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아주 성실하고 부지런했다. 최홍민의 집에서 살게 된 뒤로 그녀는 매일 최홍민을 위해 빨래랑 요리, 모든 가사일을 도맡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최홍민을 타일렀다.“애가 너무 어려. 그냥 부모님 곁으로 돌려보내. 넌 만나는 사람도 있잖아. 네가 데리고 살기엔 너무 어려.”그때 최홍민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이미 같이 자서 되돌릴 수도 없어요! 그리고 그애가 안 나가는 거예요. 집에는 계모가 사는데 매일 맞고 살았다잖아요. 쟤 도망 나온 거예요. 술집에서 일하다가 어린 나이에 손님한테 대들었다가 맞고 쫓겨났다고요.”“길가에 쓰러진 애를 제가 데려다가 보살폈죠. 유미는 저한테 고맙다고 해요. 평생 저랑 살고 싶다던데요?”“걔 몇 살인데?”누군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최홍민이 말했다.“곧 17세가 된대요.”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제가 운이 좋았죠. 여러분은 제가 평생 장가도 못 갈 거라 생각했겠지만 돈 한푼 안 들이고 어리고 예쁜 신붓감이 생겼잖아요!”마을의 한 노인은 의기양양한 최홍민의 다리를 슬쩍 걷어차며 정색해서 말했다.“잘해줘!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도박은 그만두고! 그 과부도 이제 그만 만냐!”“당연하죠.”그 일이 있은 뒤로 최홍민은 한동안 조용히 살았다.성유미는 이 집에서 살게 된지 6개월만에 임신을 했다.그녀는 18세도 안 된 나이에 최가희를 낳았다.17세의 어린 엄마, 몸이 아직 덜 성숙된 소녀라 출산할 때 난산으로 고생했다.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출산 당일에 남편이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이었다.성유미가 임신한 뒤로 최홍민은 밖에서 과부를 만나고 다니다가 과부와 함께 도박을 시작했다.두 사람은 서로 암호를 주고받다가 사람들에게 들켜버렸다.그 사람은 두 사람의 손목을 부러뜨린다고 화를 냈는데 과부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며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그날 최홍민이 보는 앞에서 그 과부는 남다 다섯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사실 과부에게는 별로 의미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많은 남자를 만났다.어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엄마는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차가운 분만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그때 성유미는 정말 외롭고 쓸쓸했다.하지만 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나이가 너무 어렸던 성유미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았는데 가난하고 무능한 최홍민에게는 분유를 사줄 돈이 없었다.갓 태어난 최가희는 매일 배가 고파서 울었다.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모유도 나오지 않는 엄마 성유미의 젖꼭지를 자꾸만 빨고 깨물었다. 젖꼭지에서 피가 나고 성유미는 아파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지만 모유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성유미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약한 몸을 이끌고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했다.성유미는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하지만 아이를 업고 일을 나갔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고 급여도 너무 적었다. 그래서 매달 버는 돈으로 아이 분유를 사고 나면 옷 한벌 사주기 힘들었다.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아기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줄곧 남이 버린 옷을 입고 자랐다.출산한 뒤로 아기를 업고 출근해야 했던 성유미는 하루가 다르게 지쳐갔다. 얼굴은 누렇게 뜬 상태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도 기댈 수 있는 남편은 집에 없었다.그는 여전히 술을 마시거나 도박에 빠져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아이를 아주 예뻐한다는 점이었다.그는 자신의 딸을 아주 사랑했다.최홍민은 딸을 계속 안고 중얼거리며 돌아다녔다.“우리 아기, 아빠한테는 가족이 너 하나뿐이야. 내 유일한 아기.”처음에 성유미는 최홍민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몇 달이 지나서야 그녀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최홍민은 성욕이 강한 편이었다. 임신한 기간에는 조금 얌전했지만 그 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그녀에게 매달렸다.하지만 아이를 낳은 뒤로 최홍민은 그녀와의 접촉을 계속 피했다.성유미는 불쌍한 여자였다. 학업 성적도 뛰어났지만 계모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나가서
