고 부탁한 것뿐이에요. 제 동생이 사모님에 대해서 물어보긴 했어요. 사모님이 누구 여자친구인지 하는 문제 말이에요. 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건 저한테 말한 적 없어요.”엄선우는 너무 억울했다.구서준의 일은 구서준이 본인 입으로 직접 서울에 있는 작은 숙부 구경민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구경민이 그 얘기를 또 부소경에게 알려주었다. 이게 일개 비서인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그의 말에 신세희는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괜찮습니다, 사모님!”신세희는 다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전 구서준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저한테 굳이 굳이 밥을 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마치 조의찬이 나에게 다가왔던 것처럼.
신세희는 차에서 내리더니, 혼자 유리를 데리러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는 자신과 비슷한 키를 가진 여자아이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수진아, 잘 가.”수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는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유치원 안으로 들어오는 신세희의 모습을 보자 유리는 그녀를 향해 총알처럼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유리는 그녀를 향해 달려오면서 수진이에게 말했다. “수진아, 이것 봐. 우리 엄마가 나 데리러 왔어.”유리는 성큼성큼 뛰면서 신세희의 앞으로 달려왔고 그들은 수진이와 수진이 엄마랑 나란히 서게 되었다.신세희는 예의 바르게 수진이와 수진이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수진이도 고개를 들어 신세희를 쳐다보더니 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저는 유리 친구예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진이는 엄마에 의해 억지로 끌려가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를 밖으로 끌고 가면서 자신의 딸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저런 애랑 친구 하지 마. 보아하니 어디 후진 시골 동네에서 온 것 같은데… 옷도 촌스럽게 저게 뭐야! 못 생겨 죽겠네!”“…”“…”한참 뒤, 신세희는 유리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야, 이제 집으로 가자. 우리 보물.”유리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엄마 사실 엄청 예쁘거든? 우리 유치원 애들중 그 어떤 엄마보다도 더 예뻐. 엄마, 우리한테 예쁜 옷 살 돈이 없는 거야?”“…”유리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하지?유리는 항상 엄마의 힘든 점을 알아주었다. 유리는 달콤한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말했다. “엄마, 나한테 엄마를 수진이 엄마보다 더 예쁘게 만들어줄 방법이 있는데.”신세희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엄마한테만 말해봐. 그 방법이 뭔데?”“비밀!” 아이는 무척이나 신비롭게 말했다.신세희는 유감스럽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정말 뭘 어쩔 수가 없는 아이다. 그녀는 딸을 데리고 부소경의 차 옆으로 다가갔고 엄선우는 이미 차 문을 열고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는
사실 신세희가 아침에 집을 나섰을 때 부소경은 이미 그녀의 옷차림이 조금 촌스럽다는 걸 알아차렸다. 점심, 회의를 끝낸 그는 패션팀에게 전화를 걸어 차 두 대 분량의 옷을 구입했다. 따라온 직원만 해도 4명이 넘었다.한번 또 한 번 옮겨지는 옷들을 보자 신세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오히려 유리가 흥분해서는 참새처럼 짹짹대고 있었다. 유리는 엄마의 예쁜 옷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옛날에 곡현에 있었을 때는 이렇게 예쁜 옷 하나도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 엄마에게는 예쁜 옷이 이렇게나 많다. 앞으로 누가 감히 우리 엄마한테 촌스럽다고 말하는지 한번 두고 보자고!옷 배달해주는 직원들은 모두 떠났다. 신세희는 가득 찬 드레스룸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기쁨인가?지금 부소경이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는 곡현에서 금방 돌아왔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아마 유리 때문이겠지.엄마가 자식 덕을 보는 거니까!이론적으로 지금 신세희는 기쁨과 가족의 따뜻함을 느껴야 했다.지금 그녀와 유리는 부소경의 보살핌을 이렇게 받고 있었다. 하지만 시언이는?시언이는 어디에 있는 거지?밥을 먹은 후, 신세희는 평소처럼 놀이방 밖에서 부소경과 유리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전에 부소경이 집에 꼬박꼬박 들어왔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신세희는 자신과 유리가 집으로 들어오고 난 후부터 부소경이 밤에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했다.부소경은 매일 밤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고, 밥을 먹은 후에는 유리와 놀아주었다. 처음에 유리는 부소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유리는 부소경이랑 함께하는 놀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신세희는 알 수 있었다. 유리가 부소경을 점점 더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남자는 밖에서 무척이나 차갑고 모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딸 앞에서는 그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곤 했다. 유리 앞에만 서면 남자는 무척이나 인내심이 많아졌다.밖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신세희도 조
