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유리는 착하니까 내가 잘 얘기했으니 이해할 거야.”서시언이 말했다.“오빠, 지금은 일하는 시간인데 여긴 왜 왔어? 혹시 무슨 고민 있어?”신세희는 서시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나… 내일 가희랑 혼인신고하기로 했어.”서시언이 말했다.신세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서시언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세희야, 내가 좀 쪼잔한 거야? 예전에 너무 고생하며 살다가 돌아와서 쪼잔해졌나? 여자가 내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게 좀 기분 나빠.”신세희가 물었다.“가희 씨가 돈을 많이 써?”“감당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닌데 어제 몇 억을 쇼핑하고 내일 또….”신세희는 순간 인상을 찡그리다가 말했다.“사실 별거 아니긴 하지. 요즘 어린 여자애들 쇼핑 싫어하는 애들이 어디 있겠어? 나도 그 나이였으면 좋아했을 거야. 그런 건 사실 별 거 아니야.”“그래.”서시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뭔지 모르겠어. 사실 가희 엄청 좋아하고 좋은 여자라고 생각해. 특별히 눈에 보이는 안 좋은 습관도 없어. 그런데 결혼하려니까 이제 사귄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야.”“그럼 결혼하지 말고 지켜봐. 나도 두 달은 좀 짧다고 생각해.”신세희가 말했다.“하지만….”서시언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걔 엄마가 너무 불쌍해. 딸을 위해 내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려 하면서 가희한테 평생 잘해주라고 부탁했단 말이야. 꼭 행복하게 해주라고… 그런 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동생 앞에서 서시언은 드디어 자신의 진짜 생각을 털어놓았다.서시언은 요즘 성유미와 있었던 일을 전화로 신세희에게 말해줬었다. 신세희도 그 말을 듣고 병원에 문안을 갈 생각이었다. 어쨌든 상대는 오빠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었다.그런데 서시언이 이른 시점에서 최가희와 결혼을 서두른 이유가 성유미의 부탁 때문일 줄은 몰랐다.“됐다. 그만하자.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언제 결혼하든 다 똑같을 거
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혹시 예전에 큰 사고를 당하신 적 있나요?”“다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재활치료를 잘해서 지금은 다 나았어요.”“그렇군요. 그때 다리를 다쳤을 때 아무래도….”의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서시언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그는 다리를 다치면서 그게 성적인 능력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정기검진을 진행하긴 했지만 한 번도 비뇨기과를 방문하지 않았던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그가 암울한 얼굴로 물었다.“치료는 되는 건가요?”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자 수량으로 보면 서시언 씨는 불임 확정입니다.”서시언은 저도 모르게 최가희의 눈치를 살폈다.최가희도 당황한 표정이었다.“가희야, 미안해.”의사가 나간 뒤, 서시언은 가장 먼저 그녀에게 사과했다.어차피 환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건 의사 소관이 아니었다.최가희는 한발씩 뒷걸음치더니 차갑게 서시언을 쏘아보며 말했다.“왜 오빠가 그렇게 혼전순결을 고집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동거하자고 눈치를 줬는데도 거절했던 이유가! 당신은 남자도 아니야! 생식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남자야? 왜 나를 속였어?”“사기꾼! 이 사기꾼아! 날 가지고 놀면서 재미 있었어? 이게 당신들 재벌의 민낯이야?”“설마 과거에 너무 문란한 생활을 하다 보니 그쪽으로 기능이 저하된 거야?”서시언이 과거에 엄청난 바람둥이였다는 사실은 성유미한테 들은 내용이었다.그때 성유미에게 그 내용을 들었을 때, 최가희는 그냥 성유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살인이 중범죄라는 것을 알기에 속으로 차사고를 당해 죽으라고 저주한 적도 있었다.며칠 전 성유미가 동영신에게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했을 때 그 여자가 운도 좋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성유미가 했던 말 중에 이것 하나는 사실이었다. 바람둥이 서시언이 사실은 남자로서 능력을 상실한 것!최가희는 서시언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건
그는 최가희가 굳이 돌아와서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당신은 우리 대표님과 친밀한 사이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겠어?”최가희가 차갑게 말했다.서시언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그렇게 비겁한 사람 아니야.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그건 네 직장이랑 아무 상관없어. 소경이 형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우리가 헤어졌다고 네 진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야.”“말이야 다 그렇게 하지!”최가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그런 말을 믿을 정도로 바보인 것 같아?”서시언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믿고 안 믿고는 네 선택이야.”“그러니까 손해 배상을 해줘야지!”최가희가 드디어 목적을 말했다.서시언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그래. 얼마나 해주면 돼?”“20억.”서시언은 황당했다.20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과 두 달을 만난 여자가 이런 식으로 이별을 통보할 줄은 몰랐다.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정말 착하고 순수했던 여자였다.