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다들 당신이 올해 40세를 넘는다고 해서 늙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젊네요. 하나도 늙어 보이지 않네요. 당신이 3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세상에..."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너무 어처구니없었다.이미 세 아이의 아빠인 그가 와이프에게 잡혀 산다는 걸 남성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 남성을 통틀어 그를 직접 찾아오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근데 이 괴이한 여자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났단 말인가?부소경은 화가 난 나머지 어안이 벙벙했다.그가 이처럼 실태를 보이는 건 오랜만이었다.며칠 천 서씨 가문 장례식을 해결해 주면서 겪은 일로도 이처럼 평정심을 잃은 적이 없었다.이 이상한 여자에게 갖은 칭찬을 들은 부소경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기가 찰 지경이었다."꺼져!"그는 덤덤하게 이 말을 뱉었다.그러자 이연이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부소경은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생사를 막론하고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가능하다면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그가 발을 들려고 할 때 멀리서부터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왔다."부 대표님, 부소경 씨, 계세요?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부소경은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엄선희의 목소리였다."엄선희?"부소경이 물었다."네, 저예요, 부 대표님. 불편하시다면 물건은 카운터에 두고 갈게요. 편하실 때 와서 가져가세요. 미리 얘기해 드리려고 연락했어요. 원래 신세희 씨와 함께 올 생각이었는데 바쁘다더라고요. 저 혼자 와도 된다고 해서 혼자 왔어요. 그저 대표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요. 그날 저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들어와."부소경은 다시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다.엄선희는 엄선우의 여동생이다.수년간 그녀는 서준명과 깊은 사랑을 유지해 왔고, 태도도 단정할뿐더러 고약한 심보도 없었다. 신세희와 아이들도 각별히 예뻐했다.마치 신세희의 친동생 같았다.더우기는 아이들의 이모 같았다.이러고 보니 형부가 시누이를 만난다는 게
엄선희는 눈앞의 여자에게 뺨을 맞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설마 그녀가 사람을 잘못 알아본 건가?이연이 서 씨 가문의 도우미가 아니란 말인가?하지만 서 씨 가문에서는 도우미들을 대대로 기록하고 있기에 정확하다 생각했다. 심지어 서 씨 가문에서 40년 가까이 종사한 도우미도 이연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이연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서 씨 가문 도우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휴, 어르신께서 살아계실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시니까 좀 해방된 것 같네. 사실 어르신 사람은 아주 괜찮았는데, 단점은 있어도 항상 정직한 분이셨잖아. 어르신이 살면서 고집불통이었던 건 맞아. 하지만 우리 도우미들을 가족처럼 아껴주셨지 절대 함부로 부려 먹지 않았어.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보고 싶네. 아마 도우미를 하대하지 않고 챙겨주는 분은 다시 못 만날 것 같아.""나도 마찬가지야. 6살 때부터 서씨 가문에 들어와서 일했어. 부모도 없이 거리를 떠돌던 나를 받아준 게 바로 어르신이셨어. 달마다 월급도 꼬박꼬박 챙겨주셨고 학교에서 공부도 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어. 대학까지 가려고 했는데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결국 포기했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서씨 가문에서 도우미 밀에 전념하게 되었어. 밖에서 일하는 것보다 월급도 많았어. 이젠 내 자식도 대학에 입학했고 앞날이 창창해. 서씨 가문처럼 좋은 가문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르신 참 정직하고 괜찮으신 분이시잖아. 그렇지 않으면 F그룹 대표가 직접 장례식을 주도해 줬겠어? 이게 다 우리 어르신이 부 대표와 그의 어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기 때문이야. 들은 바에 의하면 부 대표의 어머니가 부 대표의 큰어머니 때문에 벼랑 끝까지 몰린 적 있다고 했어. 어르신이 나서주지 않았다면 아마 부 대표의 어머니의 부 대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거야.""맞아. 어르신은 부 대표는 물론 지금 서씨 가문 사모님 가족들도 아주 잘 챙겨주셨어. 그리고 어
