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아가 포악하게 웃었다."흥! 무슨 짓이냐니? 왜, 무서워? 신세희, 내가 과연 어느 남자한테 널 돌릴지 알아맞혀 볼래?"말을 마친 임서아는 건장한 체격에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검은 옷의 사내들을 쳐다보며 경박하게 말했다."이봐, 당신 넷은 평생 우리 엄격한 외할아버지 밑에서 일하느라 아마 여자들과 놀아본 적도 없을 테지? 어때, 지금 내가 당신들에게 큰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경호원들은 모두 인품이 훌륭했으며 통찰력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니라면 서씨 집안 어르신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경호원이 될 수 없었을 터였다. 비록 상류층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어르신 곁을 지킨 지 십 년은 족히 넘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강제로 태워진 저 여자는 부소경의 고급 저택에서 나온 사람이었다. 설령 부소경이 이 여자를 고문하고 찢어 죽이겠다고 수없이 말하더라도 그건 그들의 관할이 아니었다.부소경은 이 여자를 괴롭혀도 괜찮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여자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그 사람은 절대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경호원들도 알아챈 사실을 임서아만 몰랐다.이들은 모두 6년 전 어르신이 데려온 외손녀를 혐오했다.대갓집 규수의 자질은 커녕 하는 행동마다 악독하고 저속하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억지는 어찌나 잘 부리는지.가장 중요한 건 임서아는 멍청하기까지 했다.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감히 임서아에게 대들 수 없었던 그들은 단체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처음에는 당황하고 겁에 질려 있던 신세희도 몇 분 뒤 곧 평정을 되찾았다. 비록 흉악한 네 남자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더 이상 두렵지는 않았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임서아를 바라보았다."임서아, 난 부소경에게 잡혀 와서 빚을 갚아야 하는 신세야. 난 그에게 많은 돈을 빚졌어, 그 사람은 나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내 몸을 이용해 빚진 돈을 벌어들이려고 할 거야. 만약 이 차 안의 네 사람이 나를 갖고 놀다가 망가뜨려서 부소경이 돈을 벌지 못하게 된다면, 그래서 그
죽지만 않는다면 그만이었다.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지금 당장 가자.""출발해."임서아가 명령했다.한 시간 뒤, 차가 고급 룸살롱 앞에 멈춰 섰다. 임서아를 따라 안에 들어서니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리사야, 이 하이힐은 해외에서 주문한 거니?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거지?""당연하지. 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야. 7,777만 원 주고 샀어.""하하, 그건 네가 가장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잖아.""맞아. 네 치마도 이쁘네. 이것도 한정판이지? 가격이 꽤 나가겠다.”"별로. 한 삼천만 원 정도? 네 신발 가격이면 이거 두 벌은 살 수 있을 거야.""그나저나 우리 서로 이런 거로 추켜세우지 말자. 우리가 아무리 좋은 걸 입고 있어도 서씨 집안 외손녀 임서아의 에메랄드 팔찌보다 못할걸. 듣기론 적어도 수십억은 할 거래. 외할아버지가 주셨다나...""그리고 입고 있는 옷들은 전부 외국에서 공수해 온 거래. 약혼자가 특별히 외국에서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줬대.""임서아는 이제 남성에서 제일가는 규수잖아. 팔자도 참 타고났지.""그만해, 임서아 아가씨가 오셨어.""어머, 서아 아가씨. 어서 오세요. 오래 기다렸다고요, 얼른 들어오세요.""어머나, 옆에 이 사람은... 6년 전 그 범죄자 아닌가요?"임서아가 웃으며 말했다."맞아. 원래 이 애는 우리 임씨 집안의 양녀였는데 대학 다닐 때 질 나쁜 짓을 하다가 그만 잡혀 들어갔었지. 그런데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내 약혼자에게 미움을 샀지 뭐야. 지금은 내 약혼자의 손안에 있어. 사실 여전히 죄인이나 다름없지. 나와 내 약혼자만을 위한 죄인.""역시 우리 아가씨. 누가 감히 넷째 도련님이 데려온 사람을 함부로 데리고 나올 수 있겠어요.""야, 임서아 아가씨는 그분의 약혼자거든?""아가씨, 오늘은 어떻게 놀까요? 너무 기대돼요!"룸 안의 무리는 임서아의 눈치를 살피며 살살 아부했다.임서아의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6년 전에 이 여자가 상류층의 수많은 사람
