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미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뭐라고…?”그녀는 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시언을 빤히 바라보았다.성숙하고 침착했던 사람이 이 순간은 길을 잃은 아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꼈다.성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서시언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절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따님은 저를 버리겠다고 했어요. 제가 남자구실을 못하니까요. 의사가 불임이라고 했어요. 전 남자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인 거예요.”이 일은 서시언의 32년 인생에서도 가장 큰 충격이었다.그와 신세희는 6년 도주 생활을 하면서 다리가 부러지고 휠체어에서 몇 년을 살았지만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하지만 의사의 불임 진단을 들었을 때, 그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그는 무슨 마음으로 이곳까지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서시언은 창백한 얼굴로 성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냥 오늘은 좀 괜찮아지셨는지 보러 왔어요. 저 때문에 입원까지 하신 거잖아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불임이면 뭐 어때요. 어차피 여동생도 있고 유리도 있어요. 제가 가장 아끼는 조카죠. 아이 못 낳는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애써 마음을 추스르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성유미는 안쓰러웠다.“서 대표….”성유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소리 내어 통곡해도 괜찮아. 그렇게 참다가 병 나.”서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울어. 울면 좀 괜찮아질 거야.”성유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서시언의 두 눈에서 절망한 눈물이 흘러나왔다.“윽….”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고통스럽게 흐느꼈다.성유미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이 순간에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서시언이 안쓰러웠다.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딸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내키지 않은 것
아마도 그는 생각보다 성유미를 편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신세희는 아끼는 동생이지만 임신 중이라 스트레스에 취약했다.부모님?나이 드신 분들에게 이런 충격을 드릴 수 없었다.그래서 성유미는 그에게 어떻게 보면 분출구 같은 존재였다.30분을 실컷 울고 나니 그는 조금 안정을 찾았다.고개를 든 서시언은 미안한 얼굴로 성유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실례를 범했네요. 그리고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시언이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말씀도 편하게 하시고요.”“그래, 시언아. 내가… 미안해. 가희가….”“가희를 원망하지는 않아요.”서시언은 웃으며 말했다.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최가희와 만나면서 묘한 세대 차이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담이 없어졌다.최가희가 먼저 이별을 말해서 미안한 감정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어떤 여자라도 남자구실을 못 하는 남자와 평생을 약속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평생 과부로 사는 것과 같잖아요. 이해해요.”서시언은 오히려 성유미를 위로했다.“시언이 너는 착한 사람이야. 둘이 헤어지는 거 난 찬성이지만 가희가 네 돈을 너무 많이 썼어. 며칠 사이에 벌써 10억 가까이 썼다면서? 적은 돈이 아니야. 남성에서 작은 오피스텔 하나 살 수 있는 돈이잖아. 내가 가희한테 말해서 천천히 갚으라고 할게.”“사치품 같은 건 없어도 되는 거니까 중고로 팔면 어느 정도는 갚을 수 있을 거야.”성유미가 말했다.“괜찮아요, 누나.”서시언은 웃으며 거절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신세희에게서 온 연락이었다.서시언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전에 울분을 많이 토해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신세희를 마주할 수 있었다.“세희 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신세희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오빠, 오늘 혼인신고하러 갔다면서? 빨리 우리 집에 와. 나 새언니 줄 선물도 많이 준비했단 말이야.”서시언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빨리 와! 저녁에 같이 외식하자.
