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조용히 그의 모든 것을 가지고 갔고 그녀의 빈 자리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었다.집에 많은 가정부를 고용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들은 그녀처럼 세심하지 못했다.가장 중요한 건 이제 사랑한다고 말해줄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경민 씨, 사랑해.’수줍게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10년이라는 시간을 그는 최여진을 기다리는데 쓰지 않았다.그의 10년은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묵묵히 헌신해 준 것들을 누리고 즐기는데 썼다. 그녀가 있어서 그의 지난 시간은 초라하지 않았다.사람에게 10년이 몇 번이나 더 주어질까?앞으로의 시간에 고윤희가 없다면 열심히 일해서 얻어낸 성과와 명예, 권력 이런 것들이 의미가 없었다.구경민은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고윤희가 없다면 이 모든 건 존재할 의미가 없다.그래서 동부 지구에 고윤희의 거처를 마련해 준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앞으로 남은 생을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살아갈 것이다.그 아이는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겠지만 그래도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다.그래서 동부 지구에서 돌아온 뒤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산을 정리하는 일이었다.그는 재산의 20퍼센트를 부모님에게 드리기로 했다. 부모님에게 필요 없는 돈이겠지만 그의 마음이었다.나머지 10퍼센트는 자신이 가지고 남은 재산 70퍼센트를 전부 고윤희 모자에게 줄 것이다.그렇게 결정한 뒤, 구경민은 바로 남성으로 갔다.그는 자신이 가진 실권을 부소경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이 막중한 업무를 제대로 소화할 사람은 부소경밖에 없었다.그는 자신이 떠난 뒤에 서울이 소란스럽기를 바라지 않았다.처음에 부소경은 극구 반대했다.나중에는 그가 빌고 빌어서 잠시 맡아 두기로 했다. 부소경은 언제든 그가 돌아오면 다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말했다.그와 부소경이 인수인계 절차를 밟는 사이 임신 때문에 집에서 쉬고 있던 신세희가 구경민을 찾아왔다.“윤
구경민은 입이 바짝 마르고 속이 탔다.“말해! 고윤희는 안전한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대표님, 사모님은 그 남자랑 해만성에 온 뒤로 식당을 하나 차렸어요. 그런데 개업하고 얼마되지도 않아 손님들과 시비가 붙었더라고요. 가게에서 불법 경영을 한다는 증거가 나왔어요.”구경민이 말이 없자 주광수는 난감한지 말끝을 흐렸다.“게다가….”“빨리 말해!”구경민은 짜증스럽게 그를 다그쳤다.주광수가 옆에 있었더라면 당장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대표님 지시라고 합니다.”“뭐?”구경민은 당황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니까?”주광수는 난감한 말투로 계속해서 말했다.“저를 해만현에 보낼 때 그러셨잖아요. 사모님 기분이 많이 풀렸으니까 신세희 씨 이름을 대면 연락처를 줄 거라고요. 그래서 애들 데리고 가지 않고 혼자 왔는데 이 일대 사람들이 입을 잘 열지 않아요.”구경민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잠자코 있었다.“좀 이상한 소문을 듣기는 했어요.”주광수가 말했다.“말해!”“길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좀 이상해서요. 앞으로 자기 딸한테 절대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는 만나지 말라고 할 거래요. 그 사람들은 사람을 장난감 취급한다면서요. 돈만 보고 만났다가 딸 인생이 망할 거래요.”“그 할머니가 왜 그런 말씀을 하시지?”주광수는 계속해서 말했다.“그 할머니가 또 이런 말도 했었는데요. 그 여자가 아내가 있는 유부남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거래요. 그래서 그 아내가 찾아왔대요.”구경민은 가슴이 철렁했다.주광수가 물었다.“저 할머니가 한 말이 무슨 뜻일까요? 대표님은 결혼도 안 하셨잖아요. 설마….”주광수가 미심쩍은 말투로 말끝을 흐리는데 구경민이 말했다.“알겠어!”“대표님….”“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바로 갈게!”주광수는 즉각 대답했다.“네, 대표님!”전화를 끊자 부소경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경민아, 무슨 일 있어?”구경민은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경솔했
