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최여진은 점점 더 날뛰기 시작했다. “네 남편? 구경민? 아마 당분간은 못 돌아올 것 같은데.”“영악한 년! 네가 찾아오지 말라 그랬었지? 싫은데! 난 굳이굳이 찾아올 거야!”“난 천천히 네 앞으로 다가가 네 애를 끌고 갈 거야.”“내가 잘못 안 게 아니라면, 아마 구씨 집안 어르신이 아직도 널 인정해 주지 않고 있을 텐데. 내가 지금 네 애를 데리고 할아버님한테 가면, 난 바로 구씨 집안의 둘째 사모님이 되는 거야.”“하하!” 최여진은 한 걸음 한 걸음 서서히 고윤희에게 다가갔다.“아니… 저리가. 다가오지 마. 더 오면 사람 부를 거야. 여기 간호사 부른다?”“진짜 부른다…”최여진은 오히려 그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고윤희가 사람을 부른다면 최여진은 바로 고윤희를 웃는 얼굴로 쳐다볼 것이다.설령, 고윤희가 이 사실을 구경민에게 알려준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에게 찾아가 울면서 하소연이나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할 참이었다. ‘경민 오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제 알겠어. 앞으로 오빠 생활 방해하지 않을게. 난 그냥… 경민 오빠 아이가 보고 싶어서…’‘나 이제 애를 못 낳는 몸이거든. 난 아이가 너무 좋아. 오빠 아이는 특히나 더. 그냥 한번 보고 싶어.’‘다른 뜻은 전혀 없었어.’최여진은 이렇게 간곡한 표정을 지으며 무척이나 비굴하게 말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이미 모든 계획을 짜 놓았다.오늘, 그녀의 목적은 단순했다. 고윤희를 놀라게 하는 것.하하!이 여자, 여전히 겁이 많다!너무 재밌어!최여진과 고윤희의 거리는 어느새 엄청 가까워지고 있었다.최여진은 악랄한 웃음을 지으며 겁에 질린 고윤희의 표정을 쳐다보았다.“우리 애는 건들지 마…” 고윤희의 무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최여진은 서늘한 얼굴로 고윤희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무척이나 가까웠다.닿을 정도였다.“고윤희! 이 나쁜 년!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내 약혼자를 가로채! 우리 최씨 집안이 얼마나 잘나가는 집안인지 알아? 대대로
“…”최여진은 고윤희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가위는 그녀의 목을 아슬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고윤희가 손 하나 까닥하면 그녀의 대동맥은 그대로 끊어질 것이다.최여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너… 너 막… 막 나가지 마. 고윤희 너… 진정 좀 해. 이거 살인이야. 알아? 사람 죽이면 너 감옥 가야 해. 너… 막 나갈 생각하지 마.”“나… 방금은 그냥 너랑 장난친 거야. 네 애 뺏을 생각 없어. 나 지금… 머릿속이 아주 선명해졌어. 구경민이랑 난 어울리지 않아. 우린 이미 끝난 사이야.”“난 이제 더 이상 구경민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아!”“진짜야! 맹세할게. 절대로 다시는 네 남편한테 질척대지 않을게. 나… 네 남편이랑 멀리 떨어질게. 진짜…”“너… 그 가위 좀 치워주면 안 될까? 좀 멀리 치워줘…”최여진은 많이 무서웠는지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감히 바닥에 주저앉지도 못했다.그녀는 고윤희 손에 들린 가위가 혹여나 실수로 자신의 목숨을 끝내버릴까 두려웠다.그때 고윤희가 서늘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최여진! 넌 내가 아직도 예전의 고윤희인 줄 알았어?”“말하는데! 구경민은 내 꺼야! 내 남편이라고!”“그 사람! 그 사람이 가진 재산! 그 사람이 가진 권력!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게 다 내 것이란 말이야!”“지금부터 감히 내 남자, 내 남자가 가진 것들을 가로채려는 사람 있으면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나 고윤희! 한 말은 무조건 지켜!”“그리고! 감히 내 애를 가로채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이 가위로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절대로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아니면, 최여진, 내가 이 가위가 얼마나 차가운지 알게 해줄테니.”“최여진, 얼마나 차가운지 한번 경험해 볼래? 엄청 시원할 거야.”최여진은 입술까지 파랗게 질려버렸다. “아니, 아니! 경험 안 할래! 싫어! 내가 잘못했어, 윤희 씨. 아니, 아니, 사모님.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한 번만
