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엄선우에게 물었다."선우 오빠, 만약 오빠... 친구라면, 가짜 학력을 만든 그 친구가 회사 동료들에게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을 때 어떻게 했대요?""그 친구."엄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 친구라면 이런 일은 식은 죽 먹기지. 그녀라면 자신을 그런 시선으로 본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평소처럼 열심히 업무에 집중하고 여유시간이 생기면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증거 있냐며, 증거 있으면 경찰부터 불러오라고 따져 물을 거야. 그리고 증거 없으면 눈앞에서 꺼지라고 얘기할 친구야. 거슬리게 굴었다가 업무에 문제라도 생기면 가만히 둘 사람이 아니거든. 그 친구라면 분명 이렇게 행동할 거야."엄선우는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그는 신세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신세희가 이런 일에 부딪힌다면 분명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사람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신세희는 절대 가만히 있을 여자아이가 아니었다.신세희 같은 사람이 만약 고려시대에 남자로 태어났다면 아마 부소경 못지않을 것이다.이게 바로 신세희다."하지만 난 그렇게 못해요."염선의는 암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엄선우가 말했다."미안해, 선의야.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야. 난 그저 네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어. 사실 나도 알아. 여자들은 대부분 내 친구처럼 할 수 없다는 걸. 선의야, 이 세상 사람들은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내가 뱀에게 물렸던 일을 예로 들자. 만약 신세희였다면 제일 먼저 목숨 걸고 날 구하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넌 다르지. 그러니까 넌 신세희보다 더 착한 여자아이야."엄선우는 신세희를 아주 대견하게 여기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 사모님의 명성을 흐린 점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저도 이 아이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모님, 사모님처럼 기가 센 분을 어디서 찾겠어요? 여자 만 명을 두고도 못 찾을 거예요. 그래서
홀로 외롭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그녀를 다들 흉악하게 바라보고 있다.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 그녀가 얼마나 외롭고 처절한지 알 수 있었다.같은 시각 염선의의 얘기를 들어주던 엄선우도 알 수 있었다.그는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기분을 알 수 있었다."앞으로...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럴 일 없어."엄선우가 굳건한 말투로 말했다.염선의는 엄선우의 품에 안긴 채 대성통곡했다."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살면서 단 한 번도 오빠처럼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 없었어요. 오빠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나를 도둑으로 몰아갈 때 내가 진짜 이 회사의 개가 되었다는 걸 터득했을 때 심정이 어땠는지 모를 거예요. 그 회사에서 나를 사람 취급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사는 게 죽기보다 싫었죠. 하필 그때 우리 엄마가 병으로 앓아누웠고 수술비도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 수술비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우리에게 절대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어요. 우리 엄마 수술비를 위해, 친척들 앞에서 잃을 수 없는 그 쥐뿔같은 자존심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도 그만둘 수 없었어요. 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기분이었죠. 그런 날들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습기 그지없네요. 도대체 난 어떻게 버텼죠?"이 말을 꺼낼 때 염선의는 암울한 나머지 화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엄선우는 염선의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염선의, 말해봐. 이 일은 어떻게 해결되었어? 아직도 도둑으로 몰리고 있어?"직감이 말해주길 염선의는 분명 도둑이 아니었다.그녀가 아무리 허영심이 많은 여자라고 해도 도둑질까지 할 사람은 아니었다.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눈물이 시냇물처럼 얼굴을 타고 목까지 흘러내렸다. 목젖까지 흘러내리자 꿈틀거리는 그녀의 목젖이 보였다. 염선의가 애써 꾹 참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내내 드러내지 못하고 꾹 참은 억울함이었다.엄선우는 떠보듯 조심스럽게 염선의에게 물었다.
