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아주 성실하고 부지런했다. 최홍민의 집에서 살게 된 뒤로 그녀는 매일 최홍민을 위해 빨래랑 요리, 모든 가사일을 도맡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최홍민을 타일렀다.“애가 너무 어려. 그냥 부모님 곁으로 돌려보내. 넌 만나는 사람도 있잖아. 네가 데리고 살기엔 너무 어려.”그때 최홍민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이미 같이 자서 되돌릴 수도 없어요! 그리고 그애가 안 나가는 거예요. 집에는 계모가 사는데 매일 맞고 살았다잖아요. 쟤 도망 나온 거예요. 술집에서 일하다가 어린 나이에 손님한테 대들었다가 맞고 쫓겨났다고요.”“길가에 쓰러진 애를 제가 데려다가 보살폈죠. 유미는 저한테 고맙다고 해요. 평생 저랑 살고 싶다던데요?”“걔 몇 살인데?”누군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최홍민이 말했다.“곧 17세가 된대요.”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제가 운이 좋았죠. 여러분은 제가 평생 장가도 못 갈 거라 생각했겠지만 돈 한푼 안 들이고 어리고 예쁜 신붓감이 생겼잖아요!”마을의 한 노인은 의기양양한 최홍민의 다리를 슬쩍 걷어차며 정색해서 말했다.“잘해줘!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도박은 그만두고! 그 과부도 이제 그만 만냐!”“당연하죠.”그 일이 있은 뒤로 최홍민은 한동안 조용히 살았다.성유미는 이 집에서 살게 된지 6개월만에 임신을 했다.그녀는 18세도 안 된 나이에 최가희를 낳았다.17세의 어린 엄마, 몸이 아직 덜 성숙된 소녀라 출산할 때 난산으로 고생했다.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출산 당일에 남편이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이었다.성유미가 임신한 뒤로 최홍민은 밖에서 과부를 만나고 다니다가 과부와 함께 도박을 시작했다.두 사람은 서로 암호를 주고받다가 사람들에게 들켜버렸다.그 사람은 두 사람의 손목을 부러뜨린다고 화를 냈는데 과부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며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그날 최홍민이 보는 앞에서 그 과부는 남다 다섯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사실 과부에게는 별로 의미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많은 남자를 만났다.어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엄마는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차가운 분만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그때 성유미는 정말 외롭고 쓸쓸했다.하지만 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나이가 너무 어렸던 성유미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았는데 가난하고 무능한 최홍민에게는 분유를 사줄 돈이 없었다.갓 태어난 최가희는 매일 배가 고파서 울었다.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모유도 나오지 않는 엄마 성유미의 젖꼭지를 자꾸만 빨고 깨물었다. 젖꼭지에서 피가 나고 성유미는 아파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지만 모유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성유미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약한 몸을 이끌고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했다.성유미는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하지만 아이를 업고 일을 나갔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고 급여도 너무 적었다. 그래서 매달 버는 돈으로 아이 분유를 사고 나면 옷 한벌 사주기 힘들었다.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아기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줄곧 남이 버린 옷을 입고 자랐다.출산한 뒤로 아기를 업고 출근해야 했던 성유미는 하루가 다르게 지쳐갔다. 얼굴은 누렇게 뜬 상태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도 기댈 수 있는 남편은 집에 없었다.그는 여전히 술을 마시거나 도박에 빠져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아이를 아주 예뻐한다는 점이었다.그는 자신의 딸을 아주 사랑했다.최홍민은 딸을 계속 안고 중얼거리며 돌아다녔다.“우리 아기, 아빠한테는 가족이 너 하나뿐이야. 내 유일한 아기.”처음에 성유미는 최홍민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몇 달이 지나서야 그녀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최홍민은 성욕이 강한 편이었다. 임신한 기간에는 조금 얌전했지만 그 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그녀에게 매달렸다.하지만 아이를 낳은 뒤로 최홍민은 그녀와의 접촉을 계속 피했다.성유미는 불쌍한 여자였다. 학업 성적도 뛰어났지만 계모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나가서
