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명의 어머니는 아들이랑 앞으로의 삶을 계획했다. 8년, 10년이 지나 돈이 좀 모이면 다시 아들이랑 살 작은 집을 마련하겠다고 마음먹었다.모자는 앞으로 좋은 날만 남았을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아들을 둔 홀어머니는 남들보다 더 많이 괴롭힘을 당했고 특히 어릴 때부터 장난 꾸러기였던 지영명은 삽시간에 아버지를 잃었다. 다른 아이들이 때려도 순순히 굴복하지 않고 대를 들어 자주 맞고 다녔다.다른 애들 몇몇에게 쫒기던 어느 날, 서른 살도 되어 보이는 건실한 남자가 나타나 지영명 대신 애들을 꾸짖었다. 그는 지영명을 집까지 바래다줬고 그날 그 남자는 지영명의 어머니를 처음 만나게 됐다.그 남자가 심지산이였다.그는 부근에서 쓰레기장을 운영하는 사장이였다.심지산은 혼자였고 쓰레기장 사장이지만 배를 채우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그래서 나이 서른이 먹도록 장가도 가지 못했다.유은설과 지영명 모자를 알게 된 후부터 심지산은 그들이 사는 집을 들락날락했고 학교로 지영명을 데리러 가기도 했다. 지영명은 주말이 되면 맛있는 걸 사주는 심 아저씨가 좋았다.그렇게 지내다 보니 유은설은 임신했다.유은설 배 속의 아기는 당연히 심지산의 아이였다. 지영명은 엄마가 심지산이랑 같이 지내는 게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결혼했다.지영명은 꽤 오랫동안 심지산을 아빠라고 불렀다.그러다 심설이 태어났다.네 가족의 생활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심지산은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자기 전 심지산이 유은설에게 말했다. “은설아. 할 얘기가 있는데, 이 쓰레기장, 사실은 부모님이 집 지으라고 남겨주신 땅이야. 그동안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지었는데 이젠 돈도 좀 모았고 당신도 바느질을 해서 돈 좀 벌었잖아. 우리 여기다 공장 세워서 옷 장사 하는 건 어때? 넌 기술자고 나도 게으른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영업 뛰면 어떨까?”유은설은 바로 동의 했다.남편이 사업을 하겠다는데 당연히 지지해야 했다.지지뿐만이 아니라 유은설의 역할은 꽤 중요했다.유은설은 옷에 대해서 잘 알
지저분한 머리에 칼을 마구 휘두르는 모습을 본 심지산은 유은설이 더 싫어졌다. “네 꼴 좀 봐봐. 어딜 봐서 사람들이 사모님이라고 하겠어? 딱 봐도 촌년이잖아! 사업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니 꼴이 이게 뭐야. 내가 너 같은 촌년이랑 어떻게 같이 살아! 이혼이 싫으면 2년 동안 별거해!” “2년 동안 별거하면 법원에서도 우리 이혼 승인해 줘.”“이혼해도 돼! 하지만 공장은 내 거야!” 유은설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심지산이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유은설, 역시 넌 촌년이라니까! 촌년이라고 불러준 것도 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넌 그냥 미친년이야!”“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심지산은 또다시 코웃음을 쳤다. “공장을 달라고? 그래! 너 다 가져! 미친년이 독하기도 하지! 제일 힘들 때 누가 남편 없는 너랑 네 아들 구해줬는지 잊지 마. 내가 너희들 구해줬다고!”“ 너랑 네 아들한테 나 할 만큼 했어!”“우리 원이는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알아? 우리 원이 아주 멋진 디자이너야. 프랑스 유학 다녀온 패션디자이너라고. 그런데도 나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20억이나 대출을 해줬어. 우리 같이 창업할 거야!”“그런데 너는? 넌 돈밖에 몰라, 돈 말고 아무것도 몰라!”“너처럼 여자 같지도 않은 여자, 넌 양심도 없지!”“망할 것, 나더러 양심이 없다고? 너 그 쓰레기장 할 때 빚만 가득 졌잖아. 그 빚 내가 다 갚았어. 내가 널 구해준 거라고. 딸까지 낳아주고. 그런데도 나더러 양심이 없다고? 죽여버릴 거야! 죽일거야!” 말을 하다 말고 유은설은 심지산을 향해 칼을 들었다.하지만 유은설은 심지산의 상대가 아니었다. 심지산은 쉽게 그녀의 손에서 칼을 뺏었다.그리고 경찰에 신고했다.유은설은 고의상해죄로 10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열달이 지나서 감옥을 나온 유은설은 공장도 재산도 모두 잃었다. 그녀는 또다시 아무것도 없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달라진 건 아이가 하나 더 생긴 것뿐이다.두 살이 된 어린 아이는 오빠만 따라다
