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가요? 이 많은 돈을 왜 그냥 포기해요?”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노인은 돈만 밝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직원이 공정하게 처리해 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노인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정리했다. 홀로 손자를 키우려면 재산 분할로 받을 돈이 필요하지만 동영신이 정말 그대로 이행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노인은 긴 소송을 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동영신은 전직 교사 출신이라 주변에 든든한 인맥도 있으니 재판이 그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그에 비해 노인은 감옥에 간 아들 외에 마땅히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자신이 재산분할을 원한다고 해도 그 돈을 받을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어차피 받지도 못할 돈이니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노인이 바라는 건 빨리 이혼을 마무리하고 이 집과 연을 끊는 일이었다.그래야 열심히 일해서 손자의 학원비라도 보탤 수 있었다.그리고 자신이 몰래 가져간 돈이 절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노인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돈은 필요 없어요! 지금은 당장 저 인간이랑 이혼하고 싶어요!”직원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처리해 드릴게요.”말을 마친 직원은 동영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신분증이랑 호적등본 주시죠. 이혼 절차 처리해 드리겠습니다.”“싫어! 난 이혼 안 해! 우리… 다시 상의해 보자….”동영신은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사실 10년을 같이 살면서 이미 아내의 보살핌과 내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었다.열 살 연하인 그의 아내는 결혼할 때 고작 40대 중반이었고 젊었다. 그때는 여자가 절실히 필요했고 외모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 아내는 집안 일도 잘했고 온순하고 순종적이었다.돈을 안 주면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굳이 옷을 사주지 않아도 다른 여자들처럼 떼를 쓰지도 않았다.매일 정해진 금액으로 장을 보고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장부도 착실하게 작성했다.
정말이지, 난 이 인간보다도 못한 놈이 무척이나 혐오스러워!동영신은 오히려 노인의 등에다 대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야 이 여편네야… 너…”마치 순식간에 열 살이나 늙은 것만 같았다.그의 나이는 지금 예순다섯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구청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그는 마치 칠순이 넘어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10년을 함께한 동반자가 떠나면, 앞으로 동영신은 혼자 쓸쓸하게 집에 있게 될 것이다. 이제 누가 그에게 밥상을 차려 줄까?이제 누가 그를 보살펴 줄까?자식들?그의 아들은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그의 며느리도 당연히 시아버지를 돌볼 생각이 없을 것이고.동영신의 딸?딸더러 아버지한테 옆에 딱 붙어 시중을 들라니… 그게 말이 되기나 할까?적임자는 와이프 뿐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고개 한번 돌아보지 않았고, 그에게 눈길 한 번도 주지 않았다.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게도 동영신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여보… 가지 마.”사실 노인은 울부짖는 동영신의 목소리를 들었다.하지만,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그들은 이미 이혼을 했으니.그녀는 이제 더 이상 얻는 것 없이 다른 사람을 챙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헌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꾸중까지 들었으니 그럴만도 했다.지금부터 그녀는 정당한 돈의 대가를 받으며 일을 할 것이다. 그게 가사도우미든, 화장실 청소든 상관없었다.노인은 다시 자신이 묵던 모텔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짐을 싸더니 이내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직은 생각했던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동씨 집안에서 고생한 덕분에 그녀의 머리는 새하얗게 물들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그녀를 도우미로 쓰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정미영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녀는 먼저 거처를 찾았고, 어느 정도 정착이 된 후에는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 일자리를 찾아다녔다.노인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요구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냥 일만 할 수 있다면
도둑놈?성유미는 이모를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이모… 이모 이게 무슨 말이에요?”그녀의 말에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노인은 눈앞의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은석아, 너 내가 천만 원 빼돌린 거 알았구나?”무리 제일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바로 동영신의 장남 동은석이었다.노인의 말에 동은석은 그녀의 얼굴에 대고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추잡한 년! 감히 우리 집 돈을 훔치다니! 정말이지, 작정하고 훔치려는 도둑은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 그 말, 당신이 우리 아버지 돈 훔쳐 갔다고 인정하는 거 맞지?”노인은 잠깐 얼굴이 빨개졌을 뿐 이내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훔친 게 아니라, 그냥 가지고 나온 거야. 맞아, 내가 천만 원 가져갔어.”그녀의 말이 심히 충격적이었는지, 성유미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이모… 이모가 왜…”“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요!”한편, 동은석은 차갑게 웃으며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망할 아줌마! 아줌마 조카도 당신한테 이렇게 말하는데! 할 말이 뭐가 더 있겠어! 본인 입으로 인정했으니, 이제 선택해. 제 발로 경찰서 갈래, 아님 내가 당신 잡아가라고 경찰에 신고할까?” 경찰서 얘기에 성유미는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단번에 동은석의 손을 잡더니 간곡히 부탁하기 시작했다. “아니, 제발… 우리가… 우리가 그 돈 갚을게. 그래도 안 될까?”“안돼!” 동은석은 단칼에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그럼, 뭐 어떻게 해줄까? 이모 감옥만 안 가게 해준다면 뭐든 다 할게. 어떻게 해줄까?” 성유미가 동은석에게 물었다.그는 노인을 흘깃 쳐다보더니 씩씩대며 말했다. “이 늙은 아줌마보고 다시 우리 아버지 보살피러 가라 그래! 우리 아버지 지금 이 여자 때문에 화병 나서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있어! 이게 다 이 여자가 벌인 일이니까, 가서 우리 아버지 수발이나 들라 그래! 죽을 때까지! 그리고 수발드는 동안에는 수작질 부릴 생각하지