평생을 고생했어.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진희는 여기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 해줬어. 근데 우리가 도와줬던 사람들은? 고가영은? 고소정은?그리고 이연은? 아무리 해외에 있다고 해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 이연과 이연의 부모는 조문하러 오지도 않았어. 참 잔인하지.”감회에 젖어 말하는 어머니에게 서준명은 위로했다. “어머니, 그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어요. 이연이 해외로 나갈 때 나이가 겨우 네 다섯 살이었어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나이에요. 그렇게 어릴 때 서씨 가문을 떠난 사람들이 무슨 감정이 남아 있겠어요? 이연의 부모님, 걔네 아버지는 류머티즘을 앓고 있어요. 걔네 어머니는 그걸 돌봐야 하고요. 세 식구가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형들이 돌아왔을 때 말했잖아요. 그들도 사실 돌아오고 싶었다고요. 어르신 조문하러 오고 싶었다고요. 어머니랑 아버지도 보러 올 겸 말이에요. 그 사람들도 아버지를 모셨었고, 아버지가 보고 싶을 거예요. 근데 돌아올 수가 없는데 어떡해요.”서준명의 말에 그들은 마음이 조금 풀렸다. 특히 서명훈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나도 보고싶구나. 살아생전에 다시 만날 수는 있을런지. 이연이라도 돌아오면 좋을 텐데. 그 계집애도 지금쯤이면 한 서른 정도 되었겠지?”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사진 보여드릴게요.”서준명은 말하며 핸드폰을 열어 이연의 사진을 보여줬다.엄선희도 앞으로 나서 이연의 사진을 보았다.아름답운 미모의 이국적인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엄선희는 시부모님과 서준명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좋게 말하면 제 시누이나 다름 없어요. 서씨 가문 가풍이 무너지면 안 되잖아요. 도우미들한테 여전히 가족처럼 대해야 해요. 편견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해줘야 해요. 하는 일이 다른 것뿐이잖아요. 이연이도 훌륭하게 잘 큰 거 같잖아요. 진짜 돌아오면 저희가 더 열등감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렇지, 여보?”서준
이연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응, 때렸는데 어쩔래? 당신 누구야? 대체 어디서 굴러들어 온 사람인데?! 내가 당신 집안 도우미라고? 난 남성 서 씨 가문 도우미 딸이야.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다고!”이연의 말은 엄선희에게 들려주는 말이자 부소경게도 들려주는 말이었다.부소경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이다!이연에게 지금 그녀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하찮은 존재였다.암튼 서가네가 다 감당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엄선희는 여전히 볼을 가리고 분노하며 말했다.“그래. 네가 우리 집 도우미라고. 내가 틀린 말 했어? 서 씨 가문처럼 훌륭한 집안에서 어떻게 너 같이 기본도 안된 애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그녀가 서씨 가문 안주인인데 말이다!안주인이라는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이연! 네가 지금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똑똑히 말해줄게! 여기서 소란 피우면 안 되니깐 당장 집으로 돌아가!”엄선희는 냉정한 얼굴로 명령하듯 말했다.이연에게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하고 분했지만 참고 집에 가서 해결하려 했다.서씨 가문 도우미가 부소경의 사무실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그것도 여러 번이나!전에는 서가네 삼 형제가, 또 지금은 서가네 도우미까지.끝도 없이 말이다!엄선희도 이연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뻔뻔한 것 같으니라고!“당신 대체 누구야!”이연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오늘 분명히 선을 보러 왔는데, 맞선 상대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정체 모를 여자까지 나타나니 짜증이 극에 달했다.게다가 자기 이름까지 부르면서 말이다.이연은 자신이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유학을 갔고, 도우미 출신이지만 서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당신 도대체 누군데! 내가 어느 집안사람인지는 알아? 딱 봐도 천박하게 생겨서 당신 같은 사람이 도우미를 고용한다고? 설령 그렇다 해도 나 같은 도우미를 고용할 능력이나 있어? 난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자랐고, 서
