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진이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구경민의 차를 타고 도망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녀는 오늘 도망치지 않으면 구경민이 절대 자신을 곱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자신이 동부 지구에서 한 일을 후회했다.만약 구경민이 고윤희를 찾지 못한다면 그는 절대 최여진을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어떡하지?’최여진은 차를 운전하며 고민에 잠겼다.서러워서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근처 버스정류장까지 차를 운전했다. 마침 멀리서 버스가 오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최여진은 다급히 버스에 올라탔다.그녀는 구경민의 차를 운전해서 도망치면 잠시는 괜찮을지 몰라도 멀리 가지 못하고 그들이 추격해 올 것을 알았다. 남성은 구경민의 절친인 부소경의 세력 범위 안에 있었다.가장 좋은 방법은 버스를 타고 도망치는 것이었다.버스 승객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머리는 산발이고 코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의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최여진은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고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와 상황을 묻지 않았다.최여진은 다섯 정거장을 가서 차에서 내린 뒤, 다시 택시를 타고 부소경의 본가로 향했다.남성에서 그녀를 살려줄 수 있는 사람은 본가의 사람들뿐이었다.“양엄마, 양아빠, 저 좀 살려주세요!”부소경의 본가로 간 최여진은 부성웅과 진문옥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부성웅과 진문옥은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진문옥은 요즘 최여진과 대화하며 즐거움을 많이 느꼈다.아들을 잃고 기댈 곳이 없는 노인은 친절하게 다가오는 최여진이 예쁠 수밖에 없었다.진문옥은 최여진을 막내딸로 생각했다.“여진아, 왜 그래? 누가 우리 여진이 괴롭혔어? 남성에서 생긴 일은 이 양엄마가 해결해 줄 수 있어.”진문옥은 다급히 최여진을 부축하며 말했다.최여진은 부성웅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부성웅을 바라보며 말했다.“양아빠, 제가 왜 두 분을 양부모로 모시겠다고 했는지 알아요? 사실… 제 배속에서 두 분의 손주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부성웅 부부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랐다.잠시 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진문옥이었다. 그녀는 기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 아니! 며느리네. 이제… 네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니?”최여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녀는 진문옥의 심리를 잘 꿰고 있었다.진문옥의 아들들은 다 죽었다.그녀는 나이가 들었고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반호영을 출국시키는데 재산 전부를 쓴 것이다.그런데 최여진이 반호영의 자식을 임신했다고 하니 진문옥에게는 장기말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앞으로 이 아이는 진문옥의 손자가 될 것이다.손자를 싫어할 늙은이가 어디 있을까?“양엄마… 저를 인정해 주시는 거예요?”최여진이 물었다.“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니?”진문옥은 고개를 돌려 부성웅에게 말했다.“여보, 당신은 기쁘지 않아? 소경이는 우리한테 살갑지도 않고 우리를 원수처럼 대하잖아. 그런데 여진이가 호영이 아이를 임신했대! 나중에 이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손자가 되는 거야!”부성웅도 웃으며 말했다.“그… 그래! 우리한테 드디어 손자가 생기는 거야?”최여진은 다시 부성웅과 진문옥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이 며느리를 살려주세요!”진문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가, 어떻게 된 거야? 너 설마 신세희랑 싸웠어? 너도 참. 신세희 건드리지 마. 소경이는 신세희밖에 모르는 애야. 걔는 왜 건드렸어?”“그… 그런 게 아니라 경민 씨가 저를 죽이려 해요.”최여진은 자신과 구경민 사이에 있었던 일을 간략해서 부성웅 부부에게 들려주었다.당연히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얘기하고 고윤희가 자신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말했다. 얘기를 들은 부성웅 부부는 하나 같이 고윤희를 욕했다.“재벌가에 시집오고 싶어서 안달이 난 여우년이네!”“신세희도 그렇고 예전의 하숙민도 그랬지! 그리고 고윤희도 똑 같은 인간이야!”진문옥이 이를 갈며 말했다.그녀는 최여진을 위로했다.“아가, 걱정하지 마. 앞으로 우린 가
