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무실에서 나는 매일 내 일을 끝내야 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차와 물을 대접하고 그 사람들의 명령과 고함소리를 들었어야 했어요.” “……”순간 엄선우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실 확실히 말하자면, 그는 이런 일을 많이 보아왔고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F그룹을 예로 들어 보면 이 현상은 소규모 부서와 소규모 지점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일이었다. 만약 새로 온 사람이 성실하고 비사교적이라면 어느 정도 고참 직원의 눈초리를 받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예로 들 것도 없이, 신세희를 보자면 당시 건설 회사에 일하러 갔을 때 그녀는 따돌림을 당해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신세희는 총애나 치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 사려 깊음, 차분한 태도, 업무 능력은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 게다가 신세희 뒤에는 강력한 후원자인 부소경이 있다.당시 상황에서 신세희를 괴롭히는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남성 전체에서 신세희 단 한 명뿐이었다. "많은 소설이나 드라마에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 걸로 알아요. 여주인공은 초반에 괴롭힘을 당하고, 도도한 여주인공은 굴복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녀는 극도로 혹독한 역경 속에서도 반격에 성공하죠.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부유하고 잘생긴 남자의 총애를 받고 말이에요. 하지만 선우 오빠, 그건 현실이 아니라 소설이에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실제로는 어떤지 아시나요? 그게 바로 저예요.” 염선의는 약간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엄선우에게 말했다.엄선우는 슬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선의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신세희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신세희만큼 운이 좋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아. 이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하지.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어둠을 경험했는지, 그들이 내면의 고통을 어떻게 치유했는지는 아무도 몰라
염선의는 믿기지 않는듯한 말투로 물었다."이걸 들었는데도 날 무시하지 않는다고요?"엄선우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참 귀여운 바보 아가씨구나. 내가 왜 널 무시해? 반대로 난 네가 똑똑하다고 생각되는걸."염선의는 할 말을 잃었다."..."한참 지나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왜 날 무시하지 않는 거예요?"엄선우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몇 년 전에 너보다 생활이 더 어려운 여자아이를 만났었거든. 그녀는 아이까지 데리고 있는 몸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어. 하지만 학력이 없던 탓에 계속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지. 그러다가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 학력을 위조하여 일자리를 찾아 지금까지 그 일하고 있어. 대학교 학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으로 되었어."염선의가 물었다."정, 정말이에요?"엄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그는 응원하는 말투로 말했다."사실 한 사람에게 있어 학력은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능력과 실속으로 이루어낸 성적이지. 안 그래?"염선의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난 오빠 친구분처럼 성공하지 못했는걸요."엄선우는 의아했다."그건 무슨 말이야?""중학교 학력밖에 가지지 못한 내가 대학교 졸업이라는 거짓 학력으로 입사에는 성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들켜버렸거든요. 이윽고 회사 사람들은 하나같이 수상한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했어요. 다들 몰래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벌레 취급하며 피하더라고요.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내 흉만 보고 다녔어요. 나도 내가 잘못한 걸 알아서 차마... 반박할 수가 없더라고요. 사장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저를 해고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사장님께선 내 일을 기반으로 글쎄, 전 회사직원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니까요?"엄선우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게 뭐라고 전 회사직원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그럴 필요까
"게다가 회사 직원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얘기했어요. 그 뒤로 회사에서 개 취급당하며 살았다고 하면 믿을 수 있어요, 선우 오빠? 그런데 내가 또 무슨 자격으로 반박하겠어요? 난 가짜 학력을 이용해 가져선 안 될 직업을 가졌어요. 허영심으로 따지면 진짜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가진 직업으로 우리 엄마는 시집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거든요. 다들 천박하고 중학교 졸업생인 저는 대학생인 자식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잖아요? 봐요, 난 더 이상 대도시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살 수도 없어요. 자존심 상한다고요!"엄선우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순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염선의가 이런 과거를 겪을 때 그는 자리에 없었다. 만약 그때 그가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사장님의 부정 발언과 염선의의 허영심 때문에 그녀를 혐오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그 일이 있은 뒤 엄선우는 염선의의 얘기를 듣고 그녀가 사실 솔직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적어도 지금 그녀는 자신이 저질렀던 유치한 일을 뉘우치고 있다.그녀는 지금 예전에 비해 많이 솔직해졌다.게다가 엄선우도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인간 삶의 어려움을 깨닫게 되었다.