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 고윤희가 머뭇거리며 말했다.“세희 씨, 잘 지내고 있어요?”신세희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언니, 저 너무 잘 지내요. 언니는요? 언니가 저한테 먼저 전화해 줘서 고마워요. 친구가 얼마 없는 저한테 언니의 통화가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빨리 만나고 싶어요. 저 이제는 모은 돈도 조금 있어요.”“일 년 사이에 월급을 꼬박꼬박 모았어요. 절대 소경 씨가 준 돈이 아니에요.”“저 한 달에 300만 가까이 벌어요. 일 년 동안 많은 프로젝트도 많이 계약했고, 지출이 얼마 없어 4천만은 모았어요. 언니 저한테 계좌를 알려주면 바로 입금해 드릴게요. 아이를 낳고 천천히 갚아도 돼요.”신세희의 말에 고윤희는 가슴이 벅차올랐다.“세희 씨, 정말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저 직장 찾았어요. 그리고…”고윤희는 말을 더듬었다.“언니, 무슨 일이에요?”고윤희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세희 씨, 제가 일자리를 찾으러 나갔을 때 낯선 사람이 마을에 온 적 있어요. 뚱뚱해 보이는 외투에 네모난 수건을 하고 있어서 나를 똑똑히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만약 구경민이 아직도 나를 찾아 죽이려 한다면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고윤희한테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까?구경민은 절대 고윤희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고윤희는 구경민을 사랑하지 않는다.“언니…”신세희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나지막한 신세희의 목소리에 고윤희는 한숨을 내쉬었다.“구경민이 계속 나를 죽이겠대요?”신세희는 바로 해명했다.“언니… 만약 구경민 씨가 언니를 사랑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아니요!”신세희는 쓴웃음을 지었다.“언니… 저와 소경 씨가 구경민 씨를 말렸지만 구경민 씨는 계속 언니를 찾고 싶어 해요. 언니를 죽이려고 찾는 것이 아니라 언니를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있고 싶은 거라고 했어요.”전화기 너머 고윤희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언니… 언니…”고윤희는 처량하게 웃었다.“세희 씨, 구경민은 내가 세희 씨보다 더 잘 알아요.
통화를 마친 신세희는 울음을 터뜨렸다.그동안 구경민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바로 구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구경민은 빠르게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세희 씨! 윤희한테서 전화 왔어요?”신세희는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경민 씨! 제가 예전에 구경민 씨한테 빨리 윤희 언니를 찾아 달라고 했잖아요. 제가 틀렸어요. 찾지 말라고 부탁했어야 했어요. 윤희 언니… 이제는 더 이상 구경민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그리고 구경민 씨가 언니를 쫓아냈잖아요. 쫓아낼 때는 경민 씨 마음대로였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할거예요. 언니도 사람이라고요…”“언니는 구경민 씨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구경민 씨, 이제 윤희 언니를 그만 놓아주세요!”신세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구경민은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다.“신세희 씨! 이 세상에 나한테 이런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신세희 씨가 처음이에요.”“네, 맞아요. 저 지금 구경민 씨 심기를 건드린 거 맞죠? 이제 어떡하시겠어요? 저를 죽이실 건가요?”구경민의 웃음소리에 슬픈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신세희 씨를 처음 본 그 순간, 신세희 씨는 다른 여자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신세희 씨한테만 있는 그 뜨거운 열정을 남자들이 얼마나 많이 좋아하는지 알아요?”“내가 평생 존경할 만한 여자는 얼마 없어요. 신세희 씨가 그 중 유일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신세희 씨를 죽일 수 있겠어요? 하물며 부소경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내를…”“만약 제가 세희 씨를 죽이면 소경이가 저를 살려둘까요? 죽는 것만으로 쉽게 끝나지 않을 거예요.”신세희는 콧방귀를 뀌었다.“구경민 씨, 그러면 이제 더 이상 윤희 언니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먼저 집에서 쫓아낸 사람도 구경민 씨 잖아요. 다시 같은 상처를 남기지 말아요.”“그리고 언니는 구경민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아시겠어요?”구경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하기만 했다.“모르겠어요!”“구경민 씨….”막 욕
