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명의 어머니는 아들이랑 앞으로의 삶을 계획했다. 8년, 10년이 지나 돈이 좀 모이면 다시 아들이랑 살 작은 집을 마련하겠다고 마음먹었다.모자는 앞으로 좋은 날만 남았을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아들을 둔 홀어머니는 남들보다 더 많이 괴롭힘을 당했고 특히 어릴 때부터 장난 꾸러기였던 지영명은 삽시간에 아버지를 잃었다. 다른 아이들이 때려도 순순히 굴복하지 않고 대를 들어 자주 맞고 다녔다.다른 애들 몇몇에게 쫒기던 어느 날, 서른 살도 되어 보이는 건실한 남자가 나타나 지영명 대신 애들을 꾸짖었다. 그는 지영명을 집까지 바래다줬고 그날 그 남자는 지영명의 어머니를 처음 만나게 됐다.그 남자가 심지산이였다.그는 부근에서 쓰레기장을 운영하는 사장이였다.심지산은 혼자였고 쓰레기장 사장이지만 배를 채우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그래서 나이 서른이 먹도록 장가도 가지 못했다.유은설과 지영명 모자를 알게 된 후부터 심지산은 그들이 사는 집을 들락날락했고 학교로 지영명을 데리러 가기도 했다. 지영명은 주말이 되면 맛있는 걸 사주는 심 아저씨가 좋았다.그렇게 지내다 보니 유은설은 임신했다.유은설 배 속의 아기는 당연히 심지산의 아이였다. 지영명은 엄마가 심지산이랑 같이 지내는 게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결혼했다.지영명은 꽤 오랫동안 심지산을 아빠라고 불렀다.그러다 심설이 태어났다.네 가족의 생활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심지산은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자기 전 심지산이 유은설에게 말했다. “은설아. 할 얘기가 있는데, 이 쓰레기장, 사실은 부모님이 집 지으라고 남겨주신 땅이야. 그동안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지었는데 이젠 돈도 좀 모았고 당신도 바느질을 해서 돈 좀 벌었잖아. 우리 여기다 공장 세워서 옷 장사 하는 건 어때? 넌 기술자고 나도 게으른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영업 뛰면 어떨까?”유은설은 바로 동의 했다.남편이 사업을 하겠다는데 당연히 지지해야 했다.지지뿐만이 아니라 유은설의 역할은 꽤 중요했다.유은설은 옷에 대해서 잘 알
지저분한 머리에 칼을 마구 휘두르는 모습을 본 심지산은 유은설이 더 싫어졌다. “네 꼴 좀 봐봐. 어딜 봐서 사람들이 사모님이라고 하겠어? 딱 봐도 촌년이잖아! 사업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니 꼴이 이게 뭐야. 내가 너 같은 촌년이랑 어떻게 같이 살아! 이혼이 싫으면 2년 동안 별거해!” “2년 동안 별거하면 법원에서도 우리 이혼 승인해 줘.”“이혼해도 돼! 하지만 공장은 내 거야!” 유은설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심지산이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유은설, 역시 넌 촌년이라니까! 촌년이라고 불러준 것도 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넌 그냥 미친년이야!”“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심지산은 또다시 코웃음을 쳤다. “공장을 달라고? 그래! 너 다 가져! 미친년이 독하기도 하지! 제일 힘들 때 누가 남편 없는 너랑 네 아들 구해줬는지 잊지 마. 내가 너희들 구해줬다고!”“ 너랑 네 아들한테 나 할 만큼 했어!”“우리 원이는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알아? 우리 원이 아주 멋진 디자이너야. 프랑스 유학 다녀온 패션디자이너라고. 그런데도 나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20억이나 대출을 해줬어. 우리 같이 창업할 거야!”“그런데 너는? 넌 돈밖에 몰라, 돈 말고 아무것도 몰라!”“너처럼 여자 같지도 않은 여자, 넌 양심도 없지!”“망할 것, 나더러 양심이 없다고? 너 그 쓰레기장 할 때 빚만 가득 졌잖아. 그 빚 내가 다 갚았어. 내가 널 구해준 거라고. 딸까지 낳아주고. 그런데도 나더러 양심이 없다고? 죽여버릴 거야! 죽일거야!” 말을 하다 말고 유은설은 심지산을 향해 칼을 들었다.하지만 유은설은 심지산의 상대가 아니었다. 심지산은 쉽게 그녀의 손에서 칼을 뺏었다.그리고 경찰에 신고했다.유은설은 고의상해죄로 10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열달이 지나서 감옥을 나온 유은설은 공장도 재산도 모두 잃었다. 그녀는 또다시 아무것도 없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달라진 건 아이가 하나 더 생긴 것뿐이다.두 살이 된 어린 아이는 오빠만 따라다
