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지영명은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지영명은 도망치지 않고 그저 심설과 엄마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주고 심설의 학교도 찾아주고 싶었다. 또한 심설 앞으로 적금을 들어 대학까지 보내고, 먼 훗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가 집안 계좌에 있는 거액을 빼내려면 반드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지영명의 사귀었던 여동창 중 한 명은 지영명을 따라다녔지만 지영명은 남다른 그녀를 싫어했다.하지만 심설에게 더 많은 돈을 남겨주기 위해 여동창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영명을 꿰뚫어 본 여동창은 닥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심 씨 집안사람들을 다 네가 죽였지?”지영명은 전혀 겁먹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단 한 번도 숨은 적도 없고, 인정하지 않은 적도 없어. 나는 이제 우리 엄마와 동생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여동창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역시 지영명!”“......” 지영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살고 싶어?” 여동창은 지영명에게 물었다. “아니.” 지영명은 솔직하게 말했다. 지영명은 살고 싶어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죽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이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네가 어머니랑 동생을 지키기 위해 심 씨 집안사람을 죽였지만... 만약 네가 죽으면 남겨진 어머니랑 동생을 지켜줄 사람은 없어.”“......” 지영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영명은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경아 언니한테 부탁해.” 여동창은 말했다.“뭐라고?’ 지영명은 여동창에게 되물었다. “경아 언니가 부잣집 사람들을 대접하는 단체가 있는 거 알지? 나는 살인 전과가 있어! 경아 언니는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여동창은 웃으며 말했다. “......” 지영명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걱정 마, 경아 언니는 잘생긴 외모에 당찬 패기를 가진 너를 곁에 두고 싶어 할 거야.”“왜? 그 사람이
그 당시 구경민도 어린 나이었다. 구 씨 집안은 구성훈의 기세에 눌려 출세하지 못했다. 구 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용감한 구경민은 지영명보다 네 살 정도 어렸었다.하지만 계략 측면에서는 지영명보다 훨씬 뛰어났다. 게다가 구가 집안은 대대로 군인 출신이었기 때문에 구경민 또한 훌륭한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지영명이 살인을 저지르고 다닐 때 구경민과 마주쳤다. 구경민은 부하 직원을 동원해 지영명은 어느 한 집에 가두었다. 이 집은 바로 돼지를 도살하고 도매하는 곳으로 집 주인의 인상은 매우 험상궂고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남동생을 위해 시내에 집을 한 채 사주려던 시골의 한 여대생은 집 주인에게 빚을 지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평생 도살장에 갇혀 살게 될 줄 알았던 여대생은 뜻밖에도 살인자 지영명을 만나게 되었다. 집 주인과 지영명의 외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었다. 지영명은 집 주인을 죽이고 집안에 있는 현금과 재산을 챙겼다.이때, 여대생이 지영명의 다리를 붇잡았다. 지영명은 차갑게 말했다. “나는 여자 안 죽여! 그러니까 자극하지 마!”여대생은 서럽게 울며 말했다. “저 좀 안아주시면 안 돼요?”지영명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 “뭐?”여대생은 말했다. “집 주인은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밤에 힘을 쓰지 못했어요. 결혼 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사람과 잠자리에서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자기 혼자 흥분해서 저를 때리곤 했어요.”잠시 후, 여대생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여기에 저만 남겨놓고 가지 마세요. 죽어도 좋으니 한 번만 안아주세요.”지영명은 어여쁜 여대생을 지그시 바라며 꼬옥 안아줬다. 20대의 지영명은 혈기왕성하다. 지영명은 여자를 다루는데 매우 능숙하다. 게다가 여대생은 밤새 울고 웃으며 지영명을 꼬옥 껴안고 있었다. 지영명은 여대생이 안쓰러워 차마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대생과 시간을 지체한 탓에 지영명은 구경민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그가 떠나지 않으면 그 여자는 반드시 자살할 거라는 걸. 