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시언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언 오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서시언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희야, 그래도 네 친엄마야.”최가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시언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오빠 말 들을게요. 그 여자... 아니, 엄마한테 전화 오면 얘기해 볼게요.”“내 여자친구가 최고야!” 서시언은 웃으며 말했다. 최가희도 웃으며 서시언을 바라봤다. “오늘 뭐 먹고 싶어? 혁신 아웃렛에 횟집 새로 오픈했다는데, 사시미 먹을래? 그리고 간 김에 면세점에 가서 한정판 가방이랑 옷도 살까? 어때?”서시언은 최가희를 달래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서시언이 신세희와 신유리랑 오랫동안 함께 한 탓일까?신세희는 단 한 번도 투정을 부린 적이 없다. 신세희는 힘든 삶 속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신세희는 달래줄 필요가 없는 여자이다. 서시언은 신세희와 신유리랑 함께 한 6년 동안 신세희는 누군가에게 투정을 부릴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세희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직 생존이다. 죽을 때까지 이 세상과 맞서 싸워야 했다. 서시언은 신세희와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온화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서시언은 지금까지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의 비위도 맞춰준 적이 없다.때문에 지금도 여자친구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몰라 제일 비열한 방법인 돈을 이용했다. 서시언은 돈이 많아서 돈으로 최가희를 달래주는 걸까?서시언은 혹시 최가희가 재벌 2세가 돈 자랑한다고 화내지는 않을까 매우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최가희는 매우 행복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언 오빠, 오... 오빠 정말 최고예요. 오빠...”서시언에게 감동한 최가희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서시언은 당황스러웠다. 밥 사주고 가방을 사준다고 하니 눈물 날 정도로 좋을까?“가자.” 서시언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혁신 아웃렛 횟집에서 백만 원 상당의 각종 해산물을 시켰다. 어
서시언은 웃으며 말했다.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시간도 늦었으니 빨리 가방 사고 집에 가자. “네, 좋아요!” 최가희는 곧장 대답했다. 횟집에서 나온 두 사람은 가방 매장으로 향했다. 서시언은 최가희가 마음에 드는 가방을 모두 사줬다. 이날 밤 서시언은 몇 천만 원을 썼다. 최가희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최가희는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콧노래를 불렀다.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서시언은 졸음운전을 할까 봐 걱정되었지만 최가희에 콧노래 덕분에 잠이 달아났다. 잠시 후, 서시언은 최가희를 집에 내려준 후 잠깐 쉬었다 가려고 골목길에 차를 멈춰세웠다. 서시언은 차에서 최가희와 성유미를 어떻게 화해시킬지 고민했다. 이때, 뒤쪽에서 누군가 전화 통화를 하는 듯한 그림자가 보였다. 최가희는 매우 사납고 포악스럽게 말했다. “염치도 없는 인간, 잘 들어! 당신 지금 시언 오빠 찾는 거지? 제발 정신 좀 차려! 도대체 얼마나 악랄하길래 딸 남자친구까지 넘봐! 성유미, 부끄러운 줄 알면 나가 죽어! 그냥 나가 죽어버리라고! 하느님은 왜 눈치도 없이 당신 같은 여자를 데려가지 않는 거지? 당신 같은 여자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식량 낭비일 뿐이야! 성유미, 내 말 잘 들어, 한 번만 더 내 남자친구 넘보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차라리 오늘 그냥 죽는 게 좋을 거야!”“......” 서시언은 할 말을 잃었다. 다행히 시동을 끄고 있었기 때문에 어두워서 최가희는 서시언을 볼 수 없었다. 서시언은 조용히 최가희를 지켜봤다. 최가희는 전화를 끊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10분 후, 서시언은 최가희가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서시언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서시언은 낮에 자신을 구해준 성유미가 생각났다. 성유미는 다행히 갈비뼈가 부러진 정도였다. 하지만 서시언이 머리를 맞았다면 아마 식물인간 아니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수도 있다. 성유미는 전혀 사심 없이 서시언을 구해준 것이다. 또한 오늘 저녁에 최가희와 저녁 먹을 때
