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아침 댓바람부터 유리를 회사로 데리고 가고, 회사에 있는 모든 임원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켜주고, 유리의 신분에 기반을 잡아주었다. 아침부터 엄선우에게 미슐랭 레스토랑에 키즈용 스테이크를 주문하라고 시키고, 제일 좋은 디자이너에게 유리의 옷을 주문하고… 이런 고생의 결과는 유리의 담백한 말 한마디뿐이었다. “못된 아빠?”“응.” 부소경은 서러운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못된 아빠도 아빠는 아빠니까.악당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나았다.“엄마는 잠들었어?” 부소경이 유리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혼자 자. 너도 이제 다 컸잖아. 이제부터 독립할 줄 알아야 해. 혼자 잠에 드는 것도 연습해봐야지!” 아빠의 교육방식과 엄마의 교육방식이 다르긴 했다.부소경이 진지한 얼굴로 명령하자 유리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응…”부소경은 허리를 숙이더니 신세희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유리가 바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못된… 아빠, 엄마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거야?”“너만 자고 너네 엄마는 자지 말라는 거야?” 부소경은 미니 버전의 자신을 퉁명스럽게 쳐다보았다.“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내가 너네 엄마를 안 괴롭혔다면 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을까?” 부소경은 유리의 말에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유리는 부소경에게 그 말뜻을 물어보려고 했다.하지만 못된 아빠의 목에 둘러진 엄마의 손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 보내다가 그냥 당신 품속에서 죽을게요. 네?”신세희는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꿈속에서도 그녀는 부소경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부소경이 그녀를 머나먼 심연으로 밀어버린 게 아니었다.그가 그녀의 영혼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남자는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더 꼭 끌어안을 뿐이었
신세희는 그제야 남자의 몸이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마치 숨이 멎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그의 체온은 무척이나 뜨거웠다.부소경의 몸에 열이 나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세희는 긴장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당신… 왜 그래요?”“움직이지 마!”“어디 아픈 거 아니죠? 병원에라도 갈까요? 나… 나 혼자서 당신을 챙기는 건 무리예요.”“…”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이불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꼿꼿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신세희의 몸을 넘어 침대를 내려갔다.신세희 그 장면을 당혹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남자의 몸에는 아무것도 걸쳐져 않았고 그는 그런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침대를 벗어났다. 그는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신기 시작했다.오히려 신세희가 그런 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이미 다 봤던 거잖아!" 남자는 그런 그녀를 조롱하기 시작했다.그는 화장실로 걸어갔고, 곧이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깜짝 놀란 그녀는 몸을 움츠린 채로 이불 안에 숨어 있었다. 혹여 누가 자신을 덮칠까 봐 무서웠던 그녀는 감히 잠도 자지 못했다. 그녀는 그렇게 긴장감에 시간을 보냈고, 남자는 2시간 내내 화장실에서 나오지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감히 잠에 들 수가 없었던 그녀는 내내 부소경을 기다렸다. 그렇게 또 30분이 지났고, 그는 그제야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밖을 나온 그의 몸에는 한기가 맴돌고 있었다. 신세희는 이불 안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음에도 방안에 맴도는 한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남자는 그녀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바로 이불을 들추더니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는 신세희를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아…" 밀려오는 차가움에 신세희는 눈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추워요…" 여자는 얼굴을 구기며 말을 이어 나갔다. "당… 당신 몸이 너무 차가워요."남자는 기분이 나쁜지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부소경도 추위를
아침밥은 담백한 음식 위주로 준비가 되었지만 모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들이었다.신세희는 자신의 위가 어제보다 조금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리도 준비된 아침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엄마, 악당 집 아침이 우리 집 아침보다 맛있는 것 같아." 엄마 앞이라 그런지 유리는 다시 부소경의 호칭을 다시 악당으로 바꾸었다.부소경은 이미 이 상황에 적응을 했다.유리가 자신을 악당이라고 불렀음에도 부소경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밥만 먹을 뿐이었다.그는 밥 먹을 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밥을 먹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야, 잘 먹었어?”유리는 깜짝 놀랐는지 경직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 먹었어.”“너는 다 먹었어?” 부소경은 신세희를 쳐다보며 말했다.“다 먹었어요.”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 말고… 유리도 같이 데리고 나가려고요?”남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서류 가방을 손에 들었다.신세희는 감히 더 묻지 못했다. 그는 유리의 손을 잡더니 남자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엄선우는 이미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는 부소경의 모습에 그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말씀하신 데로 몇 군데 찾아봤습니다. 근데 공주님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네요.”“뭐가!”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유리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일단 회사로 가서 회의부터 하자. 아침에 긴급회의가 있어.” 부소경은 오늘 아침이 돼서야 부태성의 병원 입원에 관련된 메일을 받게 되었다. 회사에 몇몇 오래된 임원들은 모두 할아버지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할아버지가 퇴직하고 아버지가 자리를 지키는 동안 이 사람들은 여전히 회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들은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회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퇴사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권력
