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죠?"이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부소경에게 물었다.부소경은 여전히 평온한 눈빛으로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여자였다."여긴 어떻게 들어왔죠?"부소경이 물었다."카운터 직원이 안내해 주던데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요/ 누구시죠?"여자가 따져 물었다.부소경은 여자의 말을 무시한 채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은탁아, 이 여자 누구야?"은탁은 그의 비서들중 한 명이었다.그녀도 미팅이 끝나자마자 부소경을 따라 나왔기에 대표 사무실 앞에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은탁은 다급히 달려와 여자를 확인한 뒤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아가씨,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대표사무실까지 어떻게 찾아오셨죠? 누구세요?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신고하겠습니다!"이연이 말했다."뭐, 뭐라고요?""당장 이곳에서 나가주세요!"은탁은 또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부 대표님. 제 실수입니다. 지금 당장 조사해 보고 책임자에 대해 추궁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은탁은 부소경과 이연을 뒤로 한 채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경비실이에요? 지금 당장 대표님 사무실에 와주셔야겠습니다. 웬 낯선 여자분이 계시는데 끌고 나가주세요!"너무 짜증 났다.F그룹은 다년간 엄격한 관리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대표사무실 앞에 요망한 여자가 서 있는 건 처음이었다.통화를 마친 뒤 은탁은 역겨운 표정으로 이연을 바라보았다.이연은 흠칫 놀랐다.이윽고 부소경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녀는 다짜고짜 부소경의 팔을 잡고 물었다."당신이 부 대표님이라고요? 그럼 당신이... 부소경 씨에요? 당신... 당신이 진짜 부소경이라고요?!"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 순간 이연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그녀가 예고도 없이 부소경의 사무실까지 찾아온 이유는 그의 실물을 영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생아!들은 바에 의하면 부소
"음, 다들 당신이 올해 40세를 넘는다고 해서 늙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젊네요. 하나도 늙어 보이지 않네요. 당신이 3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세상에..."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너무 어처구니없었다.이미 세 아이의 아빠인 그가 와이프에게 잡혀 산다는 걸 남성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 남성을 통틀어 그를 직접 찾아오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근데 이 괴이한 여자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났단 말인가?부소경은 화가 난 나머지 어안이 벙벙했다.그가 이처럼 실태를 보이는 건 오랜만이었다.며칠 천 서씨 가문 장례식을 해결해 주면서 겪은 일로도 이처럼 평정심을 잃은 적이 없었다.이 이상한 여자에게 갖은 칭찬을 들은 부소경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기가 찰 지경이었다."꺼져!"그는 덤덤하게 이 말을 뱉었다.그러자 이연이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부소경은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생사를 막론하고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가능하다면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그가 발을 들려고 할 때 멀리서부터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왔다."부 대표님, 부소경 씨, 계세요?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부소경은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엄선희의 목소리였다."엄선희?"부소경이 물었다."네, 저예요, 부 대표님. 불편하시다면 물건은 카운터에 두고 갈게요. 편하실 때 와서 가져가세요. 미리 얘기해 드리려고 연락했어요. 원래 신세희 씨와 함께 올 생각이었는데 바쁘다더라고요. 저 혼자 와도 된다고 해서 혼자 왔어요. 그저 대표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요. 그날 저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들어와."부소경은 다시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다.엄선희는 엄선우의 여동생이다.수년간 그녀는 서준명과 깊은 사랑을 유지해 왔고, 태도도 단정할뿐더러 고약한 심보도 없었다. 신세희와 아이들도 각별히 예뻐했다.마치 신세희의 친동생 같았다.더우기는 아이들의 이모 같았다.이러고 보니 형부가 시누이를 만난다는 게