그렇게 되면 여자의 정성은 정말 헛되게 된다.“다시 올게.” 지영명이 여자에게 말을 남기고 윗옷을 벗은 채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따라잡아!” 구경민이 화가 나서 말했다.구경민은 바로 아래 사람들더러 빨리 따라잡으라고 명령했다.그날 밤, 서울에는 쫓고 쫓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지영명은 진정한 망명자였다.그는 서울 곳곳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골목 사이로 피해 다니다가 엄마와 동생이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엄마와 동생은 이미 밖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깨어있었다. 지영명이 윗옷을 벗은 채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온 걸 보자 15살이 된 지영주, 즉 그때의 심설은 적지 않게 놀랐다.“오빠, 사람들이 오빠 잡으려는 거야?” 지영주가 물었다. “가자! 오빠랑 가자!” 지영명이 허리 굽혀 엄마를 등에 업고 지영주에게 말했다.지영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지영주는 오빠를 따라 나서면 또다시 망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 식구가 같이 있다면 아무리 가난해도 두렵지 않았다.지영명은 엄마를 등에 업고 차를 몰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도망쳤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려고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도시 전체는 경계 상태였다.지영명은 할 수 없이 차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엄마를 업은 채 길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꼬박 이틀을 걸었다. 그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지영명은 언제 등에 업힌 엄마가 돌아가셨는지도 몰랐다.남매는 비통한 마음으로 엄마를 깊은 산속에 묻고 다시 길을 나섰다.산을 벗어난 그들은 어디가 어디인지도 몰랐다.그럼에도 감히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했다.남매는 신분증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했다.특히 지영명은 낮에 거의 밖에 나가지 않았다. 둘은 15살이 된 지영주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유지했다.그들은 걷다 머물다 하며 지영주가 돈을 좀 벌게 되면 계속 도망쳤다
지영명에게 관심을 보인 독사는 그와 함께 외국에 가려 했다.지영명도 흔쾌히 동의하였다.모든 준비를 마친 그들이 막 떠나려던 그때 또다시 구경민에게 붙잡혔다.그는 서울에서부터 여기 한적한 시골 마을까지 쉬지 않고 쫓았다. 그러면서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지영명이 비록 지은 죄가 커 죽어 마땅했지만 억울함도 있었다.그는 이미 거듭되는 살인에 마비가 된 위험한 인물이었기에 구경민은 반드시 그를 잡아야 했다.구경민은 그들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지영명도 더는 도망가려 하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여동생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이제 16살이 된 그녀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만약 그가 여동생을 데리고 이런 식의 험난한 여정을 계속한다면, 정말로 여동생의 앞날을 망치게 될 것이다. 지영명이 손을 들어 투항하려고 하는 낌새를 눈치챈 독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너의 여동생의 미래는 생각해봤어?”지영명이 그를 보며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이렇게 곱상하게 생긴 네 여동생이 네가 죽으면 내 손에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일 거야. 그리고 내가 재미 좀 보다가 싫증 나면 이 배에 싣고 아프리카에 가서 좋은 값에 팔아버릴 수도 있어.”지영명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다.“너...... 내가 지금 널 당장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해?”“네가 감히?”독사는 여유롭게 웃으며 대꾸했다.“나를 죽인다 하더라도 넌 도망가지 못해. 그리고 저들한테 또 잡히겠지. 그때면 네 여동생은 나 같은 양아치들이 널린 이 바닥에 홀로 남겨지겠지.”지영명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의 목을 졸랐다.“그래서 어쩌라고!”“들이받자고! 우리는 지금 한배를 탔고 들이받을 수밖에 없어. 너의 실력 정도면 우리 모두 살 수 있어.”지영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와 한번 붙은 적 있는데 난 무릎을 꿇고 말았어. 나보다 더 악독한 사람이야. 난 안 돼.”“당연히 막무가내로 덤비면 안 되지. 단둘이 겨뤄 봤으니 넌 이미 그의 상대가 아니기도 하고
