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그 여자가 아이를 지우고 그 남자랑 동거를 시작했대요. 그렇게 10년이 지나 그 영감이 갑자기 사업이 대박이 났고 아내를 붙잡으러 갔대요. 그때 그의 아내는 이미 동거남이랑 셋째를 임신중이었는데 그 뒤로 그 영감은 임산부만 노리는 관습범이 되었죠.”“고윤희를 그 영감에게 넘기면 고윤희 성격에 차라리 혀 깨물고 죽으려고 할 거예요. 그러다가 배 속의 아이도 잃게 되겠죠. 어때요? 사모님, 만족스러우시죠?”“좋아!”최여진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실컷 웃은 뒤, 그녀는 신민지를 치하했다.“신민지, 걱정하지 마. 내가 남편한테 잘 얘기해서 널 연예계에 복귀시키도록 할게. 우리 남편 내 말이라면 뭐든 잘 듣거든. 예전의 일도 없었던 일로 해줄게.”“네, 감사해요. 사모님.”신민지는 감격한 얼굴로 연신 인사했다.“사실 별거 아니야.”최여진은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네가 내 남자에게 접근하려고 한 게 괘씸해서 내 남자가 홧김에 널 매장시켜 버린 것뿐이야.”“넌 좀 운이 없었던 거야. 그때 내 남편 신변에는 고윤희밖에 없었거든. 그 사람은 잠깐 고윤희한테 정신이 팔렸던 거지. 고윤희가 옆에서 입김을 불어넣어서 어쩔 수 없이 너를 이곳 동부 지구에 내쫓았을 거야. 사실 내 남편은 그렇게까지 쪼잔한 사람이 아니거든.”“물론 지금 고윤희를 대하는 걸 보면 좀 잔인하긴 하지만 너랑은 상황이 다르잖아. 구경민 씨가 어떤 사람인데? 서울에서 실권을 꽉 잡고 있는 사람인데 자신을 모시던 여자가 다른 남자랑 동거하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남자들은 다 이기적인 동물이야. 그러니 한진수는 살려둘 수 없어. 고윤희야 뭐, 처참할수록 내 남편이 기분 좋아하겠지.”“알죠, 사모님. 사모님과 구 대표님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드릴게요.”신민지는 대도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에 벅찼다.그녀는 머지않은 미래에 이 촌구석을 떠나 서울이나 남성에서 자리를 잡고 연예계에서 번성기를 누릴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어쩌면 그때가 되면 최여진
임신?최여진은 두 달 전에 반호영과 같이했던 밤을 떠올렸다.두 사람은 아무도 피임조치를 하지 않았다.하지만 최여진은 자신이 임신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진문옥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가슴이 철렁했다.“나 네 양엄마야. 나랑 하지 못할 얘기가 어디 있어?”진문옥의 질문에 최여진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양엄마, 제가 요즘 컨디션이 좀 안 좋긴 해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 돌아가면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진문옥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운전기사와 경호원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들은 전부 구성훈이 빌려준 인력이었다.물론 그녀도 꽤 비싼 돈을 지불했다.경호원들은 전부 그녀의 뜻을 따랐다.경호원들 중 우두머리가 그녀에게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이제 어떻게 할까요?”“당장 돌아가!”“어… 어디로요?”“서울로!”그녀는 지금 당장 구경민을 만나야했다. 최여진은 구경민에게 압력을 가하든 그의 아버지를 구워삶든 어떻게든 구경민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그러기 위해서는 구경민을 매혹시켜 밤을 같이 보낼 약물도 필요했다.물론 배 속의 아이는 당연히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유산을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이용할 것이다.만약 구경민을 매혹하는데 성공해서 그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한 달 뒤에 바로 가서 아이를 지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평생 구경민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필요도 없었다.‘그래! 이렇게 하는 거야! 너무 완벽해!’최여진은 구경민이 다시 고윤희와 만나더라도 고윤희가 그를 용서할 확률은 없다고 생각했다.온갖 더러운 방식으로 그녀를 압박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다.‘고윤희가 구경민을 용서한다고 해도 늙은 영감과 구른 여자를 구경민이 받아들일 리 없어! 이거 너무 완벽한데?’최여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당장 서울로 돌아가자!”그녀는 자신이 죽인 한진수의 시체가 아직 황야에 있다는 사실도 개의치 않았다.최여진에게 있어