서시언은 재빨리 병실로 향했다. 서시언이 병실로 들어가자마자 최가희는 울면서 서시언에게 말했다. “시언 오빠, 이 여자의 달콤한 말에 속은 거죠? 오빠는 지금까지 저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솔직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왜 저 여자랑 같이 있었던 걸 저한테 말 안 했어요? 오빠, 왜 그랬어요?”“가희야, 너한테 말할 타이밍을 못 찾았어...” 서시언은 말했다. “저한테 헤어지자고 말할 타이밍을 못 찾았다는 거죠? 됐어요. 오빠,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헤어져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최가희는 그대로 병실에서 나가버렸다. “가... 가희야...” 성유미는 허약한 몸으로 병상에 앉아 최가희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후, 성유미는 떠나는 최가희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가... 가희야, 내 말 좀 들어봐. 가... 가희야.”서시언은 최가희를 뒤쫓아갈 틈도 없이 성유미를 부축했다. 성유미는 서시언을 밀쳐내며 말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희한테 가 봐. 뛰어가다가 차에 치일까 봐 걱정돼. 시언아, 빨리 가희한테 가 봐.”성유미의 말이 맞다. 서시언은 곧장 최가희를 뒤쫓아갔다. 서시언이 병실에서 나왔을 때 최가희는 이미 병원 입구까지 뛰쳐나와 택시를 잡고 있었다. 최가희가 택시를 타는 것을 확인한 서시언은 안심하고 다시 성유미에게 향했다. 서시언은 갈비뼈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성유미가 병상에서 떨어져 걱정이 되었다. 잠시 후, 서시언은 병실에 도착했다. 성유미는 여전히 바닥에 앉아 있었다. 지금은 간호사들의 교대 근무 시간이기 때문에 최가희는 비상벨을 누를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모님도 아침을 사러 나가서 병실에는 성유미 혼자 있었다. 성유미는 빨개진 얼굴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어머님!” 서시언은 다급히 부르며 달려가 성유미를 침상에 눕힌 후 갈비뼈 상태를 확인했다. 이때, 의사는 서시언에게 버럭 호통을 쳤다. “환자분 어제 갈비뼈 치료받은 거 모르세요? 지금 갈비뼈가 삐
최가희가 물욕이 없다는 것이 확실한가?하지만 서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시언은 성유미를 위로하며 말했다. “어머님, 저도 가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그러니까 나 때문에 가희랑 싸우지 마. 내가 가희 어렸을 때부터 가희를 버렸어, 그러니까 가희가 나를 싫어하는 게 당연하지. 내가 가희한테 잘못한 게 많아, 그래서 가희한테 너무 미안해.”“......” 서시언은 아무 말도 없었다. 서시언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일주일 전에 F 그룹에서 본인에게 최가희랑 사귀지 말라고 했던 성유미가 맞는지 믿기 어려웠다. 일주일 전, 성유미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서시언과 최가희의 연애를 막았다. 하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사귀도록 이어줬다. 같은 사람이 맞나?“내가 네 목숨을 구해준 것을 생각해서라도 가희한테 평생 잘 잘해줘야 돼, 알겠지?” 성유미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시언을 쳐다봤다. 성유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서시언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가희한테 잘 해줄게요.”“나는 괜찮아, 가희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테니까 가서 좀 달래줘. 가희는 어렸을 때부터 나한테 사랑을 못 받았어, 내가 가희한테 빚진 것이 너무 많아. 나는 어디 불편하면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님 부르면 돼. 그리고 일이 바쁘면 정말 병원에 안 와도 돼.” 성유미는 서시언에게 최가희한테 가라고 재촉하며 말했다. 방금 전 최가희의 말은 바늘처럼 성유미의 가슴을 찔렀다. 딸의 남자친구를 꼬신다고 말하다니.성유미는 왜 최가희에게 이런 안 좋은 인상을 준 걸까? 성유미는 서시언을 당장 최가희에게 보내려고 했다. 서시언은 정말 좋은 남자이다.성유미는 딸이 좋은 남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엄마 자격을 포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서시언은 성유미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병실에서 나와 의사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후 병원에서 나왔다. 이날 오전, 서시언은 회사 일을 급하게 처리하고 F 그룹으로 향했다. 서시언은 최가희가 일하는 부서에 도착했다. 최가희는 서시언