남성 산 중턱에 있는 그의 별장은 평소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 구경민도 남성에 자주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윤희가 떠난 뒤로 여기는 적막하게 변했다.이번에 남성으로 왔지만 부소경은 구경민이 여기서 지내는 게 힘들까 봐 다른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구경민은 싫다고 거절했다.그는 이 별장에 있겠다고 고집했다.이곳 구석구석에 고윤희와의 추억이 있었다.그가 고윤희를 내쫓은 곳이기도 했다.매번 이곳에 돌아올 때면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그는 정말 매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그녀에게 나가달라고 했다.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났다.매번 그날을 회상할 때면 구경민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치고 싶었다.가는 길에 구경민은 서울에 전화를 걸었다.“최여진 씨는 요즘 어디 있었죠?”구경민은 최여진 본가의 집사에게 물었다.집사는 시큰둥한 말투로 그의 질문에 답했다.“두 분은 이미 헤어진 거로 아는데요. 왜 갑자기 우리 아가씨를 찾으시는 겁니까?”“최여진 지금 어디 있냐고!”구경민은 분노를 터뜨리며 포효했다.운전하던 송 기사마저 놀라서 어깨를 움찔했다.수화기 너머로 최씨 가문 집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졌다.“저… 저도 몰라요. 요즘 아가씨는 거의 집에 안 들어오셨어요. 서울로 돌아와도 구 대표님네 본가에 가 있었거든요. 마지막에 서울에서 아가씨를 만났을 때가 벌써 2주 전인데 구씨 어르신을 만나러 가신다고 했어요.”구경민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만약 정말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최여진이라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전화를 끊은 구경민은 바로 서울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최여진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내! 당장!”경호원은 놀라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대표님. 지금 나가서 찾아볼게요.”잠시 후, 전화기가 다시 울리고 구경민은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찾았어?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대표님, 최여진 씨는 어제 대표님의 본가에 방문하셨다가 바로 떠났다고 합니다.”“그
구경민은 소리를 듣고 바로 고개를 들었다.대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최여진이었다.만물이 겨울잠을 준비하는 가을.최여진은 하얀색 모피 외투를 입고 있었다. 화려한 모피 외투는 가을밤에 거슬리게 눈에 띄었다. 밑에는 귀티 나는 검은색 가죽 바지를 입고 있었다.최여진은 피부 관리를 잘해서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하얀색 모피 외투가 그녀의 피부를 더욱 희고 돋보이게 했다.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구경민을 바라보며 비음 섞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경민 씨.”차가운 얼굴을 하고 차에서 내린 구경민은 겉으로는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여긴 왜 왔어?”최여진은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최근에 부씨 가문 사모님을 양엄마로 모셨거든. 양엄마가 내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말동무나 해드리려고 왔지. 경민 씨, 우린 헤어졌지만 그래도 친구잖아.”“친구로서 생각나서 찾아올 수도 있는 거 아니야?”최여진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대범하게 말했다.“요즘 뭐 기분 좋은 일 있어?”구경민이 물었다.최여진은 대답 대신 이렇게 물었다.“경민 씨는 많이 야위었네. 최근에 그 여자 찾으러 갔었다면서?”구경민이 말이 없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여자 돌아오기 싫대? 내가 이미 자리를 양보했는데도 안 돌아온대?”구경민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최여진이 물었다.“경민 씨, 내가 듣기로 그 여자는… 당신을 떠나고 3개월도 안 됐는데… 밖에서 다른 남자 만났다면서?”“맞아.”구경민이 답했다.최여진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그게 정말이야?”잠시 후, 그녀는 짐짓 구경민을 위로하는 척 또 말했다.“그 여자…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그간에 경민 씨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맛있는 거 먹여줘, 예쁜 옷 입혀줘, 있을 곳도 내줘. 부잣집 사모님처럼 떠받들어 줬는데. 서울에서 그 여자를 부러워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고작 3개월만에 찾아갔는데 벌써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