엄선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염선의에게 물었다."진실이 밝혀졌는데도 널 탓을 해?"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디 탓하기만 하는 줄 알아요? 나한테 사과해도 모자랄망정 되레 나를 구박하더라고요."엄선우가 말했다."젠장!"한참 울고 난 염선의는 마음이 진정되어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회사에서 사라진 물건은 외국 고객이 회사에 선물한 에펠 철탑 기념품이거든요. 원래 쭉 사모님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는데 그날 아침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 이 일로 회사 사람들과 맞서게 된 이튿날, 마친 그 고객분이 우리 신제품 출시 때문에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사장님과 회사 아줌마가 열쇠를 가지고 전시회 문을 열었어요. 문이 열린 순간 사장님과 아주머니는 동시에 전시회 탁자 위에 에펠 철탑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죠. 웃긴 상황이었죠. 사장님은 즉시 기념품을 들고 내려왔어요. 그러고는 에펠 철탑 기념품을 전시장에서 찾았다고 얘기했죠. 나는 사장님께서 기념품을 들고 전시장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솔직히 제 입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울음소리가 아주 처절했거든요. 나라 잃은 사람처럼 사무실 직원들한테 사과하라고 요구했어요. 사장님은 나한테 근무시간에 미쳤냐며 호통쳤어요. 그러고는 이대로 일하기 싫으면 곧바로 사표 내고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어요. 사장님의 말에 나는 단번에 눈물을 그쳤죠. 그러고는 잔뜩 풀이 죽어 내 자리로 돌아갔어요.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순간 세상 그 누구보다 억울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입 밖으로 얘기할 수는 없었죠. 왜냐하면 일자리와 돈이 아주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동료들은 내가 풀이 죽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죠. 다들 왜 하필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는 거냐? 회사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왜 하필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겠냐? 분명 내가 죄지은 게 있어서 그런 거다, 내 인성에 문제가 있으니까 의심하는 거다, 문제는 나한테 있으니 다
염선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선우 오빠, 혹시 개구리 현상에 대해 알아요?"엄선우는 곧바로 염선의의 말속에 숨은 뜻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알지."염선의가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개구리는 뛰는 것에 예민한 동물이에요. 만약 처음부터 냄비 속 물이 끓는 물이었다면 개구리는 단번에 뛰어나와 도망쳤을 거예요. 그리고 화상을 입는 일도 없었을 테고요. 하지만 만약 찬물인 상태에서 개구리를 넣어 서서히 가열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적응하게 돼요. 그러다가 물이 끓게 되어도 별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리죠. 내가 바로 그 개구리예요. 처음에는 버틸 만해서 꾹 참고 있다가 그게 결국 습관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이젠 완벽히 적응했어요. 나는 허영심, 가짜 학력, 주위 사람들과의 충돌 외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회사에서 나는 그저 불쌍한 벌레와 마찬가지예요. 선우 오빠, 몰랐죠? 많은 연애소설 속 여주인공은 시골 신데렐라든 큰 도시에서 분투하다가 추락한 공주님이든 모두 사람들의 동정심, 사랑과 보호심을 불러일으키는 설정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소설과 반대죠. 현실은 나처럼 시골에서 올라온 무식한 사람은 허영심에 찌들어 거짓말을 한다면 들키는 순간 성격 더럽고 자존감 낮은 왕따가 될 거예요. 나는 줏대 없는 나 자신이 미워요. 왜 나는 도둑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꾹 참고 회사에 남아 내 자존심을 유지하려고 했던 걸까요? 사실 그 이유가 모두 엄마 때문이 아닌 건 맞아요. 중요한 건 결국 내 허영심 때문이었어요. 나는 사무실 직원으로 사는 데 익숙해졌고 내 처지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나를 지켜보는 게 좋았고 친척들이 나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걸 즐겼던 거예요. 그래서 계속 비난당하는 한이 있어도 회사에 남는 나약한 선택을 한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그게 모욕이라는 걸 느끼지 못한 탓도 있어요. 그 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줄곧 그들의 비난 속에서 살았고 사무실에서