잠복기가 있는 병이었는데 짧으면 몇 달, 길면 1년의 잠복기가 있었다.잠복기일 때 제때에 발견하면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미 발병한 상태에서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불치병이었다.과부는 발병기가 조금 빨리 온 편이었다.의사는 그녀가 최근 몇 달 사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그날 과부를 성폭행했던 남자들은 조폭이었는데 그들 중 누군가에게서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최홍민에게도 전염되었다.그 과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지만 최홍민은 발작하지 않았다.하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했을 때 이미 감염된 상태였고 평생 약을 먹으며 주의해서 살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최홍민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평생 남자구실을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더러운 병까지 걸렸으니.이럴 줄 알았으면 평생 도박도 하지 않을걸, 그는 처음으로 후회했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최홍민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아내와 딸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병원에가서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아내와 딸은 건강했다.그 뒤로 최홍민은 얌전히 집에서 육아를 맡았다.수치스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던 최홍민은 밖에 나가지 않고 아이만 돌봤고 성유미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나가서 일해야 했다.그때 그녀의 나이 20세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평생 생과부로 살아야 하다니.그녀는 자신이 최홍민에게 속은 느낌이 뒤늦게 들었다.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자신을 대하던 최홍민의 말도 다 거짓처럼 느껴졌다.솔직히 말하면 최홍민은 그냥 그 나이에 결혼도 못한 무능한 남자였다.그런 주제에 그녀가 임신한 기간에도 과부를 만나 바람을 피웠다.그리고 그 벌로 평생 완치되지 못할 병에 걸려 약까지 먹어야 했다.나가서 일을 할 수도 없었다.성유미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하지만 아무리 미워도 딸만 보면 그런 부정적인 마음이 다 사라졌다. 최홍민을 더 이상 의지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홀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딸에게 새옷을 사주고 학교 갈 돈도 모으려면 더 뼈 빠지게 일해야
깊은 밤, 성유미는 밤새 최홍민에게 폭행을 당했다.그날 밤, 성유미는 딸을 안고 밤새 울었다.그녀의 나이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어린 성유미는 지옥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매일 아침 날도 밝지 않은 시간에 나가 밤이면 최홍민을 피해 집에 살금살금 돌아왔다. 가끔은 딸을 업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하지만 최홍민은 딸에게는 자상한 아빠였다.그는 딸을 목숨처럼 아꼈고 식사도 거르고 육아에 집중했다.딸도 최홍민을 아주 따랐다.그게 성유미에게는 일종의 위로였다. 그래도 딸을 보살펴 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육아와 가사일을 최홍민에게 맡기고 돈 버는 데만 집중했다.그 뒤로 성유미는 더 열심히 일했다.새벽 3시에 일어나서 물건 도매하러 갔고 밤 열한 시까지 길거리 장사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그렇게 또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최홍민이 가끔 폭행할 때마다 성유미는 딸을 데리고 집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최가희는 늘 고열에 시달렸다.바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열이 나고 식욕이 없었고 계속 구토를 해댔다.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때 최가희는 조금씩 엄마와 유대감이 사라지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성유미는 속상하고 괴로웠다. 홀로 길거리 장사를 나설 때면 그녀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나가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할 판이라 안 나갈 수도 없었다.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성유미는 최대한 외출 시간을 줄이고 일찍 집에 돌아와서 딸과 유대감을 쌓으려고 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최홍민은 그녀가 가져온 돈을 가지고 나가서 도박을 했다.그러다 보니 그새 모은 돈은 전부 탕진해 버렸다.성유미는 매번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렸다.심지어 최홍민을 죽여버릴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딸을 사랑하는 최홍민의 모습을 떠올리고 딸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다고 자신을 설득했다. 그녀는 딸을 위해 가정을 지키기로 결심했다.성유미는 어릴 때 엄마를 잃