잠복기가 있는 병이었는데 짧으면 몇 달, 길면 1년의 잠복기가 있었다.잠복기일 때 제때에 발견하면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미 발병한 상태에서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불치병이었다.과부는 발병기가 조금 빨리 온 편이었다.의사는 그녀가 최근 몇 달 사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그날 과부를 성폭행했던 남자들은 조폭이었는데 그들 중 누군가에게서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최홍민에게도 전염되었다.그 과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지만 최홍민은 발작하지 않았다.하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했을 때 이미 감염된 상태였고 평생 약을 먹으며 주의해서 살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최홍민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평생 남자구실을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더러운 병까지 걸렸으니.이럴 줄 알았으면 평생 도박도 하지 않을걸, 그는 처음으로 후회했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최홍민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아내와 딸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병원에가서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아내와 딸은 건강했다.그 뒤로 최홍민은 얌전히 집에서 육아를 맡았다.수치스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던 최홍민은 밖에 나가지 않고 아이만 돌봤고 성유미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나가서 일해야 했다.그때 그녀의 나이 20세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평생 생과부로 살아야 하다니.그녀는 자신이 최홍민에게 속은 느낌이 뒤늦게 들었다.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자신을 대하던 최홍민의 말도 다 거짓처럼 느껴졌다.솔직히 말하면 최홍민은 그냥 그 나이에 결혼도 못한 무능한 남자였다.그런 주제에 그녀가 임신한 기간에도 과부를 만나 바람을 피웠다.그리고 그 벌로 평생 완치되지 못할 병에 걸려 약까지 먹어야 했다.나가서 일을 할 수도 없었다.성유미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하지만 아무리 미워도 딸만 보면 그런 부정적인 마음이 다 사라졌다. 최홍민을 더 이상 의지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홀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딸에게 새옷을 사주고 학교 갈 돈도 모으려면 더 뼈 빠지게 일해야
깊은 밤, 성유미는 밤새 최홍민에게 폭행을 당했다.그날 밤, 성유미는 딸을 안고 밤새 울었다.그녀의 나이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어린 성유미는 지옥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매일 아침 날도 밝지 않은 시간에 나가 밤이면 최홍민을 피해 집에 살금살금 돌아왔다. 가끔은 딸을 업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하지만 최홍민은 딸에게는 자상한 아빠였다.그는 딸을 목숨처럼 아꼈고 식사도 거르고 육아에 집중했다.딸도 최홍민을 아주 따랐다.그게 성유미에게는 일종의 위로였다. 그래도 딸을 보살펴 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육아와 가사일을 최홍민에게 맡기고 돈 버는 데만 집중했다.그 뒤로 성유미는 더 열심히 일했다.새벽 3시에 일어나서 물건 도매하러 갔고 밤 열한 시까지 길거리 장사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그렇게 또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최홍민이 가끔 폭행할 때마다 성유미는 딸을 데리고 집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최가희는 늘 고열에 시달렸다.바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열이 나고 식욕이 없었고 계속 구토를 해댔다.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때 최가희는 조금씩 엄마와 유대감이 사라지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성유미는 속상하고 괴로웠다. 홀로 길거리 장사를 나설 때면 그녀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나가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할 판이라 안 나갈 수도 없었다.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성유미는 최대한 외출 시간을 줄이고 일찍 집에 돌아와서 딸과 유대감을 쌓으려고 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최홍민은 그녀가 가져온 돈을 가지고 나가서 도박을 했다.그러다 보니 그새 모은 돈은 전부 탕진해 버렸다.성유미는 매번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렸다.심지어 최홍민을 죽여버릴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딸을 사랑하는 최홍민의 모습을 떠올리고 딸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다고 자신을 설득했다. 그녀는 딸을 위해 가정을 지키기로 결심했다.성유미는 어릴 때 엄마를 잃