”그래!” 부소경이 차갑게 대답했다. “비록 유리가 내 인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내 곁에 둘 수는 없잖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너 대신 애나 보라 이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그래서 유치원에 데려다주겠다는 거야. 돈은 네가 나한테 갚아야 할 빚에 추가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빚을 다 갚는 순간 너랑 네 딸은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 부소경의 말투에는 조금의 온도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뒤에 서 있는 엄선우는 몇 번이나 새어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부소경이 얼마나 열심히 신세희를 찾아다녔는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엄선우만이 그의 노고를 알고 있었다. 장장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조금도 쉬지 않고 열심히 신세희를 찾아다녔다. 그는 조금의 실마리도 놓치지 않았다.그는 신세희를 위해 임서아와 파혼까지 했다.그는 신세희 때문에 여색을 멀리하는 삶을 살았다.그는 그렇게 6년의 시간 동안 신세희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이렇게 갑자기 신세희를 찾게 되었고, 게다가 그런 그녀를 곁에 두게 되었다. 하지만 부소경은 신세희를 손보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차갑게 행동할 뿐이었다. 엄선우는 부소경이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소경이 차에 타는 모습을 보며 엄선우는 진지한 얼굴로 밖에 있는 신세희에게 말을 걸었다. “사모님, 공주님 데리고 도망 가시면 안돼요. 그러시면 아마 도련님이…”엄선우는 장난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곧이어 신세희의 진지한 대답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저 이제 도망 안 가요. 이제 남은 인생을 부소경의 손에 맡길 생각이거든요. 유리, 유치원에 보내주는 거에 이미 엄청 고마워하고 있어요. 제가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지 이제 잘 알거든요. 엄비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당신, 당신이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데요?어디 한번 말해봐요! 당신이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지!당신은 사모님이에요!F 그룹의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고요!
신유리는 하나를 듣고 열을 깨우치는 똑똑한 아이였다.아이는 유치원에서 누가 엄마를 욕하면 그 애에게 달려들어 항복할 때까지 패버리곤 했다.그러나 이번에 자기가 다른 아이와 싸웠더니 엄마는 선생님께 불려 가 혼났을 뿐만 아니라 많은 돈을 배상해야 했다.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신유리가 엄선우를 보며 말했다. "엄선우 아저씨, 앞으로는 날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마. 난 싫어. 그냥 잡종이 좋겠어. 자주 그렇게 불러서 딱히 듣기 싫은 것도 아니고, 이젠 애들도 안 때릴 거야."아이가 순수한 눈망울로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부소경과 엄선우의 낯빛이 점점 서늘해졌다.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던 신세희가 고개를 푹 숙였다.조금 뒤 감정을 추스른 엄선우가 조용히 말했다."공주님, 앞으로 다닐 유치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공주님이라고 부를 거야. 아무도 공주님을 괴롭히지 않을 거고. 알겠지?""어째서?""왜냐하면..." 엄선우가 흘끗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사실 이건 그녀에게 슬쩍 암시하는 말이었다."공주님 엄마 때문이지."신세희가 처연하게 웃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표정이었다."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요." 신세희가 말했다."뭐?" 이해하지 못한 부소경이 반문했고 엄선우도 의문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신세희가 옅게 미소 지었다."아니에요, 유리 유치원이나 알아보죠."엄선우는 오전 내내 부소경과 신세희, 신유리 세 가족을 데리고 미리 후보로 봐두었던 유치원에 방문했다. 모두 집 근처에 있어 데려다주기 편리했다.그러나 막상 유리의 마음에 다는 곳은 없는 듯했다.엄선우가 알아본 곳은 모두 고급 사립 유치원이었다. 그곳에는 비록 놀 수 있는 것들은 많았지만 함께 어울릴만한 아이들은 몇몇 없고 아이마다 전담 교사가 한 명씩 배치되었는데 유리는 이 모든 게 퍽 낯선 눈치였다.아이는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고 서로 장난치는 그런 것들 말이다.더 이상 방법이 없었던 엄선우가 부소경을 보며 울
신세희는 더 이상 발버둥 치는 것도 지친다는 듯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대로 가라앉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요. 적어도 당신은 내 딸에게는 모질지 않으니까. 유리가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요. 이제 다른 생각은 안 할래요. 앞으로 평생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부소경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사실 그녀는 부소경이 어느 남자를 따르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거고 평생 부소경을 벗어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 거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이제 다신 몸부림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너무 지쳤다. 몸도 마음도.아무리 발악해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음이 자명한데 왜 굳이 발버둥 친단 말인가?