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자기 머리를 부소경 가슴에 묻고 말했다."당신도 내가 본 남자 중에 가장 똑똑한 남자예요. 왜냐하면 당신은 날 아내로 맞이했으니까요."남자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운전에 집중했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없었지만, 꼭 잡고 있는 두 손으로 마음을 전했다.마치 6년 전 결혼하고 나서 연애하던 순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온란희는 그저 하나의 걸림돌에 불과했다.이 걸림돌은 신세희와 부소경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그들은 서로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부부 사이 서로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어른들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평생 가족이 가장 중요하단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서로에 대한 솔직함, 충성이야말로 돈독한 가정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한 시간 정도 지나자, 집에 도착했다.아이들은 모두 집에 있었다.신세희와 부소경이 문을 열자, 열두 살 난 신유리가 한눈에 들어왔다.신유리는 이미 성인만큼 키가 컸지만, 체형이 너무 말랐고 아직 성장기였다.마르고 큰 키에 귀여움을 잃지 않은 유리 옆에는 두 아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신유리가 부모님께 맞는 한이 있어도 그들은 신유리를 응원할 것이다.하!부소경과 신세희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어때, 엄마? 오늘 세미나에서 온란희 엄청 바보 같았지? 엄마랑은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내 예상이 맞았지?"신유리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신세희는 씩 웃으며 말했다."너도 참, 만만찮게 엿먹였더구나. 오늘 가보니 한쪽 다리에 깁스까지 했던데. 얘야, 사실 네 도움 없이도 엄마 혼자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게다가 더 재미있게. 지금 그녀에겐 아무런 힘도 없어. 앞으로 엄마 도와준다고 나쁜 사람한테 먼저 손대지 마. 알겠지? 넌 평생 어른들의 속셈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를 거야. 넌 아직 그들을 상대할 수준이 아니야. 넌
신세희는 다급히 큰소리로 외쳤다."너 진짜! 내가 네 버릇 못 고칠 것 같아? 아빠, 빨리 우리 아들한테 뽀뽀해 줘요"부소경은 곧바로 신세희와 함께 두 아이를 사이에 두고 미친 듯이 뽀뽀하기 시작했다.뽀뽀를 마친 뒤 신유리에게 시위까지 했다.신유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흥, 누가 부럽대? 난 내 친구들이랑 놀 거야."신유리는 최근 들어 몇몇 네티즌들과 친구를 맺게 되었다.그 네티즌들은 죄다 그녀 또래인 사람들이었다.네티즌은 한 동네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한적한 곳이지만, 환경조건이 좋아 보였다.네티즌은 신유리에게 자신이 사는 동네 사진을 자주 찍어 보내주곤 했다.신유리는 방학이 되면 그곳으로 여행 갈 계획이었다.그녀는 이제 혼자서 여행할 수 있다.네티즌들과 톡하는데 정신이 팔린 신유리는 신세희와 부소경이 입구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우리 애 많이 컸네요."신세희는 감탄하며 말했다.부소경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그러게, 이젠 어른이야. 앞으로 구속이 없는 자유로운 공간을 줘 독립 자주적인 사상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신세희는 부소경을 잡고 안방으로 돌아오며 말했다."소경 씨, 유리도 이젠 중학교 일 학년이에요. 앞으로 유리도 저처럼 건축학을 배우는 게 어떨까요?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는 동시에 내 바람도 같아서 그래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게 제일 큰 아쉬움이었는데 난 유리가 세계 최고 건축대학에 입학했으면 좋겠어, 그럼 난 내가 배운 모든 지식을 유리에게 가르쳐줄 거야."신세희는 이미 기대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난 이미 15년 뒤 우리 유리가 세계 최고 건축디자이너가 된 모습이 상상돼. 난 유리의 엄마로서 얼마나 자랑스러울까...""당신의 꿈을 왜 아이한테 강요하는 거야?"부소경은 단번에 신세희의 환상을 깨트렸다.신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왜요, 유리가 건축학을 배우는 게 싫어요?"부소경이 대답했다."나야 당연히 좋지. 난 유리가 건축학을