그는 성유미에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대해주었다.그렇게 성유미는 처음으로 남자의 품에 숨어 울음이라는 걸 터뜨려 보았다. 그녀는 무척이나 서럽게 울었다.성유미는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학창 시절 그녀의 성적은 매우 우수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중학교도 채 마치지 못하고 엄마한테 쫓기면서 돈을 벌게 되었다. 성유미의 새엄마는 그녀보고 늙은 남자들을 꼬셔 불법으로 돈을 벌라고 부추겼다. 그때 성유미는 고작 16살이었다. 계속 업소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후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그러던 도중 최홍민이 그런 그녀를 구해주었고, 성유미는 또 다른 불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그렇게 그녀는 아이가 생기게 되었다.그녀의 남편은 무척이나 무능한 사람이었다. 거기다 병까지 달고 있었다.딸을 낳은 후 그녀는 줄곧 독수공방이었다. 이렇게 지낸 지도 벌써 10년이다.성유미는 남자의 품에 안겨 엉망진창으로 눈물을 흘렸다.진정을 한 후, 여자는 촉촉한 눈빛으로 듬직한 남자를 쳐다보았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정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유미 씨, 당신 정말 너무 예뻐요. 당신은 이런 힘든 삶은 살지 말았어야 해요. 꼭 당신에게 본인이 얼마나 예쁜지 알려줄 거예요. 제 앞에서 환하게 꽃 피울 수 있게 할 거예요. 진정한 여자가 어떤 건지 당신에게 알려줄 거예요.”그날 오후, 그들은 호텔에서 미친 듯이 서로를 탐닉했다.그날 밤, 성유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가끔씩 이성이 돌아왔을 때마다 잠깐 딸 생각이 나긴 했다.마치 딸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날이 밝자마자, 그녀는 조용히 남자의 곁을 떠났다.그녀는 자신의 딸이 마음에 걸렸다.가희가 아빠를 더 따른다는 사실은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빠 곁에서 가희를 데리고 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딸을 버리고 젊은 남자랑 새 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기엔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그녀는
성유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최홍민을 쳐다보았다. “홍민씨, 지금… 지금 나보고 외국에 가라고 한 거야? 몇 년 동안 집에도 돌아오지 말라는 거야?”“당연하지!” 최홍민이 냉소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오면, 돈이 모이기나 하겠어?”“그럼… 우리 딸은 어떡하고?”“당신 딸은 뭐 내 딸 아니야? 성유미! 넌 여자가 돼서 자기 딸도 안 챙겨? 감히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랑 바람을 폈겠다? 네가 그러고도 엄마야? 네가 자격이 있어?”“너 우리 딸 유치원이 어딘지는 알아?”“학부모 회의에 나간 적은 있고?”“우리 딸이 지금 몇 학년인지는 알아?”최홍민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의 말에 성유미도 화가 났는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최홍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나 18살 때부터 당신이랑 함께했어. 당신 하나만 보고 살았다고! 당신, 그 흔한 결혼식조차 안 해줬잖아!”“당신은?”“난 딸 생각해서 당신이랑 같이 산 거야!”“당신 밖에 나가는 거 창피하다고 매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잖아! 나중에 병 걸리고 나서는 힘쓰는 일 못한다고 집안일까지 다 나한테 떠넘겼고!”“내가 그동안 돈 안 벌었으면, 우리 가희 분유도 못 먹였어! 그대로 굶어 죽었다고!”“가희가 다니는 유치원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유치원도 못 다니고 있었겠지!”“최홍민! 네가 무슨 염치로 그런 말 하는 건데? 너 혼자 애 키웠어? 네가 진짜 남자라면 밖에 나가 돈이라도 벌어왔어야지! 우리 모녀, 먹여 살렸어야지!”여자의 울부짖음에 최홍민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무심하게 웃었다. “성유미,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 딸이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가희는 내 하나뿐인 가족이야. 내 삶의 버팀목이라고.”“가희는 네 말 절대로 안 믿는다고. 이제 알겠어? 이 미친 여자야!”“…”최홍민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성유미, 내가 더 이상 남자구실 못 하는 건 맞아. 널 만족시켜주지 못하겠지. 하지만 네가 내 아내라는 사실은 잊으면