최여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뭘 몰라요?”“우리 어르신은 둘째 도련님 때문에 화병 나서 입원하셨어요.”집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는 구경민의 고집을 이해할 수 없었다.자신의 피와 살을 내주고 구축한 세력과 공훈을 포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그것도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세력을 넘긴다고 했다.세력을 넘길 수도 있지만 직계 가족에게 넘길 수도 있고 구서준에게 넘길 수도 있는데 구경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구경민은 서울에서 구축한 자신의 세력 범위를 남성의 부소경에게 넘긴다고 선언했다.둘 사이가 워낙 좋아서 이해할 수도 있는 결정이었고 가문의 고용인들은 남성 부소경이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구경민의 아버지는 크게 화를 냈다.가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맏아들도 있고 잘 성장한 구서준도 있는데 왜 권력을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야 하는가?어르신은 큰아들과 손자가 불쌍하다며 화병이 나서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구경민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구경민은 단호하게 남성으로 향했다.그가 남성으로 간지 벌써 10일이 지났다. 그 사이 그는 한 번도 아버지를 찾아오지 않았다.집사는 최여진 앞에서 한숨만 내쉬었다.“아가씨, 우리 어르신이 그래도 여진 아가씨는 많이 예뻐하셨으니까….”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여진은 걸음을 돌려 가버렸다.그녀가 구경민의 아버지를 찾아온 이유도 구경민 때문이었다. 그런데 구경민이 남성에 있다고 하니 당연히 남성으로 가야 했다.최여진은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구경민이 권력을 모두 내려놓는다는 말이 뭔가 이상했다.고작 30대의 젊은 나이에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거지?‘설마… 고윤희 때문에?’이런 생각이 들자 최여진은 지방에서 올라올 때 좋았던 기분이 몽땅 사라졌다.그녀는 당일 비행기로 남성으로 날아갔다.그녀는 곧장 구경민의 별장을 찾았지만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구경민은 거기 없었다.최여진은 뭔
구경민은 가슴이 철렁해서 다급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주광수가 흐느끼며 대답했다.“사모님… 아니, 고윤희 씨와 그 남자가… 해만현에서 사라졌어요.”“지금 어디야?”주광수가 대답했다.“대표님 지시대로 해만현의 별장 앞에 있는데 별장이 텅텅 비었어요.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어요.”“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주광수를 해만현에 보낸 건 신세희의 뜻이었다.2주 전, 구경민은 동부 지구에서 돌아온 뒤로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그렇게 꼬박 이틀이 지났지만 그는 서재에 홀로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사실 그는 자신의 자산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는 여태까지 가문과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뛰고 일했다.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건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에게 첫 실패는 첫사랑 연인과의 이별이었다.그때는 어려서 여자에게 차이고도 장장 10년을 그녀를 기다리며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10년 동안 사업도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과거의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최여진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다른 여자들이 접근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윤희를 신변에 둔 건 생리적인 욕구 때문이었다.구경민은 10년동안 자신이 최여진과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며 버텼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윤희를 내쫓은 뒤에야 자신이 그녀를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10년의 기다림이 괴롭지 않았던 건 그의 옆에 고윤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천천히 그의 생활에 흔적도 없이 스며들었고 그의 가슴에 고윤희의 자리를 만들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거실에는 그녀가 키우는 다육이 자라고 있었다.베란다에는 그녀가 아끼는 난초가 있었다.옷장에는 그녀가 그를 위해 다려준 셔츠로 꽉 찼고 종류별로 언제든 골라 입을 수 있게 항상 정돈되어 있었다.그녀가 떠난 뒤, 그의 옷장은 난장판이 되었다.집안일을 하는 가정부가 많았지만 아무도 그녀처럼 세심하게 그의 생활패턴에 맞춰주
