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쉽게 속아 넘어갈 사람도 아니었다.다년간 떠돌이 생활을 하였고 또한 한때는 임지강에게 갇힌 삶까지 살았으며 그전에는 산속에서 혼자 신세희를 키우며 살아왔다. 언제 한번 평온한 삶을 누려봤겠는가?서진희는 그 모든 걸 견디고 버텨냈다.이는 서진희에게 모두 생각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단지 신세희가 자신의 엄마를 너무 걱정한 탓에 이성을 놓은 것뿐이다.이 타이밍에 부소경이 나서서 신세희의 마음을 가다듬어 준 것이다."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어머님께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게 할 테니까 안심해."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부소경이 지켜보고 있으니, 서진희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괜찮을 것 같았다.바로 그때 신세희는 민정아를 떠올렸다.요즘따라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것 같았다.회사에서는 온란희가 난동을 부리지 않는가 하면 반씨 가문 사람들이 찾아와 소란을 일으키고 게다가 엄마를 쫓아다니는 남자까지.일이 너무 한꺼번에 몰린 기분이었다.그제야 신세희는 민정아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정아 씨, 혹시 할머니랑 싸웠어? 서준 씨는 알아? 서준 씨가 정아 씨 괴롭히면 내가 손봐줄게!"신세희가 말했다.그러자 민정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세희 씨, 걱정하지 마. 보아하니 나보다 일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어머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세 아이까지 돌봐야 하는데 반원명과 지영주 일까지, 수고가 많아. 그러니까 내 일은 걱정하지 마. 난 세희 씨를 본보기로 삼고 나 자신을 아끼며 똑바로 살아갈 거야. 난 내 아이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강해질 거야. 내 걱정은 하지 마. 난 잘 해낼 거야. 안심해도 돼."신세희가 어찌 마음을 놓을 수 있단 말인가?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민정아가 말을 이었다."신세희 씨, 나 대신 고급 호텔 좀 예약해 줘. 일단 지낼 곳부터 찾아놓아야 해. 세희 씨 회사 부근으로 해주면 아이도 돌보는 동시에 업무에도 하루빨리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안정되면 회사 부근에
민정아가 걱정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신세희는 정이 많은 여자였다. 그녀가 가장 힘들 때 민정아는 그녀의 옆에서 함께 힘이 되어주는 것을 선택했다. 신세희는 평생 이 점을 잊지 않을 것이다.민정아가 한때 그녀를 괴롭혔다고 해도 말이다.하지만 민정아도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 아닌 데다 심보도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강해도 사실상 민정아는 눈 뜨고 코 베여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는 바보였다.그 때문에 신세희는 늘 민정아가 걱정되었다.신세희가 자신을 관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는 것을 보고 민정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영주 씨야, 신세희 씨."신세희는 실망하면서도 안심된 표정을 지었다."어서 받아."신세희가 말했다.민정아는 곧바로 연락받았다."여보세요, 영주 씨, 지금 시간 돼요?"휴대폰 너머로 지영주가 대답했다."정아 씨, 혹시 구서준 씨랑 심하게 다퉜어요? 요즘... 미안해요, 세희 씨가 나한테 두 사람 따라 서울로 올라가 정아 씨와 윤희 씨 돌보라고 했는데...""그렇게 얘기하지 말아요, 영주 씨. 영주 씨도 영주 씨 삶이 있잖아요. 영주 씨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시집가는 것이야말로 세희 씨가 가장 보고 싶었던 모습일 거예요. 세희 씨가 영주 씨한테 나 따라 서울로 올라가라고 한 것도 영주 씨가 어릴 때부터 서울에서 컸기 때문이에요. 이젠 영주 씨가 남성에서 지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잘된 일이죠. 날 지켜줄 필요 없어요. 앞으로 나 혼자서 날 지켜낼 수 있어요. 영주 씨,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 거 축하해요. 알려줄 소식이 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혼수 좀 모아뒀는데 내일 줄게요."지영주는 순간 울먹이며 말했다."정아 씨...""울지 말아요."민정아는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우리는 모두 강한 여자가 되어야 해요. 아, 좋은 소식 하나 더 있어요, 원명 씨, 아니! 이젠 호영 씨라고 해야겠네요, 호영 씨 일은 이미 해결했어요. 앞으로 걱정할 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 지금쯤 원명 씨도 경찰서에서 사건보고 작성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가지 않는 한 절대 이혼 안 해. 