그는 성유미에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대해주었다.그렇게 성유미는 처음으로 남자의 품에 숨어 울음이라는 걸 터뜨려 보았다. 그녀는 무척이나 서럽게 울었다.성유미는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학창 시절 그녀의 성적은 매우 우수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중학교도 채 마치지 못하고 엄마한테 쫓기면서 돈을 벌게 되었다. 성유미의 새엄마는 그녀보고 늙은 남자들을 꼬셔 불법으로 돈을 벌라고 부추겼다. 그때 성유미는 고작 16살이었다. 계속 업소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후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그러던 도중 최홍민이 그런 그녀를 구해주었고, 성유미는 또 다른 불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그렇게 그녀는 아이가 생기게 되었다.그녀의 남편은 무척이나 무능한 사람이었다. 거기다 병까지 달고 있었다.딸을 낳은 후 그녀는 줄곧 독수공방이었다. 이렇게 지낸 지도 벌써 10년이다.성유미는 남자의 품에 안겨 엉망진창으로 눈물을 흘렸다.진정을 한 후, 여자는 촉촉한 눈빛으로 듬직한 남자를 쳐다보았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정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유미 씨, 당신 정말 너무 예뻐요. 당신은 이런 힘든 삶은 살지 말았어야 해요. 꼭 당신에게 본인이 얼마나 예쁜지 알려줄 거예요. 제 앞에서 환하게 꽃 피울 수 있게 할 거예요. 진정한 여자가 어떤 건지 당신에게 알려줄 거예요.”그날 오후, 그들은 호텔에서 미친 듯이 서로를 탐닉했다.그날 밤, 성유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가끔씩 이성이 돌아왔을 때마다 잠깐 딸 생각이 나긴 했다.마치 딸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날이 밝자마자, 그녀는 조용히 남자의 곁을 떠났다.그녀는 자신의 딸이 마음에 걸렸다.가희가 아빠를 더 따른다는 사실은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빠 곁에서 가희를 데리고 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딸을 버리고 젊은 남자랑 새 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기엔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그녀는
성유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최홍민을 쳐다보았다. “홍민씨, 지금… 지금 나보고 외국에 가라고 한 거야? 몇 년 동안 집에도 돌아오지 말라는 거야?”“당연하지!” 최홍민이 냉소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오면, 돈이 모이기나 하겠어?”“그럼… 우리 딸은 어떡하고?”“당신 딸은 뭐 내 딸 아니야? 성유미! 넌 여자가 돼서 자기 딸도 안 챙겨? 감히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랑 바람을 폈겠다? 네가 그러고도 엄마야? 네가 자격이 있어?”“너 우리 딸 유치원이 어딘지는 알아?”“학부모 회의에 나간 적은 있고?”“우리 딸이 지금 몇 학년인지는 알아?”최홍민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의 말에 성유미도 화가 났는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최홍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나 18살 때부터 당신이랑 함께했어. 당신 하나만 보고 살았다고! 당신, 그 흔한 결혼식조차 안 해줬잖아!”“당신은?”“난 딸 생각해서 당신이랑 같이 산 거야!”“당신 밖에 나가는 거 창피하다고 매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잖아! 나중에 병 걸리고 나서는 힘쓰는 일 못한다고 집안일까지 다 나한테 떠넘겼고!”“내가 그동안 돈 안 벌었으면, 우리 가희 분유도 못 먹였어! 그대로 굶어 죽었다고!”“가희가 다니는 유치원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유치원도 못 다니고 있었겠지!”“최홍민! 네가 무슨 염치로 그런 말 하는 건데? 너 혼자 애 키웠어? 네가 진짜 남자라면 밖에 나가 돈이라도 벌어왔어야지! 우리 모녀, 먹여 살렸어야지!”여자의 울부짖음에 최홍민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무심하게 웃었다. “성유미,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 딸이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가희는 내 하나뿐인 가족이야. 내 삶의 버팀목이라고.”“가희는 네 말 절대로 안 믿는다고. 이제 알겠어? 이 미친 여자야!”“…”최홍민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성유미, 내가 더 이상 남자구실 못 하는 건 맞아. 널 만족시켜주지 못하겠지. 하지만 네가 내 아내라는 사실은 잊으면
