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 손자 학교 보낼 돈이 없어요. 저 인간은 내 손자를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고요.”“정말 후회해요. 내 나이 고작 50대 중반인데 가정부를 하겠다고 해도 받아줄 곳이 있을 거예요. 이혼하면 숙식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아 손자를 위해 적금도 들고 대학까지 보내려고 했어요. 내가 뭘 잘못했죠?”“난 그냥 저 인간이랑 살기 싫어요. 그것도 안 되나요?”직원은 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그러니까 빨리 이혼서류 접수해 줘요!”노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어르신!”잠시 후, 직원은 동영신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르신은 전에 교사로 근무했었죠?”“맞아요! 난 배운 사람이라 말이 통하니까 뭐든 말해요!”동영신은 노인을 째려보고는 직원에게 말했다.“그럼 한 달 수입은 어떻게 되나요?”“5년 전에는 매달 100만원씩 연금이 나왔는데 지금은 150만원 정도 나와요. 퇴직금도 있어서 생활에 부담은 없어요.”“어르신, 부동산과 다른 재산은 혼전 재산이고 아내분께서 가져가실 수도 없어요. 하지만 결혼하고 생긴 소득은 그날부터 계산해서 분할해야죠. 5년 전까지 100만 원을 받았으면 그 절반을 아내분께 주셔야 하고요 나중에 소득이 150만 원으로 늘었으니 그것도 계산하면 7500만 원을 아내분께 드려야 해요. 부부가 된 뒤로 생기는 소득은 두 사람 몫이니까요.”직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동영신에게 말했다.동영신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난 뒤, 그는 갑자기 화를 버럭 냈다.“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요! 그건 내 돈이라고요!”직원은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두 분이 결혼을 하셨으니까요!”“난 싫어요!”직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싫으시다면 법원에 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어르신은 아내분께 7500만원을 지급하셔야 하고 만약 법정 싸움에서 지면 소송비용도 어르신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동영신은 뒷목 잡고
“정말 잘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가요? 이 많은 돈을 왜 그냥 포기해요?”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노인은 돈만 밝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직원이 공정하게 처리해 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노인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정리했다. 홀로 손자를 키우려면 재산 분할로 받을 돈이 필요하지만 동영신이 정말 그대로 이행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노인은 긴 소송을 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동영신은 전직 교사 출신이라 주변에 든든한 인맥도 있으니 재판이 그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그에 비해 노인은 감옥에 간 아들 외에 마땅히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자신이 재산분할을 원한다고 해도 그 돈을 받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어차피 받지도 못할 돈이니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노인이 바라는 건 빨리 이혼을 마무리하고 이 집과 연을 끊는 일이었다.그래야 열심히 일해서 손자의 학원비라도 보탤 수 있었다.그리고 자신이 몰래 가져간 돈이 절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노인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돈은 필요 없어요! 지금은 당장 저 인간이랑 이혼하고 싶어요!”직원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처리해 드릴게요.”말을 마친 직원은 동영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신분증이랑 호적등본 주시죠. 이혼 절차 처리해 드리겠습니다.”“싫어! 난 이혼 안 해! 우리… 다시 상의해 보자….”동영신은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사실 10년을 같이 살면서 이미 아내의 보살핌과 내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다.열 살 연하인 그의 아내는 결혼할 때 고작 40대 중반이었고 젊었다. 그때는 여자가 절실히 필요했고 외모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 아내는 집안 일도 잘했고 온순하고 순종적이었다.돈을 안 주면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굳이 옷을 사주지 않아도 다른 여자들처럼 떼를 쓰지도 않았다.매일 정해진 금액으로 장을 보고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장부도 착실하게 작성했다.