한편으론 은근히 고소하기도 했다. 이런 걸 두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는 거겠지."좋아." 놀이방 쪽에서 부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만들어 줄 거야?"신유리가 신나서 물었다."아니."부소경이 단호하게 말했다."......""계속 못된 아빠라고 불러. 난 도와주지 않을 거야."부소경의 말투는 온화했지만 반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함이 배어 있었다.화가 잔뜩 난 신유리가 입을 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안 할 거야, 놀고 싶지 않아. 됐지? 흥."네다섯 살 난 아이는 한 가지 일에만 줄곧 집중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아직 한참 어린 탓에 예전에도 이렇게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럴 때마다 서시언은 항상 아이를 감싸주었다. 아이가 서시언에게 애교를 부리며 도와달라고 하면 서시언은 늘 이렇게 달랬다. "그래그래, 우리 유리가 어려워하는 건 당연히 삼촌이 도와줘야지. 공주님이 힘들다는데 어쩌겠어. 내가 다 해줄게요~"서시언은 아이에게 지나칠 정도로 사랑을 듬뿍 주었으며 한 번도 엄격하게 군 적 없었다. 그래서 아이는 삼촌에게 부리던 애교가 부소경에게도 먹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밖에 부소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안 돼. 오늘 꼭 완성해야 해, 끝나면 그때 자는 거야.""...싫어!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야.""그건 무효야.""나쁜 악당!""그렇게 불러. 하지만 이건 꼭 조립을 끝내야 해."부소경은 정색하며 조금도 아이를 봐주지 않았다.신세희는 어쩐지 조금 감동했다. 이게 바로 관대함과 엄격함을 겸비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그는 딸아이를 사랑하지만 절대 오냐오냐하진 않았다. 잘 먹히던 애교가 못된 아빠에게 통하지 않자 아이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너무 어렵단 말이야. 모르겠어.""어렵지만 내가 조금씩 힌트를 줄게. 하지만 오늘 내로 네가 직접 조립해야 해. 아니면 못 잘 줄 알아!"그는 신유리가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말투로 말했다.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
신세희도 어느새 아이가 장난감 조립에 빠져 스스로 완성해나가는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니 그녀도 덩달아 격려되는 것만 같았다.신유리는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인생 첫 로봇을 조립해냈다. 잔뜩 신난 아이는 두 번째 로봇도 조립하려 들었다.옆에 있던 부소경이 짐짓 미간을 찌푸리며 주의를 주었다."방금 거보다 더 어려울 텐데." 부소경조차도 아이가 성공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아직 어리니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좋았다.그러나 신유리는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다. 아이가 똑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흥! 날 우습게 보지마, 이 못된 아빠야. 이것도 잘 할 수 있다고. 우리 내기해!""안 될걸?"부소경이 피식 코웃음 쳤다.서른이 넘은, 평생을 냉혹하게 살아온 남자가 자기 딸과 아이처럼 장난쳤다.그조차 지금 자기가 얼마나 무해한지 알지 못했다.지켜보고 있던 신세희도 과연 딸아이가 훨씬 더 어려운 로봇을 잘 조립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딸아이를 응원하느라 꼭 쥔 손에 땀이 맺혔다.만약 30분 전의 신유리였다면 난도가 상승한 로봇을 금방 포기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부소경이 잠재력을 깨워주니 아이는 낑낑거리며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더구나 힌트도 거절했다.그러다 네 번째 시도만에 드디어 스스로 해내고 말았다. 하나를 보고 열을 깨우친 아이는 로봇이 변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리저리 조립하며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세상에!마치 위대한 걸 발견하기라도 한 듯 신유리는 흥분해서 팔짝팔짝 뛰었다.잔뜩 신이 난 아이가 부소경을 불러댔다."못된 아빠, 아빠가 졌어, 졌다고! 내가 이겼어!" 한바탕 춤을 추고 난 뒤 신유리는 부소경의 품을 파고들었다. 말랑한 손이 스위치를 돌리듯 부소경의 코를 비틀었다. "못된 아빠가 졌어!"아이는 아버지의 코를 비틀며 잔뜩 거드름을 피웠다.밖에 있던 신세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말렸다."신유리..."
