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노인은 한참을 동은석에게 시달렸고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성유미에게 말했다. “그냥 내가 그 인간 수발들러 갈까?”“이모, 우린 분명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그 사람이 지금 이모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분명 쉽게 이모를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제가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같이 경찰서에 신고하러 가요.” 성유미는 인상을 쓰며 이모에게 말했다.노인은 성유미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유미야, 무슨 일 있어?” 노인이 물었다.성유미도 딱히 이모에게 숨기지 않았다. “이모, 가희가 저랑 똑같은 길을 가려나 봐요. 자기보다 10살이나 많은 남자랑 만나고 있더라니까요. 돈은 많은데… 그 남자 남성의 부잣집 자식이에요. 어릴 때부터 놀기만 하고 이렇다 말할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에요.”“가희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걸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요? 전 꼭 가희를 막아야 해요.” 성유미가 이모에게 말했다.자신의 딸이 남성에서 잘나가는 부잣집 아들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그날부터 성유미는 계속 서시언의 뒤를 쫓고 있었다.그녀는 먼 곳에서 서시언이 그동안 어떻게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도왔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유미야, 가끔씩 죄를 뉘우치며 사는 사람도 있는 거야. 서대표님이 힘닿는 데로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을 돕는 걸 봐서는 분명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한 남자일 거야.”성유미는 무척이나 고민하고 있었다.그녀가 고민에 잠겨있던 그때, 동영신의 자식들이 또 그들을 찾아왔다.노인은 더 이상 자신의 조카를 힘들게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조카가 일 년 동안 그녀를 알뜰살뜰 보살폈지만 조카의 삶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으니.성유미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노인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녀는 조카가 말한 주소를 떠올리며 서시언을 찾아갔다.그녀는 서시언이 일전의 아줌마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일자리를 소개해 주길 바랐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유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시언과 성유미 사이의 공기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특히 성유미가 더 이 상황을 어색해했다.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녀는 바로 몸을 수그렸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 어린이, 유리는 아주 착한 아이야. 이모도 유리가 착한 거 알아. 유리가 이모 많이 신경 써주고 있었던 거 맞지? 하지만… 이모는… 이모는 너무 늙어서, 유리 삼촌이랑… 안 어울려.”“게다가, 유리 삼촌은 내 딸이랑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인 걸. 그니까 유리 숙모말고 이모할게.”“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유리 삼촌이 내 딸한테 진심으로 잘해준다면, 이모는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하해 줄 거야. 유리도 이모랑 같이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자. 어때?”그녀의 말에 유리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유리는 성유미가 안타까웠는지 속상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모, 이모는 남자친구 만들 생각 없어?”“이모 나이가 40이야. 이 상태로 무슨 남자친구야?”성유미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이내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평생 남자한테 데이면서 살아서 이제는 가정을 꾸릴 생각도 없어. 앞으로 이모는 그냥 이모의 이모랑 같이 둘이 살 거야.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다시는 남자 같은 거 안 만날 거야.”“…”“유리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이모랑 같이 삼촌 축하해 주자. 어때?” 성유미는 계속해서 유리를 위로해 주었다.유리는 무척이나 속상했지만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리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맺혀있었다. “응, 알겠어. 숙모.”비록 알겠다고 답했지만 유리는 아직 ‘숙모’라는 호칭을 포기하지 못한 것 같았다.무척이나 합리적인 성유미의 행동과 아이를 달래는 그녀의 능숙한 솜씨에 서시언의 마음은 더욱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일종의 편견이 존재하고 있었다. 최가희와 최홍민이 평소에 성유미에 대한 나쁜 말을 너무 많이 했다. 그래서 서시언도 마음속으로 은근히 성유미를 배척하고 싫어하고 있
“알겠어. 고마워, 서대표.” 성유미는 감격스러움에 코를 훌쩍거렸다.그녀는 그 정도로 성의 표시를 끝냈다.처음부터 끝까지, 성유미는 한 번도 서시언에게 아부하듯 행동하지 않았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서시언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성유미는 자신의 분수를 아는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가희와 그녀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엉망진창인 사람이 아니었다.설마, 최가희와 최홍민이 나한테 거짓말이라도 한 건가?특히 최홍민 그 인간. 그는 한때 범죄를 저지를 생각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는 도박에까지 손을 댔었다.서시언은 최홍민의 인품을 믿지 않았다.그는 성유미의 집을 나서자마자 최가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 일이 말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모님 일부터 해결하고, 그 다음에 천천히 얘기하지 뭐.”유리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서시언은 집으로 돌아갔다.그날 밤. 