부소경이 곧바로 물었다."왜 그래, 엄마 뒤를 이어받고 싶지 않아서 그래? 괜찮아. 우리 유리는 혼자 선택해도 돼.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엄마 아빠가 모두 응원해 줄 거야."신유리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엄마처럼 건축디자인 배우고 싶어."부소경과 신세희는 순간 입을 떡 벌렸다."..."두 사람은 신유리가 건축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신유리는 다시 확고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가 어렸을 때 엄마 따라 현장에 많이 나갔었잖아. 그때 아주 힘들었었지. 엄마는 가끔 삼촌을 챙겨야 했고 나는 삼촌 옆에서 매일 엄마가 겪는 수고들을 지켜봤어. 엄마는 동네 주민들을 도와 집도 디자인해 줬고 지어낸 집마다 아주 든든했어. 엄마가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은 것도 그때 현장에서 5, 6년 동안 일한 시절이 있어서 그래. 게다가 주민들 요구도 다양해서 엄마는 각가지 방안들을 디자인해 냈지. 그러다 보니 경험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 난 엄마가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건축디자인에 흥미가 생기게 되었어. 앞으로 더 크면 세계여행을 떠나 더욱 많은 건물을 볼 거야."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미 자신의 꿈과 계획까지 있었다.부소경과 신세희는 아주 기뻤다.특히 직접 키운 아이가 꿈도 생기고 자신만의 생각도 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그녀의 열두 살은 아주 암울했다.하지만 아이는 달랐다.자신의 열두 살 기억을 떠올리며 신세희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엄마, 왜 그래?"신유리가 물었다."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래."신세희가 대답했다.신유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쉬워. 지금 당장 보러 가면 되잖아."어차피 주말이라 수업도 없었다."엄마 요즘 바빠서 할머니 뵈러 안 간 지도 오래됐네."신세희가 말했다.부소경이 곧바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좋아, 그럼 오늘 함께 어머님 만나 뵈러 가자."간다면 가는 법이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다섯 식구는 곧바로 서진희의 집
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반면 신유리는 매우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엄마, 상상력도 참 순수하고 귀엽네. 외할머니가 데이트하러 가셨다고? 엄마, 외할머니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신세희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알지, 할머니 올해 쉰여섯이잖아.""우리 외할머니 열여섯이 아니라 쉰여섯 살 이셔!"신유리는 신세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신세희도 질세라 신유리를 노려보며 말했다."응! 네 외할머니는 열여섯이 아니라 쉰여섯이야! 그럼 쉰여섯 살인 사람은 연애도 못 해? 네 외할머니가 얼마나 열심히 관리했는데, 춤 노래는 물론 카리스마도 있어, 남자 찾아 연애하는 게 뭐 어때서."신유리는 골똘히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응,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네. 우리 외할머니 혼자 외롭게 지내지 말고 남자친구 찾아야지."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소경과 동생들을 바라보았다."여러분들 생각은 어때?"뒤에 앉아있던 남자 세 명, 그중 두 아이는 가엾은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오직 부소경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신유리는 또다시 애어른처럼 말했다."내가 먼저 할머니한테 연락해서 어디에 계시는지 여쭤볼게.""그러지 마!"신세희는 곧바로 신유리를 제지했다."너 이 녀석, 다짜고짜 물어보면 안 되지. 할머니 부끄러워하면 안 되잖아."신유리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응, 하긴..."바로 그때 서진희와 함께 춤을 추러 다니던 할머니가 그들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신세희가 곧바로 그녀를 불러세웠다."조씨 아주머니, 조씨 아주머니, 혹시 저 기억하세요?"조씨 아주머니는 곧바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어머, 세희야, 내가 노안인 데다 바구니까지 들어 미처 너희들을 보지 못했구나. 어머니 보러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전엔 계속 집에 계셨는데 무슨 일인지 집에 안 계시네요. 아주머니, 혹시 우리 엄마한테 요즘 무슨 일이 있나요? 예