“혼인신고하러 가자.” 서시언은 말했다. “시... 시언 오빠, 정말이에요?” 깜짝 놀란 최가희는 놀란 토끼 눈으로 서시언을 쳐다보며 말했다. “농담 안 한 지 오래됐어.” 서시언은 말했다. “시언 오빠, 아침에 오빠를 원망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오빠 왜 그 여자랑 연락을 했어요? 그 여자...” 최가희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서시언의 엄숙한 표정을 본 최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정말 저랑 혼인신고하러 갈 거예요?”“당연하지.” 서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시언은 결혼을 이렇게 빨리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또한 결혼은 인생에 걸린 문제이니 재혼은 평생 하고 싶지 않았다. 서시언은 원래 최가희와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서시언은 오늘 성유미의 말을 듣고 갑자기 최가희와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서시언은 최가희와 결혼해야 성유미에게 은혜를 보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가희는 성유미와의 갈등 외에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다. 열 살 연하의 여자와 결혼하면 서시언은 손해 볼 것이 없다. 화해를 한 후, 서시언은 다시 한번 말했다. “자, 그럼 이제 혼인신고하러 가자!”최가희는 울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 참! 필요한 건 챙겨야죠.”“......” 서시언은 말이 없었다. “혼인신고하려면 등본이 필요해요. 우선 아빠한테 가서 호적등본을 받아야 해요.”잠시 후, 최가희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지금 벌써 오전 11시에요. 집에 갔다가 법원에 가면 벌써 오후가 돼버려요. 오후에는 혼인신고하기 어렵고, 게다가 혼인신고하려면 장인어른께 선물이라도 들고 찾아봬야죠.”“......” 서시언은 대답이 없었다. 혼인신고를 해본 적이 없는 서시언은 최가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서시언의 기억으로는 신세희와 부소경은 혼인신고를 매우 빠르게 처리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부소경은 부소경이다. 남성의 사람들은 모두 부소경처럼 혼인신고를 빨
“소경이 형, 왜 그래요?” 서시언은 부소경에게 물었다. “왔어?” 부소경은 서시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형, 도대체 담배를 얼마나 많이 피운 거예요? 이렇게 넓은 사무실에 온통 담배 연기로 가득해요. 세희가 형 사무실에서 담배 냄새 많이 나면 꼭 그만 피우게 하라고 했어요. 형, 폐에 안 좋으니 담배 좀 줄여요!” 서시언은 부소경의 손에 있는 담배를 빼앗았다. 부소경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세희한테 어떤 감정이니?”당황한 서시언은 벌떡 일어나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듯 부소경을 째려보며 말했다. “형! 남성이 형의 손안에 있다고 여기지 마세요. 형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사람을 죽인다고 해도 저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서 무서운 게 없어요. 그리고 저랑 세희는 정말 결백해요! 제가 세희랑 유리랑 6년을 살아서 세희를 원망한다면 형한테 목숨 걸고 덤빌 거예요!”부소경은 서시언의 말에 전혀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세희랑 오빠 동생 관계가 어떻냐고 물어본 건데 목숨까지 바칠 일이야?”서시언은 당황하며 말했다. “네?”“세희한테 어떤 감정인지 물어본 거야.”서시언은 그제야 부소경의 말 뜻을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형, 그건 왜 물어봐요?”잠시 후, 서시언은 부소경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에이~ 형은 형제가 없어서 이런 감정은 잘 모르죠? 세희는 제 친 동생이나 마찬가지에요. 형이 세희를 괴롭히면 죽을 각오로 형이랑 싸울 거예요. 세희랑 저한테 총을 겨누면 제가 죽고 세희는 살릴 거예요. 이게 바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애틋한 남매의 정 같은 거죠.”“휴... 그래야 되는데, 왜...” 부소경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하다가 말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부소경은 애틋한 형제애가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부소경의 형 4명은 모두 부소경이 죽기를 바랐다. 때문에 부소경은 애틋한 형제의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 후, 부소경은 반호영이 쌍둥이 친동
