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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화

서시언과 성유미는 노인을 데리고 레지던스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영신, 집에 있어?”

“누구야!” 문 너머로 쇠약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영신은 이제 고작 예순여섯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리 늙은 나이는 아닌데.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칠순을 훌쩍 넘은듯했다.

“나야. 너랑 천만 원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왔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왜? 지낼 곳이 없어?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야? 여긴 너 같은 사람 받아주는 수용소가 아니야. 모텔은 더더욱 아니고. 네가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오는데 인줄 알아? 넌 네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지? 당장 꺼져! 멀리 꺼져!” 그 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

휠체어 하나가 안에서 굴러 나왔다.

휠체어 위에는 삐쩍 야윈 동영신이 앉아있었다.

동영신은 노인을 흘깃 쳐다보았고 그는 노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노인은 동영신보다 10살이나 어렸다.

두 사람이 재혼했을 때 노인은 겨우 45살이었다. 55살이었던 그에 비하면 한창인 나이었다. 그래서인지 노인과 재혼한 그해 동영신은 두 번째 봄을 즐겼다.

이혼한지 1년이나 지난 지금, 그는 갈 곳 없는 노인이 엄청 쭈글쭈글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노인은 무척이나 멀쩡하고 깔끔했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에서도 은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너…” 동영신은 노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이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여자와 함께했을 때 그의 삶은 무척이나 다채로웠다. 밥할 필요도 없고, 빨래할 필요도 없고, 매일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며, 오후에는 한가롭게 낮잠도 잘 수 있었다.

비록 정원에 떠드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노인은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달래 자리를 뜨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동영신의 휴식을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

노인의 요리 솜씨는 무척이나 출중했다. 그는 십 년 동안 그 밥을 먹었다.

그래서인지 밖에서 파는 음식은 동영신의 입에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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