염선의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드디어 그만뒀어요. 하지만 멋지게 그만둔 건 아니에요. 회사에서 쫓겨났거든요."엄선우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어?""동료들과 싸우는 일이 잦아서 회사를 통틀어 나를 좋게 보는 사람 하나 없었거든요. 싸우기만 하면 내 잘못이라고 우겼으니까요.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졌죠. 예를 들어 오늘 내가 누군가와 싸운다면 이튿날에 또 다른 사람과 싸우게 되었거든요. 아마 나한테 왜 참지 않고 이틀 동안 두 번씩이나 싸우냐 궁금할 거예요. 선우 오빠, 이튿날 내가 싸우는 것도 사실 오랫동안 참고 있었다가 터져버린 거라면 믿을 수 있어요?"엄선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염선의가 웃으며 말했다."분명 못 믿을 거예요.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난 믿어!"엄선우가 칼같이 대답했다."옛말에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고 했잖아요. 진짜 명언이더라고요. 그 회사에 출근하여 월급을 타고 싶다면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 직업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당연히 화를 꾹 참고 일해야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기 전까진 싸우지 않을 거잖아요, 맞죠?"염선의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선우 오빠, 지금까지 제 친구나 네티즌들한테 회사에서 싸운 일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내 잘못이라고 해요. 내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잘못이래요. 나는 트집 잡고 예민한 사람이래요. 엄마랑 친척들도 똑같이 얘기했어요. 나한테 소개시켜 준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예요. 다들 나는 괴팍한 사람이래요."엄선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사실 염선의가 얘기하고 있는 동안 엄선우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건지 궁금했다.그는 자신의 동생이 이런 고통을 겪었을 때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난 너 믿어!"그가 다시 말을 반복했다."지금 날 위로하는 거예요? 선우 오빠?"염선의가 눈물을 머금은 채 되물었다.엄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염선의, 넌 아마 네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모를 거야. 처음부터
"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은 없어요. 이게 바로 현실의 잔인함이에요. 그때 거의 사흘에 한 번 싸울 정도로 다툼이 잦았거든요. 가끔 하루에 여러 명과 싸울 때도 있었어요."엄선우가 물었다."사실 죄다 그 사람들이 먼저 네 트집을 잡은 거야, 맞아?"염선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도 내가 먼저 시비를 건 건지 그 사람들이 먼저 시비를 건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게 바로 그 나비효과? 연대반응? 마치 내가 사무실에 있을 때 옆에 앉은 동료와 업무상의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센터장이 찾아와 제가 허가도 없이 샘플을 제조했다면서 제멋대로 굴었다고 호통치는 것과 같은 상황? 선우 오빠, 저런 식으로 화를 내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해요? 나는 감히 반박하지도 못했어요. 나는 잔뜩 풀이 죽은 상태로 센터장한테 샘플 제조 동의서에 사인받고 진행한 거라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센터장은 멈칫하면서 전날 사인했던 사실을 떠올린 것 같았어요. 그러고는 말을 더듬으며 자신이 사인했어도 그날 당장 샘플 제조를 허락한 건 아니라면서 다시 한번 사적으로 일을 진행하면 곧바로 사장님께 이르겠다고 윽박질렀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화를 꾹 참고 알겠다고 했죠. 그러고 나서 센터장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어요. 이 일은 이 선에서 끝난 게 맞는데 제 동료가 다시 나를 찾아왔어요. 그날 점심 바로 고객에게 샘플을 전해야 하니까 제조를 다그쳐달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가뜩이나 꾹 참고 있던 화가 다시 치밀어올랐죠. 하지만 터뜨릴 수 없었던 터라 또다시 꾹 참고 대답했어요. 센터장도 허락하지 않은 일을 어찌 내 멋대로 진행할 수 있겠냐고요. 그랬더니 그 동료가 나한테 손가락질하면서 내 인성을 비난했어요. 동의서에 사인까지 받은 사항인데 내가 맡은 일을 내가 결정짓지 못하고 그녀한테 묻냐며 따졌어요. 그러고는 오늘 점심에 보내주기로 약속했다며 서둘러 샘플을 제조하라고 얘기했어요. 선우 오빠, 오빠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떡할 거예요?"엄선우는 할