구서준 씨가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절대 이혼 안 해. 예를 들어 내연녀가 생겼다면 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그 외 모든 건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 내 가정을 지켜낼 거야."그녀의 생각에 신세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신세희는 갑자기 화끈하게 웃으며 말했다."정아 씨, 구서준 씨와 이혼하고 싶지 않다면...""책략!"민정아가 말했다.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러자 민정아가 말을 이었다."내 태도이기도 해! 난 구씨 가문 사람들에게 그들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줄 거야!"신세희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아 씨, 잘 생각했어, 너무 기뻐! 걱정하지 마, 언젠가 구씨 가문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거야! 더 이상 정아 씨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응!"민정아는 아주 자신만만했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세희 씨, 내 걱정하지 말고 빨리 돌아가. 이모 일은 천천히 해도 되니까 먼저 원명 씨 일부터 해결해. 그 뒤 다시 얘기해 보자."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응, 알겠어.""얼른 가봐."민정아가 말했다.신세희는 더 이상 민정아에게 인사하지 않고 호텔에서 나왔다.손에 잡힌 일이 너무 많았다.한편으로 어머니 일도 해결해야 할뿐더러 해결해야 할 업무도 많고 반원명 일도 걱정되었다.반원명이 경찰서로 끌려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신세희는 알 수 없었다.오후 내내 업무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뒤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깊은 밤이었고 부소경도 이미 집에 도착한 뒤였다."여보, 원명 씨 일은 어떻게 해결됐어요?"신세희가 물었다.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더니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신세희, 당신 덕분에, 그리고 당신이 생각해 준 방법대로 반원명이 살던 곳에 미리 찾아가 인사드렸더니 일이 잘 해결됐어. 그렇지 않으면 원명은 반씨 가
남자의 말을 신세희는 단번에 눈치챘다.신세희의 얼굴은 이미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부소경과 부부 사이기도 하고 신세희도 이젠 어린 나이도 아니었지만, 여전히 얼굴 빨개지는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얼굴 두께는 파 껍질보다 얇았다.하지만 부소경은 이런 신세희가 좋았다.그는 자기 여자를 더욱 꽉 껴안았다.오늘 밤은 두 사람만의 달콤한 밤이 될 것이다.두 사람은 다년간 함께 살면서 정사를 단 한 번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되레 두 사람은 다년간의 경험으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오래 즐길 수 있었다.게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콤함은 더욱 진해졌다.신세희도 전에 비해 마음을 많이 열게 되었다.부소경의 집 방음이 좋지 않았더라면 신세희의 목소리는 건물을 통째로 울렸을 것이다.정사를 마친 뒤 신세희는 또다시 자신이 뱉은 신음 때문에 부끄럽기 그지없었다.부소경은 신세희가 매번 목까지 빨개져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놀려주고 싶었다.그 결과 신세희는 소녀처럼 그의 품에 고개를 파묻은 채 차마 들지 못했다.그 순간이 바로 부소경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두 사람은 모두 지칠 대로 지쳤고 남자는 품에 안은 여자에게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우리 아이 하나 더 가질까? 유리한테는 남동생이 둘이나 있어. 여동생까지 있으면 우리한테 아들 둘, 딸 둘이 있잖아. 얼마나 좋아."신세희는 사뭇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어떤 아이든 하늘이 우리한테 내려준 선물이에요. 당신이 갖고 싶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있는 줄 알아요? 게다가 당신은 이미 마흔이에요. 나도 서른이 넘고요. 우리 이젠 젊은 나이도 아니에요. 유리도 이젠 열두 살인데 내가 배가 불룩한 상태로 학부모회의에 참석한다면 유리가 창피해할 거예요."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우리 유리는 멘탈이 강한 사람이야. 남들이 뭐라든 신경 쓰지 않을 아이야. 게다가 유리도 주위에 몽땅 남동생들뿐이지 여동생은 단 한 명도 없다며 투덜거렸었잖아. 봐, 구경민도 두 아들, 민정아도 두 아들, 서시언도
