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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9화

“내가 9살 때, 너무 가난해서 신고 다닐 신발도 없었는데, 어느 날 네가 쓰레기통에 신발을 버리는 걸 봤어. 그래서 네가 떠나고 나서 내가 그 신발을 가져다 신었어. 네가 버린 건데 내가 신어도 상관없잖아?

그런데 넌 돌아와서 신발을 다시 빼앗아 갔어. 그러고는 나더러 개처럼 짖으라고 했어.

네가 시키는 대로 개 흉내까지 냈는데 너는 결국 그 신발을 망가뜨렸지!”

최여진 “...” 생각이 났다.

그런 일이 있었었다.

신발 버리는 일 정도는 명문의 아가씨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최여진은 쓰레기통 옆에 자기랑 나이가 비슷한 아이가 무엇을 뒤적거리는 걸 봤고 그 아이가 거지임을 확신했다.

최여진은 그 아이를 놀리고 싶어 일부러 버릴 신발을 가지고 그 아이를 찾아갔다.

그때, 최여진은 그렇게 노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최여진은 초라한 그 거지가 그해 겨울을 이겨낼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최여진은 그 아이를 잊고 살았다.

하지만 그 아이가 바로 지영주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최여진은 그보다 절망적일 수 없었다.

최여진은 얻어맞을 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민정아에게 맞고 엄선희에게 맞고, 구경민에게도 반호영에게도 맞았다.

그리고 지금, 자기가 놀렸던 거지한테도 얻어맞고 있다.

지영주는 남자보다도 더 독하게 사람을 때렸다.

지영주가 연조직만 골라서 때리는 바람에 최여진은 고통스러웠지만 크게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게다가 옷까지 터져버렸다.

옷은 몸을 가리지도 못했다.

지영주가 떠나기 전 말을 남겼다. “고윤희는 내 언니야! 내 친언니 같은 사람이라고! 넌 평생 쉽게 죽지 못할 거야! 하지만 우리 언니랑 아이들 다치게 하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망신당해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덤벼 봐!”

그러고 지영주는 떠나버렸다.

옷이 너덜너덜해진 최여진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골목을 떠날 용기조차 없었다.

날이 어두워져도 최여진은 골목을 떠날 수 없었다.

최여진은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정도 절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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