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9살 때, 너무 가난해서 신고 다닐 신발도 없었는데, 어느 날 네가 쓰레기통에 신발을 버리는 걸 봤어. 그래서 네가 떠나고 나서 내가 그 신발을 가져다 신었어. 네가 버린 건데 내가 신어도 상관없잖아?그런데 넌 돌아와서 신발을 다시 빼앗아 갔어. 그러고는 나더러 개처럼 짖으라고 했어.네가 시키는 대로 개 흉내까지 냈는데 너는 결국 그 신발을 망가뜨렸지!”최여진 “...” 생각이 났다.그런 일이 있었었다.신발 버리는 일 정도는 명문의 아가씨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최여진은 쓰레기통 옆에 자기랑 나이가 비슷한 아이가 무엇을 뒤적거리는 걸 봤고 그 아이가 거지임을 확신했다.최여진은 그 아이를 놀리고 싶어 일부러 버릴 신발을 가지고 그 아이를 찾아갔다.그때, 최여진은 그렇게 노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그리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심지어 최여진은 초라한 그 거지가 그해 겨울을 이겨낼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그래서 그날 이후 최여진은 그 아이를 잊고 살았다.하지만 그 아이가 바로 지영주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최여진은 그보다 절망적일 수 없었다.최여진은 얻어맞을 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민정아에게 맞고 엄선희에게 맞고, 구경민에게도 반호영에게도 맞았다.그리고 지금, 자기가 놀렸던 거지한테도 얻어맞고 있다.지영주는 남자보다도 더 독하게 사람을 때렸다.지영주가 연조직만 골라서 때리는 바람에 최여진은 고통스러웠지만 크게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게다가 옷까지 터져버렸다.옷은 몸을 가리지도 못했다.지영주가 떠나기 전 말을 남겼다. “고윤희는 내 언니야! 내 친언니 같은 사람이라고! 넌 평생 쉽게 죽지 못할 거야! 하지만 우리 언니랑 아이들 다치게 하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망신당해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덤벼 봐!”그러고 지영주는 떠나버렸다.옷이 너덜너덜해진 최여진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골목을 떠날 용기조차 없었다.날이 어두워져도 최여진은 골목을 떠날 수 없었다.최여진은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정도 절망적
2월 14일, 아직 날이 많이 춥고 몸이 오싹해지는 계절이다.하지만 경성 임페럴 호텔에는 봄의 분위기가 물씬했다. 곳곳의 미녀와 귀부인이 전부 이 초호화스러운 호텔로 모였다.하지만 오늘 가장 예쁜 여자는 바로 신부인 민정아다.민정아의 웨딩드레스는 신세희가 외국에서 맞춤 제작한 건데 값이 1억이 넘었다.신세희도 그렇게 좋은 웨딩드레스는 입어보지 못했다.신부 준비실에 앉아있는 민정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세희 씨, 널 만난 건 분명 내 평생의 복이야. 난 부모님도 집도 다 잃어버렸어. 너랑 선희 없었으면 나 벌써 죽었어. 너희들 만나서 사랑도 만났고 부잣집에 시집도 왔네.너랑 선희, 너희 둘은 달라. 선희는 내 친구지만 너는 나의 가장이고 내 언니야.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야. 세희 씨,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신세희는 책상 위에 놓인 티슈로 눈물을 닦아줬다. “울지 마, 너 오늘 신부야. 더 울면 화장 번진다. 나도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어, 그래서 더 잘해준 거지. 너랑 선희, 나의 둘도 없는 친구야. 선희보다 너...”신세희가 머뭇거리다 말했다. “선희는 부모님도 계시고, 오빠도 있고, 너보다는 잘 사니까, 너한테 더 잘해준 거지.”“너무 고마워.” 민정아가 신세희에게 기대며 말했다.민정아는 신세희를 때려죽이려 했었다.하지만 신세희보다 똑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신세희의 꾀임수에 놀아났고 가장 심할 때는 엉덩이까지 터졌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참 따뜻했고 웃겼다.웃기기도 하고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신세희와 부소경이 자기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이모 식구가 결혼식에 온다고 해도 체면을 살리기 어렵다는 걸 민정아도 잘 알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이 결혼식에 몰려왔고 사람들 전부 명문가의 귀족이었다. 그리고 거의 남자 쪽의 친구였다.이런 상황에서 민정아는 피치 못하게 긴장했다.신세희가 민정아를 안심시켰다. “너야말로 오늘의 여자 주인공이야. 누구한테도 빚 진 게 없어, 넌 오늘의 가장 예쁜 신부야. 자신감을