심지어 부소경이 그녀를 안고 샤워를 하고 머리까지 말려준 것도 꿈인 줄 알았다.꿈속에서 신세희는 포근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이튿날 그녀는 매우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깼다.기분도 어젯밤 엄마 집에 있었던 것처럼 복잡하지 않았다.온 집 식구가 나란히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즐겼다. 식사를 거의 마친 신유리는 신세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엄마, 오늘 예쁘네."신세희가 말했다."난 늘 예뻤어, 오늘만 예쁘다니!""오늘따라 피부가 아주 하얗고 투명해. 혹시 스킨케어제품 바꿨어?"열두 살짜리 아이는 스킨케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신유리가 아직 스킨케어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하지만 알만한 건 다 알고 있었다.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딸에게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오늘 그녀의 컨디션이 좋은 이유는 어젯밤 부소경과 뜨거운 밤을 보냈고 두 사람 모두 오르가즘의 새로운 경지를 겪었기 때문이다.신세희는 입 밖으로 얘기할 수 없었다.하지만 최대한 돌려서 얘기했다."어젯밤 네 아빠가 서프라이즈로 나한테 꽃을 선물했거든, 젊은 시절 연애하던 기분을 떠올려 보니 기분이 좋더라. 기분이 좋으니까, 컨디션도 따라서 좋아졌나 봐. 컨디션이 좋으니 엄마 피부도 좋아졌어.""흥!"신유리는 갑자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엄마는 아빠와 연애하는 것만 생각하느라 외할머니 기분은 안중에도 없잖아. 외할머니도 올해 50세인데 겉만 보면 40대잖아, 외할머니도 연애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왜 외할머니의 연애를 방해하는 건데! 엄마가 그러면 안 되지!""외할머니가 너한테 직접 얘기했어?"신세희는 곧바로 표정이 일그러져서 따져 물었다.신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야. 외할머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엄마야. 외할머니가 나한테 얘기할 리 없잖아. 증조할아버지가 얘기해주셨어. 증조할아버지가 딸을 가엾게 생각하는 마음은 엄마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과 똑같아. 나한테 엄마가 외할머니 연애를 방해하지 않게끔
신세희는 흠칫 놀라서 물었다."원명 씨, 일이 해결된 거 아니었어요? 왜 아직도 구치소에 있는 거예요?"반원명은 휴대폰 너머로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신세희 씨, 그래도 나를 키워준 분들이잖아요. 그들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클 수 있었을까요?"신세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휴..."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친정이란 건 확고하게 선을 그어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한때 반건호 부부가 반원명을 돈으로 산 건 법적으로 범죄에 속한다. 게다가 반건호 부부가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반원명은 줄곧 친어머니 옆에서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비록 고통스럽겠지만 말이다.하지만 모자의 고통과 성희의 청춘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친정이라는 건 확고하게 선을 그어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왜냐하면 반원명과 반건호 부부 사이에 친정은 확실히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들이 줄곧 반원명을 예뻐해 주지 않았다고 해도.한 땀 한 땀 먹여 살린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만약 반원명이 양부모의 생사를 무시한 채 매정하게 손을 뗀다면 반원명은 양심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남자라는 걸 설명한다.이런 남자는 아주 무섭지 않은가?신세희는 반원명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도 이런 친정에서 힘겹게 벗어났기 때문이다.친아버지는 그녀를 갖은 방식으로 음해했고 그녀를 친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러다가 그녀의 신장이 필요한 탓에 그제야 친딸이라고 인정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희는 자기 친아버지를 매정하게 끊어내지 못했다.왜냐하면 8년이나 쌓아온 친정이 있기 때문이다.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아버지의 집에서 살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반원명처럼 태어나자마자 양부모에게 입양된 아이라면?신세희는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휴대폰 너머로 덤덤한 말투로 반원명에게 말했다."원명 씨, 당신이 매정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무척 걱정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양심도 있고 책임감도 있는 좋
