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언은 강한 분노를 느꼈다.그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최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가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시언 오빠?”“가희야, 네 엄마가 또 너 괴롭힌 거 아니지?”서시언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최가희는 서둘러 아니라고 대답했다.“맞잖아! 너 울고 있잖아!”서시언이 말했다.“사실대로 얘기해 봐. 그 여자가 또 너 괴롭혔어?”최가희는 울며 말했다.“아니에요, 오빠. 내가 그 여자한테 전화했어요. 그냥 이제 다시 연락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전화했어요. 이제 괜찮으니까 오빠는 돌아가요. 회사에 할 일도 많잖아요.”“난… 혼자 있고 싶어요. 오빠만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그러니까 돌아가서 일해요. 더 이상 눈물 흘리기는 싫거든요.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서시언은 그녀의 뜻을 따라주기로 했다. 스스로 진정시킬 수 있는데 그를 보면 또 눈물이 날 테고 그러면 결국 일에 지장주게 된다.그는 짧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마음 추스르고 있어. 난 일단 회사로 갔다가 퇴근시간에 데리러올게. 오늘은 나랑 같이 너희 집에 한번 가보자.”최가희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좋아요.”전화를 끊은 뒤, 서시언은 F그룹 건물을 나섰다.그는 가는 길에 저도 모르게 그 여자가 있던 방향을 살폈지만 그 여자는 이미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그 여자가 최가희의 생모일까?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서시언이 보기에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딸을 많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그럼 그 여자가 아닌 걸까?하지만 엄마가 아닌데 왜 그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했을까?서시언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지만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기에 그 여자가 착한 척 연기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가희 엄마는 맞는 것 같아.’그는 퇴근하고 최가희를 집까지 데려다줄 때 자세히 물어보기로 했다.최가희는 그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여자친구였고 소중한 사람에 관한 일이니 무엇이든 돕고 싶었다.그날 오후, 서시언은
서시언은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최가희의 아버지가 최홍민이었다니.“혹시… 우리 아빠를 알아요?”최가희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서시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전방만 빤히 주시했다.아는 사람이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서시언은 살면서 최홍민을 딱 두 번 만났다.그런데 두 번 다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첫 만남은 서시언이 다섯 살 무렵이었을 때, 부모님을 따라 지방으로 여행간 적 있었는데 길에서 강도를 당한 적이 있었다.그때 그들의 우두머리가 최홍민이었다.그때 최홍민은 스무 살 정도 됐는데 다섯 명 정도의 부하들을 대동하고 서시언 일가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가서 칼로 협박한 적 있었다.그때 그가 했던 협박이 지금도 기억 난다.“좋은 말로 할 때 그룹 인도하고 나가. 안 그러면 정말 안 좋은 꼴을 당하게 될 거야!”그때 최홍민이 예상치 못했던 건 서시언의 아버지가 협박이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었다.서시언의 아버지는 가슴으로 칼끝을 밀며 이렇게 말했다.“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나 죽여 봐! 날 죽이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평생 감옥에서 썩고 싶어? 언젠가는 형사들이 너희를 찾아낼 거야! 난 죽어도 너희 같은 인간들한테 굴복하지 않아!”오히려 당황한 최홍민이 하마터면 칼을 떨어뜨릴 뻔했다.“자! 죽여 봐! 지금 당장! 너희가 여길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시언의 아버지는 더 기세등등하게 적을 압박했고 최홍민은 끝내는 칼을 바닥에 떨구었다.“대…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양아치라도 사람 죽일 용기는 없어요.”그때 최홍민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들에게 사과했다. 그때 그의 뒤에 있던 남자들이 그를 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겁쟁이 같은 자식이!”그렇게 강도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갔다.홀로 남은 최홍민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대표님, 제가 아무짓도 하지 않은 걸 봐서 돈 좀… 주실 수 있나요?”서시언의 아버지는 그때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살인은 그에게 무리였던 것이다.그는 서시언의 아버지에게 살려달라고 끈질기게 애원한 끝에 결국 서시언 아버지는 목숨을 살려준 보답아닌 보답으로 그에게 2억을 주었다.그리고 그날 밤에 그 사채를 빌려준 조폭 일당을 제거해 버렸다.그렇게 최홍민은 서시언 아버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조폭 일당을 제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은 서시언의 큰아버지가 그들 일가를 죽이라고 사주했고 최홍민은 그냥 살인에 이용된 도구였을 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서시언의 아버지는 앞으로 절대 도박에 손대지 말라고 최홍민에게 경고했다.그 뒤로 최홍민은 도박장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하지만 별로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들 일가도 더 이상 최홍민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그렇게 또 5년이 지났다.서시언이 다시 최홍민을 만났을 때, 그는 예전보다 인상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한 번은 평범한 가정의 친구집에 놀러간 적 있었는데 그냥 서민들이 사는 동네였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선 서시언은 몇 년 전에 행복한 여행을 악몽으로 만들었던 장본인을 또 만났다.그때의 최홍민은 이미 서시언을 알아보지 못했다.딱 한번 마주쳤고 그때 당시에 서시언은 고작 다섯 살이고 5년이 흐른 뒤에는 키가 170이 넘는 장신으로 성장했기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서시언은 자신과 가족들을 죽이려 했던 최홍민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최홍민은 예전보다는 확실히 얼굴이 좋아 보였다.그는 품에 한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그네를 태워주고 있었는데 아이가 깔깔 웃자 그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서시언은 보고도 믿을 수 없어서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흉악한 도박 중독자에게도 이렇게 자상한 면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그런데 그런 좋은 인상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깨져 버렸다. 최홍민에게 어떤 여자가 다가갔는데 여자는 서시언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똑똑하게 들렸다.여자는 간절한 목소리로 최홍