그녀는 조용히 그의 모든 것을 가지고 갔고 그녀의 빈 자리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었다.집에 많은 가정부를 고용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들은 그녀처럼 세심하지 못했다.가장 중요한 건 이제 사랑한다고 말해줄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경민 씨, 사랑해.’수줍게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10년이라는 시간을 그는 최여진을 기다리는데 쓰지 않았다.그의 10년은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묵묵히 헌신해 준 것들을 누리고 즐기는데 썼다. 그녀가 있어서 그의 지난 시간은 초라하지 않았다.사람에게 10년이 몇 번이나 더 주어질까?앞으로의 시간에 고윤희가 없다면 열심히 일해서 얻어낸 성과와 명예, 권력 이런 것들이 의미가 없었다.구경민은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고윤희가 없다면 이 모든 건 존재할 의미가 없다.그래서 동부 지구에 고윤희의 거처를 마련해 준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앞으로 남은 생을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살아갈 것이다.그 아이는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겠지만 그래도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다.그래서 동부 지구에서 돌아온 뒤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산을 정리하는 일이었다.그는 재산의 20퍼센트를 부모님에게 드리기로 했다. 부모님에게 필요 없는 돈이겠지만 그의 마음이었다.나머지 10퍼센트는 자신이 가지고 남은 재산 70퍼센트를 전부 고윤희 모자에게 줄 것이다.그렇게 결정한 뒤, 구경민은 바로 남성으로 갔다.그는 자신이 가진 실권을 부소경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이 막중한 업무를 제대로 소화할 사람은 부소경밖에 없었다.그는 자신이 떠난 뒤에 서울이 소란스럽기를 바라지 않았다.처음에 부소경은 극구 반대했다.나중에는 그가 빌고 빌어서 잠시 맡아 두기로 했다. 부소경은 언제든 그가 돌아오면 다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말했다.그와 부소경이 인수인계 절차를 밟는 사이 임신 때문에 집에서 쉬고 있던 신세희가 구경민을 찾아왔다.“윤
구경민은 입이 바짝 마르고 속이 탔다.“말해! 고윤희는 안전한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야!”“대표님, 사모님은 그 남자랑 해만성에 온 뒤로 식당을 하나 차렸어요. 그런데 개업하고 얼마되지도 않아 손님들과 시비가 붙었더라고요. 가게에서 불법 경영을 한다는 증거가 나왔어요.”구경민이 말이 없자 주광수는 난감한지 말끝을 흐렸다.“게다가….”“빨리 말해!”구경민은 짜증스럽게 그를 다그쳤다.주광수가 옆에 있었더라면 당장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대표님 지시라고 합니다.”“뭐?”구경민은 당황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니까?”주광수는 난감한 말투로 계속해서 말했다.“저를 해만현에 보낼 때 그러셨잖아요. 사모님 기분이 많이 풀렸으니까 신세희 씨 이름을 대면 연락처를 줄 거라고요. 그래서 애들 데리고 가지 않고 혼자 왔는데 이 일대 사람들이 입을 잘 열지 않아요.”구경민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잠자코 있었다.“좀 이상한 소문을 듣기는 했어요.”주광수가 말했다.“말해!”“길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좀 이상해서요. 앞으로 자기 딸한테 절대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는 만나지 말라고 할 거래요. 그 사람들은 사람을 장난감 취급한다면서요. 돈만 보고 만났다가 딸 인생이 망할 거래요.”“그 할머니가 왜 그런 말씀을 하시지?”주광수는 계속해서 말했다.“그 할머니가 또 이런 말도 했었는데요. 그 여자가 아내가 있는 유부남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거래요. 그래서 그 아내가 찾아왔대요.”구경민은 가슴이 철렁했다.주광수가 물었다.“저 할머니가 한 말이 무슨 뜻일까요? 대표님은 결혼도 안 하셨잖아요. 설마….”주광수가 미심쩍은 말투로 말끝을 흐리는데 구경민이 말했다.“알겠어!”“대표님….”“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바로 갈게!”주광수는 즉각 대답했다.“네, 대표님!”전화를 끊자 부소경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경민아, 무슨 일 있어?”구경민은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경솔했