목적은 하나였다. 고윤희를 기쁘게 하는 것.혹시 모른다. 고윤희가 기분이 좋아져서 그냥 최여진을 놓아줄지도.하지만 그 말에 고윤희는 기분이 더 나빠졌다.“너 정말 최악이다! 경민 씨가 널 버린 건 정말 잘한 선택이야! 너무 잘한 일이야! 당장 꺼져!” 말을 끝낸 후, 고윤희는 최여진을 쫓아냈다.그와 동시에 최여진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도 놓아졌고, 줄곧 목을 위협하던 가위도 사라졌다.최여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아이 하나 낳았다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줄은 몰랐다.아이를 낳기 전 고윤희의 나이는 35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소녀처럼 여리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고윤희는 한 마리의 암사자와 다름이 없었다.무척이나 사나웠다.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상태는 무척이나 위태로웠다.하지만 지금 고윤희는 사나운 암사자와 다름이 없었다. 전투력이 엄청난 암사자 말이다.이건 최여진이 간과한 일이다.그녀는 금방 아이를 낳은 어미에게 얼마나 큰 힘이 생기는지,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다행히도 그녀는 풀려났다.다행히도 그녀는 도망을 쳤다.최여진은 고개를 수그렸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악독한 감정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처량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윤희를 쳐다보았다. “사모님, 지금 당장 갈게요! 저 지금 가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도망치 듯 병실을 뛰쳐나왔다.한편, 고윤희도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윤희는 가위를 자신의 몸 위에 떨어트렸고, 가위는 그대로 그녀의 다리에 찍혔다. 하지만 그녀의 다리는 멀쩡했다.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그건 장난감 가위였다.이곳은 산부인과였다. 그래서 어린아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엄마들이 많았다. 알게 된 엄마는 두 번째 출산을 위해서 병원에 입원했고 그들의 첫째 아이는 4, 5살이었다.아이가 자주 고윤희의 병실로 놀러 왔다. 그 아이는 질문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다.그 아이는 고윤희에게 물었다. “아줌마, 탯줄 엄
“최여진! 죽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민정아의 손에는 짧은 나무 막대기가 들려져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엄선희가 서 있었다. 엄선희의 손에도 똑같은 나무막대기가 들려져 있었다.두 여자는 한 걸음 한 걸음 서서히 최여진을 향해 다가갔다.“최여진! 안 그래도 요즘 손이 근질근질했는데 잘됐어. 한번 맞춰볼래? 이 막대기가 네 엉덩이에… 아니, 이 막대기가 네 얼굴에 휘둘러지면 네 얼굴이 엉덩이처럼 풍만하게 부어오를지?” 민정아는 찬란한 웃음을 지으며 최여진을 쳐다보았다.최여진은 그대로 벙쪘다.그녀는 계속 말을 버벅거렸다. “당신… 당신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그 말에 엄선희는 냉소했다. “최여진! 네가 여기 있으니까 나랑 정아 씨가 단숨에 달려온 거 아니야! 너 때문에 하이힐이 끊어지기까지 했어! 이 썅년! 우리 신발 안 신고 있는 거 안 보여?”“정아 씨는 돌에 긁혀서 발바닥에 상처까지 났어! 발가락에 아직도 가시가 박혀있다고!”“이게 다 너 때문이야!”엄선희의 말이 맞았다.엄선희와 민정아는 급하게 달려온 것이었다.사실 요 며칠 그들의 주요 임무는 고윤희를 보살피는 것과 서시언의 아내 성유미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마침 성유미를 도와 물건을 사러 나왔고, 그 김에 고윤희의 아이에게 기저귀나 사주려 했다.너무 멀리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그들은 마침 병원 근처에 있는 유아용품 매장에 있었다.그들이 기저귀를 고르고 있을 때 엄선희는 고윤희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고윤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급박했다. “선희 씨, 정아 씨! 최여진이 여기로 온대요!”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민정아는 바로 대답했다. “숙모, 숙모… 빨리 간호사부터 불러요. 저랑 선희 씨가 당장 달려갈게요. 5분은 걸릴 거예요. 5분 동안 그 미친 여자가 무슨 짓을 할지 잘 모르니 조심하세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전화기 너머, 고윤희는 무척이나 담담하게 대답했다. “간호사 부를 필요 없어요. 저 혼