위로해 주자! 부드럽게 위로해 주면 풀릴 거야!최여진은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에게 다가갔다.‘오늘 밤 어떻게든 일을 치러야 해.’“경민 씨….”그녀는 촉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그러고는 가녀린 손으로 구경민의 차가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경민 씨. 많이 힘든 거 알아. 필요하면 내가 같이 찾아줄게.”“미안해. 그때 내가 너무 경솔하고 이기적이었어. 내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경민 씨도 그 여자를 쫓아낼 일 없었잖아. 다 내 잘못이야.”“나 때문에 그 여자가 떠난 거니까 내가 같이 찾아줄께. 비록….”주절주절 떠들던 최여진은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그녀는 괴로운 듯이 얼굴을 감싸며 처량한 말투로 말했다.“나도 경민 씨를 사랑하지만 경민 씨는 나한테 마음이 없다는 거 알아. 나도 강요하지는 않을게. 그래도 난 경민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경민 씨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구경민을 바라보았다.아쉬움, 사랑, 그리고 슬픔이 뒤섞인 애처로운 눈빛이었다.이런 모습의 최여진은 누가 봐도 가엾고 안쓰러웠다.차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송 기사마저 최여진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송 기사는 구경민 신변에서 일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최여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그는 자신의 상사가 여자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한 명은 예쁘고 학벌 좋고 집안 좋고 배려심 많은 여자.그리고 상사의 신변에서 묵묵히 7년을 보필한 여자.두 여자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송 기사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대표님도 참, 적당히 하시지. 어차피 동부 지구에 있는 그분은 포기하셨으면서. 고윤희 씨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냥 최여진 씨랑 화해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전에는 몰랐는데 최여진 씨도 참 좋은 사람이었네.”“그러니까 고윤희 씨도 대표님한테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겠지.”송 기사는 상사를 걱정하는 마음에
갑자기 매를 맞은 최여진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구경민의 차에 부딪혔다.아직도 상사와 최여진이 잘되기를 바라던 송 기사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최여진의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시뻘건 피가 그녀의 하얀 코트를 적셨다. 차량 앞 범퍼에도 핏자국이 묻었다.최여진은 자신의 피를 바라보며 간담이 서늘했다.그녀는 이대로 얼렁뚱땅 넘어가기는 글렀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구경민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동부 지구와 멀리 떨어진 남성에서 그녀가 그간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떻게 알았을까?최여진은 머리가 안 돌아가고 두려움만 잔뜩 남았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등 뒤로 다가온 구경민은 송 기사의 놀란 눈을 뒤로하고 최여진의 머리채를 잡았다.“악!”겁에 질린 최여진은 연신 비명을 질렀다.구경민의 무시무시한 표정을 본 그녀는 눈물만 줄줄 흘렸다.지금의 그는 잔뜩 분노한 사자와도 같았다.그의 눈빛에 이글거리는 분노가 당장이라도 최여진을 태워버릴 것 같았다.“경민 씨….”겁에 질린 그녀는 얼굴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고 구경민이 머리채를 잡아당기는데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사… 살려줘. 설마 나를 때려 죽일 건 아니지?”그녀는 애처롭게 애원했지만 구경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힘껏 내동댕이쳤다. 최여진은 머리가 철제문에 부딪혀서 피가 줄줄 흘렀다.“악!”“최여진! 고윤희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하지 않으면 지옥을 경험하게 될 거야! 말해! 고윤희 지금 어디 있어!”“아니지! 지옥을 경험하기 전에 내 주먹 맛을 먼저 봐야겠지?”“나도 여자를 때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여자를 죽이면 어떤 느낌일지 느껴봐야겠어!”말을 마친 구경민은 일그러진 얼굴로 최여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겁에 질린 최여진은 곧장 몸을 피했다.그녀는 엉금엉금 기어서 구경민에게 다가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경민 씨….”최여진은 진짜 공포가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꼈다.숨막혀서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구경민의 죽