구경민이 뒤를 돌아보자 최여진이 문에 기대어 서있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나 이곳에 온 지 이제 한 달도 훨씬 지났어.”최여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구경민은 겨우 화를 참고 현관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내 집이야! 구씨 가문이라고!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아니면…”“나도 여기가 구씨 가문이라는 것쯤은 알아.”최여진은 소리를 지르는 구경민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오빠, 한 달 동안 집에도 돌아오지 않고, 그 하녀를 찾아다녔어? 그래서 찾았어?”구경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이라도 당장 주먹으로 최여진의 머리를 내리치고 싶지만 그녀가 왜 구씨 가문에서 지내는지 알고 싶어 간신히 화를 참았다.구경민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난 표정을 하자 최여진은 안달 나 하며 말했다.“오빠도 집에 없고, 다들 집에 없으셔서 어르신이 얼마나 외로워하셨는지 몰라.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으니 얼마나 서러웠겠어?”“그래서 엄마 아빠랑 상의해서 이 집에서 지내고 있어.”“그리고, 어르신께서도 동의하셨어. 두 사람은 내가 오빠 아내인 줄 안다니까.”“아내?”구경민은 코웃음을 쳤다.“우리가 언제 결혼을 했는데?”그의 물음에 최여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가까스로 진정한 그녀가 말했다.“오빠, 내가 오빠를 14살 때 처음 만났어. 오빠가 나와 결혼하려고 얼마나 많은 재벌 가문 아가씨들을 거절했는지 알아?”“오빠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니까 서울에서는 내가 공주야. 내가 해외에 있는 동안 오빠는 아무런 불평불만도 하지 않고 나를 기다렸잖아. 오빠는 그렇게 나를 10년 기다렸어.”“내가 사고를 쳤을 때도, 오빠는 항상 내 편이었지. 나는 한 번도 오빠의 시선에서 벗어난 적 없어. 이래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이제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구경민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그 하녀 때문이야?”최여진은 버럭 화를 냈다.“하녀가 아니고 내 여자야!”최여진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아니
“오랜 시간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은 바로 고윤희야. 그러니까 내 집에서 나가. 내가 너한테 손을 대기 전에 당장 나가!”“오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최여진은 믿기지 않았다.구경민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내가 거절한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넌 영원히 모를 거야.”“그러니까 당장 꺼져!”“여진이를 어디로 보낼 셈이야!”그때, 구씨 어르신이 나타나 말했다.구경민은 바로 몸을 돌렸다.“아버지!”“여진이한테 우리 집에서 지내도 된다고 말한 사람이 나야. 그런데 네가 왜 여진이를 쫓아내는 거야?”어르신은 구경민을 추궁하며 물었다.구경민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최여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구씨 가문에 있는 동안 어르신들의 예쁨을 받으라는 진문옥의 지시였다.“구경민과 결혼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구경민의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해. 구씨 어르신이 너를 예뻐하면 반은 성공한 것과 같아. 그 집에서 지내는 동안 어르신들의 예쁨을 받고 구경민과 가깝게 지내.”역시, 진문옥이 그녀한테 알려 준 계획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구경민이 그녀를 쫓아버리고 싶어도 구씨 어르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최여진의 예상대로 구경민은 구씨 어르신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아버지가 동의하셨다니까 여진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아버지가 도와주세요.”말을 마친 구경민은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너 이 자식! 어디로 가는 거야!”구경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너 이리 와! 너 아직 너의 엄마도 만나 뵙지 않았어. 밥도 먹지 않고 어딜 가는 거야? 또 그 여자 만나러 가는 거야?”“당장 이리 와!”구씨 어르신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지만 구경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예전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무서워하지 않던 구경민이다. 하물며 최여진도 집에 들였으니 이제 더 이상 그 집에서 지낼 이유가 없다.구경민이 구씨 가문을 나서자 열몇 대의 차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구경민은 제일 앞에 주차된 차에 올라타고 물었다.“동북 마을