하지만 긴장하면 할수록 고윤희는 점점 더 용감해졌다. 그녀는 점점 더 마음이 독해졌다!그녀는 오늘 꼭 이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노라고 다짐했다. 설령 그깟 가짜 가위가 없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고윤희는 최여진이 자신에게 다가올 때를 틈타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뒤 단숨에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버릴 생각이었다.고윤희는 계획이 다 있었다.일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윤희는 장난감 가위 하나로 최여진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고 최여진이 줄행랑을 치며 도망가게 만들었다.하지만 역시나, 최여진은 늙은 여우였다.정말이지 교활하기 짝이 없었다.병실 밖으로 줄행랑을 치던 최여진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병실에, 그것도 산부인과 병실에 어떻게 가위가 있을 수 있지?게다가 그 가위는 무척이나 반짝거렸다. 마치 가짜처럼 말이다.설마 그게 가짜 가위겠어?그 생각이 최여진의 머릿속에 떠오를 때쯤 맞은 켠 병실에서 네,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걸어 나왔다. 아이의 손에는 반짝이는 검이 들려있었다. 아이는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히히, 옆방 오빠랑 같이 놀아야지. 분명 내 칼이 오빠 가위보다 길 거야. 흥!”최여진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고윤희의 손에 들려있던 건 가짜 가위였다.고윤희는 그냥 최여진을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이런 젠장!너무 쪽팔렸다!미천한 겁쟁이한테 속다니! 그것도 애 낳은 지 얼마 안 된 물러터진 여자한테!안돼!당장 돌아가서 이 년을 죽여버려야겠어!그렇게해서 최여진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게 된거다.그녀는 험악한 표정으로 고윤희를 쳐다보았다. 등 뒤에 여자 두 명이 들어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엄선희와 민정아였다.고윤희의 안전이 걱정되었던 두 사람은 번개 같은 속도로 병실로 달려왔다. 그 사실을 인정해 주듯 민정아의 발가락에는 가시까지 박혀있었다.다행이다!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쳐 죽여도 모자랄 년! 매도 아깝다!몇 번이나 때렸는데도 버릇을 못 고치네!그럼 오늘은 더 이상 봐주지
허나 이번만큼은 그녀 역시도 어쩔수가 없었다. 엄선우와 민정아는 오래전 부터 그녀를 단단히 혼내주려고 윽벼르고 있던 참이였으니. 한시간 남짓한 사이에 최여진의 얼굴은 호박처럼 팅팅 부어올랐다.“못된년, 잘 들어, 니까짓게 어떤 칼바람을 몰고 해외에서 귀국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무서워 할 줄 알고? 나, 엄선희, 신세희, 그리고 우리 숙모까지 우리 넷은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알겠어? 누구든 감히 우리 넷 중 한사람이라도 건드린다면 절때 가만두지 않겠어.” 최여진은 어찌나 심하게 두들려 맞았는지 말도 제대로 번질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입가에는 진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도 참 재수가 없기로서니.... 처음 귀국했을때 그녀가 맨 처음으로 얻어 맞은 것 역시도 이 두 여자 한테서 였다. 구경민의 레저산장에서 그때도 심하게 당한적이 있지 않던가... 그후로 그녀는 반호영한테 얻어 맞지 않으면 구경민한테 구타당했고 구경민한테 얻어 맞지 않으면 또 다시 반호영한테 몰골조차 못 알아볼 지경으로 학대를 당했다.이제 귀국하여 김가네 집안하고 손을 잡았고 부성웅 부부를 뒷배로 두었지만 최여진은 여전히 기센 이 두 여자의 호된 폭행을 피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마치도 잘 익은 짓물린 토마토 같았다. 처음에 그녀는 엄마가 될 권리를 잃었고 이제 그녀는 미모라는 자본마저 철저히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그 와중에 생각이 미치는 것은 오직 매를 맞아 팅팅 부어오른 얼굴의 붓기가 빠진다 해도 혹시나 흉이라도 지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었다.“안돼... 이럴수는 없어... 이럴수는 없단 말이야. 오늘 분명 철저히 준비를 마쳤거늘.... 어찌 내가.... 이꼴을 당한단 말인가! 김미정!!!!! 이런 쳐죽일 년 같으니라고....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그래 다 너 때문이야, 나를 이토록 비참하게 짓밟다니. 김미정, 백번 죽어 마땅할 년 같으니라구, 당장 나와, 어서!”그 시각, 김미정은 최여진이 속으로 죽어라 그녀를 욕하는 소리를 전혀 못 듣고 있었다. 그는 바로 좀