휴대폰 너머로 서진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애도 참, 멀쩡한데 무슨 위험한 상황이겠어?""그럼 지금 어디에 계시는데요!"이렇게 대답할수록 신세희는 마음만 급해졌다."원명이랑 같이 있어."서진희가 대답했다.그러자 신세희가 물었다."네?"순간 신세희는 할 말을 잃었다."시언과 유미랑 얘기하다가 원명이 얘기가 나왔지 뭐니. 생각해 보니 원명이 엄마도 있어서 생각난 김에 시언이랑 유미와 함께 보러 왔어."서진희가 말했다.신세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아, 알겠어요, 알겠어요, 엄마. 엄마, 거기서 기다려요. 제가 금방 갈게요.""그래."서진희는 웃으며 대답했다.통화를 마친 뒤 신세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깜짝 놀랐네.""왜 그래, 세희야?"조씨 아주머니가 물었다."뭐 때문에 놀란 거야?""엄마가 사기당했을까 봐 걱정됐거든요."신세희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럴 것까진 없어. 그래도 엄마한테 조심하라고 얘기해줘."조씨 아주머니가 말했다."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괜찮아, 나 먼저 갈게.""안녕히 가세요, 아주머니."조씨 아주머니와 인사를 마친 뒤 신세희와 부소경은 아이들을 데리고 반원명 집으로 갔다.반원명이 성희를 데려오고 나서부터 신세희와 부소경은 단 한 번도 그들을 보러 간 적이 없었다.주로 며칠 전 반원명이 남성에서 살았던 집을 청소하랴 성희를 찾아주랴 바삐 돌아친 탓에 신세희와 부소경 모두 업무가 잔뜩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며칠 동안 밀린 업무를 해결하느라 바빴던 두 사람은 반원명과 성희의 안부를 미처 묻지 못했다.마침 지금 만나러 가기 딱 좋았다.한 시간 뒤 그들은 반원명의 집에 도착했다.집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안으로부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반원명은 병원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이 아파트는 부소경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였다.부소경은 하루빨리 집을 반원명에게 넘겨주려고 했다.배다른 동생.부소경은 F그룹을 손에 넣었지만, 반원명은
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반명선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드넓은 거실에는 외할머니 서진희가 앉아있었다.삼촌, 이모, 그리고 사촌 동생까지 있었다.그리고 반원명, 지영주, 그리고 그들의 엄마 성희가 있었다.오늘 다시 본 성희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성희는 어머니와 나이가 비슷했는데 두 사람 모두 부드러운 성격이었고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신세희와 부소경이 온 것을 보고도 서진희와 성희는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서진희는 신세희를 힐끗 쳐다본 뒤 곧바로 성희에게 말했다."언니, 그 댄스팀에 있는 사람들 모두 우리 또래야. 몇 년 추면 몸도 가벼워질 거라니까, 이거 거짓말 아니야. 와, 나랑 같이 춤추자. 누가 알아? 두 번째 봄을 맞이할 수도 있잖아."성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난 지영주를 돌봐야 해. 우리 원명이랑 나이는 비슷하지만, 어릴 때부터 몸 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자랐어. 난 평생 팔자가 이 모양이라지만 영주 이 아이는 처음 생리가 왔을 때도 옆에 아무도 없었어. 그때 영주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오빠 따라 밖을 떠돌아다녔지. 영주는 처음 생리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그러다가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생리가 돌아간다는 말을 들었나 봐. 그래서 겁도 없이 찬물에 온밤 내내 몸을 담갔다고 하더라고. 생리는 끝났지만, 이 아이는, 휴..."성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챙겨주는 이가 없잖아."그녀의 말에 지영주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그녀는 성희의 품에 안겨 말했다."어머니, 흑흑흑,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남편도 있고 어머님도 계셔서 너무 행복해요."반원명은 성희의 앞에 앉아 위로하며 말했다."괜찮아요, 어머니. 영주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입양할 수 있잖아요. 아이를 네댓 명 입양하여 키우면 어머니께서 지쳐서 드러누우실걸요?"성희는 곧바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 난 그날이 기대되는구나. 병원이나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면 우리가 데려와 키우자꾸나. 