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언과 성유미는 노인을 데리고 레지던스 안으로 들어갔다.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영신, 집에 있어?”“누구야!” 문 너머로 쇠약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동영신은 이제 고작 예순여섯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리 늙은 나이는 아닌데.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칠순을 훌쩍 넘은듯했다.“나야. 너랑 천만 원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왔어.”“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왜? 지낼 곳이 없어?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야? 여긴 너 같은 사람 받아주는 수용소가 아니야. 모텔은 더더욱 아니고. 네가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는데 인줄 알아? 넌 네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지? 당장 꺼져! 멀리 꺼져!” 그 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휠체어 하나가 안에서 굴러 나왔다.휠체어 위에는 삐쩍 야윈 동영신이 앉아있었다.동영신은 노인을 흘깃 쳐다보았고 그는 노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노인은 동영신보다 10살이나 어렸다.두 사람이 재혼했을 때 노인은 겨우 45살이었다. 55살이었던 그에 비하면 한창인 나이었다. 그래서인지 노인과 재혼한 그해 동영신은 두 번째 봄을 즐겼다. 이혼한지 1년이나 지난 지금, 그는 갈 곳 없는 노인이 엄청 쭈글쭈글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노인은 무척이나 멀쩡하고 깔끔했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에서도 은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너…” 동영신은 노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이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었다.이 여자와 함께했을 때 그의 삶은 무척이나 다채로웠다. 밥할 필요도 없고, 빨래할 필요도 없고, 매일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며, 오후에는 한가롭게 낮잠도 잘 수 있었다.비록 정원에 떠드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노인은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달래 자리를 뜨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동영신의 휴식을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노인의 요리 솜씨는 무척이나 출중했다. 그는 십 년 동안 그 밥을 먹었다.그래서인지 밖에서 파는 음식은 동영신의 입에 맞지 않았다.
노인의 말에 동영신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뭐라고!”노인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천만 원 돌려줄게. 이자까지 쳐서! 나 오늘 십 년 동안 적은 장부도 가지고 왔어. 그동안 썼던 지출이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있거든! 쓴 거 빼면 아마 십 년 동안 1억 2000만 원 정도는 모았을 거야.”“내가 가져간 천만원 중 500만 원은 내 몫이니까 따로 계산은 안 할게. 너도 1억 2000만 원의 절반을 나에게 줘.”노인의 말에 동영신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 너 지금 나 협박하러 온 거야?”그는 노인이 자기를 보살펴주기 위해 이곳에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노인은 그의 재산을 가지러 온 것이었다.재산을 나눠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노인의 보살핌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그를 더 큰 두려움에 빠트렸다. 그는 아마 오래 못 살 것이다.그는 두려운 얼굴로 노인을 쳐다보았다.노인은 여전히 평온함을 지키고 있었다.십 년이다. 그녀의 가슴에 존재하던 분노와 슬픔은 벌써 이 늙고, 뻔뻔한 사람 덕분에 닳고 닳아 없어졌고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다.노인은 무척이나 평온하게 말했다. “아니, 난 내가 받아야 할 몫을 가지러 온 거야! 경고하는데, 또 한번 자식들 내세워서 나 협박하면 당장 신고해 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경찰서가 소용이 없다면, 당신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나처럼 갈 곳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그때 옆에서 자리를 지키던 서시언이 입을 열었다. “이미 법원에 연락했어요. 아마 곧 당신 재산 확인하러 올 겁니다.”“만약 당신이 이모님이 응당 받아야 할 이혼 재산을 주지 않는다면 지금 사는 이 집은 경매에 넘어가게 됩니다.”“너… 내 집을 팔아넘길 생각이야?” 동영신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노인의 보살핌만 잃게 되는 게 아니라, 집도 잃게 된다고?그의 말에 서시언은 무고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건 아