이연과 부소경은 깜짝 놀랐다.“다 너 같은 것들 때문이야! 빌어먹을 민정연, 고가영, 고소정. 그리고 너! 너희 같은 것들이, 서씨 가문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들이 거들먹거리면서 진희 고모의 모든 걸 빼앗아 갔어! 젠장! 너 따위가 감히 내 형부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워?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꺼져, 이 빌어먹을 년아! 네가 무슨 수작을 하려는 건지 다 알고 있으니까. 여기 온 목적이 내 형부 꼬시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개수작 부리려고 그러는거 아니야!!”“......”엄선희의 말에 부소경과 이연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부소경의 인상에는 엄선희는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였다. 그녀는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신세희, 후에는 남편을 만나, 그들의 보호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교양 있고 좋은 여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민정아보다 더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줄곧 차갑고 엄숙한 태도로 일관하던 부소경이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뻔했다.그가 웃고 싶었던 이유는 엄선희가 갑자기 자기를 형부라고 불렀기 때문이다.그렇다!형부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는 그녀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핸드폰으로 찍어 신세희에게 보내주고 싶은 정도 였다.“부소경 씨, 당신 사무실에 이런 미친 여자가 나타났는데, 상관 안 해요?”말싸움으로 엄선희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이연은 부소경에게 말을 돌렸다.삼분 동안 실랑이를 벌이느라 이연은 부소경이 보안팀을 불러 자기를 쫓아내려 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부소경은 평온하고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저기 봐.”이연이 뒤를 돌아보자, 보안팀이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보안 팀장이 달려와 부소경에게 다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은 비서님이 저에게 전화하셨을 때 저희가 훈련 중이어서요. 훈련 도구들을 내려놓고 다시 집합시키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괜찮으시죠? 끌어내야 할 사람이 누굽니까?”“저 여자.”이연은 엄선희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이연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뭐, 뭐라고요?” 부소경은 코웃음 치며 이연을 쳐다보지 않았다.엄선희는 이연 앞으로 다가가 냉엄한 자태로 말했다.“서가네 가풍이 다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망가지는 거야! 그런 것들이 자기가 서씨 가문 사람이라고! 진짜 서씨 가문 사람들은 내 남편처럼 평생 서가네 가풍을 따르는 사람들이야. 너 같은 인간들이 아니라! 해외에서 그렇게 교육을 잘 받았는데 왜 돌아와서 서씨 가문을 팔아먹어! 똑똑히 들어! 도우미! 어르신 이미 돌아가셨어. 네가 믿고 의지하던 분은 이제 없다고! 지금 서가네 주인은 나랑 내 남편이야! 그래서 분명히 말하는데 서씨 가문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한쪽으로 가서 찌그러져 있어!그리고 내 형부한테 또다시 수작 부리면 그땐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엄선희가 가문의 일을 맡게 된 이후 그녀는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왜냐면 날카롭지 않고 마음을 크게 먹지 않으면 이처럼 큰 가문의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그녀가 바라는 건 오로지 시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진희 고모와 함께 편안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그리고 그 외에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자기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혀!상관이 없으니 어떻게 살든 관심이 없다.“나더러 찌그러져 있으라고?”이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그래! 찌그러져 있어! 다시 밖에서 서씨 가문을 팔아먹으면 네 입을 찢어 버릴 거야.”민정아 못지않은 사나운 모습이었다.이어서 그녀는 보안팀에게 말했다.“경찰서로 데려가요.”“네.”보안팀은 다시 이연을 끌고 나갔다.이연은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보안팀이 그녀의 입을 막고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밖으로 끌려 나갔다.그녀가 나가자,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엄선희는 다시 한번 부소경에게 사과했다.“부 대표님, 죄송해요. 어르신이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잘해주기만 하셨어요. 어쩌면 명성에 너무
