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반호영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신세희와 부소경이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또한 부소경이 쌍둥이 형제를 잃은 줄 알고 오랫동안 슬퍼하고 있던 것도 직접 보았다. 그러나 고윤희는 지영주가 반호영을 그렇게 그리워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지영주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고, 지영주는 눈물을 흘리며 모든 얘기를 말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 고통은 진작에 나아졌어요. 그리고 저희 오빠, 저는 오빠가 사실은 계속 살고 싶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단지 절 귀국시키고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겠죠. 우리에게 가족은 서로뿐이었어요. 저도 오빠가 조만간 목숨을 내걸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전 평생 연애를 해본 적은 없지만, 반호영을 사랑했어요. 윤희 언니… 언니는 이런 사랑의 맛을 아세요? 저는 그 사람을 위해서 아이를 낳고 싶고, 그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어요. 그 사람과 함께라면 앞으로 어떤 비바람을 겪어도 두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반호영은 죽었어요… 반호영이 죽었다고요. 윤희 언니, 이런 제가 혼자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지영주의 말을 들은 고윤희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그 감정을 이해했다, 지영주는 희망을 볼 수 없었지만 반호영은 그녀의 모든 희망이자 아름다움이며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반호영은 죽었다. 고윤희는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하지만 사람이 살아있지 않은데 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지영주를 껴안고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영주야, 나에게도 애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 눈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었어. 그때 언니도 너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앞으로 너에게 더 좋은 사람이 찾아올 수도 있는 거야. 그러니 그런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나를 친언니로, 형민이를 작은 조카로 대해줘. 그리고 세희. 세희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
민정아는 고윤희를 쳐다보았고, 두 사람의 눈은 빛났다. 지영주는 친구가 없었고, 그녀가 이 세상에서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 고윤희에게는 확실히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민정아도 지영주를 좋아했다.그녀는 처음 지영주를 보았지만 이미 신세희로부터 지영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지영주 역시 민정아처럼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고 어릴 때부터 고생을 했기에 민정아는 지영주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가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어. 남성은 내가 잘 아니까 오랜 친구를 만나고 싶은 거면 내가 데려다줄게!” "그래, 영주야. 정아가 데려다줄 거야.” "아 참, 나한테 엄선희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애는 엄청 열정적이고 말이 많아. 우리 둘이 널 데리고 가서 네 친구를 찾으면 넷이서 같이 놀 수 있겠다.” 민정아는 엄선희가 매우 수다쟁이라는 말을 하면서 자신도 말을 매우 많이 했다.“내가 뭐 하나 알려주자면, 난 이제 윤희 이모랑 세희랑 얘기를 할 수 없게 됐어. 왜 그런지 알아?”그녀는 매우 들뜬 채로 말했다. 그녀는 오늘 고윤희를 기다린 목적이 고윤희에게 시어머니를 대하는 방법을 묻는 것임을 완전히 잊고 있었고, 지영주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그녀는 심지어 누구를 만나고 싶은 건지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지영주에게 열정적으로 하소연할 뿐이었다."지금 윤희 이모랑 세희는 둘 다 아기를 출산했어. 윤희 이모는 한 달 됐고, 세희는 열 달이 됐네. 두 사람은 매일같이 아기 기저귀는 뭘 쓰는지, 분유는 얼마나 먹여야 하는 등 이런 얘기밖에 안 한다니까. 정말 말이 하나도 안 통해. 게다가 난 두 사람이 대화할 때 끼어들 수도 없어. 아기를 내가 안아주고 있어야 하거든! 엄선희랑 얘기를 다 해놨어. 이제는 윤희 이모랑 세희에게 확실히 선을 긋자고 말이야!” “……”지영주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계집애가 얼마나 수다쟁이인지 드디어 깨달았고, 지영주 자신도