그래서 더 마음이 쓰렸다.“우리 사이에 정들었던 시간은 생각 안 해?”서시언이 물었다.“정? 두 달 사이에 정은 무슨!”최가희가 시큰둥한 얼굴로 대꾸했다.서시언은 한참 동안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여기 오기 전까지 그의 팔짱을 끼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던 여자였다. 불과 한 시간만에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이야기하다니.“내가 나이가 들어서 많이 뒤쳐졌나?”서시언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지! 아저씨는 늙었지! 나보다 열 살이나 더 많잖아! 우린 어울리지 않아! 난 당신이 처음부터 날 속이고 접근했다고 생각해! 정말 역겹고 비겁하다고! 20억! 한푼도 양보할 수 없어!”“좋아!”서시언은 불현듯 그녀의 말을 잘랐다.“20억 줄게!”마침 챙겨온 수표가 있었다.그는 주저없이 수표를 꺼내 20억이라는 숫자를 적은 뒤, 최가희에게 건
성유미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뭐라고…?”그녀는 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시언을 빤히 바라보았다.성숙하고 침착했던 사람이 이 순간은 길을 잃은 아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꼈다.성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서시언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절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따님은 저를 버리겠다고 했어요. 제가 남자구실을 못하니까요. 의사가 불임이라고 했어요. 전 남자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인 거예요.”이 일은 서시언의 32년 인생에서도 가장 큰 충격이었다.그와 신세희는 6년 도주 생활을 하면서 다리가 부러지고 휠체어에서 몇 년을 살았지만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하지만 의사의 불임 진단을 들었을 때, 그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그는 무슨 마음으로 이곳까지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서시언은 창백한 얼굴로 성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냥 오늘은 좀 괜찮아지셨는지 보러 왔어요. 저 때문에 입원까지 하신 거잖아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불임이면 뭐 어때요. 어차피 여동생도 있고 유리도 있어요. 제가 가장 아끼는 조카죠. 아이 못 낳는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애써 마음을 추스르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성유미는 안쓰러웠다.“서 대표….”성유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소리 내어 통곡해도 괜찮아. 그렇게 참다가 병 나.”서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울어. 울면 좀 괜찮아질 거야.”성유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서시언의 두 눈에서 절망한 눈물이 흘러나왔다.“윽….”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고통스럽게 흐느꼈다.성유미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이 순간에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서시언이 안쓰러웠다.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딸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내키지 않은 것
아마도 그는 생각보다 성유미를 편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신세희는 아끼는 동생이지만 임신 중이라 스트레스에 취약했다.부모님?나이 드신 분들에게 이런 충격을 드릴 수 없었다.그래서 성유미는 그에게 어떻게 보면 분출구 같은 존재였다.30분을 실컷 울고 나니 그는 조금 안정을 찾았다.고개를 든 서시언은 미안한 얼굴로 성유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실례를 범했네요. 그리고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시언이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말씀도 편하게 하시고요.”“그래, 시언아. 내가… 미안해. 가희가….”“가희를 원망하지는 않아요.”서시언은 웃으며 말했다.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최가희와 만나면서 묘한 세대 차이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담이 없어졌다.최가희가 먼저 이별을 말해서 미안한 감정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어떤 여자라도 남자구실을 못 하는 남자와 평생을 약속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평생 과부로 사는 것과 같잖아요. 이해해요.”서시언은 오히려 성유미를 위로했다.“시언이 너는 착한 사람이야. 둘이 헤어지는 거 난 찬성이지만 가희가 네 돈을 너무 많이 썼어. 며칠 사이에 벌써 10억 가까이 썼다면서? 적은 돈이 아니야. 남성에서 작은 오피스텔 하나 살 수 있는 돈이잖아. 내가 가희한테 말해서 천천히 갚으라고 할게.”“사치품 같은 건 없어도 되는 거니까 중고로 팔면 어느 정도는 갚을 수 있을 거야.”성유미가 말했다.“괜찮아요, 누나.”서시언은 웃으며 거절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신세희에게서 온 연락이었다.서시언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전에 울분을 많이 토해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신세희를 마주할 수 있었다.“세희 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신세희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오빠, 오늘 혼인신고하러 갔다면서? 빨리 우리 집에 와. 나 새언니 줄 선물도 많이 준비했단 말이야.”서시언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빨리 와! 저녁에 같이 외식하자.