최홍민은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서시언에게 물었다.“자네 나를 알아? 우리 가게에 온 적 있겠구먼. 손님이 내 예비 사위가 될 줄은 몰랐는데. 젊은 사람이 사람 보는 눈은 있네. 내 딸이지만 이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는 드물지. 게다가 똑똑하고 명문대 졸업생에 남성 1위 대기업에서 근무하니 추종자들도 정말 많았어.”“아버님, 저는 서시언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서씨 그룹 대표를 맡고 있고요. 서씨 그룹은 들어보셨죠?”서시언은 담담한 표정으로 최홍민을 바라보며 물었다.최홍민의 손이 순간 흠칫하고 떨리더니 들고 있던 채소바구니를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는 당황한 눈빛으로 서시언을 바라보다가 다시 표정을 수습하고 최가희에게 말했다.“너는… 부자 남자친구를 사귀었으면 아빠한테 가장 먼저 얘기해야지. 너무 유명 기업이라 놀랐잖아.”최가희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아빠! 시언 오빠가 대기업 대표이긴 하지만 저에게는 그냥 사랑하는 남자친구일 뿐이라고요. 아빠한테는 미래의 사위죠. 오빠는 잘나간다고 텃세 부리거나 다른 사람 무시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최홍민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그래. 우리 딸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말을 마친 그는 채소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며 이마에 난 식은땀을 훔쳤다. 서시언은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최가희가 이렇게 기뻐하고 최홍민도 숨기려는 의도가 명확해서 일단 말하지 않기로 했다.이제 갓 20대 초반인 최가희는 그때 사건과 관련도 없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과거에 했던 잘못으로 그녀를 고통받게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최홍민은 딸을 엄청 아끼는 것 같았다.이건 전에 본 장면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서시언은 말없이 최가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단독주택으로 된 최가희의 집은 꽤 깔끔했다. 집에는 차량도 두 대나 있었고 집에는 80세가 넘은 노인이 있었는데 최홍민의 어머니라고 했다.식사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최가희의 할머니는 서시언에게서 시선을 떼지
서시언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그는 차갑게 최홍민을 쏘아보며 말했다.“일단 일어나세요. 일어나서 다시 얘기해요!”하지만 최홍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서 대표님을 따로 부른 건 정말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어서였어요. 난 이미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 일이 있은 뒤로 아주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크게 앓기도 했죠. 그 뒤로는 다시 도박에 손대지 않았어요.”“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려고 그때 새끼손가락을 스스로 잘랐죠.”말을 마친 최홍민은 새끼손가락이 없는 손을 서시언에게 내보였다.서시언은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최홍민이 계속해서 말했다.“그 뒤로 정말 열심히 살았죠. 어머니 보살피고 어린 딸도 보살피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그 뒤로는 한 번도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어요.”“못 믿겠으면 전과기록을 조회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 정말 지킬 거 다 지키며 사는 소상공인이에요.”“아이가 생기고 알았어요. 과거에 제가 얼마나 망나니였는지. 그래서 모든 정력을 딸을 교육하는데 썼어요. 대표님도 아시겠지만 가희 정말 예쁘게 잘 컸잖아요.”“어릴 때 엄마를 잃은 가희를 봐서 제 과거는 가희에게 비밀로 해주세요. 우리 불쌍한 가희는 어릴 때부터 엄마 사랑도 못 받고 불쌍하게 컸거든요. 우리 딸 잘 부탁해요. 가희한테만 잘해주시면 저는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최홍민은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들먹이며 서시언에게 하소연했다.그러는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서시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어린 서시언에게 최홍민은 악몽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성인이 된 뒤에야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런데 이런 사람의 딸과 사랑을 시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어릴 때 최홍민이 최가희 생모를 학대하는 장면을 직접 봤었고 그건 최가희가 그에게 말했던 부분과는 많이 차이가 있었다.서시언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최홍민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몰라요. 마땅한 거처도 없고 직장도 없었거든요. 일하기도 싫어하고 집에 같이 살 때도 놀다가 밤 늦게 들어오고는 했어요. 그런 엄마를 둔 가희가 불쌍하죠.”그 말을 들은 서시언은 F그룹 본사 건물을 배회하던 그 여인이 떠올랐다.얼굴도 창백하고 이목구비가 꽤 예쁜 여인이었지만 그렇다고 문란한 생활을 하는 여자 같지는 않았다.서시언은 그녀가 최가희의 어머니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그는 조심스럽게 최홍민에게 물었다.“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최홍민은 화들짝 놀라더니 그에게 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가요?”많이 당혹스럽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서시언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최홍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이건 숨길 일도 아닌 것 같아서 말인데요. 