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가 고개를 돌려 지영주를 바라봤다.예전의 차갑고 지독한 눈빛은 사라지고 지영주는 수줍음 많은 사람으로 변해있었다.수줍음 속으로 그녀의 고마움도 느껴졌다. 신세희는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절도범의 동생이 고마움도 표현할 줄 아네?”그 말을 들은 지영주는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나 건드리지 마! 발 치료해 줬다고 내가 널 놔줄 것 알아? 제대로 못 걸으니 내가 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 너, 임산부라는 것도 잊지 말고. 너 같은 건 얼마든지 죽여줄 수 있으니까!”신세희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내가 생각을 잘 못했네. 남매라서 비슷한 사람일 거라고 착각했어. 절도범은 네 오빠지 네가 아닌데. 미안해.”“우리 오빠도 절도범으로 태어난 게 아니야! 앞으로는 맘대로 내 오빠 얘기하지마. 아니면 다시는 치료 안 받을 거야!”지영주는 턱을 올리고 강경하게 말했다.신세희는 믿기 어렵다는 듯 지영주를 바라봤다. “머리에 문제라고 생긴 거니?” “내 발이 잘리고 내가 장애인이 된다고 해도 다시는 너한테 치료 안 받을 거야! 다시 한번만 오빠를 절도범이라고 부르면!”“너...”“너,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다친 게 발이 아니라 머리구만!”“지금은 내가 널 치료해 주는 거야. 네 오빠가 나한테 너 치료해달라고 부탁한 거라고. 내가 좋아서 치료해주는 줄 알아? 네 몸에 난 상처니까, 치료하든 말든 네 맘대로 해. 장애인도 네가 되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 신세희는 비웃는 말투도 말했다.“다시는 치료 안 받을 거야! 죽으면 어때? 다시는 도와달라고 구걸 안 해. 잘난 척하면서 네가 베푸는 은혜 같은 거. 난 존엄도 없이 그걸 받기 싫다고! 알아들어? 너 같은 부잣집 사모님이 우리 처지를 어떻게 이해하겠어? 도망 다니는 마음이 어떤지,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심정이 어떤지 어떻게 알아?”“나랑 오빠 다 죽어 마땅한 절도범이라고 생각하잖아. 아니야?”“그런데 왜 내 발은 치료해 주는데?”“나한테 은혜 베푸는 거야?”“내가 불쌍해서?”
“너는 네 오빠랑 다르니까. 넌 아무 죄가 없으니까 발 치료 해주겠다고 한 거야. 그런데 지금 보니, 전혀 그렇지 않네!”“그래! 나한테 치료받기 싫다며. 나도 더 이상 너 치료 안 해줄 거야!”반호영이 이미 풀려 나온 마당에 치료 안 하면 안했지 뭐!신세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신세희...” 지영주가 이번에는 불쌍하고 힘없게 그녀를 불렀다.신세희는 다시 멈춰 섰다.그녀는 뒤돌아 지영주를 바라봤다.지영주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내 말...내 말 좀 들어줄래?” 지영주가 물었다.신세희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뭘 들어줘?”곧 몸을 풀 임산부가 이렇게 납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남의 무슨 말을 들어줄 수 있을까?“네가 나를 어떻게 봐도 좋아. 하지만 너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는 거, 오해받아 억울하게 감옥살이까지 한 거, 살기 위해 6년이나 도망 다녔다는 거 나도 다 알아. 그러니까 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거지, 넌 우리에 대한 편견이 없지?”“너는 네 남편이랑 네 남편 친구들처럼 오빠를 평생 절도범 취급하지 않을 거지, 그렇지?” 지영주가 불쌍한 눈으로 신세희를 바라봤다.“네 남편이랑 네 남편 친구 구경민, 다 좋은 사람인 건 알아. 그 사람들은 평생 강도질도 절도도 이런 구질구질한 짓은 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건 다 잘 살아서 그래.”“네 남편을 봐봐. 해외로 쫓겨나가 어머니랑 둘이 살아가야 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전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건축가잖아. 집안 재산을 물려받지는 못해도 F그룹 대표의 아들로 태어났고. 아버지가 F그룹 대표라고. 상속권이 없지만 집안 재산을 빼앗는다고 해도 그건 자기 집 재산이니 강도질도 절도도 아니야. 그렇잖아?”“그런데 오빠는?”“오빠는 누구 걸 뺏을 수 있겠어?”“물려받을 재산이 있어? 아니면 부자인 아버지가 있어?”“아무것도 없어!”“그러니 남의 걸 뺏을 수밖에 없었던 거야.”신세희는 갑자시 코웃음을 짓더니 “부자 아버지가 없으니까 남의 걸 뺏을 수밖에 없다, 아무