정신이 멀쩡할 때, 유은설은 길거리에 수선집을 차려 다른 사람들의 옷을 수선해 주며 집안 살림에 보탬을 주었다. 제정신이 아닐 때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기를 집에 묶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다면 그녀의 아이들은 엄마를 잃게 된다.아이들은 돌아갈 곳이 사라지게 된다.그래서 유은설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지영명과 심설, 두 남매만이 알고 있었다.지영명의 첫 도둑질이었다. 18살이 되던 해, 그는 진정제를 훔치기 위해 정신병원으로 잠복했다.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고, 지영명이 훔친 약은 효과가 탁월했다. 유은설은 그 후로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반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 후, 지영명은 사람이 없는 때를 틈타 엄마가 먹을 약을 훔치기 시작했다.약 때문에 엄마의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모든 건 유은설의 의지력이 강한 것 때문이었다. 마음속에 항상 아이를 생각하고 있는 어미가 어떻게 미쳐버릴 수 있겠는가?유은설이 건강해지자 아이들은 마냥 행복했다.특히 심설이 더 행복해했다. 8살의 여자아이, 마침 엄마가 필요할 나이였다. 심설은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나랑 같이 쇼핑 가면 안 돼? 응?”유은설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 엄마 이제 다 나았어. 엄마 이제 옷 가게 차릴 거야. 주문 받아서 직접 만들어서 팔려고. 엄마 이제 돈 엄청 많이 벌 수 있어. 엄마가 꼭 우리 영명이랑 설이 잘 먹고 잘살게 할 거야.”그녀의 말에 심설은 그대로 엄마의 품에 달려들었다. “엄마, 난 엄마가 돈 많이 버는 거 필요 없어. 난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설이랑 같이 있어 줬으면 좋겠어. 엄마, 엄마는 건강하기만 해, 돈은 내가 벌 테니까.”유은설은 그 말이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 장난으로 한 말인 줄 알았다. 그녀는 몰랐다. 심설은 엄마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엄마의 병이 재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설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심설은 홍원이 두려웠고, 심신해가 두려웠다. 사실은 그냥 너무 비굴해서 그런 것이었다.심설은 비굴함에 감히 입을 떼지도 못했다.심설은 의식적으로 아버지인 심지산의 손을 잡았다. 아빠가 자기에게 힘을 나누어 주길 바랬다.심설이 막 심지산의 손을 잡으려는 그때 심신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손이 얼마나 더러운데! 우리 아빠 손 더러워지잖아! 너 대체 누구네 집 애야!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넌 낯선 사람 손도 막 잡아?”“아니… 낯선 사람이 아니야. 이건…”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심지산은 엄청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와 홍원의 사이는 매우 화목했다. 두 사람은 줄곧 생사를 함께했고 7,8년의 노력 끝에 지금의 신분을 갖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큰 회사도 갖게 되었고.세 가족은 지금 무척이나 행복했다.심지산은 다른 외부 문제들이 어렵게 찾아온 가정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그래서 사실 마음속으로 화를 삼키고 있었다. 심설이 여기까지 찾아온 사실은 그를 화나게 했다.심설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안 그래도 기분이 별로인데… 심지산은 조심스럽게 말하는 심설의 말을 듣게 되었다. “이 사람… 우리 아빠야.”“너…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심신해는 순식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6살이면 아빠가 뭔지, 자매가 뭔지 구분할 수 있는 나이였다. 심신해는 심설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이도 어린 게! 기껏해봤자 나보다 한, 두 살밖에 안 많아 보이는데, 벌써부터 거짓말하는 거야!”“거짓말한 적 없어.”“난 언니 없어! 우리 엄마 아빠는 나밖에 안 낳았어! 우리 아빠가 어떻게 너네 아빠야!” 심신해는 앞으로 한걸음 성큼 걸어가더니 독하게 심설을 밀어버렸다.“더러운 거지! 당장 우리 아빠 손 놔!”“더러워!”“꺼져!”사실 심신해는