정말이지, 난 이 인간보다도 못한 놈이 무척이나 혐오스러워!동영신은 오히려 노인의 등에다 대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야 이 여편네야… 너…”마치 순식간에 열 살이나 늙은 것만 같았다.그의 나이는 지금 예순다섯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구청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그는 마치 칠순이 넘어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10년을 함께한 동반자가 떠나면, 앞으로 동영신은 혼자 쓸쓸하게 집에 있게 될 것이다. 이제 누가 그에게 밥상을 차려 줄까?이제 누가 그를 보살펴 줄까?자식들?그의 아들은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그의 며느리도 당연히 시아버지를 돌볼 생각이 없을 것이고.동영신의 딸?딸더러 아버지한테 옆에 딱 붙어 시중을 들라니… 그게 말이 되기나 할까?적임자는 와이프 뿐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고개 한번 돌아보지 않았고, 그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다.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게도 동영신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여보… 가지 마.”사실 노인은 울부짖는 동영신의 목소리를 들었다.하지만,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그들은 이미 이혼을 했으니.그녀는 이제 더 이상 얻는 것 없이 다른 사람을 챙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헌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꾸중까지 들었으니 그럴만도 했다.지금부터 그녀는 정당한 돈의 대가를 받으며 일을 할 것이다. 그게 가사도우미든, 화장실 청소든 상관없었다.노인은 다시 자신이 묵던 모텔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짐을 싸더니 이내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직은 생각했던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동씨 집안에서 고생한 덕분에 그녀의 머리는 새하얗게 물들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그녀를 도우미로 쓰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정미영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녀는 먼저 거처를 찾았고, 어느 정도 정착이 된 후에는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 일자리를 찾아다녔다.노인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요구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냥 일만 할 수 있다면
도둑놈?성유미는 이모를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이모… 이모 이게 무슨 말이에요?”그녀의 말에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노인은 눈앞의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은석아, 너 내가 천만 원 빼돌린 거 알았구나?”무리 제일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바로 동영신의 장남 동은석이었다.노인의 말에 동은석은 그녀의 얼굴에 대고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추잡한 년! 감히 우리 집 돈을 훔치다니! 정말이지, 작정하고 훔치려는 도둑은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그 말, 당신이 우리 아버지 돈 훔쳐 갔다고 인정하는 거 맞지?”노인은 잠깐 얼굴이 빨개졌을 뿐 이내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훔친 게 아니라, 그냥 가지고 나온 거야. 맞아, 내가 천만 원 가져갔어.”그녀의 말이 심히 충격적이었는지, 성유미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이모… 이모가 왜…”“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요!”한편, 동은석은 차갑게 웃으며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망할 아줌마! 아줌마 조카도 당신한테 이렇게 말하는데! 할 말이 뭐가 더 있겠어! 본인 입으로 인정했으니, 이제 선택해. 제 발로 경찰서 갈래, 아님 내가 당신 잡아가라고 경찰에 신고할까?” 경찰서 얘기에 성유미는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단번에 동은석의 손을 잡더니 간곡히 부탁하기 시작했다. “아니, 제발… 우리가… 우리가 그 돈 갚을게. 그래도 안 될까?”“안돼!” 동은석은 단칼에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그럼, 뭐 어떻게 해줄까? 이모 감옥만 안 가게 해준다면 뭐든 다 할게. 어떻게 해줄까?” 성유미가 동은석에게 물었다.그는 노인을 흘깃 쳐다보더니 씩씩대며 말했다. “이 늙은 아줌마보고 다시 우리 아버지 보살피러 가라 그래! 우리 아버지 지금 이 여자 때문에 화병 나서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있어! 이게 다 이 여자가 벌인 일이니까, 가서 우리 아버지 수발이나 들라 그래! 죽을 때까지! 그리고 수발드는 동안에는 수작질 부릴 생각하지
아무리 친아들이라고 해도, 다 늙은 아버지의 똥까지 치우는 건 내키지 않았다.제일 좋은 방법은 아버지에게 짝을 찾아주는 것이다.짝은 있다. 이제 이혼한 지 한달밖에 안됐는데 뭐.아버지를 버리고, 천만 원까지 훔쳐 간 그 노인 생각만 하면 동영신의 자식들은 그녀의 몸뚱아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한참이나 그녀를 찾아다녔고, 노인의 집 이웃한테까지 그녀의 소식을 알아봤다.한 달 동안 찾아 헤맨 끝에, 드디어 그들은 그녀의 조카네 집에서 노인을 찾아내게 됬다. 사실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노인이 다시 아버지를 보살피게 만드는 것이었다.그렇게만 된다면 동씨 집안은 큰 시름 하나를 놓게 된다.그들도 노인이 얼마나 단호한 심정으로 아버지와 이혼을 결심한 건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돌아올 리가 없었다. 마침 아버지도 노인이 훔쳐 간 천만 원 때문에 화가 나 있었고, 상의 끝에 그들은 천만 원을 빌미로 노인을 제대로 협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그들은 노인을 제대로 제압할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었다. 노인이 평생 노예처럼 아버지 곁에 남아 그를 보살피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노인은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과 돌아가기를 원치 않았다.노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행동이 오히려 동씨네 남매들을 당황하게 했다.마침 그때, 동은석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아버지의 병이 재발했다는 전화였다. 그 전화로 그들은 병원으로 향했다.남매들은 씩씩거리며 성유미의 집을 떠났다.노인이 경찰서에 걸던 전화를 끊었다.동씨네 남매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성유미는 노인을 책망하기 시작했다. “이모, 아무리 그래도 그걸 훔치면 어떡해요.”그녀의 말에 노인은 바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난 한평생 뭘 훔친 적이 없어.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해도 바늘 하나 훔친 적이 없어. 정말 방법이 없었어. 나도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고. 아