“오빠가 왜 네 남편을 죽이려고 달려드는지 알아?” 지영주가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내 남편이 네 오빠 오해라도 했다는 거야?”신세희는 쌀쌀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미안한데, 네 오빠가 저지른 짓, 내 남편의 잘못으로 우기지 마. 네 오빠가 해외로 도망쳤을 땐 이미 도둑질해서 법을 어긴 상황이잖아. 그때 내 남편은 해외에 머물렀고 돌아온 적 없었어. 내 남편이 뭘 오해했는데.”지영주가 냉랭하게 말했다. “오해라고 말한 적 없어. 우리 오빠 억울하다고 한 적도 없고. 다만 네 남편이 구경민을 도와주는 바람에 우리 오빠 죽을 뻔했다고. 네 남편만 아니었으면 우리 오빠 벌써 구경민 죽였어!”“구경민도 잘못한 거 없잖아!” 신세희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네 오빠 잡는 게 구경민 일인데 법을 어긴 사람을 그대로 두는 게 맞다는 거야?”지영주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이었으면 너라도 법을 무시했을 거야!”“나랑 오빠, 그때 어떤 처지였는지도 모르면서!”“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구경민은 어디 있었는데? 우리 다 죽어갈 때 구경민은 어디 있었는데? 왜 그땐 나타나서 도와주지 않았어? 오빠는 해야 할 일만 했을 뿐인데, 왜 온 세계에서 지명 수배당해야 하는데!”신세희 “...”신세희는 격동한 지영주를 바라봤다.그녀의 발에서는 혼탁한 고름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죽은 균 탓이었다. 하지만 지영주는 이미 아픔 따위는 잊고 있었다. 그녀는 흥분해서 신세희를 쳐다봤다.“나 불쌍한 사람이라고.” 지영주가 쓸쓸하게 말했다.“너는...너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내 발도 치료해 주고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너그럽고 나처럼 힘든 세월도 보냈었으니까, 너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그런데 너도 나랑 오빠에 대한 편견이 대단하구나. 그렇지?” “너도 평생 우리를 죄인 취급할거지. 오빠는 절도범에 강도라고 생각할 거지? 죽어 마땅한, 용서받을 수 없는, 동정 따위 필요 없는 사람으로 생각할 거지?”신세
지영명의 어머니는 아들이랑 앞으로의 삶을 계획했다. 8년, 10년이 지나 돈이 좀 모이면 다시 아들이랑 살 작은 집을 마련하겠다고 마음먹었다.모자는 앞으로 좋은 날만 남았을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아들을 둔 홀어머니는 남들보다 더 많이 괴롭힘을 당했고 특히 어릴 때부터 장난 꾸러기였던 지영명은 삽시간에 아버지를 잃었다. 다른 아이들이 때려도 순순히 굴복하지 않고 대를 들어 자주 맞고 다녔다.다른 애들 몇몇에게 쫒기던 어느 날, 서른 살도 되어 보이는 건실한 남자가 나타나 지영명 대신 애들을 꾸짖었다. 그는 지영명을 집까지 바래다줬고 그날 그 남자는 지영명의 어머니를 처음 만나게 됐다.그 남자가 심지산이였다.그는 부근에서 쓰레기장을 운영하는 사장이였다.심지산은 혼자였고 쓰레기장 사장이지만 배를 채우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그래서 나이 서른이 먹도록 장가도 가지 못했다.유은설과 지영명 모자를 알게 된 후부터 심지산은 그들이 사는 집을 들락날락했고 학교로 지영명을 데리러 가기도 했다. 지영명은 주말이 되면 맛있는 걸 사주는 심 아저씨가 좋았다.그렇게 지내다 보니 유은설은 임신했다.유은설 배 속의 아기는 당연히 심지산의 아이였다. 지영명은 엄마가 심지산이랑 같이 지내는 게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결혼했다.지영명은 꽤 오랫동안 심지산을 아빠라고 불렀다.그러다 심설이 태어났다.네 가족의 생활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심지산은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자기 전 심지산이 유은설에게 말했다. “은설아. 할 얘기가 있는데, 이 쓰레기장, 사실은 부모님이 집 지으라고 남겨주신 땅이야. 그동안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지었는데 이젠 돈도 좀 모았고 당신도 바느질을 해서 돈 좀 벌었잖아. 우리 여기다 공장 세워서 옷 장사 하는 건 어때? 넌 기술자고 나도 게으른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영업 뛰면 어떨까?”유은설은 바로 동의 했다.남편이 사업을 하겠다는데 당연히 지지해야 했다.지지뿐만이 아니라 유은설의 역할은 꽤 중요했다.유은설은 옷에 대해서 잘 알