아저씨와 숙모가 겪었던 과거까지 포함해 엄선우는 사람이 살면서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람만 해치지 않으면 된다.도리에 어긋나는 일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아무리 허영심이 많고 숨기는 게 많아도 그건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지금의 염선의는 태어날 때부터 허영심이 많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라온 환경과 가족이 그녀에게 뿌리 깊은 관념을 심어주게 된 것이다.주로는 어머니가 그녀를 인정하지 않고 지켜주지 않았기에 친척들이 그녀에게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이다.이런 이유로 인해 그녀는 허영심을 품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단지 친척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다.엄선우는 마음속으로 염선의를 매우 안타깝게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염선의는 그의 생명의
염선의는 다시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아니에요. 난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선우 오빠. 난 불건전해요. 난 철부지예요. 선우 오빠, 난 내가 한 짓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어요. 그거 알아요? 사람마다 불쌍한 처지에 이르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래요. 내가 제일 불쌍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요? 내 거짓 학력을 들킨 순간이 아니에요. 전 회사 직원들 앞에서 조롱당했던 순간도 아니에요. 바로... 바로 내가 내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족들과 친척들 앞에서 하찮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나를 싫어하고 경멸하는 사장님을 찾아가 돈을 빌리던 순간이에요. 그런데 결과가 어땠는지 알아요? 사장님은 또 한 번 회사 직원들 앞에서 나를 조롱했어요. 회사 직원들 앞에서 나는 허영심에 찌든 사람이라고 얘기했어요. 나는 현실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내가 그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요? 오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예요. 그 순간 나는 내가 죄인이라도 된 것 같았어요. 나 자신이 최악이었어요. 어떻게 이 정도로 부질없고 하찮을 수 있는지... 나는 회사에서 청소를 도맡아 하는 청소부보다 못하다고 느꼈어요. 게다가 웃긴 건 내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전 회사 직원들에게 내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해선 안 되는 말을 꺼냈어요. 나는 회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고 얘기했어요. 비록 평범한 사무실 직원이지만 청소부보다 덜됐다고 얘기했어요. 이 말 때문에 나는 전 회사 직원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내가 무슨 자격으로 청소부를 입에 올리냐면서요. 청소부가 왜? 사장님도 청소부를 무시하지 않는데 천박한 네가 무슨 자격으로 청소부를 입에 올리냐며 구박했어요. 사무실 직원이 될 자격도 없다고 했어요. 네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누가 모르냐!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서 돈을 빌려 무슨 짓을 하는지 모
그 억울함은 그녀의 마음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었다."선우 오빠, 누군가에게 세뇌당한 기분이 어떤지 알아요?"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울먹이는 시선으로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엄선우는 단번에 염선의를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말해, 사장이 누구야? 지금 그 사람 어디에 있어?"염선의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말투로 대답했다."선우 오빠, 이건 사장님을 탓할 수 없어요. 이건 모두 제 탓이에요."엄선우가 말했다."너 자신을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염선의!"염선의는 굳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선우 오빠, 이 일이 지나고 나서 서서히 알게 되었어요. 누군가는 평생 정직원으로 살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걸요. 누군가는 평생 최하위 알바생으로 살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요. 왜인지 알아요?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허영심이 없거든요. 맡은 바 자리에서 열심히 업무를 완성하여 얻은 성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았거든요. 그녀는 멘탈도 강할뿐더러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 않았어요. 누군가에게 가끔 무시당해도 꾹 참고 버텼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선우 오빠. 나는 처음 일자리를 찾았을 때 오직 한가지 생각뿐이었어요. 그건 바로 내 신분을 상승시켜 줄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난 학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사무실 직원으로 될 줄도 몰랐고 따라서 좋은 성과도 따내지 못했죠. 나는 성과를 따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모험을 걸고 학력을 위조해야만 했어요. 내 성과와 거짓 학력은 맞물리지 않았어요. 이게 바로 내가 한 두 번째 실수예요. 세 번째 실수는, 사장님이 각박한 요구조건으로 나를 남겨준 건 어찌 보면 기회였으니, 마땅히 고생을 무릅쓰고 열심히 업무에 집중했어야 했어요. 비록 매달 어머니께서 보내주시는 용돈 외에 수입은 없었지만, 기본생활은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때 원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살지 말았어야