가희가 요즘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자꾸 온다고 많이 괴로워하고 있어요.”“그 망할 여자가! 그 여자 정말 나쁜 여자예요! 죽이고 싶은 마음도 든다니까요!”최홍민의 말에 서시언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또 살인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그러자 최홍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 아닙니다. 서 대표님, 그런 뜻이 아니라 그 여자가 그만큼 악질이라는 거예요. 어린 딸을 돌보지도 않고 도망간 주제에 다 큰 딸을 왜 찾는지 모르겠어요. 가희가 얼마나 힘들지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 거잖아요?”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서시언에게 물었다.“이런 거로 법원에 고소는 안 되나요? 혈연관계가 있으면 아무리 그 여자가 엄마 노릇을 안 했어도 가희에게 부양 의무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원칙적으로는 그렇죠.”최홍민은 갑자기 돌변하더니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이 망할 여자가!”서시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오늘 제가 이 집에 방문한 건 가희 아버님이 궁금해서 만나뵙고 인사를 드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어머니 문제를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예요. 어머니가 자꾸 연
“조금 걱정되는 문제라면 제가 그 여자보다 열살 이상 더 많다는 거였어요. 그래도 저는 정말 잘해주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아이가 생겼죠. 그때 우리 가족은 정말 행복했어요. 아이도 생겼으니 앞으로 잘 살 일만 남았다고요.”최홍민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분노한 표정으로 돌변했다.“그런데 그 여자가….”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온갖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을 뿐이었다.최가희가 말한 것과 상당히 유사했다.서시언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죠?”“정말 굴욕적이었어요! 자존심이 상했죠!”최홍민은 한숨만 쉬더니 이를 갈며 서시언에게 물었다.“어떤 남자가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 여자에게 있을 곳을 마련해 주고 빚도 탕감해 줬어요. 우리 가족은 정말 잘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여자는 결혼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아서 밖에서 바람을 피웠어요.”“둘이 더러운 짓을 하는 현장을 제가 잡았거든요! 그때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았습니다. 저도 남자예요. 그런 여자를 용서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서시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최홍민이 아니라 세상 어떤 남자도 그런 상황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최홍민은 이를 갈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때 제가 조금 흥분했던 거 인정해요. 눈에 뵈는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칼을 들고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어요. 그 남자는 개처럼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더라고요. 그래도 그 놈을 죽이고 나도 죽어버리자는 생각뿐이었어요.”“그렇게 칼을 드는데 그 여자가 제 앞에서 무릎을 꿇더라고요. 가희는 뒤에서 놀라서 울고 있었고요.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인데 제가 감옥에 가거나 죽으면 누가 우리 딸을 보살피겠어요?”“애는 엄마도 잃고 아빠도 잃게 되는 거죠. 딸을 보고 억지로 분노를 참았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크게 앓았죠. 그때도 저를 보살펴 준 사람은 가희랑 어머니밖에 없었어요. 그 뒤로 가희 엄마는 다시
최홍민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혹시… 가희한테 들었어?”서시언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아니고… 아까 말씀하실 때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그분은 미성년자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혼인신고를 할 수 없죠.”“맞아. 그때 그것 때문에 혼인신고를 안 했어. 그래도 동거를 오래 하고 자식도 있으니 부부 맞잖아.”서시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이렇게 하시죠. 그래도 가희 엄마인데 다음에 또 연락이 오거나 가희를 찾으면 그분을 불러서 만남을 좀 가지는 게 어떨까요? 제가 그분이랑 대화 좀 해볼게요.”옆에서 듣고 있던 최가희가 말했다.“시언 오빠,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네가 그랬잖아. 난 이제 이 집 미래의 사위라고. 그러니까 책임을 져야지.”그의 말이 끝나자 가족들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최가희는 기분이 좋았는지 아빠와 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서시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하지만 서시언은 고민이 많았다.최홍민이 과거 아내에게 가혹하게 대한 건 사실이었다.그리고 F그룹 본사 근처에서 봤던 여인은 최홍민이 말한 것처럼 게으르고 얼굴을 팔아 돈을 버는 여자와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였다.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지 최가희의 생모를 만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단정지을 수 없었다.서시언은 그저 여자친구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에 임했다.그리고 나중에 상황이 전혀 그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거라는 걸 알지 못했다.최홍민은 잔뜩 들떠서 잠을 설쳤다.최가희도 잠들기 전에 이런 상상을 했다. 앞으로 다시 그 여자를 만나면 남자친구한테 부탁해서 혼내 주는 달콤한 상상!최가희는 그 여자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평생 그 여자를 만날 일도 없으니.하지만 최가희의 그런 소원은 3일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졌다.서시언이 집으로 돌아간 뒤로 두 사람 사이는 더 가까워졌다. 최가희는 틈만 나면 알게 모르게 서시언을 유혹했다.하지만 서시언은 자기 통제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그는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