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지금 부성웅이 나타나서 반원명 대신 반 씨 가족들을 상대해 주고 있다.부성웅이 제일 설득력 있는 사람이긴 했다.아무래도 두 사람이 진정한 부자였으니까.지금 부성웅은 이미 천천히 반원명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반원명을 쳐다보았다.아들은 그보다 머리가 반이나 더 컸다. 아들은 부씨 집안의 모든 특점을 이어받았다. 반원명은 그의 형제들처럼 키도 크고 인물이 훤칠했다.하지만 반원명은 그의 아들 중 제일 착한 아들이었다.반원명은 사업에는 재능이 없었다. 그는 평생 모든 열정을 의학에 쏟아부었다.설령 반원명이 평생 그를 아버지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 부성웅의 업보였다.그는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그는 단지 불구덩이에 빠진 아들을 구하고 싶을 뿐이었다.“아들아.” 반원명을 부르는 부성웅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는 손을 들어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어 줬다.“다 내 잘못이다. 그때는 아버지가 너무 바빠서 널 가성섬에 두고 왔어. 널 가성섬에 있는 반 씨 집안에 두고 왔어.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 아들아, 아버지는 네가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을 줄은 몰랐어. 아버지가 뭐 도와줄 건 없지만…”“대신 친자 증명은 제대로 해줄 수 있어.”친자 증명?그 말을 들은 반 씨 가족들은 순식간에 마음이 차가워졌다.그때, 부성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반 씨 가족들을 쳐다보았다. “반 씨 집안사람들 잘 들어!”“내 아들 반호영!”“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쭉 가성섬에서 살았어! 호영이는 가성섬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대학은 해외에서 다녔어! 학교도, 선생님들도 다 증명할 수 있어!”“대학 졸업 후에는 가성섬에서 개인병원을 차렸고.”“나중에는 가성섬이 너무 작아 호영이의 의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남성에 오게 된 거야.”“그 후 몇 년 동안, 내 아들 반호영은 쭉 우리와 함께 생활했어.”“사진으로 증명할 수도 있어!”“호영이가 아마 우리
증명?친자 증명?이건 반 씨 가족들의 약점이었다.반건호는 증명할 수 없었다.그는 더듬거리며 명확한 답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 난…”“왜? 증명 못 하겠어?” 부소경은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너희들 정말 범죄조직이었구나?”“아니야!”“비록 친자 증명은 할 수 없지만, 원명이는 우리 아들이 맞아! 이건 우리 이웃도, 원명이 학교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증명할 수 있어!” 반건호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부성웅은 침착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말한 이웃들, 선생님들 다 데리고 와도 좋아! 어디 한번 증명해 봐!”그 말에 반건호는 바로 입을 열었다. “좋아! 지금 바로 전화를 걸지.”그는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반건호는 여전히 부성웅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잊지 않고 있었다. 오늘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반 씨 집안이 남성의 부씨 집안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건호는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동시에 웃는 얼굴로 부성웅을 쳐다보았다. “어르신, 저희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 인증을 받아낼 테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저희 반 씨 집안은 절대로 당신들을 기분 나쁘게 할 의도가 없어요.”“이건 오해예요! 오해가 분명해요!”“만약 제가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반원명이 제 아들이라는 인정을 받아낸다면… 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그렇게 되면 경찰에게 저희가 범죄자가 아니라고 말 한마디만 해주세요.”“원명이의 친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어르신이 원명이를 아들로 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저희도 이해해요.”“어떤 마음인지 이해해요.”“이 나이에 아들까지 없어진다면 분명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게 될 거예요.”“저희는 어르신이 원명이를 양아들로 삼는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앞으로 원명이 보고 어르신을 잘 보살펴 드리라고 할게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고요.”“앞으로 저희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는 거예요.”지
“맞아요, 맞아요.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악의가 전혀 없어요. 그냥 저희가 범죄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을 뿐이에요.” 반호이도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반유이는 셋 중 겁이 제일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벌벌 떨며 말했다. “삼촌, 앞으로 저희는 이제 친척이나 다름없어요. 헤헤헤… 친척…” 반유이가 웃으며 말했다.반 씨 가족이 이렇게 체면이 깎이는 행동을 하자 부성웅은 더더욱 그들을 거들떠보고 싶지도 않았다.아무리 지금 그의 기세가 많이 꺾였다고 해도, 아무리 아들의 환대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반 씨 집안사람들의 기세를 꺾을 정도는 충분히 남아있었다.아무런 감정 표현 없이 무표정으로 있기만 해도 반 씨 자매들은 그 기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세 자매는 껄끄러운 미소를 지었다.너무 껄끄러웠다. 반영이는 반건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빠, 왜… 아직도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옆집 이 씨 아저씨가 연락이 안 되면, 먼저 원명이 중학교 선생님한테 연락해 봐. 아빠 왕선생님이랑 사이좋잖아.”반건호는 이미 온몸에 땀이 흥건한 상태였다.세 딸이 번갈아 가며 부성웅에게 아부를 떨고 있을 때, 반건호는 이미 전화를 5통이나 친 상태였다.하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한 명은 그렇다 쳐도… 다섯 명 전부 전화가 옆에 없다고?너무 기막힌 우연 아니야?반건호는 나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그는 당혹감에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그때, 신세희가 반건호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르신, 제가 보기에는 어르신 핸드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만약 연락이 넘어가지 않는다면 제가 방법이 하나 있어요.”그 말에 반건호는 바로 입을 열었다. “무, 무슨 방법이요?”신세희는 핸드폰을 반건호에게 전해주며 말했다. “제 핸드폰으로 치세요.”반건호는 바로 신세희의 핸드폰을 받아 들더니 제일 먼저 이웃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단번에 받아졌다. 전화기 너머로 시