“그러게, 말이에요, 운이 좋았던 거죠. 질투가 나지만 왕자님은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어요.”“호호, 우리 이따가 결혼 축하한다고 영어로 말해보죠,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하하, 좋은 생각이에요.”“민정아가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듣기론 평소에 열등감을 많이 느낀다던데...”“가요, 가서 축하해 주자고요...”한때 구서준과 결혼하고 싶어 했던 명문 규수들이 떠들썩하게 웃으며 민정아를 향해 걸어갔다.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인파 속에서 구 씨 집안의 친척들을 찾고 있었던 민정아는 그다지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신세희가 말한 것처럼 이건 그녀의 결혼식이었다.그녀야말로 진정한 주인이었다.한 무리의 여자들이 재잘거리며 걸어왔다. 그녀들과 등지고 있는 민정아에게 인사를 하려고 하던 그때, 신부를 향해 다가오는 잘생긴 외모에 양복 차림의 외국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명문 귀부인 중 한 명은 이 외국인 미남에 대해 알고 있었다.“와, 다니엘이네! 저분은 서양에서 가장 젊고 가장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 다니엘인데, 엄청 유명해요. 우리 아들도 나중에 건축 디자인을 전공하게 할 생각이랍니다.”“어머, 저분은 유명하신 데다가 얼굴도 잘생기고 분위기까지 있네요.”“다니엘은 서준 왕자님이 특별히 외국에서 모셔 온 친구라는 거 다들 잊지 마세요.”“아, 그 누구더라, 은희 씨는 아직 결혼 안 했으니 한 번 잘해봐요, 마침 부동산 사업도 하고 계시잖아요...”은희라고 불리는 여자가 갑자기 수줍어하며 말했다.“서양에서 이름있는 유명한 디자이너신데 제가 들이댄다고 만날 수 있을까요?”“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요?”“은희 씨는 적어도 민정아보다 훨씬 낫잖아요, 민정아도 서준 도련님과 만나는데 은희 씨도 분명 다니엘과 만날 수 있을 거예요.”“알겠어요, 한 번 해볼게요.”은희는 용기를 내어 다니엘에게 다가갔다.그러다 민정아에게 다가간 다니엘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민정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다니엘이 유
사람들은 구서준의 말에 깜짝 놀랐다.구서준은 우쭐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제 마누라는 말이죠, 쌍둥이를 임신했어요. 게다가 일이 가장 바쁠 때 임신한 거랍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건축설계도를 디자인하며 쌍둥이를 임신한 거죠, 이렇게 능력 좋은 마누라를 보신 적 있으세요?”이 말을 듣자, 민정아의 얼굴이 빨개졌다.오늘 신부인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구서준의 말에 그녀를 괴롭히려던 명문 규수들은 얼굴이 어두워진 채 한쪽으로 물러났다.오히려 민정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경성에는 풍습이 있었다.바로 신부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다.신혼 당일 신부는 모든 소란을 견뎌야 했다.하지만 구서준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말에 그 누구도 민정아를 괴롭힐 수 없었다.그녀와 구서준의 이번 세기의 결혼식은 경성에서 성대하고 떠들썩하고 온화한 분위기였기에 민정아의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그녀는 숙모 고윤희와 신세희가 결혼한 남자들이 그녀의 남편 구서준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윤희와 신세희는 그녀처럼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었다.민정아의 마음은 더없이 기뻤다.결혼식이 끝날 때쯤 민정아는 엄선희에게 자랑했다.“선희 씨, 내 결혼식 봤지? 떠들썩하지.”엄선희는 정말 부러웠다.어떤 여자가 그녀의 결혼식을 부러워하지 않겠는가?그녀는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었다.“정아 씨, 정아 씨 결혼식이 이렇게 원만한 걸 보니 나도 정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좋아요! 언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데요? 우리 서 씨 집안의 결혼식은 절대 구 씨 집안보다 나쁘지 않을 거예요. 당신 남편인 내가 무조건 정아 씨보다 더 좋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해줄 거라고요.”엄선희의 눈동자 속에 한줄기의 빛이 아른거렸다.“정말이죠!”“그렇고말고!”“좋아요, 준명 씨, 그럼, 우리 언제 결혼해요?”엄선희가 먼저 물었다.서준명은 깜짝 놀랐다.“......”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엄선희는 늘
엄선희는 비록 결혼을 두려워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여자아이였다.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심지어 큰아버지, 사촌 오빠마저 모두 그녀를 아꼈기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억울함을 느끼거나 고생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는 공주님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서준명과의 연애만이 부담감을 받게 하는 일이었다.그녀가 느끼는 부담감은 서 씨 집안 어르신 때문이었고 엄선희는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를 얼마나 가혹하게 대했는지 직접 보았기에 그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그녀의 서 씨 집안 어르신에 대한 두려움은 시간이 흘러 그 또한 느낄 수 있었다.