지저분한 머리에 칼을 마구 휘두르는 모습을 본 심지산은 유은설이 더 싫어졌다. “네 꼴 좀 봐봐. 어딜 봐서 사람들이 사모님이라고 하겠어? 딱 봐도 촌년이잖아! 사업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니 꼴이 이게 뭐야. 내가 너 같은 촌년이랑 어떻게 같이 살아! 이혼이 싫으면 2년 동안 별거해!” “2년 동안 별거하면 법원에서도 우리 이혼 승인해 줘.”“이혼해도 돼! 하지만 공장은 내 거야!” 유은설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심지산이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유은설, 역시 넌 촌년이라니까! 촌년이라고 불러준 것도 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넌 그냥 미친년이야!”“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심지산은 또다시 코웃음을 쳤다. “공장을 달라고? 그래! 너 다 가져! 미친년이 독하기도 하지! 제일 힘들 때 누가 남편 없는 너랑 네 아들 구해줬는지 잊지 마. 내가 너희들 구해줬다고!”“ 너랑 네 아들한테 나 할 만큼 했어!”“우리 원이는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알아? 우리 원이 아주 멋진 디자이너야. 프랑스 유학 다녀온 패션디자이너라고. 그런데도 나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20억이나 대출을 해줬어. 우리 같이 창업할 거야!”“그런데 너는? 넌 돈밖에 몰라, 돈 말고 아무것도 몰라!”“너처럼 여자 같지도 않은 여자, 넌 양심도 없지!”“망할 것, 나더러 양심이 없다고? 너 그 쓰레기장 할 때 빚만 가득 졌잖아. 그 빚 내가 다 갚았어. 내가 널 구해준 거라고. 딸까지 낳아주고. 그런데도 나더러 양심이 없다고? 죽여버릴 거야! 죽일거야!” 말을 하다 말고 유은설은 심지산을 향해 칼을 들었다.하지만 유은설은 심지산의 상대가 아니었다. 심지산은 쉽게 그녀의 손에서 칼을 뺏었다.그리고 경찰에 신고했다.유은설은 고의상해죄로 10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열달이 지나서 감옥을 나온 유은설은 공장도 재산도 모두 잃었다. 그녀는 또다시 아무것도 없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달라진 건 아이가 하나 더 생긴 것뿐이다.두 살이 된 어린 아이는 오빠만 따라다
정신이 멀쩡할 때, 유은설은 길거리에 수선집을 차려 다른 사람들의 옷을 수선해 주며 집안 살림에 보탬을 주었다. 제정신이 아닐 때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기를 집에 묶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다면 그녀의 아이들은 엄마를 잃게 된다.아이들은 돌아갈 곳이 사라지게 된다.그래서 유은설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지영명과 심설, 두 남매만이 알고 있었다.지영명의 첫 도둑질이었다. 18살이 되던 해, 그는 진정제를 훔치기 위해 정신병원으로 잠복했다.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고, 지영명이 훔친 약은 효과가 탁월했다. 유은설은 그 후로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반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 후, 지영명은 사람이 없는 때를 틈타 엄마가 먹을 약을 훔치기 시작했다.약 때문에 엄마의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모든 건 유은설의 의지력이 강한 것 때문이었다. 마음속에 항상 아이를 생각하고 있는 어미가 어떻게 미쳐버릴 수 있겠는가?유은설이 건강해지자 아이들은 마냥 행복했다.특히 심설이 더 행복해했다. 8살의 여자아이, 마침 엄마가 필요할 나이였다. 심설은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나랑 같이 쇼핑 가면 안 돼? 응?”유은설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 엄마 이제 다 나았어. 엄마 이제 옷 가게 차릴 거야. 주문 받아서 직접 만들어서 팔려고. 엄마 이제 돈 엄청 많이 벌 수 있어. 엄마가 꼭 우리 영명이랑 설이 잘 먹고 잘살게 할 거야.”그녀의 말에 심설은 그대로 엄마의 품에 달려들었다. “엄마, 난 엄마가 돈 많이 버는 거 필요 없어. 난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설이랑 같이 있어 줬으면 좋겠어. 엄마, 엄마는 건강하기만 해, 돈은 내가 벌 테니까.”유은설은 그 말이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 장난으로 한 말인 줄 알았다. 그녀는 몰랐다. 심설은 엄마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엄마의 병이 재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설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심설은 홍원이 두려웠고, 심신해가 두려웠다. 사실은 그냥 너무 비굴해서 그런 것이었다.심설은 비굴함에 감히 입을 떼지도 못했다.심설은 의식적으로 아버지인 심지산의 손을 잡았다. 아빠가 자기에게 힘을 나누어 주길 바랬다.