엄선우는 크게 한숨을 들이켜며 물었다."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었다고?"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사실 이것도 내 잘못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남한테 시비 걸고 싸운 제 잘못이겠죠. 마지막까지 내 싸움은 실패로 끝났어요. 하루에 여러 명과 싸우는 건 나한테 아주 익숙한 일이었거든요. 그 일도 결국은 내가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어요. 나는 먼저 센터장에게 사과했어요. 앞으로 사적으로 샘플 제조를 부탁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다 내 잘못이고 다음부터 주의하겠으니 제발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만약 일손이 부족하면 내가 나서서 해줄 수 있다고 말이죠. 그제야 센터장은 화가 풀려 용서해 줬어요. 그리고 다음 실수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내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 입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미리 얘기하라고 했어요. 그러고는 자리를 떴죠. 그렇게 샘플 제조 사건은 해결됐어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음 곧바로 그 직장동료한테 사과했죠. 미리 준비하지 않은 내 잘못이니 다음에는 이틀 전에 얘기해 두겠다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나처럼 일단 지르고 보는 사람한테 사과는 아무런 의미 없다면서 샘플 제조를 맡아주는 센터장과 다투는 건 무슨 경우냐며, 자신이 센터장이었다면 그냥 무시했을 거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샘플 제조에 동참하라며, 자신의 업무에 영향 주지 말라고 윽박질렀어요. 오후 2시에 반드시 샘플을 보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고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점심 식사를 거르는 한이 있어도 샘플 제조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날 점심 나는 식사도 거르고 샘플 제조에 동참했어요. 사실 대부분 샘플은 제가 완성했어요. 그리고 오후 1시에 가까스로 샘플 제조를 마치고 나왔죠. 그러다가 센터장과 그 동료가 웃으며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솔직히 다른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보고 무슨 기분이 들지 모르겠어요. 나는 확실히 분노로
"난 미친년처럼 그들과 싸웠을 거예요."엄선우는 한 손으로 염선의를 끌어안으며 가슴 아픈 표정으로 물었다."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사장님과 사모님이 너를 해고하지 않았다고?"염선의는 또 한 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한동안 의아했어요. 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사장님이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고? 사장님께서 나한테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거든요. 다른 회사였다면 나한테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사장님께서 매번 그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몰랐죠. 그땐 나도 그 회사가 아니면 나를 받아줄 회사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엉망이어도 받아주는 회사가 있었기에 잠자코 업무에 집중했죠. 그 회사에 다닌 시간도 3년이 되니까 업무를 해결할 때 실수가 적어지는 것도 맞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명을 뒤집어쓰는 건 일상이었죠. 예전 같았으면 내 잘못인지 그들 잘못인지 헷갈렸을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날 알게 되었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선우 오빠, 그때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아요?"엄선우가 가슴 아픈 말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애써 눈물을 꾹 참고 말을 이었다."회사가 받아온 프로젝트가 내 손을 거쳐 제작 과정까지 나와 염색을 책임진 책임자 손에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그 책임자는 그 회사 고인 물이라 사장님보다 나이가 많았거든요. 사장님은 그 사람을 아주 존경했어요. 그 사람도 회사에서 보기 드문 나와 싸운 적이 없는 분이시거든요. 우리 회사에서 그분한테 감히 트집을 잡는 사람은 없었어요. 저도 그분을 존경했거든요. 그분에게 제작 과정을 설명할 때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지만, 염색 과정에 여전히 실수가 존재했거든요. 제작해 낸 완성품 모두 망가져 버리고 말았죠. 사장님을 포함한 회사 사람들 모두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렸어요. 저번에 직장동료 사건도 나한테 뒤집어씌우더니! 늘 내가 잘못했대요. 회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