서준명의 말에 엄선희는 까불듯 말했다.“흥! 당신 아직 모르지, 내가 근무 시간에 내 남편 사무실만 온 게 아니라 밖에도 나갔다 왔다는 걸. 흥!”서준명은 그녀가 귀여운 듯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다 좋지만 유독 아내만 너무 많이 편애하는 게 단점이었다. 회사에서는 항상 엄격한 사람이였지만, 아내한테는 그러지 못했다. 그의 편애에 엄선희는 서른 살이 된 여인이지만 여전히 어린 아이 같은 면이 많았다.회사 사람들도 그가 아내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어서 별말 하지 않는다. 암튼 아내에게 너무 중요한 업무도 맡기지 않으니 말이다.엄선희는 계속 행정부에서 근무했다. 직위 승진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커리어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냥 안정된 일자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이 회사 주주라고 해서 회사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가 처리하는 업무가 조금 더 수월했을 뿐이다.가벼운 업무라고 해서 소홀히 처리 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작은 업무라도 열심히 했다. 물론, 할 일을 마친 후에는 그녀의 자유시간이었다.이건 이미 회사 내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이에 의견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가끔은 신세희와 민정아부서로 가서 수다도 떨고 하면서 그들의 일도 조금씩 도와주곤 하고, 또 가끔은 남편 사무실로 찾아가는 건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그래서 서준명의 이런 말도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인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정색하며 서준명에서 말했다. “여보, 당신네 집 친척이 정말 많은 것 같아!”“왜? 갑자기?”서준명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엄선희를 쳐다봤다.엄선희는 입을 삐죽거리며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다들 무례한 친척들이야. 당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친척은 세 명밖에 없는 거 아니야? 한 명은 이모네 사촌동생 민정아, 또 한 명은 고모네 집 사촌 동생 신세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 고모 진희 고모. 나머지는 다 진정한 친척이 아니잖아
서준명은 엄선희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연이 돌아왔는데도 소경이 형네 사무실 앞에 나타났다고? 이게 무슨 상황이야?”엄선희가 씩씩거리며 대답했다.“나도 그게 이상하다고! 서 씨 가문이랑 사이가 그렇게나 좋은데.. 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와보지도 않았던거야? 할머니의 생명의 은인이라서? 근데, 목숨을 구해줬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이야?”서준명이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수십 년 전에,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가 젊었을적 군대에 계셨을 때, 당시 국경지대에서 근무하셨어. 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살고 있던 범죄자들이랑 모순이 많으셨나 봐. 근데 그 사람들이 엄청 잔인했다. 할아버지랑 싸워서 못 이기니까 할머니를 납치한 거야. 이연의 할아버지가 서가네 집사가 되기 전이야. 그땐 할아버지 부하였지. 우리 할아버지가 무술, 사격술 이런 걸 가르쳐 줬었거든 이연의 할아버지 한테. 그리고 담력도 크셨대. 할머니가 납치된 후, 혼자 거기 잠입해서 그 사람들과 같은 행세하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할머니를 구해서 빠져나온거야. 근데 할머니를 안전지대에 들여보내자마자 이연의 할아버지는 그 사람들 손에 죽은 거지.”엄선희는 눈물을 흘렸다.“너.... 너무 감동이야, 이 시대에도 이렇게 충성스러운 부하가 있다니.”서준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지. 우리 할아버지는 작은 할머니랑 작은 고모한테 잘못한 거 빼고는 항상 곧은 분이셨어. 특히 서가네 친척들한테 항상 많은 도움을 주셨어. 이연의 할아버지한테도 말이야. 그래서 이연의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많이 고마워하셨어. 그렇지 않으면 자기 목숨바쳐 우리 할머니를 구했을 리가 없잖아.”“그 말은 이연이네 집안이 서 씨 가문에게 은혜가 있다는 말이네?”엄선희의 말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우리 할아버지가 우리 형들 유학 보내면서 왜 이연이네 집안도 같이 보냈겠어? 겉으로는 형들을 돌봐주기 위해서 라고 하셨지만, 사실은 이연이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