그는 꼭 그를 잡아야 한다! 그가 겪은 이 모든 것이 어쩌면 그 자신한테는 불공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씻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영명의 존재는 서울 사람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심하게 위협하고 있다.하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가여운 두 아이를 보다가 고통스럽게 흐느끼는 아이들의 어머니를 보았다.구경민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부하에게 지시했다.“풀어줘!”지영명이 배에 올랐다.시동이 켜지고 배는 순식간에 저만치로 멀어져갔다.손 놓고 있을 리 없는 구경민도 그의 뒤에 몰래 따라붙었다.하지만 4시간 후, 구경민은 떠내려오는 두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작디작은 두 시체였다.지영명은 두 아이를 죽을 마음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신변 보호용으로 이용해 순리롭게 출국하려던 거였다. 하지만 지영명은 두 아이가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여자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오빠, 나 무서워.”반면 남자아이는 분노하며 소리쳤다.“나만 데려가고 내 동생은 당장 풀어줘! 안 그러면 물어버릴 거야! 나쁜 놈아!”4살짜리 남자아이는 한다면 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그는 지영명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물어버렸다.고작 4살이고 이빨도 완전히 자란 상태는 아니었지만 힘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 아이는 지영명 손목의 멀쩡한 살집을 우악스럽게 물어뜯었다.지영명이 상처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신음을 뱉었다.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인내심까지 바닥을 향해 달리고 있던 차에 남자 아이에게까지 물리고 나니 그는 철저히 이성을 잃었다. 그는 남자아이를 아무렇게나 들어 머리끝까지 올리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바닥에 닿는 순간 남자아이는 숨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오빠, 오빠......”여자이이는 목청이 터질 듯이 비명을 지르며 오빠에게 달려갔다.오빠가 바닥에 던져져 움직임이 없자 여자아이는 점점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 더 용감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놀랍게도 오빠의
구경민이 해외로 가게 된 것이 전부 지영명을 추적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외국에 남아있는 세력들이 존재했기에 소탕하러 가는 것이었다.그래서 간 김에 지영명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경민이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것은 지영명이 해외에서 곧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영명은 후에 점점 이성을 잃고 날뛰며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이며 약탈을 멈추지 않았다.어리든, 억울하든 그는 똑같이 놔주지 않았다.그의 신조는 이랬다.“너는 약자이고 내가 너를 죽이지 않아도 내가 아닌 다른 강자가 너를 죽이게 될 거야. 그들이 너로 인해 세력이 커지는 것보다 내가 너를 죽이고 강해지는 게 나아!”“내가 매정하다고?”“나도 관대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화목한 가족들도 있었어.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타인 때문에 미치광이가 되어버렸고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며 내 10살이었던 여동생은 70세의 노인과 동침해야 했어. 이 세상에서 내 여동생보다 더 불쌍한 사람 있어?”“난 이미 참을 만큼 참았어!”“살인마가 될지언정 더 이상 내 여동생이 그런 고통을 또 당하게 할 수 없어.”“몽땅 죽여버릴 거야.”이것이 그의 신조라고 했다.절대 다시 교정으로 돌아오지 않을 16살 소녀인 지영주는 이미 오빠와 함께 유랑 생활을 하며 서서히 세뇌당하여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그렇게 단단해졌다.몇 년이 지난 지금, 지영주는 어느덧 30살인 노처녀가 되어 있었다.그녀도 다른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킬러들과 다를 바 없었다.그들이 해외에서 한창 잘나가던 그때, 서울에서 지영명에게 도와달라며 연락해 온 적 있었다. 그러면 한자리 크게 내어준다고 했다.심지어 지영명도 흔들렸다.그러다가 주변을 맴돌던 구경민에게 또 붙잡히고 말았다. 구경민은 지영명을 끈질기게 물고 놓지 않았다.해외에서 구경민은 지영명이 감당되지 않았다.하마터면 지영명의 손에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다행히 위기의 순간에 부소경이 나타났다.부소경!지영명보다 조금 어린 고아 출신의 그는 고작 18, 19세