한 번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먼저 엄선희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항상 재잘거리는 아이였던 것 같은데 나를 만났을 땐 한마디도 하지 않더구나, 혹시 내가 무서운 거냐?”엄선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더니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너와 준명이가 2년 동안이나 연애했는데 아직도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게 혹여 나 때문이냐?”서 씨 집안 어르신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모든 걸 눈치챌 수 있었다.엄선희가 입을 다물었다.“......”“얘야, 나는 더 이상 너희들의 결혼식을 막지 않겠다.”서 씨 집안 어르신이 부드럽게 말했다.엄선희는 믿을 수가 없었고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네가 나를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어, 사실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할 만한 방법이 있긴 한데.”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엄선희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그게... 어떤 방법이죠?”“내가 죽는 거지.”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그 말에 엄선희가 묻는다.“아니... 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서 씨 집안 어르신은 쓴웃음을 지었다.“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할아버지는 너랑 농담을 하는 게 아니란다, 할아버지한테는... 너도 알다시피 산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란다. 나한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쉬워. 하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엄선희를 바라보았다.“얘야, 드디어 생각이 바뀐 거냐? 이젠... 내가 무섭지 않은 거냐? 아니... 이젠 내가 싫지 않은 거냐?”엄선희는 머쓱했다.“할아버지, 알고 계셨어요?”서 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이젠 아흔이 넘어 곧 산송장과 다름없는데 내가 모르는 일이 있겠느냐? 나도 많이 생각해 봤어, 네가 만약 할아버지를 싫다고 하면 너와 준명이가 결혼하고 나서 할아버지는 양로원에 가려고...”“아니에요...”엄선희는 그렇게 마음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미안해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저와 신세희 씨는 가까운 사이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세희 씨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걸 봐왔어요. 할아버지의 가짜 손녀가 매번 신세희 씨를 모함할 때마다 제가 할아버지를 얼마나 미워했는데요. 세희 씨가 진희 이모와 함께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아마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너무 불쌍해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저는 할아버지도...”엄선희는 이따금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앞으로는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바꿀게요. 한 사람이 자기 잘못을 알았다면 언제 잘못을 뉘우치든지 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저와 준명 씨는 자유연애를 하고 있고 저는 준명 씨를 사랑해요. 제가 만약 할아버지 때문에 준명 씨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 집은 온전히 할아버지 집이에요, 그러니 오랫동안 여기 계셔야 해요. 할아버지만 괜찮으시다면 저와 준명 씨는 할아버지의 옛 저택에 살아도 되고요. 만약 할아버지와 아버님, 어머님이 불편해하시면 저희가 대출로 집을 구하겠어요.”엄선희는 순수하고 착해서 결코 과욕스럽지 않았다.그녀는 물질적인 것을 따지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어릴 적 교육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스스로 돈을 벌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결혼을 하고 함께 집을 마련하여 함께 생활하는 나날들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했다.엄선희의 말에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더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구서준은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를 안고서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결혼식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그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한쪽은 엄선희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구서준을 따라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엄선희 입장에선 경사가 겹친 날이었다.