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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못 들었어? 최여진이 원하는 사람은 네가 아니야. 저 여자는 날 죽이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살아서 도망가서 나를 구해줘. 배속의 아이 무조건 지키고, 어머니도 부탁해.”

“어서 가!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나가야지!”

“어머니! 아들이 못나서 죄송해요. 너무 가슴 아파하지는 마세요. 이게 우리들의 운명인 걸 어쩌겠어요. 도망가요, 어머니….”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한진수의 모친이었다.

70세가 넘은 노인이 어떻게 눈 뜨고 아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본단 말인가?

하지만 나이를 먹은만큼 노인은 이 세상의 잔인함을 잘 알았다. 노인이 담담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너랑 같이 죽을 거야. 그러니 엄마 혼자 두지 마.”

“윤희야, 어머니 모시고 여길 떠나! 나를 사랑한다면 제발 그렇게 해줘!”

한진수가 분노한 목소리로 목 놓아 소리쳤다.

결국 고윤희는 노모를 부축해서 차에 올랐다.

구경민의 옆에서 시중을 들며 그녀는 상당한 운전기술을 연마했다.

그녀는 목 놓아 우는 노모를 애써 무시하고 미친듯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신고, 신고해야 해! 빨리 신고하러 가야 해!”

하지만 차가 백 미터를 못 가서 고윤희는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를 들었다.

고윤희에게는 낯설지 않은 소리였다.

구경민은 종종 그녀를 데리고 실내 사격훈련장으로 갔다. 그리고 지금 들은 소리는 그 소리와 너무도 비슷했다.

그녀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고윤희는 눈물도 말라버린 듯했다.

뒤에 타고 있던 노모도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노쇠한 노인의 통곡소리가 산속을 울렸다.

“내 아들….”

“진수야….”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고윤희는 차에서 내려 미친듯이 한진수에게 달려갔다. 몇 미터 밖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였다.

“진수 오빠….”

그녀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고윤희는 달려가서 눈을 감은 채 쓰러진 한진수를 끌어안고 절망한 눈물을 흘렸다.

“진수 오빠, 진수 오빠….”

“우리 오빠 어떡해….”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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