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산과 홍원은 지영명이 칼을 들고 거들먹거리며 들어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지영명은 주말에 막노동을 해왔기 때문에 여느 또래보다 체격이 더욱 건장하다. 지영명은 살벌한 표정으로 거실에 행복하기 짝이 없는 세 식구를 노려봤다, 세 식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지영명을 쳐다봤다. “당... 당신 누구야? 어떻게 들어왔어? 여보, 빨리 경찰 불러요...” 홍원에 겁에 질린 목소리로 지영명에게 말했다. 하지만 심지산은 겁에 질려 홍원과 심신해 뒤에 숨어 더듬거리며 말했다. “너... 허튼짓하지 마. 너 이거 범죄야. 감옥 가기 싫으면 그 칼 내려놔...”지영명은 비웃으며 말했다. “범죄요? 죄송하지만 저는 김 씨 노인네를 죽여서 이미 죄를 지었습니다. 방금 전에 경찰차 사이렌 소리 소리 들었죠? 경찰들이 김 씨 노인네 집으로 가는 겁니다!"심지산은 지영명의 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심신해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넋을 잃고 있었던 홍원은 지영명이 심신해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울지 마! 계속 울면 대가리를 처박아 버릴 거야!” 지영명은 심신해에게 말했다. 지영명의 협박에 겁에 질린 심신해는 눈물을 뚝 그쳤다. “뭐... 뭐 하는 거야? 신해는 아무 죄가 없는 어린아이야. 시키는 건 뭐든 다 할 테니 신해는 놓아줘, 응?” 홍원은 지영명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했다. 지영명은 홍원을 발로 차고 비웃으며 말했다. “심신해가 어린아이라는 걸 알면서 왜 제 동생이 어린 건 모릅니까?! 당신 남편의 또 다른 딸도 어린아이 아닙니까?”“......” 홍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지영명은 심신해를 풀어줬다. 잔뜩 겁에 질린 심신해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바지에 오줌을 쌌다. 지영명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매우 평온한 목소리로 심신해에게 말했다. “심신해, 잘 들어! 네 아빠한테는 딸이 두 명이야! 네 언니가 너보다 이 세상에 더 빨리 나왔어! 네 언니는 너한테 아빠의
심신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지영명은 또다시 심신해의 목에 칼을 갖다 댔다. “다들 입 다물어요!” 지영명은 심지산과 홍원 그리고 심신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경찰에 신고 절대 안 할게, 제발 아무 죄 없는 우리 신해만 놓아주면 안 될까?” 홍원은 애절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도 여동생이 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는 아무 죄가 없다는 거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심신해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 모두 핸드폰 내놔요!" 지영명은 침착하게 말했다. 심지산과 홍원은 지영명에게 순순히 핸드폰을 건네줬다. 잠시 후, 지영명은 심신해에게 귀마개를 씌우고 방에 들여보냈다. “귀마개 절대 빼지마. 빼면 죽여버릴 거야!” 지영명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심신해는 겁에 질려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명이 심신해에게 협박을 하고 방에서 나오자 심지산과 홍원이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왜요? 당신 딸이 보는 앞에서 저랑 칼 들고 싸우기라도 하려고요? 좋아요, 한번 붙어봅시다!” 겁에 질린 홍원은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떨어뜨렸다. 다행히 심신해는 방 안에서 귀마개를 하고 있어 들리지 않았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원하는 게 돈이지? 집에 있는 현금과 보석들, 그리고 명품 시계들 모두 가져가. 그거 가지고 네 엄마랑 동생 데리고 멀리 떠나면 안 돼?” 홍원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홍원은 지영명이 심신해를 해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영명은 심신해가 이 참혹한 광경을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홍원은 똑똑하고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지영명에게 돈을 준다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영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걸로는 부족해요.”“얼.. 얼마를 원하는 거야?” 심지산은 희망을 가지고 물었다. 심지산은 가난하기 짝이 없는 지영명에게 돈을 주면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영명이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주면 분명
