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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부소경은 아침 댓바람부터 유리를 회사로 데리고 가고, 회사에 있는 모든 임원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켜주고, 유리의 신분에 기반을 잡아주었다. 아침부터 엄선우에게 미슐랭 레스토랑에 키즈용 스테이크를 주문하라고 시키고, 제일 좋은 디자이너에게 유리의 옷을 주문하고… 이런 고생의 결과는 유리의 담백한 말 한마디뿐이었다. “못된 아빠?”

“응.” 부소경은 서러운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못된 아빠도 아빠는 아빠니까.

악당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나았다.

“엄마는 잠들었어?” 부소경이 유리에게 물었다.

그의 말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혼자 자. 너도 이제 다 컸잖아. 이제부터 독립할 줄 알아야 해. 혼자 잠에 드는 것도 연습해봐야지!” 아빠의 교육방식과 엄마의 교육방식이 다르긴 했다.

부소경이 진지한 얼굴로 명령하자 유리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응…”

부소경은 허리를 숙이더니 신세희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유리가 바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못된… 아빠, 엄마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거야?”

“너만 자고 너네 엄마는 자지 말라는 거야?” 부소경은 미니 버전의 자신을 퉁명스럽게 쳐다보았다.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

“내가 너네 엄마를 안 괴롭혔다면 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을까?” 부소경은 유리의 말에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

“…”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유리는 부소경에게 그 말뜻을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못된 아빠의 목에 둘러진 엄마의 손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 보내다가 그냥 당신 품속에서 죽을게요. 네?”

신세희는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꿈속에서도 그녀는 부소경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부소경이 그녀를 머나먼 심연으로 밀어버린 게 아니었다.

그가 그녀의 영혼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더 꼭 끌어안을 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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