엄선희는 눈앞의 여자에게 뺨을 맞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설마 그녀가 사람을 잘못 알아본 건가?이연이 서 씨 가문의 도우미가 아니란 말인가?하지만 서 씨 가문에서는 도우미들을 대대로 기록하고 있기에 정확하다 생각했다. 심지어 서 씨 가문에서 40년 가까이 종사한 도우미도 이연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이연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서 씨 가문 도우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휴, 어르신께서 살아계실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시니까 좀 해방된 것 같네. 사실 어르신 사람은 아주 괜찮았는데, 단점은 있어도 항상 정직한 분이셨잖아. 어르신이 살면서 고집불통이었던 건 맞아. 하지만 우리 도우미들을 가족처럼 아껴주셨지 절대 함부로 부려 먹지 않았어.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보고 싶네. 아마 도우미를 하대하지 않고 챙겨주는 분은 다시 못 만날 것 같아.""나도 마찬가지야. 6살 때부터 서씨 가문에 들어와서 일했어. 부모도 없이 거리를 떠돌던 나를 받아준 게 바로 어르신이셨어. 달마다 월급도 꼬박꼬박 챙겨주셨고 학교에서 공부도 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어. 대학까지 가려고 했는데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결국 포기했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서씨 가문에서 도우미 밀에 전념하게 되었어. 밖에서 일하는 것보다 월급도 많았어. 이젠 내 자식도 대학에 입학했고 앞날이 창창해. 서씨 가문처럼 좋은 가문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르신 참 정직하고 괜찮으신 분이시잖아. 그렇지 않으면 F그룹 대표가 직접 장례식을 주도해 줬겠어? 이게 다 우리 어르신이 부 대표와 그의 어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기 때문이야. 들은 바에 의하면 부 대표의 어머니가 부 대표의 큰어머니 때문에 벼랑 끝까지 몰린 적 있다고 했어. 어르신이 나서주지 않았다면 아마 부 대표의 어머니의 부 대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거야.""맞아. 어르신은 부 대표는 물론 지금 서씨 가문 사모님 가족들도 아주 잘 챙겨주셨어. 그리고 어
평생을 고생했어.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진희는 여기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 해줬어. 근데 우리가 도와줬던 사람들은? 고가영은? 고소정은?그리고 이연은? 아무리 해외에 있다고 해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 이연과 이연의 부모는 조문하러 오지도 않았어. 참 잔인하지.”감회에 젖어 말하는 어머니에게 서준명은 위로했다. “어머니, 그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어요. 이연이 해외로 나갈 때 나이가 겨우 네 다섯 살이었어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나이에요. 그렇게 어릴 때 서씨 가문을 떠난 사람들이 무슨 감정이 남아 있겠어요? 이연의 부모님, 걔네 아버지는 류머티즘을 앓고 있어요. 걔네 어머니는 그걸 돌봐야 하고요. 세 식구가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형들이 돌아왔을 때 말했잖아요. 그들도 사실 돌아오고 싶었다고요. 어르신 조문하러 오고 싶었다고요. 어머니랑 아버지도 보러 올 겸 말이에요. 그 사람들도 아버지를 모셨었고, 아버지가 보고 싶을 거예요. 근데 돌아올 수가 없는데 어떡해요.”서준명의 말에 그들은 마음이 조금 풀렸다. 특히 서명훈는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나도 보고싶구나. 살아생전에 다시 만날 수는 있을런지. 이연이라도 돌아오면 좋을 텐데. 그 계집애도 지금쯤이면 한 서른 정도 되었겠지?”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사진 보여드릴게요.”서준명은 말하며 핸드폰을 열어 이연의 사진을 보여줬다.엄선희도 앞으로 나서 이연의 사진을 보았다.아름답운 미모의 이국적인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엄선희는 시부모님과 서준명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좋게 말하면 제 시누이나 다름 없어요. 서씨 가문 가풍이 무너지면 안 되잖아요. 도우미들한테 여전히 가족처럼 대해야 해요. 편견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해줘야 해요. 하는 일이 다른 것뿐이잖아요. 이연이도 훌륭하게 잘 큰 거 같잖아요. 진짜 돌아오면 저희가 더 열등감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렇지, 여보?”서준