그녀가 결혼하는 날이었고.그녀의 제일 친한 절친은 아이를 낳는 날이었으니.결혼식은 여전히 북적북적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엄선희와 서준명을 합방시킨 뒤에서야 신세희 일행은 병원으로 향했다.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민정아는 처음 아이를 낳는 것이기도 했고,게다가 쌍둥이였으니 힘들 것 같았다.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병원으로 가는 길에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더 빨리 운전하라고 재촉했다, 조금만 더 빨리.마치 그녀가 일찍 도착하면 민정아가 덜 힘들 것처럼 재촉했다.부소경은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지금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쌍둥이도 쉽게 낳을 수 있을 거야.”화가 치밀어 오른 신세희는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윤희 언니는 아이를 낳을 때 수술대에서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했었고, 출혈이 너무 심해서 며칠 동안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했다고요. 고령 산모였던 형수도 출산할 때 생명의 위험이 있었고요. 그래서 정아 씨도 위험한 상황일까 봐 너무 걱정돼요. 정아 씨는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여리고 민감하고 겁도 많은 사람이에요.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였다고요. 여자들은 아이를 낳을 때 많은 생각을 하죠. 머릿속엔 자신의 과거도 스쳐 지나가고 부모님 생각도 많이 해요. 정아 씨의 부모님이 독한 마음으로 자신을 버린 데다가 평생 속이기만 하고 학교는커녕 나쁜 것만 가르쳐 주고 자비심 때문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한 걸 생각하면 얼마나 힘이 빠질지.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때 힘을 쓰지 못하면 큰일 난다고요!”신세희의 말에 부소경은 모든 건 아내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는 걸 눈치챘다. 아
홀로 분만실 밖에 서 있는 구서준의 표정이 이상하다.신세희의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녀는 구서준을 덥석 잡았다.“정아 씨는요! 정아 씨는 좀 어떠냐고요! 설마, 설마 정아 씨의 소리가 안 들리던가요? 빨리 알려줘요, 정아 씨 어떻게 됐어요!”구서준은 눈썹을 쓱 치켜올리더니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작은 엄마, 그거 아세요?”신세희가 묻는다.“네?” “우리 정아 씨가요, 정아 씨가 분만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쌍둥이를 낳았어요!”신세희는 멍해졌다.“......”뒤에 있던 부소경도 깜짝 놀랐다.“무통분만이라고 아세요? 이렇게 빨리 출산하는 건 처음 봐요. 작은 엄마, 전 정말 윤희 숙모 그리고 서시언 도련님 아내분 유미 형수 모두 아이를 낳을 때 연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하...”신세희는 말문이 막혔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구서준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 환장했어요? 한마디만 더 지껄여 봐요!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아내가 출산하는데 분만실 밖에서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요, 저희를 깜짝 놀라게 할 셈이세요!”그 뒤를 이어 구경민, 고윤희 그리고 고윤희의 2살 반 되는 아들 구형민이 도착했다.서시언과 그의 아내 성유미, 그리고 한 살짜리 아들 서도현도 뒤따라왔다.그 뒤에는 조의찬과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반명선이었다.반명선은 민정아 그리고 지영주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민정아가 출산한다는 소식에 적극 가겠다고 나섰다. 의학을 전공한 그녀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그들은 구서준이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에 구서준을 한바탕 혼내고 싶은 마음이었다.특히 신유리 어린이는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그녀는 구서준의 다리를 껴안고 그의 발을 짓밟으며 화를 냈다.“서준 오빠, 진짜 너무 나빠! 오빠 때릴 거야, 오빠 오늘 나한테 죽었어!”신유리가 구서준을 때리는 걸 본 신유리의 남동생들도 주먹을 휘두르며 벼르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이젠 세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