정신이 멀쩡할 때, 유은설은 길거리에 수선집을 차려 다른 사람들의 옷을 수선해 주며 집안 살림에 보탬을 주었다. 제정신이 아닐 때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기를 집에 묶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다면 그녀의 아이들은 엄마를 잃게 된다.아이들은 돌아갈 곳이 사라지게 된다.그래서 유은설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지영명과 심설, 두 남매만이 알고 있었다.지영명의 첫 도둑질이었다. 18살이 되던 해, 그는 진정제를 훔치기 위해 정신병원으로 잠복했다.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고, 지영명이 훔친 약은 효과가 탁월했다. 유은설은 그 후로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반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 후, 지영명은 사람이 없는 때를 틈타 엄마가 먹을 약을 훔치기 시작했다.약 때문에 엄마의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모든 건 유은설의 의지력이 강한 것 때문이었다. 마음속에 항상 아이를 생각하고 있는 어미가 어떻게 미쳐버릴 수 있겠는가?유은설이 건강해지자 아이들은 마냥 행복했다.특히 심설이 더 행복해했다. 8살의 여자아이, 마침 엄마가 필요할 나이였다. 심설은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나랑 같이 쇼핑 가면 안 돼? 응?”유은설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 엄마 이제 다 나았어. 엄마 이제 옷 가게 차릴 거야. 주문 받아서 직접 만들어서 팔려고. 엄마 이제 돈 엄청 많이 벌 수 있어. 엄마가 꼭 우리 영명이랑 설이 잘 먹고 잘살게 할 거야.”그녀의 말에 심설은 그대로 엄마의 품에 달려들었다. “엄마, 난 엄마가 돈 많이 버는 거 필요 없어. 난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설이랑 같이 있어 줬으면 좋겠어. 엄마, 엄마는 건강하기만 해, 돈은 내가 벌 테니까.”유은설은 그 말이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 장난으로 한 말인 줄 알았다. 그녀는 몰랐다. 심설은 엄마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엄마의 병이 재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설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심설은 홍원이 두려웠고, 심신해가 두려웠다. 사실은 그냥 너무 비굴해서 그런 것이었다.심설은 비굴함에 감히 입을 떼지도 못했다.심설은 의식적으로 아버지인 심지산의 손을 잡았다. 아빠가 자기에게 힘을 나누어 주길 바랬다.심설이 막 심지산의 손을 잡으려는 그때 심신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손이 얼마나 더러운데! 우리 아빠 손 더러워지잖아! 너 대체 누구네 집 애야!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넌 낯선 사람 손도 막 잡아?”“아니… 낯선 사람이 아니야. 이건…”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심지산은 엄청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와 홍원의 사이는 매우 화목했다. 두 사람은 줄곧 생사를 함께했고 7,8년의 노력 끝에 지금의 신분을 갖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큰 회사도 갖게 되었고.세 가족은 지금 무척이나 행복했다.심지산은 다른 외부 문제들이 어렵게 찾아온 가정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그래서 사실 마음속으로 화를 삼키고 있었다. 심설이 여기까지 찾아온 사실은 그를 화나게 했다.심설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안 그래도 기분이 별로인데… 심지산은 조심스럽게 말하는 심설의 말을 듣게 되었다. “이 사람… 우리 아빠야.”“너…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심신해는 순식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6살이면 아빠가 뭔지, 자매가 뭔지 구분할 수 있는 나이였다. 심신해는 심설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이도 어린 게! 기껏해봤자 나보다 한, 두 살밖에 안 많아 보이는데, 벌써부터 거짓말하는 거야!”“거짓말한 적 없어.”“난 언니 없어! 우리 엄마 아빠는 나밖에 안 낳았어! 우리 아빠가 어떻게 너네 아빠야!” 심신해는 앞으로 한걸음 성큼 걸어가더니 독하게 심설을 밀어버렸다.“더러운 거지! 당장 우리 아빠 손 놔!”“더러워!”“꺼져!”사실 심신해는
