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이번만큼은 그녀 역시도 어쩔수가 없었다. 엄선우와 민정아는 오래전 부터 그녀를 단단히 혼내주려고 윽벼르고 있던 참이였으니. 한시간 남짓한 사이에 최여진의 얼굴은 호박처럼 팅팅 부어올랐다.“못된년, 잘 들어, 니까짓게 어떤 칼바람을 몰고 해외에서 귀국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무서워 할 줄 알고? 나, 엄선희, 신세희, 그리고 우리 숙모까지 우리 넷은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알겠어? 누구든 감히 우리 넷 중 한사람이라도 건드린다면 절때 가만두지 않겠어.” 최여진은 어찌나 심하게 두들려 맞았는지 말도 제대로 번질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입가에는 진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도 참 재수가 없기로서니.... 처음 귀국했을때 그녀가 맨 처음으로 얻어 맞은 것 역시도 이 두 여자 한테서 였다. 구경민의 레저산장에서 그때도 심하게 당한적이 있지 않던가... 그후로 그녀는 반호영한테 얻어 맞지 않으면 구경민한테 구타당했고 구경민한테 얻어 맞지 않으면 또 다시 반호영한테 몰골조차 못 알아볼 지경으로 학대를 당했다.이제 귀국하여 김가네 집안하고 손을 잡았고 부성웅 부부를 뒷배로 두었지만 최여진은 여전히 기센 이 두 여자의 호된 폭행을 피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마치도 잘 익은 짓물린 토마토 같았다. 처음에 그녀는 엄마가 될 권리를 잃었고 이제 그녀는 미모라는 자본마저 철저히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그 와중에 생각이 미치는 것은 오직 매를 맞아 팅팅 부어오른 얼굴의 붓기가 빠진다 해도 혹시나 흉이라도 지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었다.“안돼... 이럴수는 없어... 이럴수는 없단 말이야. 오늘 분명 철저히 준비를 마쳤거늘.... 어찌 내가.... 이꼴을 당한단 말인가! 김미정!!!!! 이런 쳐죽일 년 같으니라고....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그래 다 너 때문이야, 나를 이토록 비참하게 짓밟다니. 김미정, 백번 죽어 마땅할 년 같으니라구, 당장 나와, 어서!”그 시각, 김미정은 최여진이 속으로 죽어라 그녀를 욕하는 소리를 전혀 못 듣고 있었다. 그는 바로 좀
‘너가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를 속수무책으로 만든거야. 그분들이 너를 싫다고 하는데 별수가 있나? 그분들이 너를 버리기로 하신거란다. 너가 없어져야 나도 좀 편하게 아무런 후한이 없이 너의 아빠한테 시집갈게 아니겠니? 아무튼 영악한 어린 계집아, 넌 이제 더이상 부소경의 딸이 아니란다. 여느 떠도는 거지아이가 되거나 어딘가 소리 없이 묻히는 불쌍한 혼백이 되겠지. 그리고 이제 너의 아빠는 바로 내 뱃속에서 크게 될 아이의 아빠가 될거야. 호호.’김미정은 목적없이 차를 운전하며 속으로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했다. 차는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큰길이며 작은 골목들을 정처없이 오가며 달리고 있었다. 가끔 신유리는 작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이곳저곳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더욱 김미정을 흐뭇하게 하는 것은 이 교활한 여우 같은 계집애가 글쎄 운전을 지휘하기 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운전을 하면 할수록 점점 도시와 멀리 떨어진 황량하고 편벽한 곳으로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정말로 황량하기 그지 없는 곳에 다달았다. 이런 맹랑한 계집을 보았나. 그저 잘난척하며 마구 운전을 지휘하더니 결국은 이렇게 아이를 내다 버리기에 안성맞춤한 곳으로 안내하다니. 사실 김미정은 운성의 지리에 대해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와 있는 곳의 동서남북을 전혀 가리지 못했으며 인지하고 있는 것이란 고작 여기가 정말 황량한 곳이구나 하는 것 뿐이였다. ‘이건 분명 하늘이 선물한 절호의 기회야! 이 성가신 여우같은 녀석을 여기다 버려야지. 그래 어디 한번 하늘이 도와주나 땅이 도와주나 지켜보지.’ “아줌마.... 여기... 여기 너무 황량한 것 같애.” 유리가 겁에 질려서 물었다. “왜 무서워?” 김미정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유리에게 되물었다. “여기 니가 오자고 한 곳이잖아. 아줌마는 또 니가 자주 와본 줄 알았지. 이제 겁나? 겁낼게 뭐가 있니? 야외로 오니까 공기가 너무 좋다.” 그 말을 듣고 유리는 그나마 조금 긴장을 풀었다. 유