‘너가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를 속수무책으로 만든거야. 그분들이 너를 싫다고 하는데 별수가 있나? 그분들이 너를 버리기로 하신거란다. 너가 없어져야 나도 좀 편하게 아무런 후한이 없이 너의 아빠한테 시집갈게 아니겠니? 아무튼 영악한 어린 계집아, 넌 이제 더이상 부소경의 딸이 아니란다. 여느 떠도는 거지아이가 되거나 어딘가 소리 없이 묻히는 불쌍한 혼백이 되겠지. 그리고 이제 너의 아빠는 바로 내 뱃속에서 크게 될 아이의 아빠가 될거야. 호호.’김미정은 목적없이 차를 운전하며 속으로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했다. 차는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큰길이며 작은 골목들을 정처없이 오가며 달리고 있었다. 가끔 신유리는 작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이곳저곳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더욱 김미정을 흐뭇하게 하는 것은 이 교활한 여우 같은 계집애가 글쎄 운전을 지휘하기 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운전을 하면 할수록 점점 도시와 멀리 떨어진 황량하고 편벽한 곳으로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정말로 황량하기 그지 없는 곳에 다달았다. 이런 맹랑한 계집을 보았나. 그저 잘난척하며 마구 운전을 지휘하더니 결국은 이렇게 아이를 내다 버리기에 안성맞춤한 곳으로 안내하다니. 사실 김미정은 운성의 지리에 대해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와 있는 곳의 동서남북을 전혀 가리지 못했으며 인지하고 있는 것이란 고작 여기가 정말 황량한 곳이구나 하는 것 뿐이였다. ‘이건 분명 하늘이 선물한 절호의 기회야! 이 성가신 여우같은 녀석을 여기다 버려야지. 그래 어디 한번 하늘이 도와주나 땅이 도와주나 지켜보지.’ “아줌마.... 여기... 여기 너무 황량한 것 같애.” 유리가 겁에 질려서 물었다. “왜 무서워?” 김미정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유리에게 되물었다. “여기 니가 오자고 한 곳이잖아. 아줌마는 또 니가 자주 와본 줄 알았지. 이제 겁나? 겁낼게 뭐가 있니? 야외로 오니까 공기가 너무 좋다.” 그 말을 듣고 유리는 그나마 조금 긴장을 풀었다. 유
배수구에 처박힌 김미정은 정신이 아찔했다. 순간 그녀는 죽음의 문턱까지 온 듯 싶었고 머리속이 새하얘 지면서 몇초간 생각이 정지되었다. 문득 차에 장착된 구명망치가 떠오른 김미정은 망치를 들고 온힘을 다해 유리를 부쉈고 유리창이 깨지는 그 순간 더러운 오물이 왈칵왈칵 차체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사실 배수구는 그리 크지도 깊지도 않았으며 가장 깊은 곳이라야 기껏해야 어른의 허리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김미정의 차 발동기를 매몰시키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오물과 분뇨가 박살난 차유리를 타고 차체 안으로 뿜어 들어오는 통에 미정이는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그녀는 원래 깨진 유리창을 타고 밖으로 탈출할 생각으로 낑낑 힘을 빼고 있었다. 그러는 통에 얼굴은 땀범벅에 똥물 까지 뒤집어 쓰는 꼴이 되었다. 허나 절반쯤 몸을 뺏을 때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으니 설사 아둥바둥 거리고 차체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꼭 마치 흙속에 거꾸로 파묻은 양파처럼 분뇨더미속에 거꾸로 얼굴을 파묻고 있을수야 없지 않겠는가?그렇다고 해서 다시 차체속으로 들어가자고 하니 이미 차가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흔들흔들거리는 차체안에서 그녀는 감히 움직일 엄두를 못냈으며 만약 그녀가 뒤로 후퇴한다면 어쩌면 차체는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 배수구 분뇨속에 완전히 매몰될 수도 있었다. 휴... 김미정은 여직껏 자라면서 이렇게 궁지에 몰려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할수 없이 코를 찌르는 오물의 더러운 냄새를 참아가며 몸체를 절반쯤 밖으로 빼고 절반은 차안에 갇힌채로 차에 동동 매달리여 허둥대면서 필사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신유리. 이런 벼락맞을 년! 찢어 죽일 년!” 한편 유리는 엄선우 차에 숨어서 낄낄낄 웃고 있었다. 한참 웃고나서 아이는 또 걱정하며 물었다. “선우 삼촌.... 저러다 미정이 아줌마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엄선우가 되물었다. “공주님 생각은 어떤데? 그냥 죽게 내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