며칠 지나지 않아 천만 원을 빌려 갔다. 그리고 그 이후로 가정부는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 동영신은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한 달 배달비에 몇 백만 원을 썼다. 동영신이 돈이 어디 있을까?육천만 원 정도 남았으면 많이 남은 것이다. 하지만 육천만 원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아줌마한테 이혼 재산분할은 언제 하실 겁니까?”“저... 돈 없습니다.” 동영신은 말했다. “그럼 일주일 후에 집 내놓을 테니 당신 짐을 다 빼세요.” 직원이 엄숙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동영신은 넋이 나갔다. 동영신은 수십 년 동안 살던 작은 정원이 있는 집을 잃는 건가?정말 이대로 집을 잃는 건가?동영신은 불쌍한 표정으로 주위에 있는 이웃 사람들을 쳐다봤다. 하지만 법원에서 강제 집행을 했다는 것은 동영신 전 와이프의 말이 맞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영신을 도와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온 노인 앞에서 누가 감히 말을 하겠는가?노인도 그녀와 함께 온 젊은 남녀가 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났다. 동영신은 애처롭게 말했다. “정말 나를 버렸네... 나는 당신과 십 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야!”노인은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당신이 십 년 동안 나를 아내로 생각했어? 십 년 동안 나를 가정부로 생각한 당신한테 고마워서 눈물이라도 흘려야 되나? 전업 가정부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 일 년에 육백만 원이야. 거기에 연말 보너스까지 하면 칠백만 원 넘게 벌 수 있어. 그런데 나는? 십 년 동안 무료로 자원봉사하면서 당신한테 맞으면서 욕이나 먹고, 내 손자까지 쫓겨냈잖아. 당신이 나를 진짜 아내로 생각했다면 어떻게 당신 손자한테 그럴 수 있어?”노인이 대성통곡하며 말하자 동영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 안 내놔도 돼. 당신 수중에 얼마 있어?” 마음이 약해진 노인은 동영신에게 물었다. 이때, 서시언이 재빨리 말했다. “이모님, 노후자금은 꼭 받아야 해요. 절대 양
각목을 휘두른 사람은 바로 동영신이었다. 서시언과 성유미 그리고 노인이 나갈 때 동영신은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동영신은 앞으로 본인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졌다. 또한 얼마나 더 살지도 모르는데 집까지 팔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동영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화가 나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온 동영신의 눈앞에 막대기를 보였다. 동영신은 각목을 집어 들고 세 사람의 뒤를 쫓아갔다. 휠체어로 세 사람을 쫓아갈 수 없었지만 서시언이 물을 사러 가는 덕분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동영신은 온 힘을 다해 각목으로 서시언의 머리에 내리쳤다. 서시언은 죽지 않았으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눈치 빠른 성유미가 자신의 몸으로 서시언을 보호했다. 성유미는 서시언을 안으며 고개를 한쪽으로 피하면서 갈비뼈를 세게 맞았다. “아...” 성유미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서시언 또한 성유미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노인은 동영신의 각목을 빼앗으러 갔다. “쓰레기 같은 자식, 내가 너 가만 안 둘 거야!”동영신보다 열 살이 어려 건강 회복이 빠른 노인은 동영신의 휠체어를 뒤집어 버렸다. 잠시 후,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동영신은 슬프게 울부짖었다. “동영신 씨, 당신 정말 너무해요!” 뒤에 있던 사람들은 동영신을 비난했다. “십 년 동안 같이 산 아내한테 왜 공동재산을 분할해 주지 않는 겁니까!”“이혼도 하기 싫으면서 당신한테 그렇게 잘해주는 아내에게 십 년 동안 왜 그렇게 가혹하게 대했습니까!”“그건 정말 노동착취예요!”“쌤통이네요!”서시언은 성유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가희 어머님, 조금만 참아요. 제가 병원에 데려다 드릴게요!”“이모님 차에 타세요. 어머님 병원에 가야 해요!” 서시언은 다급하게 말했다. “네!”세 사람은 동영신을 무시한 채 차에 올라탄 후 병원으로 향했다. “거기 서! 이 망항 여편네! 어딜 도망가! 여보... 나 좀 용서해 줘, 당신 없으면 나는 어떻게