룸 안의 규수들도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제일 빨리 눈치챈 임서아가 살살 웃으며 한껏 비꼬았다."어머, 난 또 누구라고. 우리 의찬 도련님이잖아?"조의찬이 임서아와 신세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세희 씨를 놔줘요.""의찬 씨."움켜쥐었던 신세희의 머리카락을 놓은 임서아가 조의찬을 향해 냉소했다."예전에는 신세희를 당신 장난감쯤으로 여겼겠지만, 지금은 내 약혼자가 잡아 온 죄인이에요. 이제는 당신이 아니라 나와 내 약혼자의 장난감이라고요. 하지만 당신은 내 약혼자의 사촌 동생이니까 특별히 참여시켜 드리죠. 듣자 하니 예전에 신세희를 그렇게 갖고 놀고 싶어 했다면서요? 지금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그런데 그깟 닭 피에 겁을 먹고 혼비백산했다지? 아하하, 너무 웃겨. 자, 어서 와요. 어디 이 거지랑 한번 붙어볼래요?""어머, 이게 훨씬 자극적이네요. 나는 찬성.""의찬 도련님, 힘내요!""응원할게요, 도련님.""6년 전엔 실패했지만 오늘은 꼭 성공하기를 바라요."한 무리의 규수들이 맞장구를 쳤다.조의찬은 더는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다. 6년 전 그가 운성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전지전능한 부소경을 사촌 형으로 두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짧은 6년 사이, 운성 사람들은 부소경이 비록 부태성 어르신의 명령대로 사촌 동생에게 손을 대진 않았지만, 조씨 집안의 사업에 손을 잔뜩 뻗었다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아주 명분이 있었는데 매번 곧 파산하거나 은행에 거액의 빚을 져서 벼랑 끝에 몰린 조의찬의 어머니 즉, 부소경의 고모가 그에게 지분을 사줄 것을 울며 호소할 때쯤에 손을 대는 것이었다.이렇듯 한 걸음씩 가다 보니 6년이라는 시간 사이 조씨 가업은 부동산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그러나 이것 역시 F그룹이 30%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버티는 중이었다. 아니라면 이미 망하고도 남았을 것이다.원래는 몇십조의 자산을 갖고 있던 C그
조의찬의 마음도 더 깊어졌다.신세희를 바라보던 그는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임서아를 비롯한 일곱여덟 명의 규수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우리 조씨 집안은 이미 몰락했으니 당신들이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어. 그렇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내가 부소경의 사촌 동생이라는 사실 말이야. 형은 절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거야. 그리고 임서아!"임서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졌다."조의찬, 감히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조의찬이 비웃음을 가득 담아 말했다."당신이 정말 내 사촌 형의 약혼녀인지는 잘 모르겠고, 적어도 당신이 데려온 이 여자가 내 사촌 형이 데려온 여자라는 건 잘 알겠어요. 그런데 우리 사촌 형은 참 이상해요. 한번 그의 손을 탄 사람이라면 아무리 죄인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손대는 걸 정말 싫어한단 말이죠. 제멋대로 손댄 대가가 어떨지, 내가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죠? 임서아 씨, 입만 열면 당신과 형의 죄인이네 뭐네, 그딴소리 좀 그만 해요. 신세희 씨는 오직 부소경 형 거예요. 당신 게 아니라고. 우리 형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어, 적어도 당신은 내 눈엔 아무것도 아니니까.""이... 이 미친 새끼가!"조의찬은 임서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잔뜩 얼어붙은 일여덟 명의 규수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다들 사는 게 지겨운 건가? 감히 이 멍청한 여자가 내 사촌 형이 데려온 사람을 모욕하는 데 동조해?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아프리카로 끌려가고 싶어?""아니요, 죄송해요. 전... 이만 가볼게요.""도련님,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저도, 저도 당장 돌아갈게요!""한 번만 봐주세요. 저랑 자도 괜찮으니 제발 사촌 형에게 제 이름을 말하진 말아 주세요.""어서 가. 뭐해, 얼른 도련님께 인사드리지 않고."사색이 된 그들이 태도를 바꿔 조의찬에게 용서를 빌었다."당장 꺼져!"조의찬이 매몰차게 내뱉었다.규수들은 임서아를 룸 안에 방치한 채 저마다 뿔뿔이 현장