성유미는 구걸하듯 최홍민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발 우리 딸한테 이러지 마. 당신 가희 엄청 아끼잖아, 응?”최홍민은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가희는 내 목숨이야! 가희는 내 것이야! 성도 최씨잖아! 네 것이 아니라고! 이 뻔뻔한 여자야!”“잘 들어. 외국으로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 한 5년 뒤에, 우리 부녀가 쓸 돈 다 모은 다음에 돌아와. 내가 이미 다 알아봤어. 1년에 4000만 원은 거뜬하게 벌 수 있다더라! 5년 동안 2억 모아서 다시 돌아와!”“아니면…”“아… 알았어…” 성유미는 눈물을 머금으며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알았어. 갈게, 외국. 그래봤자 5년이잖아. 돌아왔는데 우리 딸 털끝이라도 달라졌으면, 그럼 너 죽고 나 죽는 거야!”그 후로 성유미는 외국으로 노동을 하러 갔다.그녀는 계약을 5년만 한 게 아니었다.그녀는 8년 동안 계약을 했다.그녀는 자기에게도 어느 정도의 돈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래야 최홍민을 벗어나 다시 가희의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8년 이란 시간동안 그녀는 2억을 모아냈다. 그리고 몰래 6000만 원 정도 모아놓았다.집으로 돌아간 후, 월세를 구하고 일자리를 찾은 후에 가희를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그녀는 딸이 너무 보고 싶었다.하지만 장기간 축적된 과로와 딸에 대한 그리움이 쌓인 데다, 초반에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겹겹이 쌓여 그만 큰 병에 걸리고 말았다.그녀의 병은 반년 동안 지속되었다.성유미의 몸이 나아졌을 때는 이미 1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였다.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그녀는 밤낮없이 딸을 그리워했다. 우리 딸이 어떻게 변했으려나?처녀가 됐겠지?드디어 17살인 가희가 수능을 치던 날, 성유미는 수험장 밖에서 자신의 딸을 보게 되었다.오랜만에 만난 딸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처럼 예쁜 처녀로 변해있었다.너무 이뻤다.엄마인 성유미보다 훨씬 예뻤다.성유미가 막 앞으로 달려가 딸과 감격의 상봉을 하려던 그때 최홍민이 그녀를 차갑게 끌고 가버렸다.“성유미!
그런데도 성유미는 딸을 놓아주지 않았다. 성유미는 두 손으로 최가희의 팔을 잡으며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가희의 눈매는 16살의 성유미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오히려 16살의 성유미보다 더 예뻤다.가희는 근심걱정이 없어 보였고, 옷도 공주처럼 예쁘고 입고 있었다.성유미의 가슴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스러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연신 눈물을 흐느끼며 횡설수설 말을 이어 나갔다. “가희야, 엄마야. 엄마 기억 못 하는 거야? 가희가 지금 입고 있는 예쁜 옷들 다 엄마가 번 돈으로 산 거잖아.”“가희야…”최가희는 갑자기 성유미를 난폭하게 밀어냈다. “이 미친 여자야! 그냥 죽지 그랬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정말 뻔뻔하다! 이게 당신이 산 옷이라고?”“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잖아!”“남자밖에 모르는 사람이잖아!”“아빠도 버린 사람이 무슨 염치로 엄마라는 글자를 입에 올려!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해?”“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 혼자서 날 키웠어! 아빠가 내 머리 묶어주고, 아빠가 날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빠가 학부모 회의에 와줬어! 아빠가 낮마다 날 챙겨주고 밤마다 일하면서 날 키웠다고!”“그냥 죽어!”“우리 엄만 죽었어! 죽은 지 오래야!”“당신만 보면 그냥 화가 치밀어 올라! 그냥 칼로 찔러 죽이고 싶어!”“…”딸은 이를 악물며 악담을 퍼부었다.딸은 마치 원수처럼 그녀를 증오하고 있었다.성유미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참 동안 말도 못 할정도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최홍민을 쳐다보았고 그는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도 성유미에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세상 저런 엄마가 어디 있어!”“저런 여자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어!”“당장 차에 치여 죽어라!”그때, 최홍만이 눈물범벅인 얼굴을 하고 성유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냥 가! 그동안 딸이 어떻게 지내는지 신경도 안 썼으면서 이제 와서 뭐 하려고? 왜 찾아왔어?”“딸이 수능 잘 봐서 그래? 대학생이라서?”“그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