의사는 엄숙한 얼굴로 서시언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주 멀끔하신 분이 아내가 영양실조인 것도 모르셨어요? 너무 말라서 고밀도가 아예 없어요. 그러니 한 대 맞자마자 갈비뼈가 부러지죠!”“......” 서시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아내분 영양 보충에 신경 써주세요! 오늘은 수술할 필요는 없고 뼈 맞춰서 붕대만 하면 됩니다.”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앞으로 영양 보충에 신경 쓰겠습니다.” 응급실에서 나와 정신을 차린 성유미는 옆에 있는 서시언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언아, 너 안 다쳤으면 됐어.”“어머님...” 양심의 가책을 느낀 서시언은 난처해하며 말했다. 잠시 후, 서시언은 미안함을 무릅쓰고 성유미에게 물었다. “왜... 저를 구해줬어요? 저는 맞아도 끄떡없어요. 그런데 어머님은...”성유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너는 좋은 사람이야. 미안해,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오늘 우리 이모는 네 덕분에 그동안 쌓아온 한을 풀 수 있었어. 그리고... 앞으로 내 딸 잘 부탁해. 나한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야. 나의 소원은 우리 딸이 본인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는 거야. 절대... 나처럼 되면 안 돼.”“......” 서시언은 아무 말도 없었다. 서시언은 성유미와 최가희, 그리고 최가희의 아빠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응급실에서 나온 성유미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어머님 나을 때까지 옆에서 보살펴 드릴게요.”“아... 아니야. 나는 이모가 있으니까 괜찮아. 너 회사 일도 바쁘니까 시간 나면 나한테 오지 말고 가희 옆에 있어 줘.”“왜요!” 서시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나한테는 이모가 있잖아. 네가 회사 일 열심히 하고, 시간 있을 때 가희 옆 있어주는 것이 나한테는 행복이야.” 성유미는 말했다. 서시언은 순간 깨달았다.성유미가 남편을 버린 것은 오로지 딸을 위해서이다. 또한 지금도 본인을 신경 쓰
최가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시언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언 오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서시언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희야, 그래도 네 친엄마야.”최가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시언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오빠 말 들을게요. 그 여자... 아니, 엄마한테 전화 오면 얘기해 볼게요.”“내 여자친구가 최고야!” 서시언은 웃으며 말했다. 최가희도 웃으며 서시언을 바라봤다. “오늘 뭐 먹고 싶어? 혁신 아웃렛에 횟집 새로 오픈했다는데, 사시미 먹을래? 그리고 간 김에 면세점에 가서 한정판 가방이랑 옷도 살까? 어때?”서시언은 최가희를 달래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서시언이 신세희와 신유리랑 오랫동안 함께 한 탓일까?신세희는 단 한 번도 투정을 부린 적이 없다. 신세희는 힘든 삶 속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신세희는 달래줄 필요가 없는 여자이다. 서시언은 신세희와 신유리랑 함께 한 6년 동안 신세희는 누군가에게 투정을 부릴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세희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직 생존이다. 죽을 때까지 이 세상과 맞서 싸워야 했다. 서시언은 신세희와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온화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서시언은 지금까지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의 비위도 맞춰준 적이 없다.때문에 지금도 여자친구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몰라 제일 비열한 방법인 돈을 이용했다. 서시언은 돈이 많아서 돈으로 최가희를 달래주는 걸까?서시언은 혹시 최가희가 재벌 2세가 돈 자랑한다고 화내지는 않을까 매우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최가희는 매우 행복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언 오빠, 오... 오빠 정말 최고예요. 오빠...”서시언에게 감동한 최가희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서시언은 당황스러웠다. 밥 사주고 가방을 사준다고 하니 눈물 날 정도로 좋을까?“가자.” 서시언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혁신 아웃렛 횟집에서 백만 원 상당의 각종 해산물을 시켰다. 어