“이게 맞지!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한 거야.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라고! 자, 빨리 언니한테 사과해!”심신해는 바로 심설에게 사과를 했다. “언니, 미안해. 내가 말이 너무 심했지? 그러면 안 됐는데. 언니가 가난하고 불쌍한 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빠를 언니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지. 우리 아빠는 나 하나만의 아빠야.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부르게 둘 수 없어. 정 부르고 싶으면 아저씨라고 불러. 그건 허락할게.”“앞으로 우리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않는다면, 나 언니 용서할게. 그러니까 언니도 나 용서해 줘. 응?”“…”그 순간, 심설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흘러내리는 눈물때문에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어디로 가야 하지?8살이나 먹었는데도 심설은 태연하게 이 상황을 대처할 수가 없었다. 심설은 너무 무력했다. 아무 방법이 없었다.엄마랑 오빠가 지금 내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엄마랑 오빠는 내가 돈 받으러 아빠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모르는걸.특히 오빠.오빠는 심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설아, 너네 아빠가 너한테 돈 주기 싫어하면 앞으로 더 이상 찾아가지 마. 오빠 이제 곧 18살이야. 두 달만 더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이거든? 졸업하자마자 돈 벌어서 설이랑 엄마 먹여 살릴게. 그러니까 두 달만 더 참아. 오빠가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알겠지?”심설은 겉으로만 알겠다고 지영명의 말에 대답했다.심설은 오빠가 학교를 그만두는 걸 원치 않았다. 오빠는 성적이 아주 좋았다.그래서 이렇게 엄마, 오빠 몰래 아빠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먼저 돈 문제로 아빠를 찾아왔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8살짜리 아이는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심설의 눈물은 아빠의 동정심을 사지 못했다.심지산은 이마를 짚으로 짜증만 낼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심신해를 쳐다보았
심신해의 모습은 무척이나 순수했다. 땡그란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심신해의 모습에는 순수한 귀여움이 있었다.아이의 말에 몇몇 매장 직원들은 분분히 고개를 돌려 심설을 쳐다보았다.심신해보다 키가 좀 더 큰 듯한 여자아이는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머리도 기름지고 몸도 더러웠다. 개인위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이는 사람들에게 역한 기분을 안겨주었다.심설은 겁에 질린 상태로 손가락을 뜯고 있었다. 손톱에는 때가 잔뜩 껴있었다.이 상황을 확인한 직원들은 하나같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심설을 쳐다보았다.직원의 눈빛에 심설은 더욱더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심설은 입술을 깨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감히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아이고! 네 발! 네 신발이 우리 가게를 더럽혔어!” 그때 직원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심설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바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을뻔했다. 심설이 뒷걸음질을 치자 다른 곳도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심설!” 심지산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이 순간, 심지산은 자신의 딸이 너무 싫었다.예의가 뭔지도 모르고!개인위생도 개판이고!신해보다 두 살이나 더 많다는 애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가만히 있어!” 심지산은 심설을 나무랐다.그 말에 심설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직원분들한테 사과해!” 심지산은 또 한 번 명령했다.“…”“사과해!”심설은 겁에 질린 모습으로 직원에게 사과를 했다. “죄… 죄송합니다.”“아줌마, 정말 죄송합니다!”“아줌마… 죄… 죄송합니다.” 심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심설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심설은 어릴 때부터 오빠 손에서 자랐다. 심설이 걸음마를 떼자마자 지영명은 심설을 데리고 여기저기 도망을 다녔다. 오늘은 빵을 훔쳐서 먹이고, 내일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다 먹이고…지영명은 남자였다. 그래서인지 개인위생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 영향 때문인지 심설도 손톱에 때가 껴있는 게 일상