서시언이 샤워를 끝내자마자 최가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무척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가희야,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최가희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오늘 저한테 밥 사주기로 했는데 안 사줬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잠이 안 와요.”“내가 다음에 꼭 사줄게. 이번에 못 사준 것까지 해서 두 배로 갚아줄게. 어때?” 서서언이 다정하게 말했다.최가희는 점점 더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음… 그리고 질투도 좀 나요. 시언 오빠, 오빠는 언제쯤 절 유리처럼 아껴줄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그녀의 말에 서시언은 웃음을 터뜨렸다. “난 널 유리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어. 유리를 아끼는 만큼 너도 아껴.”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 모르지. 언젠가 내가 널 유리보다 더 아끼게 될지. 유리는 점점 더 자랄 거고, 그렇게 되면 분명 자기만의 생활이 생길 테니까. 남자친구도 만나게 될 거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겠지? 분
문을 연 사람은 바로 성유미였다.하지만 오늘 그녀의 모습은 어제와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성유미의 얼굴에는 옅은 화장기가 있었고 명품은 아니지만 단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있었다.게다가 성유미의 몸매는 무척이나 좋았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도 말이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무척이나 깔끔했고 그녀의 그런 모습은 지적이고 능숙한 분위기를 풍겼다.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며칠 전 F 그룹 앞에서 본, 구석에 쭈그려 있던 유랑자랑은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서시언은 그대로 얼어버렸다.그는 심지어 성유미가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성유미의 모습은 그를 무척이나 놀라게 했다.그는 30대였고, 가희랑은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서시언의 생각을 읽었는지, 성유미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 밤이고 낮이고 찾아와서 우리 이모 괴롭혔어. 그래서 오늘 한번 보여주려고. 우리 이모한테도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걸!”그녀의 말에 서시언은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말을 끝낸 후, 그는 문을 조금 더 크게 열더니 성유미와 함께 노인을 차로 부축했다.노인도 오늘 예쁘게 꾸몄다. 노인의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그래서인지 등이 굽지 않았는데도 조금 나이가 들어 보였다.만약 그때 동영신에게 시집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고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훨씬 더 젊어 보였을 것이다.그는 노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차를 몰았다. 한 시간 뒤, 그들은 노인이 옛날에 생활했던 교직원 숙소에 도착했다.이곳은 남성 교외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레지던스는 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정원에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고 그들의 삶은 무척이나 화목해 보였다.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활기가 넘치고 교양있어 보였다.하긴, 여긴 교직원 레지던스였다.차를 세운 후, 서시언은 차에서 내렸다. 그의 행동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서시언은 키가 180이나 넘는 성인 남자였고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그가 몰고 온 차는 랜드로버였다.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
서시언과 성유미는 노인을 데리고 레지던스 안으로 들어갔다.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영신, 집에 있어?”“누구야!” 문 너머로 쇠약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동영신은 이제 고작 예순여섯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리 늙은 나이는 아닌데.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칠순을 훌쩍 넘은듯했다.“나야. 너랑 천만 원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왔어.”“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왜? 지낼 곳이 없어?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야? 여긴 너 같은 사람 받아주는 수용소가 아니야. 모텔은 더더욱 아니고. 네가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는데 인줄 알아? 넌 네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지? 당장 꺼져! 멀리 꺼져!” 그 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휠체어 하나가 안에서 굴러 나왔다.휠체어 위에는 삐쩍 야윈 동영신이 앉아있었다.동영신은 노인을 흘깃 쳐다보았고 그는 노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노인은 동영신보다 10살이나 어렸다.두 사람이 재혼했을 때 노인은 겨우 45살이었다. 55살이었던 그에 비하면 한창인 나이었다. 그래서인지 노인과 재혼한 그해 동영신은 두 번째 봄을 즐겼다. 이혼한지 1년이나 지난 지금, 그는 갈 곳 없는 노인이 엄청 쭈글쭈글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노인은 무척이나 멀쩡하고 깔끔했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에서도 은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너…” 동영신은 노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이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었다.이 여자와 함께했을 때 그의 삶은 무척이나 다채로웠다. 밥할 필요도 없고, 빨래할 필요도 없고, 매일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며, 오후에는 한가롭게 낮잠도 잘 수 있었다.비록 정원에 떠드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노인은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달래 자리를 뜨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동영신의 휴식을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노인의 요리 솜씨는 무척이나 출중했다. 그는 십 년 동안 그 밥을 먹었다.그래서인지 밖에서 파는 음식은 동영신의 입에 맞지 않았다.