배수구에 처박힌 김미정은 정신이 아찔했다. 순간 그녀는 죽음의 문턱까지 온 듯 싶었고 머리속이 새하얘 지면서 몇초간 생각이 정지되었다. 문득 차에 장착된 구명망치가 떠오른 김미정은 망치를 들고 온힘을 다해 유리를 부쉈고 유리창이 깨지는 그 순간 더러운 오물이 왈칵왈칵 차체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사실 배수구는 그리 크지도 깊지도 않았으며 가장 깊은 곳이라야 기껏해야 어른의 허리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김미정의 차 발동기를 매몰시키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오물과 분뇨가 박살난 차유리를 타고 차체 안으로 뿜어 들어오는 통에 미정이는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그녀는 원래 깨진 유리창을 타고 밖으로 탈출할 생각으로 낑낑 힘을 빼고 있었다. 그러는 통에 얼굴은 땀범벅에 똥물 까지 뒤집어 쓰는 꼴이 되었다. 허나 절반쯤 몸을 뺏을 때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으니 설사 아둥바둥 거리고 차체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꼭 마치 흙속에 거꾸로 파묻은 양파처럼 분뇨더미속에 거꾸로 얼굴을 파묻고 있을수야 없지 않겠는가?그렇다고 해서 다시 차체속으로 들어가자고 하니 이미 차가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흔들흔들거리는 차체안에서 그녀는 감히 움직일 엄두를 못냈으며 만약 그녀가 뒤로 후퇴한다면 어쩌면 차체는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 배수구 분뇨속에 완전히 매몰될 수도 있었다. 휴... 김미정은 여직껏 자라면서 이렇게 궁지에 몰려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할수 없이 코를 찌르는 오물의 더러운 냄새를 참아가며 몸체를 절반쯤 밖으로 빼고 절반은 차안에 갇힌채로 차에 동동 매달리여 허둥대면서 필사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신유리. 이런 벼락맞을 년! 찢어 죽일 년!” 한편 유리는 엄선우 차에 숨어서 낄낄낄 웃고 있었다. 한참 웃고나서 아이는 또 걱정하며 물었다. “선우 삼촌.... 저러다 미정이 아줌마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엄선우가 되물었다. “공주님 생각은 어떤데? 그냥 죽게 내버
이야기가 여기에 미치자 심유리는 눈가가 빨개 났다. 아이는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머리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 삼촌... 나는 ... 나는 아빠가 속상해 할까봐 아빠 앞에서는 감히 울어보지도 못했어. 선우 삼촌, 우리 엄마... 그리고 동생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신유리의 물음에 엄선우도 순간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목이 메여 잠시동안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그는 신유리를 보고 말했다. “그럼. 공주님 엄마는 꼭 돌아올거야. 공주님 어머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신데.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6년동안이나 쫓겨다니며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어. 그때는 지금 보다 훨씬 더 힘든 시간이었을 거야. 하지만 잘 버텨 내셨고 끝내 살아 돌아오셨잖아. 공주님 엄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세상에서 생명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야. 나는 여직껏 그렇게 강한 여인을 본적이 없다니깐. 꼭 괜찮으실거야.”신유리는 엄선우를 향해 조금 웃어보였다. “ 정말이야? 선우 삼촌?” “나를 믿어.”엄선우는 아주 정중하게 이야기 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삼촌이 한번도 우리 유리를 속인 적이 없지? 그렇지?”신유리는 그제야 겨우 마음이 놓였던지 머리를 끄덕였다. “맞아. 선우 삼촌은 한번도 나를 속인적이 없어. 알겠어. 엄마도, 동생들도 꼭 돌아올거야.” “자아, 공주님 이제 가자.” 엄선우는 신유리에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 그가 막 차에 시동을 걸려는 찰나, 멀리서 쓰레기 분리수거 차량이 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 옆에는 두명의 인부도 같이 있었다. 엄선우는 드디어 배수구에 빠진 저 여자가 살길을 찾겠구나 하고 속생각을 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차를 몰고 가버렸다. 엄선우의 계산대로 배수구에 빠진 김미정은 허둥지둥 버둥거리는 사이에 눈앞에 분리수거 차량이 나타났다. 차량에서는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으므로 인부들은 모두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몇몇 대장정이 배수구에 사람이 빠진 것을 알아챘을 때 기사도 인부들도 깜