“이게 맞지!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한 거야.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라고! 자, 빨리 언니한테 사과해!”심신해는 바로 심설에게 사과를 했다. “언니, 미안해. 내가 말이 너무 심했지? 그러면 안 됐는데. 언니가 가난하고 불쌍한 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빠를 언니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지. 우리 아빠는 나 하나만의 아빠야.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부르게 둘 수 없어. 정 부르고 싶으면 아저씨라고 불러. 그건 허락할게.”“앞으로 우리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않는다면, 나 언니 용서할게. 그러니까 언니도 나 용서해 줘. 응?”“…”그 순간, 심설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흘러내리는 눈물때문에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어디로 가야 하지?8살이나 먹었는데도 심설은 태연하게 이 상황을 대처할 수가 없었다. 심설은 너무 무력했다. 아무 방법이 없었다.엄마랑 오빠가 지금 내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엄마랑 오빠는 내가 돈 받으러 아빠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모르는걸.특히 오빠.오빠는 심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설아, 너네 아빠가 너한테 돈 주기 싫어하면 앞으로 더 이상 찾아가지 마. 오빠 이제 곧 18살이야. 두 달만 더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이거든? 졸업하자마자 돈 벌어서 설이랑 엄마 먹여 살릴게. 그러니까 두 달만 더 참아. 오빠가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알겠지?”심설은 겉으로만 알겠다고 지영명의 말에 대답했다.심설은 오빠가 학교를 그만두는 걸 원치 않았다. 오빠는 성적이 아주 좋았다.그래서 이렇게 엄마, 오빠 몰래 아빠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먼저 돈 문제로 아빠를 찾아왔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8살짜리 아이는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심설의 눈물은 아빠의 동정심을 사지 못했다.심지산은 이마를 짚으로 짜증만 낼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심신해를 쳐다보았
심신해의 모습은 무척이나 순수했다. 땡그란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심신해의 모습에는 순수한 귀여움이 있었다.아이의 말에 몇몇 매장 직원들은 분분히 고개를 돌려 심설을 쳐다보았다.심신해보다 키가 좀 더 큰 듯한 여자아이는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머리도 기름지고 몸도 더러웠다. 개인위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이는 사람들에게 역한 기분을 안겨주었다.심설은 겁에 질린 상태로 손가락을 뜯고 있었다. 손톱에는 때가 잔뜩 껴있었다.이 상황을 확인한 직원들은 하나같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심설을 쳐다보았다.직원의 눈빛에 심설은 더욱더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심설은 입술을 깨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감히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아이고! 네 발! 네 신발이 우리 가게를 더럽혔어!” 그때 직원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심설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바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을뻔했다. 심설이 뒷걸음질을 치자 다른 곳도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심설!” 심지산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이 순간, 심지산은 자신의 딸이 너무 싫었다.예의가 뭔지도 모르고!개인위생도 개판이고!신해보다 두 살이나 더 많다는 애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가만히 있어!” 심지산은 심설을 나무랐다.그 말에 심설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직원분들한테 사과해!” 심지산은 또 한 번 명령했다.“…”“사과해!”심설은 겁에 질린 모습으로 직원에게 사과를 했다. “죄… 죄송합니다.”“아줌마, 정말 죄송합니다!”“아줌마… 죄… 죄송합니다.” 심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심설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심설은 어릴 때부터 오빠 손에서 자랐다. 심설이 걸음마를 떼자마자 지영명은 심설을 데리고 여기저기 도망을 다녔다. 오늘은 빵을 훔쳐서 먹이고, 내일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다 먹이고…지영명은 남자였다. 그래서인지 개인위생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 영향 때문인지 심설도 손톱에 때가 껴있는 게 일상
