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아침 댓바람부터 유리를 회사로 데리고 가고, 회사에 있는 모든 임원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켜주고, 유리의 신분에 기반을 잡아주었다. 아침부터 엄선우에게 미슐랭 레스토랑에 키즈용 스테이크를 주문하라고 시키고, 제일 좋은 디자이너에게 유리의 옷을 주문하고… 이런 고생의 결과는 유리의 담백한 말 한마디뿐이었다. “못된 아빠?”“응.” 부소경은 서러운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못된 아빠도 아빠는 아빠니까.악당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나았다.“엄마는 잠들었어?” 부소경이 유리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혼자 자. 너도 이제 다 컸잖아. 이제부터 독립할 줄 알아야 해. 혼자 잠에 드는 것도 연습해봐야지!” 아빠의 교육방식과 엄마의 교육방식이 다르긴 했다.부소경이 진지한 얼굴로 명령하자 유리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응…”부소경은 허리를 숙이더니 신세희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유리가 바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못된… 아빠, 엄마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거야?”“너만 자고 너네 엄마는 자지 말라는 거야?” 부소경은 미니 버전의 자신을 퉁명스럽게 쳐다보았다.“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내가 너네 엄마를 안 괴롭혔다면 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을까?” 부소경은 유리의 말에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유리는 부소경에게 그 말뜻을 물어보려고 했다.하지만 못된 아빠의 목에 둘러진 엄마의 손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 보내다가 그냥 당신 품속에서 죽을게요. 네?”신세희는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꿈속에서도 그녀는 부소경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부소경이 그녀를 머나먼 심연으로 밀어버린 게 아니었다.그가 그녀의 영혼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남자는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더 꼭 끌어안을 뿐이었
신세희는 그제야 남자의 몸이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마치 숨이 멎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그의 체온은 무척이나 뜨거웠다.부소경의 몸에 열이 나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세희는 긴장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당신… 왜 그래요?”“움직이지 마!”“어디 아픈 거 아니죠? 병원에라도 갈까요? 나… 나 혼자서 당신을 챙기는 건 무리예요.”“…”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이불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꼿꼿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신세희의 몸을 넘어 침대를 내려갔다.신세희 그 장면을 당혹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남자의 몸에는 아무것도 걸쳐져 않았고 그는 그런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침대를 벗어났다. 그는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신기 시작했다.오히려 신세희가 그런 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이미 다 봤던 거잖아!" 남자는 그런 그녀를 조롱하기 시작했다.그는 화장실로 걸어갔고, 곧이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깜짝 놀란 그녀는 몸을 움츠린 채로 이불 안에 숨어 있었다. 혹여 누가 자신을 덮칠까 봐 무서웠던 그녀는 감히 잠도 자지 못했다. 그녀는 그렇게 긴장감에 시간을 보냈고, 남자는 2시간 내내 화장실에서 나오지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감히 잠에 들 수가 없었던 그녀는 내내 부소경을 기다렸다. 그렇게 또 30분이 지났고, 그는 그제야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밖을 나온 그의 몸에는 한기가 맴돌고 있었다. 신세희는 이불 안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음에도 방안에 맴도는 한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남자는 그녀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바로 이불을 들추더니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는 신세희를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아…" 밀려오는 차가움에 신세희는 눈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추워요…" 여자는 얼굴을 구기며 말을 이어 나갔다. "당… 당신 몸이 너무 차가워요."남자는 기분이 나쁜지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부소경도 추위를
아침밥은 담백한 음식 위주로 준비가 되었지만 모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들이었다.신세희는 자신의 위가 어제보다 조금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리도 준비된 아침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엄마, 악당 집 아침이 우리 집 아침보다 맛있는 것 같아." 엄마 앞이라 그런지 유리는 다시 부소경의 호칭을 다시 악당으로 바꾸었다.부소경은 이미 이 상황에 적응을 했다.유리가 자신을 악당이라고 불렀음에도 부소경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밥만 먹을 뿐이었다.그는 밥 먹을 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밥을 먹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야, 잘 먹었어?”유리는 깜짝 놀랐는지 경직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 먹었어.”“너는 다 먹었어?” 부소경은 신세희를 쳐다보며 말했다.“다 먹었어요.”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 말고… 유리도 같이 데리고 나가려고요?”남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서류 가방을 손에 들었다.신세희는 감히 더 묻지 못했다. 그는 유리의 손을 잡더니 남자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엄선우는 이미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는 부소경의 모습에 그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말씀하신 데로 몇 군데 찾아봤습니다. 근데 공주님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네요.”“뭐가!”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유리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일단 회사로 가서 회의부터 하자. 아침에 긴급회의가 있어.” 부소경은 오늘 아침이 돼서야 부태성의 병원 입원에 관련된 메일을 받게 되었다. 회사에 몇몇 오래된 임원들은 모두 할아버지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할아버지가 퇴직하고 아버지가 자리를 지키는 동안 이 사람들은 여전히 회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들은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회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퇴사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권력