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엄선우에게 물었다."선우 오빠, 만약 오빠... 친구라면, 가짜 학력을 만든 그 친구가 회사 동료들에게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을 때 어떻게 했대요?""그 친구."엄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 친구라면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지. 그녀라면 자신을 그런 시선으로 본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평소처럼 열심히 업무에 집중하고 여유시간이 생기면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증거 있냐며, 증거 있으면 경찰부터 불러오라고 따져 물을 거야. 그리고 증거 없으면 눈앞에서 꺼지라고 얘기할 친구야. 거슬리게 굴었다가 업무에 문제라도 생기면 가만히 둘 사람이 아니거든. 그 친구라면 분명 이렇게 행동할 거야."엄선우는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그는 신세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신세희가 이런 일에 부딪힌다면 분명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신세희는 절대 가만히 있을 여자아이가 아니었다.신세희 같은 사람이 만약 고려시대에 남자로 태어났다면 아마 부소경 못지않을 것이다.이게 바로 신세희다."하지만 난 그렇게 못해요."염선의는 암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엄선우가 말했다."미안해, 선의야.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야. 난 그저 네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어. 사실 나도 알아. 여자들은 대부분 내 친구처럼 할 수 없다는 걸. 선의야, 이 세상 사람들은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내가 뱀에게 물렸던 일을 예로 들자. 만약 신세희였다면 제일 먼저 목숨 걸고 날 구하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넌 다르지. 그러니까 넌 신세희보다 더 착한 여자아이야."엄선우는 신세희를 아주 대견하게 여기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 사모님의 명성을 흐린 점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저도 이 아이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모님, 사모님처럼 기가 센 분을 어디서 찾겠어요? 여자 만 명을 두고도 못 찾을 거예요. 그래서
홀로 외롭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그녀를 다들 흉악하게 바라보고 있다.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 그녀가 얼마나 외롭고 처절한지 알 수 있었다.같은 시각 염선의의 얘기를 들어주던 엄선우도 알 수 있었다.그는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기분을 알 수 있었다."앞으로...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럴 일 없어."엄선우가 굳건한 말투로 말했다.염선의는 엄선우의 품에 안긴 채 대성통곡했다."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살면서 단 한 번도 오빠처럼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 없었어요. 오빠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나를 도둑으로 몰아갈 때 내가 진짜 이 회사의 개가 되었다는 걸 터득했을 때 심정이 어땠는지 모를 거예요. 그 회사에서 나를 사람 취급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사는 게 죽기보다 싫었죠. 하필 그때 우리 엄마가 병으로 앓아누웠고 수술비도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 수술비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우리에게 절대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어요. 우리 엄마 수술비를 위해, 친척들 앞에서 잃을 수 없는 그 쥐뿔같은 자존심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도 그만둘 수 없었어요. 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기분이었죠. 그런 날들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습기 그지없네요. 도대체 난 어떻게 버텼죠?"이 말을 꺼낼 때 염선의는 암울한 나머지 화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엄선우는 염선의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염선의, 말해봐. 이 일은 어떻게 해결되었어? 아직도 도둑으로 몰리고 있어?"직감이 말해주길 염선의는 분명 도둑이 아니었다.그녀가 아무리 허영심이 많은 여자라고 해도 도둑질까지 할 사람은 아니었다.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눈물이 시냇물처럼 얼굴을 타고 목까지 흘러내렸다. 목젖까지 흘러내리자 꿈틀거리는 그녀의 목젖이 보였다. 염선의가 애써 꾹 참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내내 드러내지 못하고 꾹 참은 억울함이었다.엄선우는 떠보듯 조심스럽게 염선의에게 물었다.
엄선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염선의에게 물었다."진실이 밝혀졌는데도 널 탓을 해?"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디 탓하기만 하는 줄 알아요? 나한테 사과해도 모자랄망정 되레 나를 구박하더라고요."엄선우가 말했다."젠장!"한참 울고 난 염선의는 마음이 진정되어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회사에서 사라진 물건은 외국 고객이 회사에 선물한 에펠 철탑 기념품이거든요. 원래 쭉 사모님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는데 그날 아침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 이 일로 회사 사람들과 맞서게 된 이튿날, 마친 그 고객분이 우리 신제품 출시 때문에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사장님과 회사 아줌마가 열쇠를 가지고 전시회 문을 열었어요. 문이 열린 순간 사장님과 아주머니는 동시에 전시회 탁자 위에 에펠 철탑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죠. 웃긴 상황이었죠. 사장님은 즉시 기념품을 들고 내려왔어요. 그러고는 에펠 철탑 기념품을 전시장에서 찾았다고 얘기했죠. 나는 사장님께서 기념품을 들고 전시장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솔직히 제 입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울음소리가 아주 처절했거든요. 나라 잃은 사람처럼 사무실 직원들한테 사과하라고 요구했어요. 사장님은 나한테 근무시간에 미쳤냐며 호통쳤어요. 그러고는 이대로 일하기 싫으면 곧바로 사표 내고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어요. 사장님의 말에 나는 단번에 눈물을 그쳤죠. 그러고는 잔뜩 풀이 죽어 내 자리로 돌아갔어요.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순간 세상 그 누구보다 억울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입 밖으로 얘기할 수는 없었죠. 왜냐하면 일자리와 돈이 아주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동료들은 내가 풀이 죽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죠. 다들 왜 하필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는 거냐? 회사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왜 하필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겠냐? 분명 내가 죄지은 게 있어서 그런 거다, 내 인성에 문제가 있으니까 의심하는 거다, 문제는 나한테 있으니 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