"세희 씨, 아직도 그 일로 날 용서하기 싫은 거예요?"신세희가 살포시 미소 지었다."조의찬 씨, 나는 더 이상 6년 전의 철없는 여자가 아니에요. 지금의 난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어요. 나는 당신을 미워한 적 없어요. 단지 당신이 좀 직설적이었으면 좋겠어요. 네?""신세희 씨, 제발 날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돼요? 앞으로 절대 당신을 모욕하는 짓은 하지 않을게요..."조의찬은 다급하게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진심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그러나 마침 근처의 룸 안에서 남자가 불쑥 나왔다. 그는 신세희의 손을 잡고 있는 조의찬을 발견하고 히쭉 웃었다."뭐야. 의찬아. 왜 이렇게 오래 나가 있나 했더니 그새 여자를 꼬시고 있었어? 방에 있는 여자애가 지금 너를 기다리며 목 놓아 울고 있다고. 안 들어오면 큰일 난다, 너."조의찬이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먼저 들어가 있어.""......"그가 막 조의찬을 이끌고 들어가려 하는데 룸에서 몇 명이 더 나왔다. 그들은 곧장 조의찬 쪽으로 걸어왔다."야, 조의찬. 이건 좀 아니지. 아무리 다들 예쁜 첩들은 고이 숨겨둔다지만, 이렇게 참한 아가씨를 너 혼자 독식하려 했다고?""의찬이 이 새끼, 우리 상도덕 좀 지키자.""야, 방에 있는 여자애가 지금 잔뜩 울먹이고 있어. 왜 아직도 안 들어오나 했는데 밖에서 다른 여자랑 놀고 있었구나?"이들은 평소 조의찬과 자주 어울리는, 한량 같은 도련님들이었다.6년 전, 조의찬은 이 바닥에서 잘 논다고 소문이 났었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그와 어울리고 싶어했다. 그와 가장 친했던 서시언이 하루아침에 신세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조의찬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조의찬은 더욱 본업에 충실하지 않았다.가업 대부분이 F그룹의 손에 넘어간 뒤로 조씨 집안은 미미한 배당금만 겨우 챙기는 신세였다. 더구나 부소경은 친척들이 F그룹의 사업에 참견하는 걸 몹시 꺼렸기 때문에 조의찬은 마땅한 직업을 찾기가
신세희가 그 패거리들 사이에서 조롱하는 걸 듣고 있자니 매우 난처해졌고, 조의찬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의찬 앞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하든 상관없지만, 신세희 앞에서 그런 말들을 하니 조의찬은 매우 모욕감을 느꼈다.하필 이때, 앞에서 두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신세희를 끌어안고 들어갔다.“이리 와, 아가씨! 벌써 문밖에 왔는데 들어와 앉지도 않고, 정말 버릇이 없군. 몸을 팔려고 작정을 했으면 욕먹는 건 두려워하면 안 되지. 자, 들어와서 오빠랑 한잔하고…."“……”신세희는 대꾸하지 않았고, 두 남자에게 안겨 질식할 뻔했다.그녀는 밀어내고 싶어도 도저히 밀어낼 수 없어 발버둥을 치며 말했다.“그래요, 문제없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사전에 조의찬 씨한테 등록을 해야 해요. 왜냐하면 난 부소경의 사람이기 때문에 남자랑 함께 있을 때마다 부소경은 나한테 정산을 요구하거든요!” 두 남자는 얼어붙었고, 부소경을 말하자 그들은 바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러자 뒤에 있던 조의찬이 갑자기 소리쳤다."그녀를 놓아줘! 신세희를 놓아주지 않으면 너희들 모두 피를 볼 줄 알라고!” 그러자 현장에 있던 남자들이 모두 멍해졌고, 그중 한 명은 불만인 듯 말했다.“조의찬, 이럴 필요 있어? 우리 모두 좋은 물건 있으면 같이 나눴는데 네가 이러고도 친구야?”신세희도 고개를 돌려 조의찬을 보며 말했다.“조의찬 씨, 괜찮아요. 지금 바로 당신 사촌 형인 부소경 씨한테 말해 주세요, 여기서 당신 손님을 모시고 있다고요. 몇 명이든 당신 사촌 형한테 자세히 보고해야 해요. 어차피 저는 팔리는 입장인데 누구한테 팔리든 다 똑같죠.”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매우 가볍게 말을 했고, 마치 그 아픔이 이미 극에 달해 무감각해진듯했다. 하지만 조의찬의 마음은 만 개의 쇠 바늘에 찔린 듯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두 명의 건장한 남자를 밀치고 나서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누구든지 신세희를 희롱하는 건 바로 나 조의찬에게 피맺힌 원한을 사는 것과 같아,