”그래!” 부소경이 차갑게 대답했다. “비록 유리가 내 인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내 곁에 둘 수는 없잖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너 대신 애나 보라 이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그래서 유치원에 데려다주겠다는 거야. 돈은 네가 나한테 갚아야 할 빚에 추가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빚을 다 갚는 순간 너랑 네 딸은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 부소경의 말투에는 조금의 온도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뒤에 서 있는 엄선우는 몇 번이나 새어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부소경이 얼마나 열심히 신세희를 찾아다녔는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엄선우만이 그의 노고를 알고 있었다. 장장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조금도 쉬지 않고 열심히 신세희를 찾아다녔다. 그는 조금의 실마리도 놓치지 않았다.그는 신세희를 위해 임서아와 파혼까지 했다.그는 신세희 때문에 여색을 멀리하는 삶을 살았다.그는 그렇게 6년의 시간 동안 신세희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이렇게 갑자기 신세희를 찾게 되었고, 게다가 그런 그녀를 곁에 두게 되었다. 하지만 부소경은 신세희를 손보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차갑게 행동할 뿐이었다. 엄선우는 부소경이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소경이 차에 타는 모습을 보며 엄선우는 진지한 얼굴로 밖에 있는 신세희에게 말을 걸었다. “사모님, 공주님 데리고 도망 가시면 안돼요. 그러시면 아마 도련님이…”엄선우는 장난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곧이어 신세희의 진지한 대답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저 이제 도망 안 가요. 이제 남은 인생을 부소경의 손에 맡길 생각이거든요. 유리, 유치원에 보내주는 거에 이미 엄청 고마워하고 있어요. 제가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지 이제 잘 알거든요. 엄비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당신, 당신이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데요?어디 한번 말해봐요! 당신이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지!당신은 사모님이에요!F 그룹의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고요!
신유리는 하나를 듣고 열을 깨우치는 똑똑한 아이였다.아이는 유치원에서 누가 엄마를 욕하면 그 애에게 달려들어 항복할 때까지 패버리곤 했다.그러나 이번에 자기가 다른 아이와 싸웠더니 엄마는 선생님께 불려 가 혼났을 뿐만 아니라 많은 돈을 배상해야 했다.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신유리가 엄선우를 보며 말했다. "엄선우 아저씨, 앞으로는 날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마. 난 싫어. 그냥 잡종이 좋겠어. 자주 그렇게 불러서 딱히 듣기 싫은 것도 아니고, 이젠 애들도 안 때릴 거야."아이가 순수한 눈망울로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부소경과 엄선우의 낯빛이 점점 서늘해졌다.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던 신세희가 고개를 푹 숙였다.조금 뒤 감정을 추스른 엄선우가 조용히 말했다."공주님, 앞으로 다닐 유치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공주님이라고 부를 거야. 아무도 공주님을 괴롭히지 않을 거고. 알겠지?""어째서?""왜냐하면..." 엄선우가 흘끗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사실 이건 그녀에게 슬쩍 암시하는 말이었다."공주님 엄마 때문이지."신세희가 처연하게 웃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표정이었다."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요." 신세희가 말했다."뭐?" 이해하지 못한 부소경이 반문했고 엄선우도 의문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신세희가 옅게 미소 지었다."아니에요, 유리 유치원이나 알아보죠."엄선우는 오전 내내 부소경과 신세희, 신유리 세 가족을 데리고 미리 후보로 봐두었던 유치원에 방문했다. 모두 집 근처에 있어 데려다주기 편리했다.그러나 막상 유리의 마음에 다는 곳은 없는 듯했다.엄선우가 알아본 곳은 모두 고급 사립 유치원이었다. 그곳에는 비록 놀 수 있는 것들은 많았지만 함께 어울릴만한 아이들은 몇몇 없고 아이마다 전담 교사가 한 명씩 배치되었는데 유리는 이 모든 게 퍽 낯선 눈치였다.아이는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고 서로 장난치는 그런 것들 말이다.더 이상 방법이 없었던 엄선우가 부소경을 보며 울
신세희는 더 이상 발버둥 치는 것도 지친다는 듯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대로 가라앉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요. 적어도 당신은 내 딸에게는 모질지 않으니까. 유리가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요. 이제 다른 생각은 안 할래요. 앞으로 평생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부소경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사실 그녀는 부소경이 어느 남자를 따르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거고 평생 부소경을 벗어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 거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이제 다신 몸부림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너무 지쳤다. 몸도 마음도.아무리 발악해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음이 자명한데 왜 굳이 발버둥 친단 말인가?