그날 오후, 최여진은 남성에서 서울로 돌아갔다.그녀는 부성웅 부부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가서 상황을 부모에게 설명했다. 그녀의 부모는 억장이 무너졌다.“넌 애가 왜 그렇게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니! 오냐오냐 예뻐만 하고 키운 게 잘못이지!”최여진의 엄마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그녀의 부친 역시 한숨만 내쉬었다.“내가 해외로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가버리더니 일이 이게 뭐야? 그때 구경민이랑 결혼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지금쯤 애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지.”“해외에서 10년이나 놀고 오면 누가 널 받아준대? 차라리 해외에서 남자를 만나 살지 왜 돌아왔어? 구경민 여자친구는 왜 내쫓았어?”“나도 모르겠다. 네가 친 사고는 네가 수습해. 당장 꺼져!”평생 의사로 살아온 최여진의 부친은 엄격한 사람이었다.하지만 딸에 대해서는 항상 관대했고 그게 화근이었다!딸이 구경민에게 철없이 군 건 그래도 괜찮았다. 그런데 사람을 죽이다니.“아빠, 엄마.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는 거 알잖아. 난 살아야겠어! 양부모님이 모든 걸 준비해 주신대. 내가 없는 동안 건강 잘 챙기고 잘 있어. 갈게, 아빠, 엄마.”최여진은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가! 어차피 옆에 있다고 우리한테 효도한 적도 없잖니.”딸에게 크게 실망한 부모님은 떠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그날 밤, 최여진은 부성웅 부부의 도움으로 출국했다.한편, 구경민도 남성에서 급급히 서울 병원으로 달려갔다.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응급처치는 이미 끝난 뒤였다.구경민을 본 그의 아버지는 옆에 있던 꽃병을 그에게 던졌다.“이런 후레자식아, 너 내가 죽는 꼴 보고 싶어? 내가 죽어야 만족하겠어?”부친은 분노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구경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아버지, 상황이 그리 심각해 보이지는 않네요?”부친은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옆에 있던 의사가 말했다.“구 대표님, 어르신은 방금 응급 처치를 끝내고 정신을 차리
“놀거 다 놀고 갑자기 제가 생각나서 찾아온 여자예요. 10년이 지난 뒤에 찾아와서 안주인 행세를 하는 여자라고요! 그런 여자를 계속 기다려야 했나요?”“만약 그 여자가 이번에 돌아오지 않고 20년 뒤에나 찾아왔으면요? 평생 결혼도 안 하고 그 여자만 기다렸어야 하나요?”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부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걸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하지만 최씨 가문이랑 우리 가문은 예전부터 친한 사이잖아! 가정부 하나 때문에 여진이를 버린다면….”“친한 사이요?”구경민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친해서 그 여자가 저를 10년이나 방치했데요?”“친한 사이라서 제가 사랑하는 여자를 죽도록 괴롭혀도 되나요?”“뭐라고 했어?”“아버지는 고윤희를 고작 가정부라고 생각하시지만 윤희도 이제 우리 가문 사람이 되기 싫대요. 동부 지구에서 이미 다른 남자랑 살고 있다고요.”“그 여자가 감히 너를 두고?”구경민의 부친은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구경민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냥 평범하게 평온한 삶을 살고 싶대요! 평온한 삶이요! 그런데 그렇게 소박한 소원이 아버지 친구 딸 때문에 부서졌어요!”“아버지가 그토록 두둔하는 최여진은 그런 여자라고요! 윤희는 이제 저한테 돌아오지 않으려고 해요. 저에게 매달리지도 않아요. 그런데 최여진은 고윤희를 죽이려고 한다고요!”부친은 너무 기가 막혀서 입도 다물지 못했다.“몸은… 좀 어떠세요?”구경민은 화제를 돌렸다.그는 조바심이 났다.아버지의 병 때문에 바로 떠날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때마침 의사가 검사 결과를 들고 병실을 찾았다.“상태가 어떤가요?”구경민이 물었다.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르신 상황은 계속 안정적이었어요. 요즘 화를 내는 일이 많아서 심장판막에 염증이 좀 생겼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앞으로 잘 쉬고 식단에 신경 쓰면 괜찮아질 거예요.”구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괜찮은 거네요.”의사가 나간 뒤, 그는 정색하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구경민이 고개를 돌리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노인은 허리도 펴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손에 동전 그릇을 들고 있었다.“어르신, 어쩐 일로….”구경민은 이 노인이 한진수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나이가 훨씬 더 많았다.게다가 이 노인은 한진수 어머니보다 행색이 더 초라했다.이 노인은 누굴까?