“너… 뭐 하려는 거야…?” 깜짝 놀란 홍원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영명은 사학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이성에 한참 관심이 많은 18살 지영명에게는 부자짓 딸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은 호텔을 들낙거리며 사랑을 키워나가려던 때 지영명은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다. 그 후, 지영명은 여자친구를 찾아가 헤어진 이유를 물었다. 여자는 매우 불만스럽게 말했다. “지영명! 그 나이 먹고 눈치도 없어? 너랑 자기 싫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그 순간 지영명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했다. 여자는 지영명의 붉어진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너랑 잠깐 놀아준 것뿐이야. 앞으로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하지만 나는 너 같은 가난한 남자랑 궁상맞은 연애는 못해.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엔조이로 즐기기만 하자. 영명아, 넌 너무 귀여워.” 이것이 바로 지영명의 첫사랑이다. 그 당시 지영명은 매우 괴로웠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지영명은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랑의 상처를 받은 지영명은 일부러 센 척하며 말했다. “당신도 저랑 자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어요?”여자는 흑심을 품고 말했다. “당신 실력이 대단하다고 하던데요?”지영명은 여자를 와락 안으며 남자답게 말했다. “오빠라고 불러!”“영명 오빠!” 그 순간 여자는 지영명에게 순종하며 큰소리로 말했다.“천한 것들!” 지영명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영명은 지체하지 않고 여자와 진도를 나갔다. 이때, 지영명의 더 이상 수줍고 소중했던 첫사랑을 잊고 방자하게 변했다. 잠자리를 가진 후 이 여자는 지영명을 좋아하게 됐지만 지영명은 이 여자를 꼴도 보기 싫어했다. 이후 지영명은 남녀의 잠자리에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방자한 남자가 되었다. 18살의 지영명은 이미 여자와 잠자리 경험이 많은 선수였다. 지영명은 홍원을 절대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 홍원에게 벌을 주려고 했다. 반드시 홍원이 괴워하는 모습을 심지산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제야 눈치챈 홍원은 빨개진 얼굴로 애걸하며 말했다. “알겠어. 그런데… 여기에서 말고… 여기에서 하는 건 너무 치욕스러워…”지영명은 비웃으며 말했다. “치욕스러워요?”홍원은 울며 말했다. “너는 나를 원하니까 내가 그 욕망을 채워줄 수 있어. 하지만 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있겠어?”“당신이 치욕이 뭔지 알아요?” 지영명은 홍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홍원은 멍해졌다. “악랄하기 그지없는 여자! 분명 당신 회사가 손해를 봤고, 김 씨 노인네가 당신 딸을 원했는데 계속해서 내 동생을 협박하다니! 설이는 이제 10 살이고, 그 노인네는 70살입니다! 당신들이 사람입니까? 지금 치욕스럽다고 했습니까? 못 하겠다고요? 당신이 내 동생을 협박했을 때 치욕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당신이 설이한테 뭐라고 했어요? 설이를 감옥에 보내서 사형 받게 한다고 했죠? 생각 좀 해보세요, 10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사형을 받겠습니까! 네?"지영명은 홍원을 발로 세게 짓밟았다.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홍원은 입에 거품을 물었다. 잠시 후, 화가 덜 풀린 지영명은 고개를 돌려 심지산에게 말했다. “심지산 씨! 설이는 당신 혈육이에요! 저 악랄한 여자가 설이를 협박할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어요? 네? 뭐 하고 있었냐고요!”“......” 이미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심지산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신해와 심설은 모두 심지산의 딸이다. 하지만 왜 심신해는 공주님 대접을 받고, 심설은 벌을 받아야 하는가?심설은 심지산의 신해 패션회사의 혜택을 절반도 누리지 못했다. 심지어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기는커녕 사람들 앞에서 심지산을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다. 그런데 심설에게 치욕을 준 심지산이 부귀영화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이것은 아주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심지산은 눈물을 흘렸다. 지영명은 울고 있는 심지산에게 말했다. “심지산 씨, 설이가 왜 당신 집안의 현금을 훔