이렇게 그의 품에 안긴 채, 본능에 충실한 나쁜 여자가 되어 찰나의 행복을 쫓아 차차 자멸하는 삶을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품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따뜻했다. 세찬 심장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는 그의 품에서 이리저리 몸을 꼼지락거렸는데 마치 편안한 자세를 찾는 듯했다.부소경은 가슴 속의 불길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차를 운전하던 엄선우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백미러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얼굴을 찌푸린 엄선우가 몹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부소경과 시선을 마주했다.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이가 썩을 것만 같았다."눈알 뽑아."부소경이 으르렁거렸다."도련님, 무, 무슨 말씀이신지...""당장 네 눈알을 뽑아서 던져버리라고."부소경이 다시 한번 살벌하게 말했다.엄선우는 즉시 백미러에서 눈을 떼고 전방을 주시했다."저, 도련님, 제, 제 눈을 뽑으면 운전을 할 수가 없는데요. 그럼 두 분은 어떡하시려고요? 그럼, 먼저 두 분을 목적지까지 모신 다음 뽑아도 될까요?"그는 전혀 농담이 아니라는 듯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여 애꿎은 신세희의 얼굴만 빨개졌다.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며 이대로 가라앉기를 바라는 초연한 마
이젠 상관없었다.유리가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살아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모두 상관없었다.스스로 납득한 신세희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부소경이 떠난 뒤 그녀는 커다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이리저리 뒹굴며 달콤한 잠에 빠졌다.더는 자고 싶지 않을 때까지 잠을 청한 신세희가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욕조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커다랬고 없는 게 없었는데 웬만한 고급 스파보다 훨씬 세련되었다. 신세희는 넓은 욕조에 홀로 기대도 보고 앉아도 보며 욕조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부드럽고 따뜻한 물을 한껏 즐겼다.이곳은 온천 같기도 했다.다시 노곤해진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이 순간을 만끽했다.그녀는 대표실에 있는 부소경이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부소경도 절대 엿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자기 말대로 잘 쉬고 있는지 살피려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욕조에 삼십 분 동안 누워 있던 신세희가 온몸에 아롱진 물방울을 잔뜩 머금고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맨발로 카펫을 사뿐히 밟으며 침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가운도 입지 않고 타올로 물방울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신기한 장소를 구경하듯 서성이는 것이었다.한참 구경하던 그녀는 이내 그의 옷장을 활짝 열어젖혔다. 제멋대로 품이 넓은 셔츠를 꺼낸 그녀가 자기 몸에 훌쩍 걸쳤다.대표실에서 이걸 지켜보던 부소경은 기가 차 웃음을 터뜨렸다.흰 셔츠와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하긴, 자신의 셔츠를 입은 그녀는 확실히 매력적이긴 했다. 부소경은 품이 넓은 셔츠를 걸친 그녀가 통유리로 된 발코니에 놓여있는 등나무 의자에 기대있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나른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그녀는 여유를 즐기는 얌전한 고양이 같았다.컴퓨터로 이 모든 걸 지켜보던 부소경은 선뜻 카메라를 끄기가 망설여졌다.등나무 의자에 잠시 기댔던 신세희는 이내 다시 침대로 돌아가 셔츠 차림 그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점심이 되자 이씨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사모
부소경의 안색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가 이를 갈며 반문했다."뭐라고?"이 여자는 정말이지 그의 화를 돋우는 재능을 타고난 게 틀림없었다.신세희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구경민 씨는 선비같이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더라고요. 그 사람의 지위도 당신 못지않을 텐데 날 싫어하지 않을까요?"부소경이 신세희의 목을 덥석 움켜쥐었다."본인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마!"그의 손에 잡힌 신세희는 말을 할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그저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이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부소경이 손을 뗀 뒤에도 신세희는 한참 기침하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이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네."부소경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드레스숍 직원이었다."대표님, 말씀하신 사이즈와 스타일로 준비한 상품들입니다. 이분...께서 착용하실 건가요?"직원이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신세희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지 듣지 않아도 훤했다. 부소경을 따라와 이곳에서 피팅하고 있었으니 아마 사람들은 자신을 사교계의 꽃쯤으로 여길 터였다.부소경은 대답 대신 직원에게 명령했다."갈아입혀요.""네, 대표님."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직원이 신세희에게 말했다."고객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신세희가 고분고분 직원을 따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어머, 고객님, 몸매가 너무 좋으시네요. 마르신 분인 줄 알았는데 체형도 적당하시고 볼륨감도 있으시고요."직원이 신세희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미처 예상치 못했던 터라 그녀의 얼굴에 또다시 홍조가 깃들었다.직원이 웃으며 말했다."부끄러워하시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대표님께선 저희 가게를 자주 방문하시는 편이에요. 중요한 파티에 참석할 때면 계약서를 작성한 여배우들을 파트너로 데리고 가시거든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그분들의 드레스 비용을 지불하는 건 아니에요. 모두 계약금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6년 사이에 대표님께서 사전에 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