그 시각 부소경은 말투에서 조차 술냄새가 느낄 정도로 취해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목소리는 더욱 우렁차고 힘이 넘쳤으며 뭔가 남성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미정 씨, 우리 유리가 혹시 많이 애를 먹이나요? 애가 좀 장난꾸러기라.... 밖으로 멀리 나갔으면 빨리 돌아와요... 혹여 애가 미정 씨 귀찮게 할라...”“그게...”부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김미정은 막 울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순간을 용케도 참아 냈으며 코를 한번 훌쩍하더니 뭔가 얘기하려고 입을 벌리려던 찰나, 부소경이 다시 되물어왔다. “무슨 일 있어요? 김미정 씨?” 김미정은 이내 답을 했다. “아니요. 아무일도 없어요. 소경 씨.” 부소경이 말했다. “그럼 될수록 빨리 돌아와요. 할아버지 일 마무리 하고 밥한끼 하죠. 고마운 일도 있고... 그럼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 순간 김미정은 마음속에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벅차올랐다. 그녀는 온몸에서 악취가 난다는 사실마저 잠시 망각하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신유리한테 호되게 당한 자신을 의식하게 되었고 어쩌면 이같은 사실을 부소경은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진문옥 여사로 부터 전해들은데 의하면 신유리는 그 전에도 아주 많은 짓굳은 장난을 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전에 부씨네 낡은 저택에서도 아주 많은 말썽을 이르켰다고 한다. 비록 이제 여섯살 밖에 안되는 꼬마 아이지만 영악하기기가 그지 없었다. 오늘의 일도 아마 이 영특한 꼬마아이에 못된 장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쩌면 부소경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고... 김미정은 이렇게 생각을 굴리다가 땅에 떨어진 괴물 가면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실리콘으로 만든 괴물모양의 가면이었다. 외관상으로 보기에 진짜 사람의 피부색깔과 아주 닮았으나 얼굴 곳곳에 진붉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눈가는 더욱 충혈된 것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이깟 피부가면에 속아 깜짝 놀라 죽어라 페달을 밟다니....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배수구에
김미정이 욕설을 멈추자 남자들이 비웃었다.“이봐요. 남을 욕하는 거예요? 본인을 욕하는 거예요?”“당신을 그냥 시궁창에 내버려뒀어야 하는데, 이런 줄 알았으면 저희도 안 구했을 거예요!”“그냥 비키세요! 우리 작업 방해하지 말고 멀리 떨어지라고요. 아니면 이따가 실수로 당신을 쓰레기인 줄 알고 시궁창에 다시 던져버릴 수도 있어요!”김미정이 그 사람들에게 바락 소리를 질렀다. “병원에 안 데려다 줄 거야? 아니면 호텔이라도 찾아줘야지….”한 남자가 부르르 화를 내면서 웃었다. “당신이 뭔데요?!”“살려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죠!”“우리도 할 일이 있단 말이에요!”“그리고 돈이 많다면서요? F그룹 대표님 약혼녀라면서요? 전화해서 당장 데려오라고 하지 그랬어요!”김미정: “….”부소경이 이런 악취 난 김미정을 봐서 안 된다.“제발요….” 김미정이 말투를 바꿔 애걸하기 시작했다.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거절했다. “비켜 가라고요! 당신 뭔데요? 사람을 그렇게 힘차게 욕하는 걸 보니 검사 따위도 할 필요가 없겠죠. 당신을 살렸으니까 우리 작업을 방해하지 말고 빨리 가 주세요!”말을 다 한 후, 세 사람이 모두 김미정을 무시하고 작업에 집중했다. 김미정은 어쩔 수 없이 악취를 참고 어렵게 발길을 옮겼다.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김미정을 괴물로 쳐다봤다. 그리고 코를 막으면서 빠르게 도망갔다. 500미터에 불과한 길은, 몇 천리와 같이 길었다.구급차가 드디어 왔다. 그 여자의 모습을 본 구급대원들이 놀랐지만 병원으로 이송했다.병원에 가서 온몸을 검사 다 했지만, 더러운 물을 몇 입만 마신 것 외에, 김미정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의사도 그저 김미정에게 간단한 처치만 해주고, 병원 밖으로 보냈다. 김미정은 병원을 떠나 가장 가까운 호텔로 향했다. 호텔 문에 들어가자마자, 호텔 직원이 정색한 표정으로 소리질렀다. “어디서 온 거지예요? 어휴, 냄새 봐. 빨리 나가세요!”김미정이 벌컥 화냈다. “거지가 아니거