문밖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는데 손에 커다란 박스를 들고 있었다.“신유리 씨네 댁 맞나요?”남자가 물었다.“네. 제가 엄마입니다.”“신유리 씨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어요. 국제 택배입니다.”남자가 말했다.택배?그녀는 임신한 뒤로 택배를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신유리가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민정아나 엄선희가 백화점에 가서 대신 구매해서 집까지 가져다주었고 집으로 바로 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무슨 택배지?신세희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그녀는 명세서에 사인한 뒤, 배달원을 집으로 들여보냈다.박스가 너무 커서 신세희 혼자 들 수 없었다. 그녀는 주방에서 가위를 가져다가 택배를 뜯었다.택배가 열린 순간 그녀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안에는 각종 장난감이 가득 들어 있었다.이렇게 많은 장난감을 도대체 누가 보냈을까?신세희가 핸드폰을 꺼내 민정아에게 전화하려던 순간, 전화가 들어왔다.낯선 번호였다.신세희는 받을까 말까 고민했다.3개월 사이에 계속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해외에 있는 반호영이라는 건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그가 해외에서 재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떠나기 전에 부성웅 부부가 거액의 돈을 주었기 때문이었다.진문옥이 그 큰돈을 아무런 불만 없이 반호영에게 주었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신세희는 그게 너무 궁금했지만 누구한테 물어볼 수 없었다.상대가 반호영이라는 것을 직감한 신세희는 차라리 그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호영 씨?”수화기 너머로 반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 주려고 택배 보냈는데 받았어? 유리는 마음에 든대?”신세희는 사실대로 대답했다.“유리는 아직 유치원에서 안 돌아왔어.”그러자 반호영은 조금 실망했는지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랬구나… 세희 너는… 요즘 잘 지내?”“행복해? 어디 아픈 곳은 없어?”신세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연히 행복하지!”“또 임신했다면서?”반호영이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신세희는
신세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아버님, 산전 검사는 꼬박꼬박 하고 있어요! 지금은 일반 시민들도 산전 검사의 필요성을 알아서 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가요. 소경 씨가 같이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검사를 했는데 왜 성별을 몰라?”신세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그걸 꼭 알아야 하나요? 성별이 어떻든 저와 소경 씨 아이잖아요. 유리의 동생이고요. 이걸로 된 거 아닌가요?”“가문에 대를 이을 애가 없잖아!”“유리가 후계자 아닌가요?”신세희가 물었다.“만약 제가 임신을 하지 않았으면, 만약 우리 부부에게 유리가 유일한 아이라면 유리는 F그룹 후계자가 맞아요!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없고요!”부성웅은 말문이 막혔는지 씩씩거렸다.“너….”좋은 마음으로 임신한 며느리를 보러 온 건데 또 언짢은 분위기가 되었다.임신했다고 더 기고만장해진 것 같아서 그는 기분이 나빴다.부성웅은 씩씩거리며 뒤돌아섰다.진문옥도 복잡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힐끗 보고는 부성웅과 함께 집을 나섰다.나가기 전, 신세희는 진문옥이 중얼거리듯 하는 말을 들었다.“그 망할 최여진, 임신한 애가 호영이 애가 아니었다니! 호영이도 결혼하고 애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신세희는 그 말을 똑똑히 들었다.그녀는 부성웅 부부가 반호영과 줄곧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반호영이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신세희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그래, 나 임신했어.”“그 인간은… 잘해줘?”반호영이 또 물었다.“누구? 형 말하는 거야?”신세희가 물었다.반호영은 한참 말이 없었다.신세희도 굳이 부소경이 형이라는 것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소경 씨는 나한테 엄청 잘해주지.”“그 인간이 집에 있어?”반호영이 또 물었다.“지금은 출근 시간이라 당연히 회사에 갔지.”“임신한 널 두고 회사에 갔다고? 인간이야?”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정말 치밀하고 역겨울 정도로 냉혈
밖에서 들어온 가정부와 서시언이 동시에 물었다.“무슨 일이야?”서시언은 얼른 달려가서 신세희의 상황을 살폈다.“세희야, 누군데 그래? 누구랑 싸웠어? 놀랐잖아. 문밖에서 네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서 들어왔어.”서시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반호영이 물었다.“누가 왔어?”“우리 오빠.”“7년 전에 네 인생을 망칠 뻔한 그 자식?”반호영이 물었다.신세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오빠는 날 망친 적 없어. 그런 말하지 마.”“그 인간은 뭘 하지 않았지! 그런데 널 망칠 뻔했던 그 조의찬이 그 인간 친구잖아! 그 인간도 쓰레기야! 그 두 놈만 생각하면 부소경이 더 미워! 7년 전에 너 부소경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어? 남성 사람들이 너만 비난할 때 부소경은 널 지켜주지도 않았잖아!”“너 이번에도 임신했으니 그 인간은 예전과 똑같게 할 거야! 태어나기를 냉혈인간으로 태어난 놈이라니까?”“그냥 나가서 죽어!”옆에 있던 서시언이 핸드폰을 빼앗아 들고 욕설을 퍼부었다.반호영은 순간 당황한 듯 말이 없다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넌 또 누구야?”“나 세희 오빠야!”“서시언? 그 바람둥이?”반호영은 비아냥거리듯 물었다.서시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마음대로 떠들어! 하지만 세희 쉬는 거 방해하지 마! 다시는 전화 걸어서 기분 잡치게 하지 말라고! 지금 세희가 임신하고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도주 생활하면서 몸이 많이 약해져서 힘들게 임신했단 말이야!”“유산기가 있어서 몇 달을 침대에서만 지냈어! 정말 세희를 생각한다면 이 상황에서 세희 자극하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임산부는 안정이 중요한 거 몰라?”“모르면 내가 지금 알려줄게! 경고하는데 앞으로 세희 자극하지 마!”서시언에게는 오늘이 정말 기분이 최악인 날이었다.성유미를 만나고 많이 털어냈지만 그래도 큰 상처였기에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그런데 이 순간에 반호영이 자꾸 신세희를 자극하는 말을 하자 분노가 치밀었다.