홍원은 심지산이 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심지산은 홍원을 구해주기는커녕 전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심지산은 그저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홍원은 절망감 속에서 지영명에게 치욕을 당했다. 홍원은 벌거벗은 상태로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홍원은 그동안 몸을 팔던 여자보다 훨씬 더 비열하고 치욕적인 일을 했다. 홍원은 이제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원은 이렇게 빨리 죽음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 지영명은 홍원의 몸을 더럽힌 후 망설임 없이 죽였다. 심지산은 홍원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고 평온했다. 심지산은 죽기 전에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경영했던 의류공장은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매년 수십억의 연봉을 유지했다. 또한 사리가 밝은 전처는 심지산에게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 원래 심지산에게 아들 한 명과 딸 한 명이 있었다. 아들은 친자식이 아니었지만 심지산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며 매우 다정하게 대했다. 아들은 심지산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신발을 벗겨주고, 소파에서 쉬고 있을 때면 안마를 해줬다. 착한 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8살밖에 안 된 아들은 여동생을 잘 보살펴서 부모님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그 당시는 얼마나 행복하고 안정된 삶인가?만약 그때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착한 아들은 대학생이 되어 아주 훌륭한 인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때 심지산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던 그 아이는 지금 살인자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심지산이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심지산은 홍원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 그 당시 홍원은 이혼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아이를 지우고 멀리 떠날 거라며 눈물을 흘렸다. 결국 심지산은 홍원의 눈물에 속아넘어갔다. 누구를 탓하겠는가?그 당시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큰 꿈을 품은 심지산 탓이다. 하지만 이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때, 심지산은 목덜미에 차가운 무언가 닿는 느낌을 받았다. 바보가 아닌 지영명은 홍원
이렇게 하면 지영명은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지영명은 도망치지 않고 그저 심설과 엄마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주고 심설의 학교도 찾아주고 싶었다. 또한 심설 앞으로 적금을 들어 대학까지 보내고, 먼 훗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가 집안 계좌에 있는 거액을 빼내려면 반드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지영명의 사귀었던 여동창 중 한 명은 지영명을 따라다녔지만 지영명은 남다른 그녀를 싫어했다.하지만 심설에게 더 많은 돈을 남겨주기 위해 여동창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영명을 꿰뚫어 본 여동창은 닥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심 씨 집안사람들을 다 네가 죽였지?”지영명은 전혀 겁먹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단 한 번도 숨은 적도 없고, 인정하지 않은 적도 없어. 나는 이제 우리 엄마와 동생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여동창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역시 지영명!”“......” 지영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살고 싶어?” 여동창은 지영명에게 물었다. “아니.” 지영명은 솔직하게 말했다. 지영명은 살고 싶어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죽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이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네가 어머니랑 동생을 지키기 위해 심 씨 집안사람을 죽였지만... 만약 네가 죽으면 남겨진 어머니랑 동생을 지켜줄 사람은 없어.”“......” 지영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영명은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경아 언니한테 부탁해.” 여동창은 말했다.“뭐라고?’ 지영명은 여동창에게 되물었다. “경아 언니가 부잣집 사람들을 대접하는 단체가 있는 거 알지? 나는 살인 전과가 있어! 경아 언니는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여동창은 웃으며 말했다. “......” 지영명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걱정 마, 경아 언니는 잘생긴 외모에 당찬 패기를 가진 너를 곁에 두고 싶어 할 거야.”“왜? 그 사람이