노인의 말에 동영신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뭐라고!”노인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천만 원 돌려줄게. 이자까지 쳐서! 나 오늘 십 년 동안 적은 장부도 가지고 왔어. 그동안 썼던 지출이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있거든! 쓴 거 빼면 아마 십 년 동안 1억 2000만 원 정도는 모았을 거야.”“내가 가져간 천만원 중 500만 원은 내 몫이니까 따로 계산은 안 할게. 너도 1억 2000만 원의 절반을 나에게 줘.”노인의 말에 동영신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 너 지금 나 협박하러 온 거야?”그는 노인이 자기를 보살펴주기 위해 이곳에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노인은 그의 재산을 가지러 온 것이었다.재산을 나눠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노인의 보살핌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그를 더 큰 두려움에 빠트렸다. 그는 아마 오래 못 살 것이다.그는 두려운 얼굴로 노인을 쳐다보았다.노인은 여전히 평온함을 지키고 있었다.십 년이다. 그녀의 가슴에 존재하던 분노와 슬픔은 벌써 이 늙고, 뻔뻔한 사람 덕분에 닳고 닳아 없어졌고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다.노인은 무척이나 평온하게 말했다. “아니, 난 내가 받아야 할 몫을 가지러 온 거야! 경고하는데, 또 한번 자식들 내세워서 나 협박하면 당장 신고해 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경찰서가 소용이 없다면, 당신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나처럼 갈 곳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그때 옆에서 자리를 지키던 서시언이 입을 열었다. “이미 법원에 연락했어요. 아마 곧 당신 재산 확인하러 올 겁니다.”“만약 당신이 이모님이 응당 받아야 할 이혼 재산을 주지 않는다면 지금 사는 이 집은 경매에 넘어가게 됩니다.”“너… 내 집을 팔아넘길 생각이야?” 동영신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노인의 보살핌만 잃게 되는 게 아니라, 집도 잃게 된다고?그의 말에 서시언은 무고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건 아
며칠 지나지 않아 천만 원을 빌려 갔다. 그리고 그 이후로 가정부는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 동영신은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한 달 배달비에 몇 백만 원을 썼다. 동영신이 돈이 어디 있을까?육천만 원 정도 남았으면 많이 남은 것이다. 하지만 육천만 원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아줌마한테 이혼 재산분할은 언제 하실 겁니까?”“저... 돈 없습니다.” 동영신은 말했다. “그럼 일주일 후에 집 내놓을 테니 당신 짐을 다 빼세요.” 직원이 엄숙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동영신은 넋이 나갔다. 동영신은 수십 년 동안 살던 작은 정원이 있는 집을 잃는 건가?정말 이대로 집을 잃는 건가?동영신은 불쌍한 표정으로 주위에 있는 이웃 사람들을 쳐다봤다. 하지만 법원에서 강제 집행을 했다는 것은 동영신 전 와이프의 말이 맞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영신을 도와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온 노인 앞에서 누가 감히 말을 하겠는가?노인도 그녀와 함께 온 젊은 남녀가 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났다. 동영신은 애처롭게 말했다. “정말 나를 버렸네... 나는 당신과 십 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야!”노인은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당신이 십 년 동안 나를 아내로 생각했어? 십 년 동안 나를 가정부로 생각한 당신한테 고마워서 눈물이라도 흘려야 되나? 전업 가정부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 일 년에 육백만 원이야. 거기에 연말 보너스까지 하면 칠백만 원 넘게 벌 수 있어. 그런데 나는? 십 년 동안 무료로 자원봉사하면서 당신한테 맞으면서 욕이나 먹고, 내 손자까지 쫓겨냈잖아. 당신이 나를 진짜 아내로 생각했다면 어떻게 당신 손자한테 그럴 수 있어?”노인이 대성통곡하며 말하자 동영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 안 내놔도 돼. 당신 수중에 얼마 있어?” 마음이 약해진 노인은 동영신에게 물었다. 이때, 서시언이 재빨리 말했다. “이모님, 노후자금은 꼭 받아야 해요. 절대 양
각목을 휘두른 사람은 바로 동영신이었다. 서시언과 성유미 그리고 노인이 나갈 때 동영신은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동영신은 앞으로 본인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졌다. 또한 얼마나 더 살지도 모르는데 집까지 팔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동영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화가 나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온 동영신의 눈앞에 막대기를 보였다. 동영신은 각목을 집어 들고 세 사람의 뒤를 쫓아갔다. 휠체어로 세 사람을 쫓아갈 수 없었지만 서시언이 물을 사러 가는 덕분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동영신은 온 힘을 다해 각목으로 서시언의 머리에 내리쳤다. 서시언은 죽지 않았으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눈치 빠른 성유미가 자신의 몸으로 서시언을 보호했다. 성유미는 서시언을 안으며 고개를 한쪽으로 피하면서 갈비뼈를 세게 맞았다. “아...” 성유미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서시언 또한 성유미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노인은 동영신의 각목을 빼앗으러 갔다. “쓰레기 같은 자식, 내가 너 가만 안 둘 거야!”동영신보다 열 살이 어려 건강 회복이 빠른 노인은 동영신의 휠체어를 뒤집어 버렸다. 잠시 후,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동영신은 슬프게 울부짖었다. “동영신 씨, 당신 정말 너무해요!” 뒤에 있던 사람들은 동영신을 비난했다. “십 년 동안 같이 산 아내한테 왜 공동재산을 분할해 주지 않는 겁니까!”“이혼도 하기 싫으면서 당신한테 그렇게 잘해주는 아내에게 십 년 동안 왜 그렇게 가혹하게 대했습니까!”“그건 정말 노동착취예요!”“쌤통이네요!”서시언은 성유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가희 어머님, 조금만 참아요. 제가 병원에 데려다 드릴게요!”“이모님 차에 타세요. 어머님 병원에 가야 해요!” 서시언은 다급하게 말했다. “네!”세 사람은 동영신을 무시한 채 차에 올라탄 후 병원으로 향했다. “거기 서! 이 망항 여편네! 어딜 도망가! 여보... 나 좀 용서해 줘, 당신 없으면 나는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