서시언은 웃으며 말했다.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시간도 늦었으니 빨리 가방 사고 집에 가자. “네, 좋아요!” 최가희는 곧장 대답했다. 횟집에서 나온 두 사람은 가방 매장으로 향했다. 서시언은 최가희가 마음에 드는 가방을 모두 사줬다. 이날 밤 서시언은 몇 천만 원을 썼다. 최가희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최가희는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콧노래를 불렀다.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서시언은 졸음운전을 할까 봐 걱정되었지만 최가희에 콧노래 덕분에 잠이 달아났다. 잠시 후, 서시언은 최가희를 집에 내려준 후 잠깐 쉬었다 가려고 골목길에 차를 멈춰세웠다. 서시언은 차에서 최가희와 성유미를 어떻게 화해시킬지 고민했다. 이때, 뒤쪽에서 누군가 전화 통화를 하는 듯한 그림자가 보였다. 최가희는 매우 사납고 포악스럽게 말했다. “염치도 없는 인간, 잘 들어! 당신 지금 시언 오빠 찾는 거지? 제발 정신 좀 차려! 도대체 얼마나 악랄하길래 딸 남자친구까지 넘봐! 성유미, 부끄러운 줄 알면 나가 죽어! 그냥 나가 죽어버리라고! 하느님은 왜 눈치도 없이 당신 같은 여자를 데려가지 않는 거지? 당신 같은 여자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식량 낭비일 뿐이야! 성유미, 내 말 잘 들어, 한 번만 더 내 남자친구 넘보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차라리 오늘 그냥 죽는 게 좋을 거야!”“......” 서시언은 할 말을 잃었다. 다행히 시동을 끄고 있었기 때문에 어두워서 최가희는 서시언을 볼 수 없었다. 서시언은 조용히 최가희를 지켜봤다. 최가희는 전화를 끊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10분 후, 서시언은 최가희가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서시언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서시언은 낮에 자신을 구해준 성유미가 생각났다. 성유미는 다행히 갈비뼈가 부러진 정도였다. 하지만 서시언이 머리를 맞았다면 아마 식물인간 아니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수도 있다. 성유미는 전혀 사심 없이 서시언을 구해준 것이다. 또한 오늘 저녁에 최가희와 저녁 먹을 때
서시언은 재빨리 병실로 향했다. 서시언이 병실로 들어가자마자 최가희는 울면서 서시언에게 말했다. “시언 오빠, 이 여자의 달콤한 말에 속은 거죠? 오빠는 지금까지 저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솔직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왜 저 여자랑 같이 있었던 걸 저한테 말 안 했어요? 오빠, 왜 그랬어요?”“가희야, 너한테 말할 타이밍을 못 찾았어...” 서시언은 말했다. “저한테 헤어지자고 말할 타이밍을 못 찾았다는 거죠? 됐어요. 오빠,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헤어져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최가희는 그대로 병실에서 나가버렸다. “가... 가희야...” 성유미는 허약한 몸으로 병상에 앉아 최가희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후, 성유미는 떠나는 최가희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가... 가희야, 내 말 좀 들어봐. 가... 가희야.”서시언은 최가희를 뒤쫓아갈 틈도 없이 성유미를 부축했다. 성유미는 서시언을 밀쳐내며 말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희한테 가 봐. 뛰어가다가 차에 치일까 봐 걱정돼. 시언아, 빨리 가희한테 가 봐.”성유미의 말이 맞다. 서시언은 곧장 최가희를 뒤쫓아갔다. 서시언이 병실에서 나왔을 때 최가희는 이미 병원 입구까지 뛰쳐나와 택시를 잡고 있었다. 최가희가 택시를 타는 것을 확인한 서시언은 안심하고 다시 성유미에게 향했다. 서시언은 갈비뼈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성유미가 병상에서 떨어져 걱정이 되었다. 잠시 후, 서시언은 병실에 도착했다. 성유미는 여전히 바닥에 앉아 있었다. 지금은 간호사들의 교대 근무 시간이기 때문에 최가희는 비상벨을 누를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모님도 아침을 사러 나가서 병실에는 성유미 혼자 있었다. 성유미는 빨개진 얼굴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어머님!” 서시언은 다급히 부르며 달려가 성유미를 침상에 눕힌 후 갈비뼈 상태를 확인했다. 이때, 의사는 서시언에게 버럭 호통을 쳤다. “환자분 어제 갈비뼈 치료받은 거 모르세요? 지금 갈비뼈가 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