문밖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는데 손에 커다란 박스를 들고 있었다.“신유리 씨네 댁 맞나요?”남자가 물었다.“네. 제가 엄마입니다.”“신유리 씨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어요. 국제 택배입니다.”남자가 말했다.택배?그녀는 임신한 뒤로 택배를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신유리가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민정아나 엄선희가 백화점에 가서 대신 구매해서 집까지 가져다주었고 집으로 바로 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무슨 택배지?신세희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그녀는 명세서에 사인한 뒤, 배달원을 집으로 들여보냈다.박스가 너무 커서 신세희 혼자 들 수 없었다. 그녀는 주방에서 가위를 가져다가 택배를 뜯었다.택배가 열린 순간 그녀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안에는 각종 장난감이 가득 들어 있었다.이렇게 많은 장난감을 도대체 누가 보냈을까?신세희가 핸드폰을 꺼내 민정아에게 전화하려던 순간, 전화가 들어왔다.낯선 번호였다.신세희는 받을까 말까 고민했다.3개월 사이에 계속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해외에 있는 반호영이라는 건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그가 해외에서 재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떠나기 전에 부성웅 부부가 거액의 돈을 주었기 때문이었다.진문옥이 그 큰돈을 아무런 불만 없이 반호영에게 주었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신세희는 그게 너무 궁금했지만 누구한테 물어볼 수 없었다.상대가 반호영이라는 것을 직감한 신세희는 차라리 그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호영 씨?”수화기 너머로 반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 주려고 택배 보냈는데 받았어? 유리는 마음에 든대?”신세희는 사실대로 대답했다.“유리는 아직 유치원에서 안 돌아왔어.”그러자 반호영은 조금 실망했는지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랬구나… 세희 너는… 요즘 잘 지내?”“행복해? 어디 아픈 곳은 없어?”신세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연히 행복하지!”“또 임신했다면서?”반호영이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신세희는
신세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아버님, 산전 검사는 꼬박꼬박 하고 있어요! 지금은 일반 시민들도 산전 검사의 필요성을 알아서 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가요. 소경 씨가 같이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검사를 했는데 왜 성별을 몰라?”신세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그걸 꼭 알아야 하나요? 성별이 어떻든 저와 소경 씨 아이잖아요. 유리의 동생이고요. 이걸로 된 거 아닌가요?”“가문에 대를 이을 애가 없잖아!”“유리가 후계자 아닌가요?”신세희가 물었다.“만약 제가 임신을 하지 않았으면, 만약 우리 부부에게 유리가 유일한 아이라면 유리는 F그룹 후계자가 맞아요!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없고요!”부성웅은 말문이 막혔는지 씩씩거렸다.“너….”좋은 마음으로 임신한 며느리를 보러 온 건데 또 언짢은 분위기가 되었다.임신했다고 더 기고만장해진 것 같아서 그는 기분이 나빴다.부성웅은 씩씩거리며 뒤돌아섰다.진문옥도 복잡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힐끗 보고는 부성웅과 함께 집을 나섰다.나가기 전, 신세희는 진문옥이 중얼거리듯 하는 말을 들었다.“그 망할 최여진, 임신한 애가 호영이 애가 아니었다니! 호영이도 결혼하고 애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신세희는 그 말을 똑똑히 들었다.그녀는 부성웅 부부가 반호영과 줄곧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반호영이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신세희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그래, 나 임신했어.”“그 인간은… 잘해줘?”반호영이 또 물었다.“누구? 형 말하는 거야?”신세희가 물었다.반호영은 한참 말이 없었다.신세희도 굳이 부소경이 형이라는 것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소경 씨는 나한테 엄청 잘해주지.”“그 인간이 집에 있어?”반호영이 또 물었다.“지금은 출근 시간이라 당연히 회사에 갔지.”“임신한 널 두고 회사에 갔다고? 인간이야?”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정말 치밀하고 역겨울 정도로 냉혈
밖에서 들어온 가정부와 서시언이 동시에 물었다.“무슨 일이야?”서시언은 얼른 달려가서 신세희의 상황을 살폈다.“세희야, 누군데 그래? 누구랑 싸웠어? 놀랐잖아. 문밖에서 네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서 들어왔어.”서시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반호영이 물었다.“누가 왔어?”“우리 오빠.”“7년 전에 네 인생을 망칠 뻔한 그 자식?”반호영이 물었다.신세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오빠는 날 망친 적 없어. 그런 말하지 마.”“그 인간은 뭘 하지 않았지! 그런데 널 망칠 뻔했던 그 조의찬이 그 인간 친구잖아! 그 인간도 쓰레기야! 그 두 놈만 생각하면 부소경이 더 미워! 7년 전에 너 부소경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어? 남성 사람들이 너만 비난할 때 부소경은 널 지켜주지도 않았잖아!”“너 이번에도 임신했으니 그 인간은 예전과 똑같게 할 거야! 태어나기를 냉혈인간으로 태어난 놈이라니까?”“그냥 나가서 죽어!”옆에 있던 서시언이 핸드폰을 빼앗아 들고 욕설을 퍼부었다.반호영은 순간 당황한 듯 말이 없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넌 또 누구야?”“나 세희 오빠야!”“서시언? 그 바람둥이?”반호영은 비아냥거리듯 물었다.서시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마음대로 떠들어! 하지만 세희 쉬는 거 방해하지 마! 다시는 전화 걸어서 기분 잡치게 하지 말라고! 지금 세희가 임신하고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도주 생활하면서 몸이 많이 약해져서 힘들게 임신했단 말이야!”“유산기가 있어서 몇 달을 침대에서만 지냈어! 정말 세희를 생각한다면 이 상황에서 세희 자극하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임산부는 안정이 중요한 거 몰라?”“모르면 내가 지금 알려줄게! 경고하는데 앞으로 세희 자극하지 마!”서시언에게는 오늘이 정말 기분이 최악인 날이었다.성유미를 만나고 많이 털어냈지만 그래도 큰 상처였기에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그런데 이 순간에 반호영이 자꾸 신세희를 자극하는 말을 하자 분노가 치밀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