이사의 목적은 동씨네 남매가 찾아오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성유미는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은 이모가 훔쳐 간 돈을 받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비록 천만 원을 훔친 게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범죄는 아니었으니까.설령 경찰서에 불려 가는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해도, 아무도 그녀를 도둑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노인을 찾아온 이유, 그들의 제일 큰 목적은 바로 이모가 다시 그들의 아버지를 돌보게 하는 것이다.당연하게도 노인은 다시 그곳으로 가지 않을 것이고.십 년 동안 고생 좀 했을 뿐인데, 이모의 몰골은 말도 안 되게 상해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십 년 동안 지속된 재혼 생활은 이모를 고생길에 빠트렸다.이모는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성유미는 빠릿빠릿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마음먹은 건 바로 해내는 사람이었다. 반나절 만에 두 사람은 집에서 나왔다.하지만, 슬프게도 새집에 정착하자마자 이모는 그만 몸져눕고 말았다.노인이 오랜 시간 동안 영양실조 상태에 처해있었다는 건 병원에 간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일들 때문에 노인은 그만 류머티즘성 심장병에 걸리고 말았다.반년이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이 병에 시달렸다.성유미는 여기에 꽤 많은 돈을 썼다.그래서인지 노인은 자꾸 치료를 거부했다. “유미야, 이모는 이제 다 살았어.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모는 네 돈 쓰고 싶지 않아. 너 혼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하지만 성유미는 오히려 이모를 끌어안으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모, 이제 곧 나을 거예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약만 더 먹으면 감쪽같이 낫는데요! 이모, 제 말 들으세요. 우리 같이 이 병 치료해요.”“유미야, 난 네 발목 잡고 싶지 않아. 너 지금 네 딸 가희 데리고 오려고 열심히 돈 모으고 있는 거잖아. 이렇게 고생하면서 나까지 돌보려 하다니… 널 정말 어쩜 좋을까?” 노인은 이 상황이 난처하다는 듯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노인은 한참을 동은석에게 시달렸고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성유미에게 말했다. “그냥 내가 그 인간 수발들러 갈까?”“이모, 우린 분명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그 사람이 지금 이모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분명 쉽게 이모를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제가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같이 경찰서에 신고하러 가요.” 성유미는 인상을 쓰며 이모에게 말했다.노인은 성유미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유미야, 무슨 일 있어?” 노인이 물었다.성유미도 딱히 이모에게 숨기지 않았다. “이모, 가희가 저랑 똑같은 길을 가려나 봐요. 자기보다 10살이나 많은 남자랑 만나고 있더라니까요. 돈은 많은데… 그 남자 남성의 부잣집 자식이에요. 어릴 때부터 놀기만 하고 이렇다 말할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에요.”“가희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걸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요? 전 꼭 가희를 막아야 해요.” 성유미가 이모에게 말했다.자신의 딸이 남성에서 잘나가는 부잣집 아들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그날부터 성유미는 계속 서시언의 뒤를 쫓고 있었다.그녀는 먼 곳에서 서시언이 그동안 어떻게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도왔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유미야, 가끔씩 죄를 뉘우치며 사는 사람도 있는 거야. 서대표님이 힘닿는 데로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을 돕는 걸 봐서는 분명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한 남자일 거야.”성유미는 무척이나 고민하고 있었다.그녀가 고민에 잠겨있던 그때, 동영신의 자식들이 또 그들을 찾아왔다.노인은 더 이상 자신의 조카를 힘들게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조카가 일 년 동안 그녀를 알뜰살뜰 보살폈지만 조카의 삶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으니.성유미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노인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녀는 조카가 말한 주소를 떠올리며 서시언을 찾아갔다.그녀는 서시언이 일전의 아줌마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일자리를 소개해 주길 바랐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유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시언과 성유미 사이의 공기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특히 성유미가 더 이 상황을 어색해했다.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녀는 바로 몸을 수그렸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 어린이, 유리는 아주 착한 아이야. 이모도 유리가 착한 거 알아. 유리가 이모 많이 신경 써주고 있었던 거 맞지? 하지만… 이모는… 이모는 너무 늙어서, 유리 삼촌이랑… 안 어울려.”“게다가, 유리 삼촌은 내 딸이랑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인 걸. 그니까 유리 숙모말고 이모할게.”“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유리 삼촌이 내 딸한테 진심으로 잘해준다면, 이모는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하해 줄 거야. 유리도 이모랑 같이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자. 어때?”그녀의 말에 유리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유리는 성유미가 안타까웠는지 속상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모, 이모는 남자친구 만들 생각 없어?”“이모 나이가 40이야. 이 상태로 무슨 남자친구야?”성유미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이내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평생 남자한테 데이면서 살아서 이제는 가정을 꾸릴 생각도 없어. 앞으로 이모는 그냥 이모의 이모랑 같이 둘이 살 거야.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다시는 남자 같은 거 안 만날 거야.”“…”“유리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이모랑 같이 삼촌 축하해 주자. 어때?” 성유미는 계속해서 유리를 위로해 주었다.유리는 무척이나 속상했지만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리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맺혀있었다. “응, 알겠어. 숙모.”비록 알겠다고 답했지만 유리는 아직 ‘숙모’라는 호칭을 포기하지 못한 것 같았다.무척이나 합리적인 성유미의 행동과 아이를 달래는 그녀의 능숙한 솜씨에 서시언의 마음은 더욱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일종의 편견이 존재하고 있었다. 최가희와 최홍민이 평소에 성유미에 대한 나쁜 말을 너무 많이 했다. 그래서 서시언도 마음속으로 은근히 성유미를 배척하고 싫어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