생김새가 어떻든, 장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들이 누구인지 반명선은 알 수 없었다.반명선은 귀부인들이 아주 촌스럽다고 느꼈다.너무 촌스러웠다.그녀들은 재수 없는 눈빛으로 반명선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못생긴 년! 넌 누구야!"첫째 반영이는 매서운 눈빛으로 반명선을 노려보며 말했다.둘째 반호이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하! 추측할 것도 없어, 분명 우리 동생을 꼬시려는 년이잖아. 보아하니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겁도 없이 감히 우리 동생 집에 들어와서 살다니. 그런데 못생겨도 너무 못생겼다. 역겨울 정도로 못생겼어! 역겹다고! 빨리 내 눈앞에서 꺼져!"셋째 반유이는 단번에 반명선을 닭 잡듯 들어 올리더니 역겨운 말투로 말했다."어디서 굴러들어 온 잡종이야, 빨리 꺼져!"말을 마친 뒤 곧바로 반명선을 밖에 내동댕이쳤다."누구야! 죽고 싶어?"긴급한 순간에 지영주가 갑자기 방에서 뛰쳐나와 반명선을 잡고 힘껏 잡아당겨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명선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지영주가 말했다.이윽고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눈앞에 서 있는 세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들 누구야!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내 조카까지 때리는 건데! 3분 시간 줄 테니까 당장 내 집에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지영주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거실에 앉아있던 부소경, 신세희, 서시언, 성유미와 아이들, 그리고 서진희와 성희 두 어르신까지 일제히 걸어 나왔다.이들 중에 반원명 본가 누나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세 여자를 바라보았다.세 여자도 똑같이 그들을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하면 그중 두 남자는 꽤 잘생겼다.하지만 여자들은!두 노인은 촌스러울 대로 촌스러웠고 한 여자는 딱 봐도 40대 남짓으로 보였다.그들 중에서 예쁜 여자라곤 한 명밖에 없었다.그 여자는 아주 매서운 눈빛으로 그들 셋을 바라보고 있다.그 여자가 바로 신세희였다.비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재수 없는 여자들을 내쫓고 싶었다."여기엔 당신들 동생은 없어.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하!"반영이는 순간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여긴 내 동생 집이야! 병원에서 이미 다 알아보고 온 거야! 지금 우릴 내쫓으려는 거야, 어디 한 번 해봐!""원명아, 너 나와! 우리는 네 누나들이야, 너 숨는다고 우릴 계속 피해 다니는 건 아니잖아. 부모님도 이젠 연세가 있으신데 부양책임을 회피할 순 없지, 원..."반유이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지영주가 이미 발을 쳐들었다.그녀는 반유이의 배를 정확히 조준하여 걷어찼다."억..."반유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고통이 몰려오자, 그녀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너, 네 이년, 너 대체 누구야, 어떻게 사람을 발로 찰 수가 있어! 대체 내 동생이랑 무슨 사이야, 도우미야? 폭력을 썼으니, 경찰에 신고할 거야!""억, 사람 죽네, 죽어, 원명아, 내 동생,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거야..."반호이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그녀는 깜짝 놀라 자리에 얼어붙었다.반원명은 이미 지영주의 등 뒤에 서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지영주를 끌어안고 있었다.다른 한 손에는 식칼이 들려있었다.사실 반씨 가문 세 자매가 처음 그를 불렀을 때 반원명은 이미 소리를 들었다.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는 반씨 가문 사람들이 거머리처럼 계속 그를 찾아낼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렇게 집까지 찾아올 줄은 더더욱 몰랐다.어느 한순간만큼은 그들과 함께 죽어버릴 충동도 생겼었다.하지만 지금은 옆에 지영주가 있다.어머니도 있다.앞으로 지영주는 그의 아이를 낳아줄 사람이다. 지영주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해도 입양할 수 있다. 이런 생각에 잠기니 반원명은 행복감에 젖어버리고 말았다.그는 거실에 부소경, 신세희, 서시언, 그리고 성유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영주와 어머니.그리고 반명선.그가 나타나지 않아도 그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