심설이 막 심지산의 손을 잡으려는 그때 심신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손이 얼마나 더러운데! 우리 아빠 손 더러워지잖아! 너 대체 누구네 집 애야!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넌 낯선 사람 손도 막 잡아?”“아니… 낯선 사람이 아니야. 이건…”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심지산은 엄청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와 홍원의 사이는 매우 화목했다. 두 사람은 줄곧 생사를 함께했고 7,8년의 노력 끝에 지금의 신분을 갖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큰 회사도 갖게 되었고.세 가족은 지금 무척이나 행복했다.심지산은 다른 외부 문제들이 어렵게 찾아온 가정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그래서 사실 마음속으로 화를 삼키고 있었다. 심설이 여기까지 찾아온 사실은 그를 화나게 했다.심설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안 그래도 기분이 별로인데… 심지산은 조심스럽게 말하는 심설의 말을 듣게 되었다. “이 사람… 우리 아빠야.”“너…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심신해는 순식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6살이면 아빠가 뭔지, 자매가 뭔지 구분할 수 있는 나이였다. 심신해는 심설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이도 어린 게! 기껏해봤자 나보다 한, 두 살밖에 안 많아 보이는데, 벌써부터 거짓말하는 거야!”“거짓말한 적 없어.”“난 언니 없어! 우리 엄마 아빠는 나밖에 안 낳았어! 우리 아빠가 어떻게 너네 아빠야!” 심신해는 앞으로 한걸음 성큼 걸어가더니 독하게 심설을 밀어버렸다.“더러운 거지! 당장 우리 아빠 손 놔!”“더러워!”“꺼져!”사실 심신해는
“이게 맞지!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한 거야.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라고! 자, 빨리 언니한테 사과해!”심신해는 바로 심설에게 사과를 했다. “언니, 미안해. 내가 말이 너무 심했지? 그러면 안 됐는데. 언니가 가난하고 불쌍한 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빠를 언니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지. 우리 아빠는 나 하나만의 아빠야.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부르게 둘 수 없어. 정 부르고 싶으면 아저씨라고 불러. 그건 허락할게.”“앞으로 우리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않는다면, 나 언니 용서할게. 그러니까 언니도 나 용서해 줘. 응?”“…”그 순간, 심설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흘러내리는 눈물때문에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어디로 가야 하지?8살이나 먹었는데도 심설은 태연하게 이 상황을 대처할 수가 없었다. 심설은 너무 무력했다. 아무 방법이 없었다.엄마랑 오빠가 지금 내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엄마랑 오빠는 내가 돈 받으러 아빠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모르는걸.특히 오빠.오빠는 심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설아, 너네 아빠가 너한테 돈 주기 싫어하면 앞으로 더 이상 찾아가지 마. 오빠 이제 곧 18살이야. 두 달만 더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이거든? 졸업하자마자 돈 벌어서 설이랑 엄마 먹여 살릴게. 그러니까 두 달만 더 참아. 오빠가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알겠지?”심설은 겉으로만 알겠다고 지영명의 말에 대답했다.심설은 오빠가 학교를 그만두는 걸 원치 않았다. 오빠는 성적이 아주 좋았다.그래서 이렇게 엄마, 오빠 몰래 아빠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먼저 돈 문제로 아빠를 찾아왔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8살짜리 아이는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심설의 눈물은 아빠의 동정심을 사지 못했다.심지산은 이마를 짚으로 짜증만 낼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심신해를 쳐다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