“알겠어요! 우리 공주님 마음씨도 착하시지. 거지도 도와주시고, 저희 매장 판매 부진 제품도 팔아주시고. 공주님, 정말 사랑이 넘치세요.” 직원은 심신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들었다.심신해도 기쁜 말투로 말했다. “저도 제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직원은 심신해와 대화를 하면서 매장에서 안 팔리는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다.잠깐 사이에 직원은 옷 몇 벌을 찾아냈다.하지만 아무도 심설의 도와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들은 심설더러 혼자 공용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심설은 옷을 안고 혼자 공용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마 뒤, 심설이 돌아왔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줄곧 더럽고 못생겨 보였던 8살짜리 아이는 순식간에 깨끗한 얼굴로 나타났다. 손톱에 낀 때도 말끔하게 정리가 돼 있었다. 심설은 대걸레 씻는 싱크대에서 발까지 씻었다. 깨끗한 몰골과 새 옷이 심설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여자아이는 동생보다 한 뼘이나 더 컸다.비록 동생처럼 공주 같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얼굴도 아니었다. 갑자기 깔끔해진 것 때문인지 심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심신해보다 더 이뻐 보였다.아마 반전 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았다.못생긴 모습에서 갑자기 예뻐져서인지,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게 아니었는데도 사람의 눈을 번쩍이기에는 충분했다.심설의 피부는 심신해와 비슷했다. 사실 비슷했다. 두 사람은 아빠를 닮아 피부가 좋았다.게다가 심설의 큰 키와 멍한 듯 겁에 질린 얼굴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약간은 어른스러운 스타일의 옷은 오히려 아이의 몸에 이상한 처량함을 가해주었다.직원들은 그대로 넋이 나가버렸다.누군가는 경악한 말투로 말하기까지 했다. “아이고, 미인이 따로 없네.”“옷이 너무 어두운 게 좀 아쉽네. 신발이랑 옷이랑 같은 색으로 맞췄으면 분명 공주랑 똑같았을 거야. 이 아이한테 우리 매장 모델 시켰으면 아마 손님들도 여럿이나 끌었을걸?”“점장님.” 직원은 고개를 돌려
그 순간, 심설의 마음은 점점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심설은 몇 년 동안 새 신발이라는 걸 신어본 적이 없었다. 방금까지 신고 있던 신발도 오빠가 한참 동안 주시하며, 남이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기다리며, 그나마 상태가 좋은 신발로 골라 주워 온 것이었다.그렇게 주워 온 신발을 심설은 2년이나 신었다.아빠가 매달마다 생활비를 20만 원씩 보내주긴 했다. 하지만 20만 원으로 한 가족, 세 사람이 먹고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와중에 오빠는 학교도 다녀야 했고, 또 엄마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새 신발 살 돈 같은 건 남아있지도 않았다.어쩌다 겨우, 아빠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새 신발과 새 옷을 사준다고 했는데…하지만 결국 새 신발은 동생 때문에 더러워졌다.심설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심지산도 심신해에게 호통을 쳤다. “신해야! 이건 네가 너무 했어!”심신해는 화난 얼굴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흥! 난 아빠 싫어! 왜 다른 사람 편을 들어! 내가 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왜 얘 편들어!”심신해는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홍원은 심지산을 한번 째려보고는 이내 심신해를 따라갔다. “신해야! 신해야!”심지산은 직원을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심설을 쳐다보았다. 그는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그냥 지금 입고 있는 것만 결제해 주세요. 다른 건 됐어요. 오늘은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말을 끝낸 후, 심지산은 결제를 했다. 그는 심설을 데리고 백화점을 빠져나갔다.그는 심설에게 옷 두 벌과 신발 하나를 사주었다.심설이 입고 왔던 옷은 이미 버려졌다.심설은 그 옷을 다시 챙겨가고 싶었다. 집에 가서 세탁한 후 갈아입을 옷으로 입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무서운 속도로 심설을 끌고 나갔다. 이렇게 빨리 걸었는데도 두 사람은 홍원과 심신해를 따라잡지 못했다.모녀는 벌써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다.심지산과 심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