노인은 흐릿한 눈으로 구경민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울에서 왔지? 권력 좀 있는 사람인가 봐?”“난 그냥 길거리 동냥하는 노친네야. 죽음도 두렵지 않을 나이라고! 도대체 이집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거야?”“저렇게 착한 사람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아. 당신들이 권력을 믿고 억지를 부리는 거야!”노인은 온갖 비난을 퍼붓더니 다시 가버렸다.그녀는 동전그릇을 손에 들고 걸어가며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그 아줌마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주고. 며느리도 참 예쁘고 싹싹했지. 남은 반찬이 있으면 데워서 챙겨주고. 그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노인은 울먹이며 가던 길을 갔다.구경민은 이번에 동부 지구로 오면서 저번보다 더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할 수 없었다. 지난 번에 고윤희에게 접근할 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고윤희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녀가 자신을 피해 도망가지 않기만을 바랐다.그래서 노인이 멀리 가버렸지만 구경민은 노인을 쫓아가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차에서 생각에 잠겼다.식당 밖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 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밤이 되어 서야 다른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식당 사장 부부는 아주 열정적으로 손님들을 배웅했다. 손님들이 다 나가고 구경민은 주광수와 함께 그쪽으로 다가갔다.“식사하러 오셨어요?”부부가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있는 거 아무거나 주세요.”구경민이 말했다.“어서 들어오세요.”이 시간에 손님이 또 있다는 건 아주
“어이구, 사장님. 안녕하세요.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사장님의 기준을 맞추겠습니다. 혹시 앞으로 좋은 위치의 가게가 나오면 저한테…”상대방이 미끼를 물자 구경민은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보름 전에 우리가 왔던 가게는 맞은편의 분식집 같은데…”그러자 주광수가 얼른 그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맞은편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그래…”한참 후, 구경민은 다시 음식점 사장님을 쳐다보고 물었다.“비빔국수 하나 주세요.”“아…”구경민은 고윤희와 한진수가 개업한 가게에서 음식을 맛보지 못했지만, 그 가게에 비빔국수가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비빔국수는 고윤희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함께 지낼 때, 고윤희는 구경민에게 자주 음식을 만들어줬다.비빔국수에 갖가지 야채를 넣고, 땅콩가루로 맛을 내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상큼하고 맛이 좋았다.계란은 항상 반숙으로 만들어 줘 고윤희가 비빔국수를 만드는 날에는 구경민은 국수를 두 그릇씩 먹었다.그리고 고윤희는 구경민이 먹기 좋게 국수를 조금씩 그의 입에 떠 넣어 주기도 했다.고윤희의 손맛에 길들어진 그는 아무리 비싼 레스토랑의 음식이라도 쉽게 먹지 못했다.집으로 돌아간 후, 구경민은 밥을 많이 먹게 된 것은 고윤희의 잘못이라며 음식이 소화될 때까지 고윤희를 괴롭혔다.두 사람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린 구경민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고윤희와 함께 했던 행동과 말들, 모두 추억이 되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비빔국수는 맞은편 가게의 특색 메뉴였죠. 비싸지만 맛이 좋아 단골손님이 모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소문 들어보셨어요?”주광수는 바로 흥미진진한 얼굴로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무슨 소문이에요? 저희도 재미나는 이야기 좀 들어나 봅시다.”그러자 음식점 사장님은 바로 신명 나게 떠들어댔다.“가게를 운영하던 여자가 옛날에 몸을 팔았던 여자였나 봐요. 정부인이 이곳 영지의 지주 첩을 찾아와 맞은편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구경민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구?”“대표님, 제 목소리도 벌써 잊으신 거예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저를 칭찬하셨다고 했어요.”신민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사모님?”“네,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가 좋으시다고 사모님께서 저한테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대표님이 첫사랑과 결혼하려고 사모님을 십 년이 넘게 기다렸다고 했어요.”“대표님은 사모님 외에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과심이 없으시잖아요.”