구경민과 부소경에 대한 그의 원한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특히 부소경이 F그룹의 최연소 권력자가 되어 남성의 킹이 되었다는 소문에 지영명은 질투로 눈까지 뻘개졌다.왜!왜 그들은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거고 나 지영명만 도망 다니는 신세여야 하는가! 그때 구경민과 부소경이 그를 죽이려고 쫓아다니지 않았다면 지영명도 지금쯤 서울에 돌아갈 수 있었고 어머니의 유골함도 깊은 나무숲에서 서울로 옮겨 제대로 안치했을 것이다.그러나 부소경때문에 지영명은 여동생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떠돌았다.한편, 신세희가 설치해 놓은 폭탄에 다리를 상한 지영주는 마치 어린아이 처럼 엉엉 소리내 울었다. 신세희는 그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30살 남짓한 지영주의 행동 하나, 표정 하나는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었다.아마도 미혼이고 거기에 아이도 없는 이유일 수 있다.그래도 그녀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특히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 그동안 겪었던 고됨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울며 신세희에게 하소연했다.“네가 입만 열면 우리 오빠를 강도, 살인범이라고 하던데. 오빠는 공부도 곧 잘했고 나름 노력하는 사람이었어.”“부잣집 사모님 출신인 여자가 어떻게 나와 오빠, 그리고 엄마까지, 우리 세 식구가 대도시 서울에서 타인들에게 막무가내로 짓밟히던 과거를 이해할 수 있겠어!”“고작 10살 밖에 안되는 여자아이가 동생에게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고 목줄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녔어. 당하는 내 기분이 어땠을 거 같아? 넌 몰라. 짐작조차 못 할걸! 너는 이쁜 옷에 배부르게 실컷 먹으며 상위층 생활을 했으면서 그런 환경에서 지낸 나와 내 오빠, 엄마가 하마터면 굶어 죽었을 수도 있었던 걸 이해 한다고? 넌 영원히 모를 거야!”“임신 7, 8개월인데도 넌 흐트러짐 없이 기품이 넘쳐. 이 아름다운 것들은 아마도 너의 남편이 너를 위해 주문 제작한 거겠지. 임산부들이 피할 수 없는 붓기까지도 완벽히 커버했잖아. 나는 10살
지영주는 멈칫했다.“무슨 말?”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둘은 처지가 비슷해.”지영주가 되물었다.“응?”“나도 너랑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 나도 너랑 똑같이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었어. 내 딸아이를 임신했을 적도 도망다니기 바빴고. 내가 편한 생활을 누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지영주는 말이 없었다.솔직히 그녀는 신세희에 대한 인상이 꽤 나쁘지 않았다.비록 임신한 상태라 거동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잃지 않는 침착함과 강경함은 지영주가 신세희를 인정하는 부분이었다.지영주는 오빠에게서 그녀도 힘들었다고 들었었다.그래서 지영주는 내심 그녀가 부러웠다. 똑같이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신세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나 지영주는?한평생을 오빠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느껴 볼 기회가 없었다.지영주가 대답이 없자 신세희는 자신의 배를 부축하며 가볍게 웃었다.“나는 신 씨가 아니야. 친아버지 성은 임 씨야. 적어도 너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난 몰랐어.”지영주가 물었다.“너... 진짜야?”어느 정도 고생을 했다는 건 알았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신세희가 지영주를 바라봤다.동정 어린 지영주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그녀는 처음 태어날 때부터 못돼먹은 것이 아니었다.지영주도 동정할 줄 아는 보통 사람이다.신세희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지영주의 손에 죽고 싶지 않았던 신세희는 여기를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만 생겨도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남편도 오매불망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6살인 신유리는 아직 엄마 필요한 나이다. 그래야만 인격에 결함이 생기지 않는다.그리고 아직 성별조차 모르는 곧 태어날 뱃속의 아이는 빛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할 순 없다.신세희는 절대 이대로 죽으면 안 된다.죽음은 도무지 방법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