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소녀는 엄선우가 5분 동안 안고 울었던 그 소녀였고, 지금도 그 목소리를 들어보면 엄선희의 목소리와 너무나 비슷했다.그러나 눈앞의 소녀는 엄선희가 아니었다.그의 여동생이 아니다.엄선우는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당신 누구야?”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난처할 정도로 못생겼나요? 아, 그런 거군요, 사람을 잘못 보신 거죠? 사실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제가 얼마나 흉포하고, 악랄하고 지독한지 들은 거겠죠. 저는 심지어 제 엄마를 부양하지도 않을 정도로 양심도 없죠. 당신은 원래 약자를 도우러 이곳에 왔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한 소녀에게 다가와서 안아준 거예요. 하지만 죄송해요, 저는 아니에요. 당신이 도와주려고 한 사람은 아마 제 사촌 언니일 거예요. 당신이 안아준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람은 바로 저예요.”“……”엄선우는 잠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잠깐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이게 무슨 일이지? 나... 난 누구를 도우러 온 게 아니야. 내 가족이 실종되었고, 나는 내 가족을 찾으러 온 거야. 난 당신이……내 동생인 줄 알았어.”엄선우의 실망과 상실감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그의 목소리는 마치 혼잣말처럼 아주 낮았다.멀리 있는 사람은 아무도 그것을 들을 수 없었고 오직 구타당한 소녀만이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소녀는 매우 어둡게 “오”라는 짧은 반응만 보였고, 그 뒤로 말을 꺼냈다. “이곳에는 당신이 찾는 사람이 없어요. 당신은 외부 사람이고, 이 진흙탕에 발을 들이지 말고 어서 떠나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엄선희와 매우 닮았다. 엄선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치 여동생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당신은……무슨 일이지? 누구랑 싸운 건가?” 엄선우가 무의식적으로 물었고, 소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 있던 몇몇 남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놈들을 막아, 도망가지 못하게 해!”
당신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여자애를 혼내는지 궁금하겠지. 그러니 말하지, 이 사람의 엄마가 내 고모야. 그런데 이 여자는 어머니를 거역했어. 고모의 조카로서 우리는 물론 고모를 위해 불의를 갚아야지. 이 여자애는 불효를 했고, 우리는 반드시 굴복시켜야 해. 우리는 고모가 친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야 한다고! 그러니까 비켜! 비키지 않으면, 당신도 같이 맞을 줄 알라고!” 여자의 말투는 굉장히 위압적이었다. 그 뒤로 그 우락부락한 호랑이라는 남자를 보자 엄선우는 순간적으로 엄선희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그 여자아이에게 더욱 동정심을 느꼈다. 아마도 그녀는 엄선희와 이름이 비슷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엄선희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 아닐까?엄선우는 비키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 험상궂은 여자를 바라보았고, 그 여자는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 "너, 이 더러운 외부 사람 따위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아직도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거야? 당장 꺼지지 못해?!” 말을 마친 그녀는 발을 들어 엄선우를 발로 차려고 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기도 전에 뒤에 있던 소녀가 엄선우를 밀어내며 온 힘을 다해 말했다. "빨리 떠나요, 이 일에 끼지 말라니까요.” 그 직후, 소녀는 험상궂은 여자의 발에 세게 걷어차였다. 그 험상궂은 여자는 발길질해도 한이 풀리지 않자, 다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소녀의 머리카락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겼다.그녀는 잡아당기면서도 큰 소리로 외쳤다."너희도 모두 여기로 와서 참교육 좀 시켜주라고!”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부른 후 여전히 소녀의 머리채를 잡은 채 소녀에게 말했다. "왜, 우리 집안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거야? 네가 우리 고모를 거역하고, 그렇게 거들먹거리면서 내 남편을 꼬시고, 중간에서 이간질을 해대는데 네가 무사할 거로 생각했어?! 말해,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오늘 무릎을 꿇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할 거야, 너와 같이 외지에서 온 저 자식도 오늘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그게 무슨 말이죠” 소녀가 묻자, 엄선우는 침착하게 말했다. "먼저 널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서 경찰에 신고할 거야! 이 사람들이 하는 행동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거라고!” 그러자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왜 나를 구하려는 건가요? 당신은 외부인이에요, 상황을 전혀 모르실 텐데... 그냥 빨리 가세요.”자신이 이렇게 모욕당하면서도 여전히 그를 탈출시키려는 것을 보고 엄선우는 마음속에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 소녀는 그녀의 여동생과 전혀 닮지 않았고, 지금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엄선희의 목소리랑도 비슷하지 않았다. 유일한 유사점은 이름뿐이었다. 이 소녀의 이름은 염선의이다. "너랑 내 여동생의 이름이 비슷해, 이건 운명이지.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너희들 중에 누가 옳은지 그른지는 우선 논하지 말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너를 때리고 무릎을 꿇게 한 것은 저 사람들의 잘못이야.”엄선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소녀는 머뭇거리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또 무슨 미련이 있는 거지?”엄선우는 어리둥절했다.그는 심지어 비록 이곳이 산간지대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했으니, 법을 모를 정도는 아니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다.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라고 하면 절을 해야 하는 것인가? 왜 이토록 저속한 거지? 그러나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소녀를 데려갈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그와 소녀는 이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빌어먹을 자식! 이 양심 없는 물건을 도우러 온 게 확실한 거지?” "경찰에 신고하고 싶으면 신고해 봐!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도와줄지 어디 한번 보자고! 자기 어머니에게 불순종하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어머니의 가족으로서 우리가 대신해서 저 애를 혼내는 건데, 무슨 잘못이 있겠어?”"어서 비켜. 