“사실 얘는 아무 생각이 없어.”“그냥 바보거든.”민정아는 헤실헤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히히…”지영주도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그건 고윤희도 별로 본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지영주가 지금 웃고 있다.구형민을 안고 있는 고윤희와 부민희를 안고 있는 신세희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웃음을 지었다.그때, 차 안에서 작은 아이가 뛰쳐나왔다.유리의 손에는 커다란 유니콘 인형이 들려 있었다. 꽤 힘들었는지 유리가 투덜대며 걸어 나왔다. “아이참, 내가 유니콘 인형 안 들고나온다고 했지? 엄마가 기어코 들고나오라고 하더라니.”“정말!”“유리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거든!”“난 이딴 유니콘 전혀 놀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유리가 안고 있는 유니콘은 유리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유리는 줄곧 걸을 때 앞이 안 보이는 상태였다. 유리는 민정아와 지영주도 보지 못했다.고윤희는 야유가 조금 섞인 말투로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야, 이 유니콘 인형이 그렇게 싫은데 안고 있는 이유가 뭐야?”유리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이게 다 제 동생 때문이잖아요. 쟤가 이 유니콘만 보면 헤실헤실 웃으면서 엄청 기뻐하는 것 때문에 제가 이렇게 안고 온 거에요.”신세희는 고윤희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 누나가 동생을 아주 끔찍하게 아끼거든요. 둘째가 유니콘 인형만 보면 웃는다고 굳이 저걸 들고 오더라니까요. 정말 말리지도 못해요.”신세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품 안에 안겨있던 부민희 어린이가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민희는 어눌한 말투로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누… ㄴ… 누나… 누나…”9개월인 부민희는 이제 간단한 단어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누나’라고 부르는 부민희의 말소리에, 10개월 된 구형민도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누… 누나…”9개월, 10개월 된 아이들이 너 한마디, 나 한마디 누나라고 말하고 있었다.두 아이 모두 엄마의 품속에서 벗어나 유리를 찾으러 가고 싶어 했
반명선?그 이름에 모든 사람이 놀라고 말았다.다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었다. 지영주가 만나려던 사람이 반명선이라니.“너… 반면선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영주야?” 고윤희는 지영주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줄곧 반호영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지영주는 고개를 숙이더니 참담한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얼마 전에 해외에 잠깐 갔다 왔어요. 거기서 반호영 유물을 좀 가지고 왔는데, 반호영이 반명선을 위해서 해외 계좌에 돈을 좀 넣어놨더라고요.”“반명선이 대학 다닐 돈이라나, 뭐라나.”“그 사람은… 반명선이 다른 사람의 돈으로 학교 다니는 걸 원치 않아 해요.”고윤희와 신세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둘 다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지영주 이 사람, 겉으로는 독하고, 차갑고, 모질어 보이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더 부드러운 사람이었다.착하기도 하고.적어도 지영주는 돈만 보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고윤희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봐, 영주야. 앞으로 명선이랑 자주 연락하고 지내.”혹시,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 기대며 온기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지영주는 연인을 잃었고, 반명선은 가족을 잃었다.두 사람의 그리움은 한곳을 향해 있었다. 분명 서로에게 온기를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알았어요.” 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민정아도 바로 입을 열었다. “어렵지 않아! 명선이 지금 남성에서 대학 다니고 있어. 나랑 선희가 지금 당장 널 명선한테 데려다줄게. 엄청 착하고 참한 여자더라고. 만나면 너도 분명 좋아하게 될 거야.”그녀의 말에 지영주도 바로 웃음을 지었다. “좋아.”“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까?” 엄선희가 물었다.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다들… 다들 어디가? 나도! 나도 갈래!” 이제 막 밖에서 돌아온 삼인방 중 대장, 신유리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유리는 총총 뛰어오며 그들에게 물었다.세 남매는 어디서 구르고 다닌 건지, 돌아왔을 때 이미 몸이 흑투성이였다.유