성유미는 구걸하듯 최홍민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발 우리 딸한테 이러지 마. 당신 가희 엄청 아끼잖아, 응?”최홍민은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가희는 내 목숨이야! 가희는 내 것이야! 성도 최씨잖아! 네 것이 아니라고! 이 뻔뻔한 여자야!”“잘 들어. 외국으로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 한 5년 뒤에, 우리 부녀가 쓸 돈 다 모은 다음에 돌아와. 내가 이미 다 알아봤어. 1년에 4000만 원은 거뜬하게 벌 수 있다더라! 5년 동안 2억 모아서 다시 돌아와!”“아니면…”“아… 알았어…” 성유미는 눈물을 머금으며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알았어. 갈게, 외국. 그래봤자 5년이잖아. 돌아왔는데 우리 딸 털끝이라도 달라졌으면, 그럼 너 죽고 나 죽는 거야!”그 후로 성유미는 외국으로 노동을 하러 갔다.그녀는 계약을 5년만 한 게 아니었다.그녀는 8년 동안 계약을 했다.그녀는 자기에게도 어느 정도의 돈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래야 최홍민을 벗어나 다시 가희의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8년 이란 시간동안 그녀는 2억을 모아냈다. 그리고 몰래 6000만 원 정도 모아놓았다.집으로 돌아간 후, 월세를 구하고 일자리를 찾은 후에 가희를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그녀는 딸이 너무 보고 싶었다.하지만 장기간 축적된 과로와 딸에 대한 그리움이 쌓인 데다, 초반에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겹겹이 쌓여 그만 큰 병에 걸리고 말았다.그녀의 병은 반년 동안 지속되었다.성유미의 몸이 나아졌을 때는 이미 1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였다.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그녀는 밤낮없이 딸을 그리워했다. 우리 딸이 어떻게 변했으려나?처녀가 됐겠지?드디어 17살인 가희가 수능을 치던 날, 성유미는 수험장 밖에서 자신의 딸을 보게 되었다.오랜만에 만난 딸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처럼 예쁜 처녀로 변해있었다.너무 이뻤다.엄마인 성유미보다 훨씬 예뻤다.성유미가 막 앞으로 달려가 딸과 감격의 상봉을 하려던 그때 최홍민이 그녀를 차갑게 끌고 가버렸다.“성유미!
그런데도 성유미는 딸을 놓아주지 않았다. 성유미는 두 손으로 최가희의 팔을 잡으며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가희의 눈매는 16살의 성유미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오히려 16살의 성유미보다 더 예뻤다.가희는 근심걱정이 없어 보였고, 옷도 공주처럼 예쁘고 입고 있었다.성유미의 가슴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스러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연신 눈물을 흐느끼며 횡설수설 말을 이어 나갔다. “가희야, 엄마야. 엄마 기억 못 하는 거야? 가희가 지금 입고 있는 예쁜 옷들 다 엄마가 번 돈으로 산 거잖아.”“가희야…”최가희는 갑자기 성유미를 난폭하게 밀어냈다. “이 미친 여자야! 그냥 죽지 그랬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정말 뻔뻔하다! 이게 당신이 산 옷이라고?”“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잖아!”“남자밖에 모르는 사람이잖아!”“아빠도 버린 사람이 무슨 염치로 엄마라는 글자를 입에 올려!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해?”“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 혼자서 날 키웠어! 아빠가 내 머리 묶어주고, 아빠가 날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빠가 학부모 회의에 와줬어! 아빠가 낮마다 날 챙겨주고 밤마다 일하면서 날 키웠다고!”“그냥 죽어!”“우리 엄만 죽었어! 죽은 지 오래야!”“당신만 보면 그냥 화가 치밀어 올라! 그냥 칼로 찔러 죽이고 싶어!”“…”딸은 이를 악물며 악담을 퍼부었다.딸은 마치 원수처럼 그녀를 증오하고 있었다.성유미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참 동안 말도 못 할정도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최홍민을 쳐다보았고 그는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도 성유미에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세상 저런 엄마가 어디 있어!”“저런 여자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어!”“당장 차에 치여 죽어라!”그때, 최홍만이 눈물범벅인 얼굴을 하고 성유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냥 가! 그동안 딸이 어떻게 지내는지 신경도 안 썼으면서 이제 와서 뭐 하려고? 왜 찾아왔어?”“딸이 수능 잘 봐서 그래? 대학생이라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