“경민 씨, 나를 10년이나 사랑했다고 했잖아. 그게 다 거짓말이었어?”“당신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했던 남자잖아!”“경민 씨가 나한테 말했잖아. 줄곧 나를 사랑했다고. 그거 다 거짓말이야?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날 죽일 거야?”“어떻게 자신이 10년을 사랑한 여자한테 이럴 수 있어?”이 순간 최여진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비굴하고 또 비굴하게 구경민에게 과거 그가 사랑했던 여자가 자신이라고 강조할 뿐이었다.그녀는 이런 식으로 구경민의 동정심이라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안 그러면 오늘 진짜 구경민에게 맞아 죽을 것 같았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구경민은 폭력을 잠시 멈추었다.희망을 본 최여진이 말했다.“경민 씨도 손이 내려가지 않는 거지? 아직도 날 사랑하는 거지? 예전에 날 사랑했던 기억이 떠오른 거지?”구경민은 최여진의 턱을 으스러지게 잡았다.최여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 망할 여자야! 넌 악마야! 내가 널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한 거 다 알고 있었어?”“난 너를 사랑했는데 넌 나한테 무엇을 줬지?”“대답해! 네가 해준 게 뭐야!”“네가 나한테 준 건 공허함뿐이었어. 매번 사고를 치고 나를 찾았고 나한테 따스함은 한 번도 준 적 없어. 내가 힘든 건 알아주지도 않고 네가 원하는 것만 요구했잖아!”“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때를 얘기해? 10년이야! 내가 이 1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윤희였어! 윤희가 내 옆을 항상 지켰어! 너를 사랑했던 10년은 그저 환상이었을 뿐이라고!”“하지만 윤희랑 함께한 7년 동안 아주 조금씩 천천히 윤희는 나한테 따스함을 주었어! 내 삶에 어느새 스며들어서 7년을 살았어. 그 여자는 자신의 헌신으로 나를 사랑했어. 윤희가 지금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고 그 여자를 지킬 거야!”“너 같이 악랄한 여자가 그런 감정을 알아?”“넌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줄만 알잖아! 상대를 위해 네가 해줄 수 있는 게 뭔데!
최여진이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구경민의 차를 타고 도망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녀는 오늘 도망치지 않으면 구경민이 절대 자신을 곱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자신이 동부 지구에서 한 일을 후회했다.만약 구경민이 고윤희를 찾지 못한다면 그는 절대 최여진을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어떡하지?’최여진은 차를 운전하며 고민에 잠겼다.서러워서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근처 버스정류장까지 차를 운전했다. 마침 멀리서 버스가 오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최여진은 다급히 버스에 올라탔다.그녀는 구경민의 차를 운전해서 도망치면 잠시는 괜찮을지 몰라도 멀리 가지 못하고 그들이 추격해 올 것을 알았다. 남성은 구경민의 절친인 부소경의 세력 범위 안에 있었다.가장 좋은 방법은 버스를 타고 도망치는 것이었다.버스 승객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머리는 산발이고 코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의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최여진은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고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와 상황을 묻지 않았다.최여진은 다섯 정거장을 가서 차에서 내린 뒤, 다시 택시를 타고 부소경의 본가로 향했다.남성에서 그녀를 살려줄 수 있는 사람은 본가의 사람들뿐이었다.“양엄마, 양아빠, 저 좀 살려주세요!”부소경의 본가로 간 최여진은 부성웅과 진문옥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부성웅과 진문옥은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진문옥은 요즘 최여진과 대화하며 즐거움을 많이 느꼈다.아들을 잃고 기댈 곳이 없는 노인은 친절하게 다가오는 최여진이 예쁠 수밖에 없었다.진문옥은 최여진을 막내딸로 생각했다.“여진아, 왜 그래? 누가 우리 여진이 괴롭혔어? 남성에서 생긴 일은 이 양엄마가 해결해 줄 수 있어.”진문옥은 다급히 최여진을 부축하며 말했다.최여진은 부성웅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부성웅을 바라보며 말했다.“양아빠, 제가 왜 두 분을 양부모로 모시겠다고 했는지 알아요? 사실… 제 배속에서 두 분의 손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