“나 마음에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나 봐.”“왜?” 민정아가 물었다.“그게… 서경수 어르신 때문에.” 엄선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민정아는 그 말에 바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선희야, 설마 그 망할 영감탱이가 아직도 강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거야? 집안이나 따지고? 그 사람이 너랑 준명 오빠의 결혼은 방해하고 있는 거야?”엄선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어르신 이제 많이 너그러워지셨어. 몸도 많이 허약해진 것 같으시고. 이제는 아무 일도 묻지 않으셔.”“오히려 혼자 서진희 씨 보러 가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 몰래 훔쳐보시더라고.”“사실 매번 서씨 집안에 찾아갈 때마다 어르신이 나한테 물어. 세희는 잘 있냐고.”“유리는 잘 지내냐고.”“이제는 두 사람이 날 용서했냐고.”“그런 질문들 말이야.”“가끔은 나도 어르신이 좀 불쌍해.”“근데…”말을 이어 나가던 엄선희는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매번 생각해. 자기 친딸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굴고,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까지 자기 외손녀를 위험에 빠트리고, 하마터면 자기 외손녀를 죽이기까지 할뻔하고… 그래서 내가…”“정아야, 내가 어르신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매일 나한테 말해. 극복해야 한다고,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 씨 어르신을 볼 때마다 어르신이 옛날에 저질렀던 일들이 생각나. 여전히 무서워.”민정아는 엄선희를 가엽게 보았다. “네가 고생이 많다. 우리 아가…”엄선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난 기다리고 싶어…”“할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그때 서 씨 집안에 시집오려고?” 민정아는 직설적인 사람이었다.그녀의 말에 엄선희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딱히 어르신을 저주하는 건 아니야…”“풉… 네가 한 게 아니라, 내가 한 거야. 됐지!” 민정아도 웃으며 말했다.“하하…” 엄선희도 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얼마나 이득을 본 것처럼 말이다.뒷좌석에 앉은 지영주는 두 사람이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엄선희는 그런 지영주의 마음을
지영주의 모습에 반명선은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그녀는 착실히 지영주를 쳐다보며 얕은 웃음을 지었다. “언니, 저… 저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저희… 만난 적이 있나요?”사실 지영주는 반명선의 몸에서 반호영의 모습을 찾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반명선의 얼굴을 본 지영주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반호영은 무척이나 잘 생겼다. 남자 무리에 있어도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생긴 미남이었다.반호영의 얼굴은 부소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두 사람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각자의 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하지만, 지영주가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반명선이 이렇게 못생겼다니.“왜 그러세요? 언니?” 반명선은 여전히 의젓한 모습이었다.지영주의 마음에 말 못 할 씁쓸함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반호영을 다시 얻지 못할 거라는 그런 씁쓸함 말이다.반명선이 이렇게 못생겼는데도 반호영은 조카를 이렇게나 예뻐했다.반호영이 가족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반호영에 대한 지영주의 그리움이 한층 더 깊어졌다.그녀는 빨간 눈시울로 반명선에게 물건 한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제야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며칠 전에 해외에 갔었어. 오는 길에 뭐 좀 들고 왔는데… 이거… 너네 삼촌이 너한테 남겨 준거야.”“20억짜리 수표야.”“그리고 이건 다른 유품들.”“뭐라고요?” 그녀의 말에 반명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반명선은 멈칫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영주를 쳐다보았다. “언니…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 언니가… 어떻게 삼촌을 알아요? 우리 삼촌 아직… 살… 살아있어요?”사실 반명선은 삼촌이 죽었다는 사실을 벌써 알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으로 직접 삼촌이 묻히는 모습까지 봤었다.삼촌이 살아 돌아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 삼촌의 유품 얘기를 하자 반명선은 무척이나 슬퍼졌다.지영주도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너희 삼촌, 분명히 죽었다. 언니도 네 삼촌이