“얼마 전, 제가 대표님을 오해했어요. 저는 대표님이 고윤희를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저도 이제야 대표님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고윤희 그 몹쓸 년이 대표님한테 추파를 던졌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지금 이 상황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구경민은 당장이라도 고윤희의 행방을 묻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신민지를 몰아붙이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아직 고윤희의 생사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민지가 고윤희를 잡고 있다면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윤희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신민지, 지금 어디야?”신민지는 바로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네? 대표님, 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신다는 말이에요? 지금 저랑 농담하시는 거죠…”그는 얼마 전, 최여진을 폭행했을 때, 신민지가 있는 주소를 물어보지 않은 사실을 자책했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신민지가 고윤희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그러자 구경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너를 만나고 싶어.”“대, 대표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모르겠어?”구경민은 귀찮은 듯한 말투로 반문했다.전화기 너머 신민지는 자리에 얼어붙었다.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구경민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모르는 그녀다.최여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게 된 그녀는 그녀의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목숨이 없어지는 것을 목격했다.신민지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저는 단 한순간도 주제넘는 생각을
“내가 너한테 갈게.”신민지는 현재 60살이 넘는 남자의 첩으로 지내고 있다. 구경민이 그녀를 찾으러 온 것을 남자한테 들킬까 두려운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바로 거절했다.“왜? 내가 못 가는 곳이야? 아니면 다른 남자라도 숨겨놓았어?”“남자를 숨겨 놓았어도 괜찮아.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죽이면 되니까.”“아니에요. 그런 일 없어요. 지금 바로 주소를 알려드릴게요.”그의 말에 신민지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구경민과 비교하면 지금 그의 남편은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이번 기회에 구경민의 마음에 들면, 앞으로 그녀의 생활에 꽃 길만 열리게 된다.구경민의 정부인이 아닌, 첩이라도 상관없다.구경민의 마음을 잡는 건 개인의 능력이다. 신민지는 오늘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구경민은 차가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하! 하늘이 그녀에게 준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구경민의 몸과 마음을 잡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신민지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대표님, 제가 지금 있는 구역은 바로 해변 도시인 백해 시입니다.”백해 시.구경민은 익숙한 도시의 이름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그곳으로 직접 파견을 간 적 있기 때문이다.위치를 알고 난 후, 구경민의 마음은 더욱 세게 요동쳤다.그는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여자…”그는 아직 고윤희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만약 고윤희가 죽었다면 그는 바로 신민지를 고문할 것이다.그는 신민지의 입에서 고윤희의 생사를 들을 용기마저 없어 휴대폰을 주광수에게 건넸다.휴대폰을 건네받은 주광수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신민지의 목소리를 들었다.“누구 말씀이세요? 고윤희요?”주광수는 최대한 구경민의 목소리를 따라 했다.“응.”신민지는 입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고윤희에 대해 늘어놓았다.“그 미친년이 아주 자기 주제도 모르고, 대표님의 파트너인 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와 함께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이건 대표님을 배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