서시언은 깜짝 놀랐다. 남성과 서울에서 부소경에게 이렇게 거만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때, 서시언은 상대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서시언은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 “소경이 형의 쌍둥이 친동생이니까 제가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뭐라는 거야! 당장 부소경 바꿔!” 남자는 더욱 날뛰었다. “......” 서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부소경을 쳐다봤다. 그리고 인터폰을 꽉 쥐고 말했다. “형...”“끊어.” 부소경은 담담하게 말했다. “......” 서시언은 당황해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시언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요즘 부소경과 자주 만난 서시언은 부소경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잔인함이 사라진 부소경은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소경의 몸속에 여전히 잔인함이 흐르고 있다. 부소경은 이미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다. 서시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부소경은 정을 떼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부소경은 이제 더 이상 쌍둥이 동생의 소란을 참을 수 없었다. 서시언은 왜 부소경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지, 왜 본인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부소경은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즉, 고통과 이별의 아픔.“형... 괜찮아요?” 서시언은 부소경을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시언아,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거야?” 정신을 차린 부소경은 서시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서시언은 부소경의 목소리에 담긴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서시언은 원래 부소경에게 결혼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부소경은 서시언에게 말했다. “너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최가희랑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 결혼은 언제 하려고? 너 결혼하면 오스트리아 별장 하나 선물해 줄게, 신혼여행 가면 거기서 지내. 내가 알아보고 네 명의로 마련해둘게.”서시언은 말했다. “형... 생각해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요. 제가 장애인이었더라면 결
“그리고 유리는 착하니까 내가 잘 얘기했으니 이해할 거야.”서시언이 말했다.“오빠, 지금은 일하는 시간인데 여긴 왜 왔어? 혹시 무슨 고민 있어?”신세희는 서시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나… 내일 가희랑 혼인신고하기로 했어.”서시언이 말했다.신세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서시언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세희야, 내가 좀 쪼잔한 거야? 예전에 너무 고생하며 살다가 돌아와서 쪼잔해졌나? 여자가 내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게 좀 기분 나빠.”신세희가 물었다.“가희 씨가 돈을 많이 써?”“감당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닌데 어제 몇 억을 쇼핑하고 내일 또….”신세희는 순간 인상을 찡그리다가 말했다.“사실 별거 아니긴 하지. 요즘 어린 여자애들 쇼핑 싫어하는 애들이 어디 있겠어? 나도 그 나이였으면 좋아했을 거야. 그런 건 사실 별 거 아니야.”“그래.”서시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뭔지 모르겠어. 사실 가희 엄청 좋아하고 좋은 여자라고 생각해. 특별히 눈에 보이는 안 좋은 습관도 없어. 그런데 결혼하려니까 이제 사귄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조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야.”“그럼 결혼하지 말고 지켜봐. 나도 두 달은 좀 짧다고 생각해.”신세희가 말했다.“하지만….”서시언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걔 엄마가 너무 불쌍해. 딸을 위해 내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려 하면서 가희한테 평생 잘해주라고 부탁했단 말이야. 꼭 행복하게 해주라고… 그런 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동생 앞에서 서시언은 드디어 자신의 진짜 생각을 털어놓았다.서시언은 요즘 성유미와 있었던 일을 전화로 신세희에게 말해줬었다. 신세희도 그 말을 듣고 병원에 문안을 갈 생각이었다. 어쨌든 상대는 오빠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었다.그런데 서시언이 이른 시점에서 최가희와 결혼을 서두른 이유가 성유미의 부탁 때문일 줄은 몰랐다.“됐다. 그만하자.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언제 결혼하든 다 똑같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