반명선은 차마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는 민정아와 엄선희도 딱히 그런 그녀를 말리지는 않았다.그들은 이미 이런 모습을 몇 번이나 봤었다. 반명선은 삼촌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울곤 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의리가 넘치는 여자아이였다.민정아와 엄선희는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래서 반명선이 실컷 울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지영주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반명선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지영주는 마치 막역한 친구라도 만난 듯 갑자기 몸을 수그리며 반명선을 부축했다. 그녀는 가볍게 반명선의 이름을 불렀다. “명선아…”반명선이랑 엄청 친한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사실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반명선을 만났다.“울지마, 명선아… 비록 삼촌은 세상을 떠났지만 내가 있잖아. 내가 너 보살펴 줄게!” 지금 이 순간, 지영주는 살 희망이라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사실 그녀는 줄곧 삶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지영주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버리게 됐다.그녀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그건 바로, 반명선을 자기 친동생처럼 잘 보살피는 것이었다.“명선아, 내가 널 보살펴 줘도 될까?” 지영주가 물었다.그녀의 말에 반명선은 고개를 들더니,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니…”반명선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언니, 언니 우리 삼촌 애인이에요?”“언니, 너네 삼촌 좋아해. 삼촌도 언니한테 엄청 잘해줬고. 이 세상에서 언니한테 제일 잘해준 남자야. 너네 삼촌이 연애가 뭔지 알게 해줬어. 언니가 30년을 살면서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지영주는 우는 것 같기도 웃는 것 같기도 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모든 생명이 살아있음을 느꼈다.세상은 다채로운 것이었다.세상은 아직 살아있을 희망이 있는 곳이었다.“언니는 이제 앞으로 서울에 살 생각이야. 하지만 그래도 너 보러 남성에 자주 놀러 올게.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알았지?” 지영주가 물었다.반명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세희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 네 미래 시어머님이 네 삼촌 구경민에게 전화했어.”그 말을 듣자마자 민정아는 순식간에 힘이 빠지고 말았다.그녀는 깜빡깜빡하는 게 문제였다.사실 그녀는 줄곧 자신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영주의 일과, 반명선의 일 때문에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지금 신세희가 이렇게 귀띔해 주자 민정아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민정아가 오늘 고윤희한테 찾아간 것도 사실은 미래 시어머니에 해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세희 씨… 나… 나 이제 어떡해?” 민정아는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그녀의 모습은 유리의 동정을 살 정도로 불쌍했다.7살짜리 유리는 작은 손을 들어 민정아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정아 이모. 괜찮아. 걱정하지 마. 우리 엄마가 있잖아.”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유리를 쳐다보았다.우리 엄마가 있잖아?엄마도 만능은 아니거든!신세희는 긴 숨을 내쉬더니 의미심장한 말투로 민정아에게 말했다. “정아 씨…”“응, 응응, 세희 씨, 말해. 내가 다 들어줄게. 세희 씨 말이라면 뭐든 다 들을게.” 민정아는 늘 신세희의 말을 명처럼 받들었다.첫 번째 이유는, 신세희가 자신을 구해줬었기 때문이었다.신세희는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두 번째 이유는, 일이나 사업 방면에서 신세희가 민정아의 사부님이었기 때문이다. 신세희는 민정아의 은사와 다름이 없었다.민정아의 인생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은 신세희였다.그녀는 신세희를 가족처럼, 친언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민정아는 신세희가 하는 모든 말을 숭배했다.신세희는 담담하게 웃었다. “사실 뭐 별거 없어. 난 그냥 알려준 것뿐인데 뭐. 사람 사는 거 다 힘들잖아.”“나도 알아, 세희 씨. 나도 알아.” 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나 봐. 유리 할아버지가 그때 유리를 얼마나 괴롭혔어. 나도 목숨까지 잃을뻔했고.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난 여전히… 시아버님을 용서해야 하잖아?”“내가 시아버님이랑 무슨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