반건호는 놀라서 얼굴이 노래지고 말았다. “아니,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경찰은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전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 것 같거든요!”“반 씨 집안에 아들이 하나 있기는 하죠.”“예전에 그 아들을 외진 곳에서 데리고 왔고, 그럼에도 제대로 된 입양 절차를 밟지 않으셨죠?”“당신은 입양 절차를 밟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데리고 온 아이를 제대로 아껴주지도 않으셨어요. 이웃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학대도 좀 하신 것 같은데?”“감히 입양한 아이를 학대로 죽여요?”경찰의 말에 반건호는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그게 아니에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게 아니에요. 제 아들은 죽지 않았어요. 지금 바로 제 눈앞에 있어요.”“원명아, 무슨 말이라도 해봐. 네가 우리 아들이라고, 우리가 널 어릴 때부터 키웠다고 제발 말 좀 해봐. 네가 내 아들이잖아.” 지금, 이 순간 반건호는 반원명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반원명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이제 진짜 반 씨 가족들과 작별할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뱀파이어 같은 인간들!뱀파이어!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가정의 따뜻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가장 또렷하게 그의 마음에 남아있던 감정은 반 씨 가족들이 단체로 그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들은 반원명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반원명은 긴 숨을 내쉬었다. 그의 담담한 말투에는 처량함이 담겨 있었다. “죄송합니다, 반 씨 어르신. 어르신이 아드님을 얼마나 그리워하시는지 알겠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저는 어르신의 아들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아드님이랑 조금 닮은 사람일 뿐이에요.”“그뿐이에요.”“제 아버지는 부성웅이에요.”“제 형은 부소경이고요.”“그는 남성 F 그룹의 대표죠.”“저에게 양부모님이 있긴 해요. 하지만 제 양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됐어요. 그분들은 가성섬의 주
왜 양자를 조금이라도 더 잘 챙겨주지 않았는가, 얼마나 좋은 아인데.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똑똑하고 말썽도 부리지 않았고 효심도 지극하고 물욕이 없는 아이였다.얼마나 착한가?그런데 반씨 가문은 왜 이 아이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걸까?도끼로 제 발등을 내리찍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쌤통!쌤통이다!반원명 양모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반씨 가문 세 자매도 물러터진 감처럼 늘어졌다.오직 반건호만 용기를 품고 버티고 있다.하지만 용기가 많아도 소용없었다.경찰들은 그들을 순순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반건호 씨 맞죠? 저희랑 함께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반건호는 다급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아니야, 내 나이가 얼만데, 감방에 들어갈 수 없어, 절대 그럴 수 없어.""범죄자는 나이를 가리지 않아요! 반건호 씨!"경찰이 예리한 말투로 말했다.반건호는 곧바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물었다."그럼 유괴범 구속기간은 얼마나 되죠?"경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모릅니다! 판결은 법원에서 내릴 것이고 우린 체포만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먼저 얘기해 드리죠. 이대로 피해자가 사망한다면 당신은 살인죄입니다!""안돼..."반건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아빠!"반영이가 괴로움에 울부짖으며 말했다."아빠, 지금 쓰러지시면 안 돼요. 그리고 엄마, 두 분 다 무너지면 우린 어떡하라고요. 동생이 그래도 저희보다 두 분을 더 따르잖아요. 엄마..."바로 그때 반유이가 솔직하게 얘기했다.어릴 때부터 그녀가 동생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반유이는 줄곧 온갖 방식을 동원해 동생을 괴롭혀 왔다.지금 생각해 보니 만약 동생이 남성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가문 도련님이 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죽을 목숨이 될 것이다.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비는 거였다.부모님더러 그녀 대신 반원명에게 용서를 구해달라고 비는 수밖에 없었다.반유이는 울부짖으며 말했다."아빠, 엄마, 지금 쓰러지면 우린 어떡해요. 엄마, 아빠가 우
반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위에 둘러섰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대체 어쩌다가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린 걸까?딱 봐도 누군가 짜놓은 판이 분명했다.반면 반씨 가문 사람들은 덫에 걸려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난동을 부리고 있다.죽어도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를 사람들이다.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성희가 반건호 앞으로 걸어갔다.60세 노인은 마른 몸매에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덤덤한 나머지 태평해 보일 정도였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성희는 모든 걸 꿰뚫어 본 듯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돌려 말하면 한때 절망의 끝을 겪어본 사람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당연히!스무 살이 되던 해 아들을 낳게 되면서 가족이라곤 오로지 아들과 할머니밖에 없었다.할머니는 그해 세상을 떴고 아들도 잃어버렸다. 