“알겠어요! 우리 공주님 마음씨도 착하시지. 거지도 도와주시고, 저희 매장 판매 부진 제품도 팔아주시고. 공주님, 정말 사랑이 넘치세요.” 직원은 심신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들었다.심신해도 기쁜 말투로 말했다. “저도 제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직원은 심신해와 대화를 하면서 매장에서 안 팔리는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다.잠깐 사이에 직원은 옷 몇 벌을 찾아냈다.하지만 아무도 심설의 도와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들은 심설더러 혼자 공용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심설은 옷을 안고 혼자 공용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마 뒤, 심설이 돌아왔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줄곧 더럽고 못생겨 보였던 8살짜리 아이는 순식간에 깨끗한 얼굴로 나타났다. 손톱에 낀 때도 말끔하게 정리가 돼 있었다. 심설은 대걸레 씻는 싱크대에서 발까지 씻었다. 깨끗한 몰골과 새 옷이 심설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여자아이는 동생보다 한 뼘이나 더 컸다.비록 동생처럼 공주 같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얼굴도 아니었다. 갑자기 깔끔해진 것 때문인지 심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심신해보다 더 이뻐 보였다.아마 반전 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았다.못생긴 모습에서 갑자기 예뻐져서인지,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게 아니었는데도 사람의 눈을 번쩍이기에는 충분했다.심설의 피부는 심신해와 비슷했다. 사실 비슷했다. 두 사람은 아빠를 닮아 피부가 좋았다.게다가 심설의 큰 키와 멍한 듯 겁에 질린 얼굴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약간은 어른스러운 스타일의 옷은 오히려 아이의 몸에 이상한 처량함을 가해주었다.직원들은 그대로 넋이 나가버렸다.누군가는 경악한 말투로 말하기까지 했다. “아이고, 미인이 따로 없네.”“옷이 너무 어두운 게 좀 아쉽네. 신발이랑 옷이랑 같은 색으로 맞췄으면 분명 공주랑 똑같았을 거야. 이 아이한테 우리 매장 모델 시켰으면 아마 손님들도 여럿이나 끌었을걸?”“점장님.” 직원은 고개를 돌려
그 순간, 심설의 마음은 점점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심설은 몇 년 동안 새 신발이라는 걸 신어본 적이 없었다. 방금까지 신고 있던 신발도 오빠가 한참 동안 주시하며, 남이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기다리며, 그나마 상태가 좋은 신발로 골라 주워 온 것이었다.그렇게 주워 온 신발을 심설은 2년이나 신었다.아빠가 매달마다 생활비를 20만 원씩 보내주긴 했다. 하지만 20만 원으로 한 가족, 세 사람이 먹고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와중에 오빠는 학교도 다녀야 했고, 또 엄마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새 신발 살 돈 같은 건 남아있지도 않았다.어쩌다 겨우, 아빠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새 신발과 새 옷을 사준다고 했는데…하지만 결국 새 신발은 동생 때문에 더러워졌다.심설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심지산도 심신해에게 호통을 쳤다. “신해야! 이건 네가 너무 했어!”심신해는 화난 얼굴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흥! 난 아빠 싫어! 왜 다른 사람 편을 들어! 내가 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왜 얘 편들어!”심신해는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홍원은 심지산을 한번 째려보고는 이내 심신해를 따라갔다. “신해야! 신해야!”심지산은 직원을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심설을 쳐다보았다. 그는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그냥 지금 입고 있는 것만 결제해 주세요. 다른 건 됐어요. 오늘은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말을 끝낸 후, 심지산은 결제를 했다. 그는 심설을 데리고 백화점을 빠져나갔다.그는 심설에게 옷 두 벌과 신발 하나를 사주었다.심설이 입고 왔던 옷은 이미 버려졌다.심설은 그 옷을 다시 챙겨가고 싶었다. 집에 가서 세탁한 후 갈아입을 옷으로 입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무서운 속도로 심설을 끌고 나갔다. 이렇게 빨리 걸었는데도 두 사람은 홍원과 심신해를 따라잡지 못했다.모녀는 벌써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다.심지산과 심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