”……”조의찬은 대답이 없었고, 한참 뒤에야 말을 꺼냈다."사촌 형은 낮에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을 건데요.”"그래요.”"응?"“회사로 가요.” 그러자 조의찬은 한숨을 내쉬었다.“차에 타요, 차로 데려다줄게요.” 신세희는 침착하게 조의찬을 따라 차를 탔고, 조의찬은 차를 몰며 다시 물었다."신세희 씨, 요 몇 년 동안 시언이와 잘 지낸 거예요?” 서시언을 언급하자 신세희는 즉시 눈시울을 붉혔고, 몸을 돌려 조의찬을 바라보았다."조의찬 씨, 난……당신이 항상 나를 갖고 놀고 싶어 했던 거 알아요. 날 도와서 우리 오빠 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없어요? 그 사람 지금 살아있는 건 맞나요? 그리고 오빠 가족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죠? 만약 당신이 날 도와준다고 하면, 당신이 시키는 대로 뭐든 다 할게요. 6년 전에 당신이 나에게 시킨 그 게임도 당신이 날 도와주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어요! 전 그냥 오빠가 살아 있는지만 알면 돼요. 그렇게 안 될까요?” “……”조의찬은 침묵했다.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에는 핏줄이 불룩 튀어나왔고, 신세희의 이런 말은 오히려 독화살처럼 그의 심장을 꿰뚫어 피를 콸콸 흘리게 했다.그는 손이 떨려서 핸들을 잡지 못할 정도였고, 하마터면 도로변에 부딪힐 뻔했다. 차가 멈추자 조의찬은 미안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세희 씨, 내 말 좀 들어봐요. 내가 용서를 빌 수 없다는 걸 나도 알아요, 난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노리개로 여겼죠, 하지만 결국 난 내 발등을 찍었어요. 신세희 씨, 당신이 당신 팔로 나를 대신해서 칼을 막은 순간, 나는 이번 생에 내가 당신 앞에서 속죄를 해도 다 갚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용서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을게요, 그냥 단지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도망치고 싶어요? 그러고 싶으면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당신을 보내줄게요, 우리 엄마는 부소경의 작은 고모고, 어쨌든 그는 자신의 고모에게 허튼짓은 부리지 않을 거예요. 지금 당장 보내 줄게요
”조의찬 씨, 왜 꼭 나랑 친구가 되어야 하죠?” "아니! 신세희 씨 당신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당신은 내가 본 어떤 여자보다 더 고결해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을 말하지 마요, 신세희 씨.” 조의찬은 가슴이 아려왔다.“하지만, 그건 사실인걸요.” 신세희는 조용히 대답했고, 목소리도 약간 쉰 듯했다."나는 너희 부자들 사이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지만, 꼬박 두 달 동안이나 놀림감으로 여겨졌어요. 저는 집이 없는 감옥에서 나온 죄수일 뿐이고,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어서 당신들과 싸울 능력도 없었죠. 난 어릿광대처럼 당신들이 만들어준 울타리 안에서 빙빙 돌았고, 그렇게 기절할 정도로 돌다가 당신들은 나한테 온갖 비천한 말들을 덮어 씌웠어요. 이런 것들은 다 상관 없어요, 상관없다고요! 하지만 내 아이는요! 내 딸은 고작 5살이에요! 조의찬 씨 제발 좀 빨리 가줘요, 내 딸을 찾으러 가야 해요!” 신세희는 정신을 거의 잃은 듯했다.“좋아요, 침착해요 신세희 씨. 지금 바로 데려다줄게요. 그리고 당신 오빠는 걱정하지 마요, 내가 어떻게든 시언이의 행방을 알아봐 줄 거고, 가장 좋은 치료제도 보내 줄게요. 시언이는 내 친구이기도 했잖아요?”조의찬이 차를 몰면서 말했다.“고마워요.”신세희는 지친 듯 등받이에 기대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조의찬은 차를 몰고 30분 남짓 후에 F그룹 빌딩 아래층에 도착했고,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꼭대기까지 보이지 않았다.“신세희 씨, 도착했어요. 전 같이 들어가지는 않을 게요. 저희 사촌 형은 가족이 회사 일에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당신 혼자 올라가도 되죠?”조의찬이 물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차에서 내렸다.“신세희 씨!”조의찬이 다시 신세희를 불렀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조의찬을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어요?”“내 번호 좀 알고 있을래요? 당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요, 언제든지 갈 테니까.” 그러자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