남성 산 중턱에 있는 그의 별장은 평소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 구경민도 남성에 자주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윤희가 떠난 뒤로 여기는 적막하게 변했다.이번에 남성으로 왔지만 부소경은 구경민이 여기서 지내는 게 힘들까 봐 다른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구경민은 싫다고 거절했다.그는 이 별장에 있겠다고 고집했다.이곳 구석구석에 고윤희와의 추억이 있었다.그가 고윤희를 내쫓은 곳이기도 했다.매번 이곳에 돌아올 때면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그는 정말 매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그녀에게 나가달라고 했다.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났다.매번 그날을 회상할 때면 구경민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치고 싶었다.가는 길에 구경민은 서울에 전화를 걸었다.“최여진 씨는 요즘 어디 있었죠?”구경민은 최여진 본가의 집사에게 물었다.집사는 시큰둥한 말투로 그의 질문에 답했다.“두 분은 이미 헤어진 거로 아는데요. 왜 갑자기 우리 아가씨를 찾으시는 겁니까?”“최여진 지금 어디 있냐고!”구경민은 분노를 터뜨리며 포효했다.운전하던 송 기사마저 놀라서 어깨를 움찔했다.수화기 너머로 최씨 가문 집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졌다.“저… 저도 몰라요. 요즘 아가씨는 거의 집에 안 들어오셨어요. 서울로 돌아와도 구 대표님네 본가에 가 있었거든요. 마지막에 서울에서 아가씨를 만났을 때가 벌써 2주 전인데 구씨 어르신을 만나러 가신다고 했어요.”구경민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만약 정말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최여진이라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전화를 끊은 구경민은 바로 서울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최여진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내! 당장!”경호원은 놀라서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대표님. 지금 나가서 찾아볼게요.”잠시 후, 전화기가 다시 울리고 구경민은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찾았어?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대표님, 최여진 씨는 어제 대표님의 본가에 방문하셨다가 바로 떠났다고 합니다.”“그
구경민은 소리를 듣고 바로 고개를 들었다.대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최여진이었다.만물이 겨울잠을 준비하는 가을.최여진은 하얀색 모피 외투를 입고 있었다. 화려한 모피 외투는 가을밤에 거슬리게 눈에 띄었다. 밑에는 귀티 나는 검은색 가죽 바지를 입고 있었다.최여진은 피부 관리를 잘해서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하얀색 모피 외투가 그녀의 피부를 더욱 희고 돋보이게 했다.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구경민을 바라보며 비음 섞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경민 씨.”차가운 얼굴을 하고 차에서 내린 구경민은 겉으로는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여긴 왜 왔어?”최여진은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최근에 부씨 가문 사모님을 양엄마로 모셨거든. 양엄마가 내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말동무나 해드리려고 왔지. 경민 씨, 우린 헤어졌지만 그래도 친구잖아.”“친구로서 생각나서 찾아올 수도 있는 거 아니야?”최여진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대범하게 말했다.“요즘 뭐 기분 좋은 일 있어?”구경민이 물었다.최여진은 대답 대신 이렇게 물었다.“경민 씨는 많이 야위었네. 최근에 그 여자 찾으러 갔었다면서?”구경민이 말이 없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여자 돌아오기 싫대? 내가 이미 자리를 양보했는데도 안 돌아온대?”구경민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최여진이 물었다.“경민 씨, 내가 듣기로 그 여자는… 당신을 떠나고 3개월도 안 됐는데… 밖에서 다른 남자 만났다면서?”“맞아.”구경민이 답했다.최여진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그게 정말이야?”잠시 후, 그녀는 짐짓 구경민을 위로하는 척 또 말했다.“그 여자…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그간에 경민 씨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맛있는 거 먹여줘, 예쁜 옷 입혀줘, 있을 곳도 내줘. 부잣집 사모님처럼 떠받들어 줬는데. 서울에서 그 여자를 부러워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고작 3개월만에 찾아갔는데 벌써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