아무리 친아들이라고 해도, 다 늙은 아버지의 똥까지 치우는 건 내키지 않았다.제일 좋은 방법은 아버지에게 짝을 찾아주는 것이다.짝은 있다. 이제 이혼한 지 한달밖에 안됐는데 뭐.아버지를 버리고, 천만 원까지 훔쳐 간 그 노인 생각만 하면 동영신의 자식들은 그녀의 몸뚱아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한참이나 그녀를 찾아다녔고, 노인의 집 이웃한테까지 그녀의 소식을 알아봤다.한 달 동안 찾아 헤맨 끝에, 드디어 그들은 그녀의 조카네 집에서 노인을 찾아내게 됬다. 사실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노인이 다시 아버지를 보살피게 만드는 것이었다.그렇게만 된다면 동씨 집안은 큰 시름 하나를 놓게 된다.그들도 노인이 얼마나 단호한 심정으로 아버지와 이혼을 결심한 건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돌아올 리가 없었다. 마침 아버지도 노인이 훔쳐 간 천만 원 때문에 화가 나 있었고, 상의 끝에 그들은 천만 원을 빌미로 노인을 제대로 협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그들은 노인을 제대로 제압할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었다. 노인이 평생 노예처럼 아버지 곁에 남아 그를 보살피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노인은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과 돌아가기를 원치 않았다.노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행동이 오히려 동씨네 남매들을 당황하게 했다.마침 그때, 동은석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아버지의 병이 재발했다는 전화였다. 그 전화로 그들은 병원으로 향했다.남매들은 씩씩거리며 성유미의 집을 떠났다.노인이 경찰서에 걸던 전화를 끊었다.동씨네 남매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성유미는 노인을 책망하기 시작했다. “이모, 아무리 그래도 그걸 훔치면 어떡해요.”그녀의 말에 노인은 바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난 한평생 뭘 훔친 적이 없어.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해도 바늘 하나 훔친 적이 없어. 정말 방법이 없었어. 나도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고. 아
이사의 목적은 동씨네 남매가 찾아오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성유미는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은 이모가 훔쳐 간 돈을 받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비록 천만 원을 훔친 게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범죄는 아니었으니까.설령 경찰서에 불려 가는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해도, 아무도 그녀를 도둑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노인을 찾아온 이유, 그들의 제일 큰 목적은 바로 이모가 다시 그들의 아버지를 돌보게 하는 것이다.당연하게도 노인은 다시 그곳으로 가지 않을 것이고.십 년 동안 고생 좀 했을 뿐인데, 이모의 몰골은 말도 안 되게 상해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십 년 동안 지속된 재혼 생활은 이모를 고생길에 빠트렸다.이모는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성유미는 빠릿빠릿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마음먹은 건 바로 해내는 사람이었다. 반나절 만에 두 사람은 집에서 나왔다.하지만, 슬프게도 새집에 정착하자마자 이모는 그만 몸져눕고 말았다.노인이 오랜 시간 동안 영양실조 상태에 처해있었다는 건 병원에 간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일들 때문에 노인은 그만 류머티즘성 심장병에 걸리고 말았다.반년이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이 병에 시달렸다.성유미는 여기에 꽤 많은 돈을 썼다.그래서인지 노인은 자꾸 치료를 거부했다. “유미야, 이모는 이제 다 살았어.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모는 네 돈 쓰고 싶지 않아. 너 혼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하지만 성유미는 오히려 이모를 끌어안으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모, 이제 곧 나을 거예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약만 더 먹으면 감쪽같이 낫는데요! 이모, 제 말 들으세요. 우리 같이 이 병 치료해요.”“유미야, 난 네 발목 잡고 싶지 않아. 너 지금 네 딸 가희 데리고 오려고 열심히 돈 모으고 있는 거잖아. 이렇게 고생하면서 나까지 돌보려 하다니… 널 정말 어쩜 좋을까?” 노인은 이 상황이 난처하다는 듯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노인은 한참을 동은석에게 시달렸고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성유미에게 말했다. “그냥 내가 그 인간 수발들러 갈까?”“이모, 우린 분명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그 사람이 지금 이모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분명 쉽게 이모를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제가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같이 경찰서에 신고하러 가요.” 성유미는 인상을 쓰며 이모에게 말했다.노인은 성유미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유미야, 무슨 일 있어?” 노인이 물었다.성유미도 딱히 이모에게 숨기지 않았다. “이모, 가희가 저랑 똑같은 길을 가려나 봐요. 자기보다 10살이나 많은 남자랑 만나고 있더라니까요. 돈은 많은데… 그 남자 남성의 부잣집 자식이에요. 어릴 때부터 놀기만 하고 이렇다 말할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에요.”