반호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서시언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시언은 전화를 끊은 후에도 씩씩거리며 신세희에게 말했다.“앞으로 저 인간 전화는 그냥 받지 마! 그냥 차단 해! 국내 번호도 아니고 딱 보면 알 수 있잖아? 왜 전화를 받아서 스트레스를 받아?”신세희는 반호영이 부소경의 쌍둥이 동생이라서 그랬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반호영은 그녀가 존경하는 하숙민의 또다른 아들이었다.죽을 때까지 막내아들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하고 간 게 한이었을 하숙민이었기에,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부소경처럼 단호하고 냉철한 남자도 계속 동생에게 양보하고 관용을 베풀었다.그녀는 그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반호영을 단호하게 내칠 수 없었다.하지만 이런 말을 서시언에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아까… 반호영한테 한 말 뭐야? 남자구실을 못한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오늘 가희 씨랑… 혼인신고하러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 가희 씨는?”사실 최가희가 서시언과 함께 오지 않았다는 것 하나로도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직접 듣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싫었다.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서시언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가 답이 없자 눈물을 흘렸다.“오늘 병원에 건강검진도 간다고 했는데… 뭔가 문제가 생긴 거야?”서시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고개를 돌리자 신세희가 탁자에 준비해 둔 흑요석 귀걸이가 보였다.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희야, 저 귀걸이 최소 10억은 하지 않아? 저거 소경이 형이 알프스산맥에 갔다가 가져온 원석인 걸로 기억하는데?”“오빠!”“그래도 돈 굳었네! 10억짜리 귀걸이는 그냥 네가 간직하고 있어. 나 가희랑 헤어졌어.”“오빠….”세희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화가 났다.“오빠,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오빠가 왜 남자구실을 못해? 오빠 혹시…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거야? 의사한테 직접 들었어? 이거 때문에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보인 사람은 눈물을 흘리는 신유리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소경이었다.신유리는 문이 열리자마자 서시언의 품에 안기며 엉엉 울었다.“삼촌, 미안해….”부소경도 서시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나도 다 알고 왔어.”서시언이 물었다.“뭘 다 알았다는 거예요?”“오늘 오후에 최가희가 갑자기 사표를 냈어. 이번 달 급여도 포기하겠다면서 말이야.”“엄선우가 왜 갑자기 그러냐고 말리니까 그 여자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그 여자가 피식 웃더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평생 산 과부로 살 수는 없다는 거야!”부소경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시언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의사는 뭐래? 정말 평생 완치될 수 없는 거야?”부소경 일가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서시언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 저 정말 괜찮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그때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그랬잖아요. 하루만 걸을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요.”“그때 휠체어 생활할 때도 결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아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죠. 이젠 다리 나으니까 괜한 욕심이 생긴 거죠.”“지금 생각해 보면 세희나 유리나 나나 셋이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축복이에요. 세희는 둘째를 가졌고 저는 걸을 수도 있게 됐잖아요. 그리고 원래 내 것이었던 회사도 되찾았고요. 이 정도면 완벽한 인생이죠. 괜찮아요.”“혼자 사는 게 더 자유로울 수도 있잖아요!”부소경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전국을 다 뒤져서라도 널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 볼게!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형….”서시언은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신유리도 서시언을 붙잡고 울며 말했다.“삼촌, 걱정하지 마. 앞으로 더 좋은 여자친구 만날 수 있을 거야. 그 최가희는 원래 이기적인 여자였던 거야! 감히 우리 삼촌을 내치다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어린 아이는
그리고 남은 한몫은 여동생에게 주기로 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친동생이 나중에 아이를 낳을 수도 있었고 신세희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었다.‘이렇게 분배하면 안 되겠는데?’서시언은 밤새 재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하다가 잠들었다.그날 밤, 그는 생각과 다르게 편하게 잠을 잤다.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그는 잠에서 깼다.어제보다 더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대충 아침을 챙겨 먹은 뒤,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성유미의 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 서시언은 화들짝 놀라며 바로 담당 간호사를 호출했다.간호사도 당황한 표정이었다.환자는 어디 갔지?그리고 이때, 성유미의 이모님이 눈물을 흘리며 안으로 들어왔다.“이모님, 유미 누나는요? 아직 퇴원할 시기가 아닌데 어디 갔어요?”서시언이 물었다.사실 답은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최가희가 서시언의 돈을 많이 썼다고 미안함을 느낀 성유미가 더는 부담주지 말아야겠다고 독단적으로 퇴원한 게 틀림없었다.이모님이 울며 말했다.“서 대표, 난 유미를 말렸는데 유미가 꼭 가희를 찾아가야겠다고 하면서 나갔어요. 가희는 유미 말 듣지 않는데도 꼭 설득해서 대표님 돈이라도 돌려줘야 한다면서요. 대표님께 너무 미안하다며 아침에 나갔어요.”“그런데 가희가 과연 유미 말을 들을까요? 아직 뼈 부러진 거 제대로 붙지도 않았는데…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이모님은 구슬피 울었다.서시언도 조바심이 나서 이모님에게 다급히 물었다.“이모님, 그래서 유미 누님은 가희 만나러 어디에 가신 건가요? 집에 갔나요?”어르신은 멍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병원을 나가자마자 택시 타고 가버려서 어딜 갔는지는 나도 몰라요. 우리 유미 좀 도와주세요. 가희가 유미 딸이긴 한데 걔는 엄마를 인정하지도 않잖아요. 유미가 혹시라도 가희 만나고….”노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서시언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최가희는 친모인 성유미를 법정에 기소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