이연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응, 때렸는데 어쩔래? 당신 누구야? 대체 어디서 굴러들어 온 사람인데?! 내가 당신 집안 도우미라고? 난 남성 서 씨 가문 도우미 딸이야.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다고!”이연의 말은 엄선희에게 들려주는 말이자 부소경게도 들려주는 말이었다.부소경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이다!이연에게 지금 그녀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하찮은 존재였다.암튼 서가네가 다 감당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엄선희는 여전히 볼을 가리고 분노하며 말했다.“그래. 네가 우리 집 도우미라고. 내가 틀린 말 했어? 서 씨 가문처럼 훌륭한 집안에서 어떻게 너 같이 기본도 안된 애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그녀가 서씨 가문 안주인인데 말이다!안주인이라는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이연! 네가 지금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똑똑히 말해줄게! 여기서 소란 피우면 안 되니깐 당장 집으로 돌아가!”엄선희는 냉정한 얼굴로 명령하듯 말했다.이연에게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하고 분했지만 참고 집에 가서 해결하려 했다.서씨 가문 도우미가 부소경의 사무실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그것도 여러 번이나!전에는 서가네 삼 형제가, 또 지금은 서가네 도우미까지.끝도 없이 말이다!엄선희도 이연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뻔뻔한 것 같으니라고!“당신 대체 누구야!”이연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오늘 분명히 선을 보러 왔는데, 맞선 상대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정체 모를 여자까지 나타나니 짜증이 극에 달했다.게다가 자기 이름까지 부르면서 말이다.이연은 자신이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유학을 갔고, 도우미 출신이지만 서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당신 도대체 누군데! 내가 어느 집안사람인지는 알아? 딱 봐도 천박하게 생겨서 당신 같은 사람이 도우미를 고용한다고? 설령 그렇다 해도 나 같은 도우미를 고용할 능력이나 있어? 난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자랐고, 서
이연과 부소경은 깜짝 놀랐다.“다 너 같은 것들 때문이야! 빌어먹을 민정연, 고가영, 고소정. 그리고 너! 너희 같은 것들이, 서씨 가문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들이 거들먹거리면서 진희 고모의 모든 걸 빼앗아 갔어! 젠장! 너 따위가 감히 내 형부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워?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꺼져, 이 빌어먹을 년아! 네가 무슨 수작을 하려는 건지 다 알고 있으니까. 여기 온 목적이 내 형부 꼬시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개수작 부리려고 그러는거 아니야!!”“......”엄선희의 말에 부소경과 이연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부소경의 인상에는 엄선희는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였다. 그녀는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신세희, 후에는 남편을 만나, 그들의 보호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교양 있고 좋은 여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민정아보다 더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줄곧 차갑고 엄숙한 태도로 일관하던 부소경이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뻔했다.그가 웃고 싶었던 이유는 엄선희가 갑자기 자기를 형부라고 불렀기 때문이다.그렇다!형부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는 그녀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핸드폰으로 찍어 신세희에게 보내주고 싶은 정도 였다.“부소경 씨, 당신 사무실에 이런 미친 여자가 나타났는데, 상관 안 해요?”말싸움으로 엄선희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이연은 부소경에게 말을 돌렸다.삼분 동안 실랑이를 벌이느라 이연은 부소경이 보안팀을 불러 자기를 쫓아내려 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부소경은 평온하고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저기 봐.”이연이 뒤를 돌아보자, 보안팀이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보안 팀장이 달려와 부소경에게 다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은 비서님이 저에게 전화하셨을 때 저희가 훈련 중이어서요. 훈련 도구들을 내려놓고 다시 집합시키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괜찮으시죠? 끌어내야 할 사람이 누굽니까?”“저 여자.”