아들을 간절히 찾으려던 마음만 아니었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수십 년 동안 아들만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한 탓에 성희는 점점 기대를 잃어가고 있었다.그러다가 결국 여승으로 살게 되었다.그래도 간절한 마음이 있었던 탓에 버틸 수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 아들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아들은 만났다.하지만 성희는 수십 년 동안 겪은 고통을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녀의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빼앗겼지만 적어도 아들이 있기에 헛살았다고 할 순 없다.하지만 아들은 또다시 반씨 가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만약 반씨 가문 사람들이 그때 신고했었더라면 다시 정신을 돼 차렸을 것이다.아들을 데려간 것도 모자라 반씨 가문 사람들은 소중함을 모르고 아들을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이런 사실을 친엄마가 듣게 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괴로울까?얼마나 괴로웠을까!만약!만약 반씨 가문 사람들이 반원명을 친아들처럼 여기고 예뻐해 줬더라면 성희가 이토록 매정하게 굴 일은 없었을 것이다.반원명은 그녀가 직접 낳은 아이다.그녀는 자기 아들을 지켜주지도 못했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도 주지 못했을뿐더러 갖은 고통을 겪게 했다.성희가 어찌 그
"난 원명을 아주 아낀단 말이에요."성희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난 당신이 아이의 양모이고 아이를 예뻐해 줬다는 사실을 알아요. 하지만 당신들이 양자를 예뻐해 준 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난 더 이상 당신들이 내 아이를 데려간 사실에 대해 추궁하지 않을 거예요. 난 앞으로 당신들과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이에요. 내 아들 이름은 호영이고 내가 사랑했던 남자와 낳은 아이예요. 당신들이 이 아이를 학대했는지 아닌지는 경찰들이 해결할 문제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오늘 내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 내 아들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금방 수술실에서 나와 많이 피곤한 상태거든요. 난 우리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식사할 거예요."말을 마친 성희는 고개를 들어 자애로운 표정으로 반원명을 보며 말했다."호영아, 엄마랑 집으로 돌아가자. 피곤하니까 쉬어야지. 앞으로 넌 호영이야. 양모가 다시 널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야. 앞으로 네 삶을 방해하는 사람은 없어."반원명은 한 손으로 성희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어머니.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성희와 함께 자리를 떴다.반원명은 직접 운전하여 온 것이었기에 돌아갈 때도 성희를 자신의 차로 모셨다.두 사람이 부성웅 옆을 지날 때 그는 인자한 미소로 모자를 바라보았다.성희는 부성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반원명은 부성웅을 보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고맙습니다!"그는 여전히 부성웅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하지만 부성웅은 신경 쓰지 않았고 반원명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급히 외쳤다."어서, 얘야, 어서 엄마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 엄마 너무 속상하게 하게 하지 말고 잘 돌봐드려.""알겠습니다."말을 마친 반원명은 곧바로 신세희, 부소경, 서진희 및 민정아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는 곧바로 자리를 뜨고 싶었다.왜냐하면 그는 경찰들이 자기 양부모에게 수갑을 채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자신이 마음 약해질까 봐 두려웠다.사실 마
동희남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뭐라고?""꺼지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예요!"신세희는 단 한 번도 이런 행패를 부린 적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어느 딸이든 자신의 엄마 옆을 얼쩡거리는 남자를 보고 진정할 수 없을 것이다.신세희도 엄마에게 또 다른 봄날을 안겨주고 남은 생을 함께 보내줄 남자가 생기길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를 보며 꺼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너무 징그러웠다.당장이라도 이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안 꺼져요? 안 꺼지면 나 민정아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민정아는 신세희의 편이었기에 신세희가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민정아도 똑같이 미워했다!그녀의 분이 풀릴 정도로 미워할 것이다!말을 마친 민정아는 곧바로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손까지 높게 들어 올렸는데 서진희가 갑자기 동희남을 자신의 뒤로 숨겼다."세희야! 너 엄마한테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서진희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그녀의 고함에 신세희는 곧바로 이성을 되찾았다.신세희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엄마, 이 남자는 어울리지 않아요, 딱 봐도 사기꾼이라고요!"동희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그럴 리가 없어요, 진희 씨. 난 사기꾼이 아니에요, 알잖아요..."서진희는 잔뜩 표정을 구긴 채 자기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신세희! 엄마 일인데 왜 네가 끼어들어! 당장 엄마 친구한테 사과해!"그러자 신세희가 큰 소리로 외쳤다."엄마!""사과해!"서진희는 단 한 번도 신세희를 이렇게 혼낸 적이 없었다.신세희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외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그 뜻은 바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내내 입을 꾹 닫고 있던 서씨 집안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우리 딸, 평생 고생만 하다가 이젠 즐길 때도 됐지. 우리 딸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사기꾼이든 말든 상관없는걸? 우리 서씨 가문이 다 해결해 줄 수 있어!"신세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