같이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 엄선우는 소녀를 뒤로 끌어당기고 마을 사람들을 침착하게 바라봤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부모님도 매우 슬퍼했다. 눈앞에 있는 아주머니가 자기 딸이 구타당하는 것을 보고도 안타까워하지 않는 상황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말하자마자, 노부인이 온몸을 벌벌 떨며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였다.분명하게도, 노부인은 자기 조카가 딸을 때리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파진 것이다. 그러나 노부인은 딸에게 말했다.“네가 이제 잘못한 줄 알았니? 그러니 이제 사촌들에게 사과하는 게 어떻겠니?” “……”그러자 뒤에 있던 소녀는 비참한 미소를 지은 뒤 비틀거리며 자신의 어머니 앞으로 나아갔다."엄마." 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은 창백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진흙과 피로 뒤엉켜 있었고, 두피에는 머리카락이 뽑혀 흰 부분이 보일 정도였다. “……”노부인은 말이 없었다. "내가 엄마 친정 조카한테 이렇게 얻어맞은 게 만족스럽나요? 행복하세요? 엄마, 정말 존경스럽네요. 당신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이번 생에는 조카를 진정으로 사랑하셨고, 친정 마을 전체에서 평판이 매우 좋잖아요. 당신은 친정 마을에서 가장 좋은 고모예요. 축하해요, 엄마.” "망할 년이, 어떻게 우리 고모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이런 불효자식 같으니라고! 넌 네 엄마를 지지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걱정하지 마! 조카인 우리가 친딸인 너보다 훨씬 더 양심적이니까!”여자는 또다시 욕설을 퍼부었고, 소녀는 슬픈 눈으로 그런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과 당신 동생이 고모를 이렇게 아끼니 앞으로도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바라요. 나는 불효녀이고, 난 당신들 고모의 딸 자격이 없어요. 아니면 지금 당장 저를 때려죽이세요, 어때요?” 여자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고, 그녀는 감히 누군가를 때려죽일 생각이 없었다.소녀는 다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때려죽일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더 이상 당신들 앞에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엄마는 엄마를 이토록 사랑하는 조카들이 있
엄선우의 질문에 소녀는 눈물을 흘렸다."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 결국은 친어머니니까, 친어머니와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되지. 어떤 일들은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거야.”엄선우가 위로했다. 그와 엄선희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두 남매는 항상 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했다.이번에 엄선희가 가출하게 된 것은 부모님 때문이 아니라 서씨 집안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그러므로 엄선우는 친어머니와 친딸 사이의 이러한 상황을 보았을 때 그다지 편안하지 않았다.무의식적으로 그는 여전히 어머니와 딸이 화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그 소녀가 비참하게 한숨을 쉬는 것을 들었다. "안 돼요, 난 다시는 그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그런데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려고요? 당신은 정말 인신매매범인가요? 아니면 노동자인가요?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저는 제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거예요." 소녀는 삶에 무관심한 듯 말했고, 엄선우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세상에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많지는 않아, 내가 누구인지는 묻지 말고, 우선은 네가 살 곳을 찾아줄게.” 그는 소녀를 도로까지 부축해 온 다음 택시를 불렀고, 택시는 30분 후에 그곳에 도착했다."먼저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가주세요." 엄선우가 말했다.택시는 곧장 병원에 도착했고, 치료를 마친 뒤 엄선우는 소녀를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데리고 갔다. 그 소녀는 호텔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사는 거예요?""왜 그래? 내가 나쁜 사람일까 봐 무서운 거야?”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상관없어요. 지금 나를 죽여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난 충분히 살았으니까요.” 그러자 엄선우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위로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너와 네 어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매우 슬퍼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얘야, 이 세상에는 많은
그는 손을 들어 소녀에게 잠시 멈추라는 신호를 보낸 다음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네, 송 씨, 무슨 일 있나요?"전화 반대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엄 대표님, 제가 지금 옆 현성에 와 있는데 대표님의 현성보다 더 외진 산골짜기에 있습니다. 이 산골짜기에는 엄청 많은……”"거기서 기다려주세요! 그 산촌에 선희가 있든 없든 제가 직접 갈 거예요. 선희를 만약 만나면 목숨을 걸고라도 동생을 데려가야 해요. 송 씨, 기다려주세요, 최대한 빨리 갈게요!” 엄선우는 매우 열성적으로 말했다.전화를 끊은 뒤 그는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있나요?" 소녀가 물었다."미안해, 일단 호텔에 있어. 내가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오늘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엄선우가 서둘러 소녀에게 말했다.“가족을 찾고 있는 거죠?”소녀가 말하자, 엄선우가 대꾸했다. “더 말하지 않을게. 몸조리 잘하고, 먼저 갈게.” 그러자 소녀는 엄선우의 팔을 잡았다. "오빠..."그녀는 그를 "오빠”라고 불렀고, 엄선우의 마음은 갑자기 따뜻해졌다."저는 이 인근 현성과 산골을 잘 알고 있어요. 동생을 찾고 있는 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에 입은 상처는 다 피부 외상이니까 상관없어요. 제가 따라갈게요. 저는 고생을 견딜 수 있고,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중요한 순간에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소녀는 절실하게 말했고, 엄선우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자!"이미 양복을 입고 있던 그는 긴 여정을 생각하면서 다시 양복을 벗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원래는 돌아오면 수염을 깎으려고 했으나 짐을 꾸리기 전에 또 떠나야 했다. 하지만 엄선우는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인부 차림으로 가야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인근의 현성으로 갔고, 산으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차를 주차한 뒤 송 씨가 전화로 알려준 길을 따라 산골짜기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갔다.