그 당시 구경민도 어린 나이었다. 구 씨 집안은 구성훈의 기세에 눌려 출세하지 못했다. 구 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용감한 구경민은 지영명보다 네 살 정도 어렸었다.하지만 계략 측면에서는 지영명보다 훨씬 뛰어났다. 게다가 구가 집안은 대대로 군인 출신이었기 때문에 구경민 또한 훌륭한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지영명이 살인을 저지르고 다닐 때 구경민과 마주쳤다. 구경민은 부하 직원을 동원해 지영명은 어느 한 집에 가두었다. 이 집은 바로 돼지를 도살하고 도매하는 곳으로 집 주인의 인상은 매우 험상궂고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남동생을 위해 시내에 집을 한 채 사주려던 시골의 한 여대생은 집 주인에게 빚을 지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평생 도살장에 갇혀 살게 될 줄 알았던 여대생은 뜻밖에도 살인자 지영명을 만나게 되었다. 집 주인과 지영명의 외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었다. 지영명은 집 주인을 죽이고 집안에 있는 현금과 재산을 챙겼다.이때, 여대생이 지영명의 다리를 붇잡았다. 지영명은 차갑게 말했다. “나는 여자 안 죽여! 그러니까 자극하지 마!”여대생은 서럽게 울며 말했다. “저 좀 안아주시면 안 돼요?”지영명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 “뭐?”여대생은 말했다. “집 주인은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밤에 힘을 쓰지 못했어요. 결혼 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사람과 잠자리에서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자기 혼자 흥분해서 저를 때리곤 했어요.”잠시 후, 여대생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여기에 저만 남겨놓고 가지 마세요. 죽어도 좋으니 한 번만 안아주세요.”지영명은 어여쁜 여대생을 지그시 바라며 꼬옥 안아줬다. 20대의 지영명은 혈기왕성하다. 지영명은 여자를 다루는데 매우 능숙하다. 게다가 여대생은 밤새 울고 웃으며 지영명을 꼬옥 껴안고 있었다. 지영명은 여대생이 안쓰러워 차마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대생과 시간을 지체한 탓에 지영명은 구경민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그가 떠나지 않으면 그 여자는 반드시 자살할 거라는 걸. 그렇게 되면 여자의 정성은 정말 헛되게 된다.“다시 올게.” 지영명이 여자에게 말을 남기고 윗옷을 벗은 채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따라잡아!” 구경민이 화가 나서 말했다.구경민은 바로 아래 사람들더러 빨리 따라잡으라고 명령했다.그날 밤, 서울에는 쫓고 쫓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지영명은 진정한 망명자였다.그는 서울 곳곳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골목 사이로 피해 다니다가 엄마와 동생이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엄마와 동생은 이미 밖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깨어있었다. 지영명이 윗옷을 벗은 채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온 걸 보자 15살이 된 지영주, 즉 그때의 심설은 적지 않게 놀랐다.“오빠, 사람들이 오빠 잡으려는 거야?” 지영주가 물었다. “가자! 오빠랑 가자!” 지영명이 허리 굽혀 엄마를 등에 업고 지영주에게 말했다.지영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지영주는 오빠를 따라 나서면 또다시 망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 식구가 같이 있다면 아무리 가난해도 두렵지 않았다.지영명은 엄마를 등에 업고 차를 몰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도망쳤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려고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도시 전체는 경계 상태였다.지영명은 할 수 없이 차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엄마를 업은 채 길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꼬박 이틀을 걸었다. 그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지영명은 언제 등에 업힌 엄마가 돌아가셨는지도 몰랐다.남매는 비통한 마음으로 엄마를 깊은 산속에 묻고 다시 길을 나섰다.산을 벗어난 그들은 어디가 어디인지도 몰랐다.그럼에도 감히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했다.남매는 신분증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했다.특히 지영명은 낮에 거의 밖에 나가지 않았다. 둘은 15살이 된 지영주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유지했다.그들은 걷다 머물다 하며 지영주가 돈을 좀 벌게 되면 계속 도망쳤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