“가희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걸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요? 전 꼭 가희를 막아야 해요.” 성유미가 이모에게 말했다.자신의 딸이 남성에서 잘나가는 부잣집 아들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그날부터 성유미는 계속 서시언의 뒤를 쫓고 있었다.그녀는 먼 곳에서 서시언이 그동안 어떻게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도왔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유미야, 가끔씩 죄를 뉘우치며 사는 사람도 있는 거야. 서대표님이 힘닿는 데로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을 돕는 걸 봐서는 분명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한 남자일 거야.”성유미는 무척이나 고민하고 있었다.그녀가 고민에 잠겨있던 그때, 동영신의 자식들이 또 그들을 찾아왔다.노인은 더 이상 자신의 조카를 힘들게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조카가 일 년 동안 그녀를 알뜰살뜰 보살폈지만 조카의 삶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으니.성유미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노인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녀는 조카가 말한 주소를 떠올리며 서시언을 찾아갔다.그녀는 서시언이 일전의 아줌마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일자리를 소개해 주길 바랐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유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시언과 성유미 사이의 공기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특히 성유미가 더 이 상황을 어색해했다.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녀는 바로 몸을 수그렸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 어린이, 유리는 아주 착한 아이야. 이모도 유리가 착한 거 알아. 유리가 이모 많이 신경 써주고 있었던 거 맞지? 하지만… 이모는… 이모는 너무 늙어서, 유리 삼촌이랑… 안 어울려.”“게다가, 유리 삼촌은 내 딸이랑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인 걸. 그니까 유리 숙모말고 이모할게.”“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유리 삼촌이 내 딸한테 진심으로 잘해준다면, 이모는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하해 줄 거야. 유리도 이모랑 같이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자. 어때?”그녀의 말에 유리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유리는 성유미가 안타까웠는지 속상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모, 이모는 남자친구 만들 생각 없어?”“이모 나이가 40이야. 이 상태로 무슨 남자친구야?”성유미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이내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평생 남자한테 데이면서 살아서 이제는 가정을 꾸릴 생각도 없어. 앞으로 이모는 그냥 이모의 이모랑 같이 둘이 살 거야.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다시는 남자 같은 거 안 만날 거야.”“…”“유리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이모랑 같이 삼촌 축하해 주자. 어때?” 성유미는 계속해서 유리를 위로해 주었다.유리는 무척이나 속상했지만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리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맺혀있었다. “응, 알겠어. 숙모.”비록 알겠다고 답했지만 유리는 아직 ‘숙모’라는 호칭을 포기하지 못한 것 같았다.무척이나 합리적인 성유미의 행동과 아이를 달래는 그녀의 능숙한 솜씨에 서시언의 마음은 더욱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일종의 편견이 존재하고 있었다. 최가희와 최홍민이 평소에 성유미에 대한 나쁜 말을 너무 많이 했다. 그래서 서시언도 마음속으로 은근히 성유미를 배척하고 싫어하고 있
“알겠어. 고마워, 서대표.” 성유미는 감격스러움에 코를 훌쩍거렸다.그녀는 그 정도로 성의 표시를 끝냈다.처음부터 끝까지, 성유미는 한 번도 서시언에게 아부하듯 행동하지 않았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서시언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성유미는 자신의 분수를 아는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가희와 그녀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엉망진창인 사람이 아니었다.설마, 최가희와 최홍민이 나한테 거짓말이라도 한 건가?특히 최홍민 그 인간. 그는 한때 범죄를 저지를 생각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는 도박에까지 손을 댔었다.서시언은 최홍민의 인품을 믿지 않았다.그는 성유미의 집을 나서자마자 최가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 일이 말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모님 일부터 해결하고, 그 다음에 천천히 얘기하지 뭐.”유리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서시언은 집으로 돌아갔다.그날 밤. 서시언이 샤워를 끝내자마자 최가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무척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가희야,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최가희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오늘 저한테 밥 사주기로 했는데 안 사줬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잠이 안 와요.”“내가 다음에 꼭 사줄게. 이번에 못 사준 것까지 해서 두 배로 갚아줄게. 어때?” 서서언이 다정하게 말했다.최가희는 점점 더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음… 그리고 질투도 좀 나요. 시언 오빠, 오빠는 언제쯤 절 유리처럼 아껴줄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그녀의 말에 서시언은 웃음을 터뜨렸다. “난 널 유리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어. 유리를 아끼는 만큼 너도 아껴.”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 모르지. 언젠가 내가 널 유리보다 더 아끼게 될지. 유리는 점점 더 자랄 거고, 그렇게 되면 분명 자기만의 생활이 생길 테니까. 남자친구도 만나게 될 거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겠지? 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