독사는 이미 재빨리 도망쳐 버렸고, 엄선우는 뱀의 꼬리만 볼 수 있었다. 검고 흰 무늬를 한 뱀이었고, 보아하니 우산뱀인 듯했다.우산뱀은 독성이 매우 강한 뱀이었다.엄선우는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랐다.그는 매우 강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고, 어디를 가도 사람을 무서워한 적이 없으며 어려서부터 체력이 매우 좋아 아픈 일이 거의 없었다.더욱이 부 대표님의 지도하에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고 건강에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엄선우는 자신이 단명할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적어도 여동생을 찾을 때까지 죽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인생이 이토록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부 대표님의 보호를 받는 곳에서 죽지 않았고, 질병으로 죽지도, 가장 가난할 때 얼어 죽지도, 굶어 죽지도 않는다.하지만 그는 이 산골짜기에서 독사에 물려 죽게 되는 것이다.이 근방에는 독사가 없는 것 아니었나?엄선우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그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고, 순간 물린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는데, 이는 그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지독하게 아픈 통증이었다.엄선우는 즉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자신을 따라오던 소녀, 그의 여동생 엄선희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소녀가 지금 그의 다리에 기대 입으로 그의 피를 빨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가 휴대폰으로 손전등을 비추자, 소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온통 검은색이었다."너, 너 그만해, 그러다가 독이라도 옮으면…”강한 남자인 그가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하려고 하는 소녀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소녀는 고개를 들고 엄선우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입술은 부어올랐다.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흥분하지도 마세요. 마음을 진정시켜서 혈액이 너무 빨리 역류하지 않도록 하세요. 두 번 더 피를 빨 거예요, 빨간 피가 나온 후면 구급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 움직이지 마세요.”소녀가 이 말을 하자, 엄선우는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는 소녀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때로는 큰 이모가, 또 때로는 둘째 이모가, 가끔은 두 사촌남매가 전화를 걸어왔다.한두 번 전화가 울리면 소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너무 많이 울릴 때는 그냥 휴대폰을 꺼버렸다.하지만 휴대폰을 꺼뒀다가 또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켰다.엄선우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그 사람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으면 그냥 휴대폰을 계속 꺼둬.”그러자 그녀는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아직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에요. 오랫동안 휴대폰을 켜놓지 않으면, 면접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어요. 저처럼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이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니 한 번의 기회도 놓치면 안 돼요.”엄선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는 10대 때부터 안정된 직업을 갖고 부소경 밑에서 일을 해왔고, 한 번도 직업을 바꾼 적이 없었다.엄선우는 타지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괜찮아지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소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엄선우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고, 전화를 받으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끊으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소녀를 향해 눈썹을 치켜떴다.이번에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이모, 무슨 일이세요?”“염선의, 네가 양심이 있어?! 어렸을 때 내가 널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그런데 지금 이런 식으로 네 엄마를 대하는 거야? 지금 당장 돌아와! 그렇지 않으면……”"그렇지 않으면 뭐요?" 소녀가 순간 이렇게 대답하자, 이모는 넋을 잃고 말았다."이모, 제가 어렸을 때 저를 아껴주신 건 아는데, 왜 저를 그렇게 아끼셨던 거죠? 왜 장씨 집안의 아이도 아니고, 왜 이씨 집안의 아이도 아닌 저였나요? 제가 우리 엄마의 자식이어서 그랬던 것 아닌가요? 그저 친언니의 아이라서?”그러자 이모는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말했다.“네가 지금 제정신이야!”“아니요.” 소녀는 웃으며 대꾸했다.“전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드디어 너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