이렇게 그의 품에 안긴 채, 본능에 충실한 나쁜 여자가 되어 찰나의 행복을 쫓아 차차 자멸하는 삶을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품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따뜻했다. 세찬 심장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는 그의 품에서 이리저리 몸을 꼼지락거렸는데 마치 편안한 자세를 찾는 듯했다.부소경은 가슴 속의 불길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차를 운전하던 엄선우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백미러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얼굴을 찌푸린 엄선우가 몹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부소경과 시선을 마주했다.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이가 썩을 것만 같았다."눈알 뽑아."부소경이 으르렁거렸다."도련님, 무, 무슨 말씀이신지...""당장 네 눈알을 뽑아서 던져버리라고."부소경이 다시 한번 살벌하게 말했다.엄선우는 즉시 백미러에서 눈을 떼고 전방을 주시했다."저, 도련님, 제, 제 눈을 뽑으면 운전을 할 수가 없는데요. 그럼 두 분은 어떡하시려고요? 그럼, 먼저 두 분을 목적지까지 모신 다음 뽑아도 될까요?"그는 전혀 농담이 아니라는 듯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여 애꿎은 신세희의 얼굴만 빨개졌다.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며 이대로 가라앉기를 바라는 초연한 마
이젠 상관없었다.유리가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살아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모두 상관없었다.스스로 납득한 신세희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부소경이 떠난 뒤 그녀는 커다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이리저리 뒹굴며 달콤한 잠에 빠졌다.더는 자고 싶지 않을 때까지 잠을 청한 신세희가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욕조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커다랬고 없는 게 없었는데 웬만한 고급 스파보다 훨씬 세련되었다. 신세희는 넓은 욕조에 홀로 기대도 보고 앉아도 보며 욕조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부드럽고 따뜻한 물을 한껏 즐겼다.이곳은 온천 같기도 했다.다시 노곤해진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이 순간을 만끽했다.그녀는 대표실에 있는 부소경이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부소경도 절대 엿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자기 말대로 잘 쉬고 있는지 살피려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욕조에 삼십 분 동안 누워 있던 신세희가 온몸에 아롱진 물방울을 잔뜩 머금고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맨발로 카펫을 사뿐히 밟으며 침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가운도 입지 않고 타올로 물방울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신기한 장소를 구경하듯 서성이는 것이었다.한참 구경하던 그녀는 이내 그의 옷장을 활짝 열어젖혔다. 제멋대로 품이 넓은 셔츠를 꺼낸 그녀가 자기 몸에 훌쩍 걸쳤다.대표실에서 이걸 지켜보던 부소경은 기가 차 웃음을 터뜨렸다.흰 셔츠와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하긴, 자신의 셔츠를 입은 그녀는 확실히 매력적이긴 했다. 부소경은 품이 넓은 셔츠를 걸친 그녀가 통유리로 된 발코니에 놓여있는 등나무 의자에 기대있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나른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그녀는 여유를 즐기는 얌전한 고양이 같았다.컴퓨터로 이 모든 걸 지켜보던 부소경은 선뜻 카메라를 끄기가 망설여졌다.등나무 의자에 잠시 기댔던 신세희는 이내 다시 침대로 돌아가 셔츠 차림 그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점심이 되자 이씨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사모
부소경의 안색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가 이를 갈며 반문했다."뭐라고?"이 여자는 정말이지 그의 화를 돋우는 재능을 타고난 게 틀림없었다.신세희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구경민 씨는 선비같이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더라고요. 그 사람의 지위도 당신 못지않을 텐데 날 싫어하지 않을까요?"부소경이 신세희의 목을 덥석 움켜쥐었다."본인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마!"그의 손에 잡힌 신세희는 말을 할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그저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이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부소경이 손을 뗀 뒤에도 신세희는 한참 기침하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이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네."부소경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드레스숍 직원이었다."대표님, 말씀하신 사이즈와 스타일로 준비한 상품들입니다. 이분...께서 착용하실 건가요?"직원이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신세희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지 듣지 않아도 훤했다. 부소경을 따라와 이곳에서 피팅하고 있었으니 아마 사람들은 자신을 사교계의 꽃쯤으로 여길 터였다.부소경은 대답 대신 직원에게 명령했다."갈아입혀요.""네, 대표님."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직원이 신세희에게 말했다."고객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신세희가 고분고분 직원을 따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어머, 고객님, 몸매가 너무 좋으시네요. 마르신 분인 줄 알았는데 체형도 적당하시고 볼륨감도 있으시고요."직원이 신세희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미처 예상치 못했던 터라 그녀의 얼굴에 또다시 홍조가 깃들었다.직원이 웃으며 말했다."부끄러워하시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대표님께선 저희 가게를 자주 방문하시는 편이에요. 중요한 파티에 참석할 때면 계약서를 작성한 여배우들을 파트너로 데리고 가시거든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그분들의 드레스 비용을 지불하는 건 아니에요. 모두 계약금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6년 사이에 대표님께서 사전에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