김미정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최여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최여진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최여전의 얼굴이 이만큼 크지 않았고 붓지도 않았다. 눈도 그렇게 가늘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눈 앞에 서 있는 이 여자가 너무 못 생겼다.누구에게 매맞았는지 얼굴이 부석부석 부었다.심지어 입가에도 상처가 났다. 어머!이 여자가 너무 못 생겼다!김미정은 오늘 당했던 일을 다 잊어버리고 웃고 싶어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하지만 김미정은 웃지 않았다. 그 못 생긴 여자가 최여진과 너무 닮아서 웃으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김미정은 웃음을 참고 관심 있는 척하고 물었다. "여진이 맞니?" 최여진이 바로 답했다. "응, 나 여진이야!"최여진이 김미정을 잡고 물었다. "미정아, 설마 신유리에게 당했어?"신유리 얘기가 나오자 김미정이 벌컥 화냈다. "신유리 말이야. 어린 나이에 왜 저렇게 독하니? 혹시 그걸 알아? 신유리는 오늘 정말 나를 해치려고 작정한 거야!" "어린 나이에 이렇게 독한 줄은 상상도 못했어!""신유리 그 애를 이대로 남겨두면 진짜 안 되겠다! 나는 꼭 그 애를 죽여버릴 거야! 그 애가 오늘 일부러 나를 시궁창에 빠지게 만들었어! 나를 아주 온뭄을 더럽게 만들었어! 난 진짜 그 애를 죽여버리고 말고야! "그 말을 들은 최여진이 놀랐다.설마, 김미정도 오늘은 같은 일을 당했나?최여진이 더듬더듬 물었다. "혹시, 오늘 미정이 너도…. 똥구덩이에 빠졌어?"김미정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라고?""혹시, 너도…. 똥구덩이에 빠졌냐고…." 최여진이 바보처럼 두 번 다시 물었다.최여진 말을 들은 김미정이 바로 눈치챘다.그러니까 최여진이 오늘 김미정보다 더 재수없었구나. 김미정은 그냥 쓰레기가 있는 시궁창에 빠졌을 뿐인데 최여진은…."여진아, 너가 똥구덩이에 빠졌다고? 설말 옛날에 그런 똥구덩이?" 김미정이 믿지 못할 말투로 물었다.그렇게 물었더니 또 갑자기 웃고 싶어했다. 다행히 김미정은 평소에 예의가 바르기 때문에 결
지난 번은 그냥 손으로 맞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하지만 이번에 두 사람은 신발로 최여진의 뺨을 때렸다.신발로 뺨을 찰싹찰싹 때려 최여진의 얼굴이 보라색으로 부었을 뿐만 아니라 이빨까지 떨어질 뻔했다. 얼굴을 맞은 것도 분한데 두 사람은 최여진을 가장 더럽고 어지럽고 지저분한 곳으로 끌고갔다. "야 최여진. 여기가 어딘지 알아?" 민정아가 최여진의 얼굴을 밟으면서 물었다.최여진은 매맞아서 반격할 힘이 없는 와중에도 발악하고 있었다. 최여진이 입속의 피를 뱉으면서 말했다. "민정아! 우리 사이에 아무 원한도 없는데 왜 그렇게 지독하게 나를 괴롭히는 거야?""넌 혹시 인과응보를 몰라?""니가 나를 죽이면, 내가 귀신이 되더라도 너한테 찾아갈 거야!""그리고 너! 엄선희!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니네 둘 다 죽여버릴거야!"최여진의 말을 들은 순간, 엄선희도 최여진의 손을 밟았다. 엄선희가 최여진을 밟으며 냉소를 지었다. "최여진 입에서 인과응보라는 말을 듣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오늘 니가 윤희 언니 병실에 찾아가서 언니를 죽이고, 아이까지 홈치려고 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이러겠니?""이게 다 최여진 니가! 언니를 죽이려 하고 아이를 빼앗으려해서 벌어진 일이야!"“그런 니가 인과응보 타령을 해?""너한테도 양심이란 게 있으면 진수 오빠가 너한테 맞아 죽는 일도 없었겠지! 어디서 인과응보라는 말을 입에 올려?""하나만 묻자. 돌아가신 진수 오빠가 너한테 잘못한 것이라도 있었어?"최여진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우리 윤희 언니!" 엄선희가 계속 비웃으면서 말했다. "언니가 너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어? 분명히 최여진 니가 윤희 언니 남편을 빼앗고 싶은 거였잖아! 빼앗지 못해서 윤희 언니를 죽이려는 거고. 언니 미치는 꼴 보려고 진수 오빠까지 죽였잖아!""최여진, 너 같은 사람은 천만 번 죽어도 싸!""너는 죽을 죄를 지은 거야!""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서 인과응보 타령을 해? 똥구덩이에나 빠져!""가서 똥구덩이한테 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