침대 위에 누워 밤새 뒤척거리는 바람에 지영주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지영주는 그의 어깨에 기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호영 씨? 혹시 불안해서 그래? 걱정하지 마. 이건 신세희 씨와 부 대표님이 함께 짠 판이잖아. 이번 판은 꽤 크게 벌였으니까 반씨 가문 사람들도 쉽게 판을 뒤집을 수 없을 거야. 영원히 판을 뒤집을 수 없어. 반씨 가문 사람들은 평생 감옥에서 후회하며 살게 될 거야."지영주는 반씨 가문 사람들이 싫었다.반원명이 겪은 사연을 듣고 난 뒤 지영주는 줄곧 반씨 가문 사람들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너무 미웠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반원명을 바라보았다."호영 씨, 내가 도와줄게. 어차피 난 좋은 사람도 아니니까!"반원명은 지영주를 품에 꼭 껴안더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당신 입으로 그런 얘기하지 마. 당신은 좋은 여자야. 남은 생은 내가 쭉 행복하게 해줄게. 알겠어?"지영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역시 날 좋아해 주는 건 호영 씨밖에 없어."반원명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영주, 당신은 아마 양부모에 대한 내 마음을 모를 거야. 그 사람들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양모가 나한테 한 말 중에 이 말은 맞아. 어릴 때부터 나를 밥 먹여 키운 사람은 양모였어. 양모가 없었다면 난 지금까지 살 수 없었을 거야."지영주는 고개를 들어 반원명을 보며 말했다."호영 씨, 난 이해해. 우리 아빠는 내가 두 살 때 이미 날 버렸어. 아빠는 디자이너와 눈이 맞아 아이까지 가졌어. 우리 아빠는 단 한 번도 나를 예뻐해 준 적 없어. 가끔 나를 이용할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이라도 나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어. 호영 씨, 혹시 양부모들을 용서해 줄 생각이야?"반호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건 아니야. 잘못은 잘못이야. 우린 법을 거스를 수 없어. 단지 그 과정을 순화시키고 싶은 것뿐이야. 내 마음 이해해? 지영주?"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해해.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다 이
반원명이 덤덤한 말투로 물었다."그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던가요?"휴대폰 너머로 담당 경감이 투덜거리며 말했다."두 노인이 어찌나 얘기하는지, 당신이 두 사람 아들이라며 정성 들여 키웠으니 양심 있게 행동하라고 하네요. 당신을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얘기하더라고요. 반원명 씨만 만나주면 사실대로 자백하겠다고 하네요."반원명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이게 바로 그의 양부모다.사실 그는 이미 그들을 기소할 생각이 없었다. 양부모는 양부모가 맞기 때문이다.이미 감옥에 들어간 상태인데도 그들은 여전히 그에게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반원명은 양부모에게 남은 마지막 가여움도 깡그리 사라졌다.마음에 남은 건 처절함밖에 없었다.하지만 양부모에게 불쌍한 마음은 없어도 반원명이 가진 너그러움은 여전히 존재했다.그는 휴대폰 스피커를 향해 외쳤다."알겠습니다. 두 시간 뒤 구치소로 찾아뵐게요."구치소에 있으니 원칙상 반원명은 더 이상 양부모를 만날 수 없었다.그는 구치소에 도착한 뒤 담당 경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유괴죄 기소를 취하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반원명이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이 일은 이미 지난 지 십 년이나 되기 때문이다.그의 주민등록 주소는 이미 현성에 고정되었고 양부모 유괴 매매 증거도 남지 않았기에 반원명이 죄를 추궁하지 않는다면 범죄를 판정할 수 없었다."반원명 씨, 참 좋은 사람이네요."담당 경감이 말했다."이만 데리고 나와도 될까요?"반원명이 물었다."수속만 밟으면 가능합니다.""알겠습니다."수속을 밟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밟아야 하는 절차가 많았지만, 반원명은 하루만에 순조롭게 수속을 밟았다.오후가 되어서야 수속을 완전히 밟게 되었다.반원명도 자신의 양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종일 구치소에 갇혀있던 양부모 및 세 누나는 해방을 얻고 화가 완전히 풀렸다.유리 너머로 반원명은 그들의 초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하지만 문이 열린 찰나, 즉 반건호 부부가 반원명을 본 찰나 양부모는 또다시 화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