이연은 엄선희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이연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뭐, 뭐라고요?” 부소경은 코웃음 치며 이연을 쳐다보지 않았다.엄선희는 이연 앞으로 다가가 냉엄한 자태로 말했다.“서가네 가풍이 다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망가지는 거야! 그런 것들이 자기가 서씨 가문 사람이라고! 진짜 서씨 가문 사람들은 내 남편처럼 평생 서가네 가풍을 따르는 사람들이야. 너 같은 인간들이 아니라! 해외에서 그렇게 교육을 잘 받았는데 왜 돌아와서 서씨 가문을 팔아먹어! 똑똑히 들어! 도우미! 어르신 이미 돌아가셨어. 네가 믿고 의지하던 분은 이제 없다고! 지금 서가네 주인은 나랑 내 남편이야! 그래서 분명히 말하는데 서씨 가문에 너 같은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한쪽으로 가서 찌그러져 있어!그리고 내 형부한테 또다시 수작 부리면 그땐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엄선희가 가문의 일을 맡게 된 이후 그녀는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왜냐면 날카롭지 않고 마음을 크게 먹지 않으면 이처럼 큰 가문의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그녀가 바라는 건 오로지 시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진희 고모와 함께 편안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그리고 그 외에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자기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혀!상관이 없으니 어떻게 살든 관심이 없다.“나더러 찌그러져 있으라고?”이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그래! 찌그러져 있어! 다시 밖에서 서씨 가문을 팔아먹으면 네 입을 찢어 버릴 거야.”민정아 못지않은 사나운 모습이었다.이어서 그녀는 보안팀에게 말했다.“경찰서로 데려가요.”“네.”보안팀은 다시 이연을 끌고 나갔다.이연은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보안팀이 그녀의 입을 막고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밖으로 끌려 나갔다.그녀가 나가자,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엄선희는 다시 한번 부소경에게 사과했다.“부 대표님, 죄송해요. 어르신이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에게 잘해주기만 하셨어요. 어쩌면 명성에 너무
서준명의 말에 엄선희는 까불듯 말했다.“흥! 당신 아직 모르지, 내가 근무 시간에 내 남편 사무실만 온 게 아니라 밖에도 나갔다 왔다는 걸. 흥!”서준명은 그녀가 귀여운 듯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다 좋지만 유독 아내만 너무 많이 편애하는 게 단점이었다. 회사에서는 항상 엄격한 사람이였지만, 아내한테는 그러지 못했다. 그의 편애에 엄선희는 서른 살이 된 여인이지만 여전히 어린 아이 같은 면이 많았다.회사 사람들도 그가 아내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어서 별말 하지 않는다. 암튼 아내에게 너무 중요한 업무도 맡기지 않으니 말이다.엄선희는 계속 행정부에서 근무했다. 직위 승진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커리어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냥 안정된 일자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이 회사 주주라고 해서 회사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녀가 처리하는 업무가 조금 더 수월했을 뿐이다.가벼운 업무라고 해서 소홀히 처리 한 적은 없었다. 아무리 작은 업무라도 열심히 했다. 물론, 할 일을 마친 후에는 그녀의 자유시간이었다.이건 이미 회사 내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이에 의견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가끔은 신세희와 민정아부서로 가서 수다도 떨고 하면서 그들의 일도 조금씩 도와주곤 하고, 또 가끔은 남편 사무실로 찾아가는 건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그래서 서준명의 이런 말도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인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정색하며 서준명에서 말했다. “여보, 당신네 집 친척이 정말 많은 것 같아!”“왜? 갑자기?”서준명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엄선희를 쳐다봤다.엄선희는 입을 삐죽거리며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다들 무례한 친척들이야. 당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친척은 세 명밖에 없는 거 아니야? 한 명은 이모네 사촌동생 민정아, 또 한 명은 고모네 집 사촌 동생 신세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 고모 진희 고모. 나머지는 다 진정한 친척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