부소경은 부씨 집안을 정복하고 이 도시를 정복하여 이 땅 위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는 딸바보였다. 사람이란 참 신기했다.유리가 이렇게 즐거워했던 적이 드물었기에 신세희는 차마 두 사람을 방해할 수 없었다. 9시 30분이 될 무렵, 졸음을 버티지 못한 유리가 꾸벅거리자 신세희는 아이를 씻긴 뒤 귀여운 피카츄 잠옷을 입혀 공주 침대에 눕혔다. 그런데 신유리가 중얼거렸다."엄마, 나 아빠…, 아니 악당이 이야기 들려줬으면 좋겠어.""……" 그녀가 말리기도 전에 부소경이 다가왔다.부소경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신세희가 들려주었던 잔잔한 이야기와는 달랐다.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강직함과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는데 주인공이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였다. 생생한 이야기에 아이도 잔뜩 몰입했다.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갔고 그제야 부소경은 자장가를 속삭이듯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아이를 재웠다.부소경이 정성을 다해 아이를 보살피는 것을 본 신세희는 마음이 평온해졌다.그녀는 일단 샤워하기로 했다.그녀도 이젠 어엿한 직장인이었기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세면실에 도착한 그녀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하루 새 텅 비었던 세면실에 스킨케어 제품, 마스크팩, 색조화장품들이 잔뜩 비치되어 있었다. 그녀도 들어본 적 있는 성분이 순한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었다. 굳이 광고를 많이 하지 않아도 화장품 자체의 품질만으로 사랑을 받으며 여태 이어져 온 브랜드였다. 예전에 그 작은 도시에서 지낼 때 강정운이 그녀에게 격려차 이런 화장품 세트를 준 적 있었다. 간단한 3종 세트일 뿐인데도 이백만 원을 웃돌았다.그때 신세희 덕분에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성했다며 상으로 준 것이었는데 처음엔 그저 괜찮은 브랜드인 줄만 알았다. 그녀는 유명 쇼핑몰에 가서 저렴한 화장품으로 교환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이백만 원짜리 화장품인 걸 알게 되었고 사용하기 아까웠던 그녀는 돈으로 환불했다.현재 세면실에 갖춰진 건 그 3종 세트
다음 날.신세희는 커튼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부소경은 이미 옆자리에 없었다. 그는 시간을 잘 준수하는 사람이었다.반면 신세희는 몸이 피곤하면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늑장을 부리는 타입이었다.어젯밤은 특히 배로 피곤했다.아직도 다리가 휘청거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던 그녀는 내딛는 첫걸음 만에 벽을 짚어야 했다.세면실에서 나온 부소경이 그녀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갔다."왜 그래?"신세희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울컥한 그녀가 불만을 터뜨렸다."왜 그러냐고?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이 뭘 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요?""...…"한바탕 짜증을 내던 신세희는 흠칫했다. 서먹하고 심지어는 원수지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방금 내뱉은 말은 마치 신혼부부 사이에 앙탈을 부리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신세희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그녀는 부소경을 무시한 채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갔다.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다.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에 가니 부소경과 신유리 부녀가 문밖까지 쫓아왔다."엄마, 예쁘게 입어야 해."신유리가 애늙은이 같은 어조로 말했다. 신세희가 딸을 바라보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엄마가 예쁘게 입어야 내가 유치원에서 체면이 서지."신세희는 어제저녁 평범한 옷을 입고 딸을 데리러 갔을 때 학부모가 자기를 비웃어 덩달아 유리의 자존심까지 구겨졌던 일이 떠올랐다.신세희는 고민하며 드레스룸을 서성거렸다.옷이 너무 많아서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결국 그녀는 아이보리 바탕의 잔잔한 도트 무늬 블라우스를 골랐다.슬림핏의 블라우스는 카라 앞부분에 리본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가슴 부위에 자잘한 주름이 잡혀 있어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신세희는 그 위에 검은색 세미 정장 재킷을 걸쳤고 하의로는 짙은 색상의 슬랙스를 매칭했는데 다리가 훨씬 더 길어 보였다.힐까지 신으니 다섯 살 난 신유리는 연신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소경도 딸아이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
"......"신세희는 부소경의 안목에 큰 문제가 생긴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고분고분 옷을 갈아입었다. 회사에서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아이가 반대하며 소리쳤다."안 예뻐!""네 의견은 무효야." 부소경이 무심하게 딸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엄마가 이 옷을 입는 데 우리 두 사람 모두 동의했으니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지. 그러니 네가 반대해도 소용없어.""...…"신유리는 입술을 잔뜩 내밀고 불만을 가득 담아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오늘 저녁도 로봇을 만들어서 못된 아빠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흥."신세희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나 부소경이 그녀를 흘끔 쳐다보자 바로 정색했다.세 가족은 엄선우가 도착할 때까지 서로 말을 섞지 않았다. 그들을 차에 태운 엄선우가 눈치를 살폈다. 비록 조용했지만 차안은 훈훈한 분위기가 가득했다.엄선우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려 했다."세 분...""아저씨, 어제 내가 아빠를 이겼어!"잔뜩 신난 신유리가 엄선우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어... 그랬구나. 아저씨한테 어떻게 아빠를 이겼는지 알려줄 수 있어?""나 혼자 로봇을 만들었거든. 못된 아빠보다 훨씬 빠르고 모양도 다양하게. 그래서 못된 아빠를 이겼어!"아이는 어젯밤에 흥분해서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부소경이 아이를 재워줬지만 그가 조용히 방을 나가자마자 다시 깨어났다. 이대로 계속 못된 아빠랑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더 이상 '못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당장 호칭을 바로 할 수도 없었다. 엄마와 삼촌을 위해서라도 아이는 아빠에게 이렇게나 빨리 호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엄선우가 아이에게 맞장구를 쳐주었다."세상에나, 공주님, 아빠는 보통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분이 아닌데... 이 세상에서 아빠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두 사람뿐일 거야. 공주님이랑 공주님 엄마! 아빠를 물리친 다음엔 어떤 벌을 줬어?"엄선우가 농담을 던졌다. 그는 절대 그럴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