구경민의 부하들은 이미 구경민과 함께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들이다.부소경보다 구경민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다. 오랜 시간 동안, 구경민은 밖에서 함부로 여자를 만나고 다니지 않았다.하물며 구경민은 여자들한테 관심도 있어 보이지 않았다.구경민과 제일 오랫동안 함께 했던 주광수도 구경민이 자신한테 다가온 인기 스타의 체면도 봐주지 않은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신민지가 톱스타가 되지 못했던 이유도 항상 자신한테 있다고 했다.스폰서를 받지 않고 깨끗한 몸을 유지하고 있어 톱스타가 되는 길에 걸림돌이 되었다.5년 전, 신민지는 구경민과 함께 한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두 사람은 누구도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구경민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예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성격이 워낙 유별났기 때문이다.신민지도 구경민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연회가 거의 끝날 무렵, 신민지는 전화를 받으며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는 길에 구경민과 부딪쳐 바닥에 쓰러지며 비명을 질렀다.구경민이라면 먼저 신민지의 허리를 감싸고 쓰러지지 않게 도와줄 수 있지만 그는 그저 차갑게 내려다볼 뿐이었다.신민지는 바닥에 넘어져 처참한 몰골이었다.그녀는 바로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구경민을 향해 쏘아붙였다.“이런! 앞을 제대로 보지도 않아요?”구경민은 그런 신민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그러자 곁에 있던 고윤희가 말했다.“괜찮으세요? 근데요, 아가씨. 우리 도련님은 아까 전부터 이곳에 있었어요. 앞을 못보고 달려온 사람은 아가씨죠.”하지만 신민지는 고윤희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지금 내가 일부러 와서 부딪쳤다는 거예요? 나 그런 여자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은 누군데 나한테 함부로 말을 하는 거죠?”“저는…”그때, 신민지의 뒤에 있던 매니저가 코웃음을 쳤다.“오늘 연회에 참석한 도련님들 시중 들러 온 화류계 아가씨겠죠. 너 까짓 게 뭐라고 감히 우리 민지 아가씨한테 함부로야! 우리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데! 절대 실수따위는 하지 않는다
신민지는 곧장 드레스 자락을 잡고 도망치려 했다.“잠깐!”구경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겁에 질린 신민지는 울먹이며 고개를 돌렸다.“구… 구 대표님, 다음에는 다시 안 그럴게요.”“내 파트너한테 사과도 안 했잖아!”고윤희가 말했다.“그만해.”구경민은 말없이 신민지를 쏘아보았다.신민지는 수치스러워서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그녀는 서울에서 잘나가는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일부러 도도한 이미지를 유지했다. 구경민이 잠시 솔로라는 정보도 미리 입수했다.그렇게 힘들게 파티 초대장을 얻어 들어왔는데 두 시간이나 지나는 동안 구경민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는 척, 연기했던 것이다.사람들이 보기에 그렇게 의심스러운 모습도 아니었는데 구경민은 그것 마저 싫은 눈치였다.그것도 부족해서 현장에서 그녀에게 망신을 주었다.사과?오늘 사과를 하지 않고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고윤희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실수했어요. 용서해 주세요.”그 사건이 있은 뒤로 구경민은 신민지를 저격했고 서울에서 내쫓았다.파티에서 그녀가 자신의 눈에 너무 띄었고 술잔을 들고 비틀거리던 모습이 거슬린다는 게 이유였다.그 사건으로 서울 연예계는 크게 소란이 있었다.그 뒤로 서울 사람들은 평소에는 부드럽고 침착해 보이는 구경민이 짜증 나게 하는 여자에게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이 세상에서 구경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여자는 한 명뿐이라는 것도 알았다.그 여자가 바로 해외에 있는 최여진이었다.그리고 구경민 신변의 지인이나 부하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그들이 알던 구경민이 변했다.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고윤희 씨를 찾으러 간다고?주광수는 고윤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좋은 여자이고 가여운 여자였다.상사가 직접 지방에 내려가서 고윤희를 찾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주광수는 머뭇거리며 그를 말리려
최여진을 태운 운전기사는 그녀가 구성훈의 부하들 중에서 고른 믿음직한 정찰 요원이었다.그래서 그들이 계속 구경민의 차를 쫓고 있었음에도 들키지 않았다.하지만 쫓아간 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최여진은 구경민의 차량 대오가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일부 차량들은 산 속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일부는 시내로 향하는 교차로로 달렸다.구경민의 차량만 여전히 동부 지방을 향하는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운전기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최여진에게 물었다.“아가씨, 구 대표님은 왜….”최여진도 구경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계속 따라가! 구경민 차만 쫓아가면 돼!”운전기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앞에서 달리는 구경민은 누군가가 쫓아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의 모든 신경이 고윤희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찾으러 가는 길이고 어디 전쟁터를 나가는 게 아니었기에 경계가 느슨했던 것도 있었다.게다가 오늘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평소 구경민을 보필하던 감각이 예민한 운전기사도 아니었다.구경민은 동부 지방으로 향하며 핸드폰으로 계속 지시를 내렸다.“각자 흩어져서 찾아. 사람들 놀라지 않게 조심하고. 사람들 눈에 띄면 윤희가 또 놀라서 도망갈지도 모르니까.”“담 기사는 내 차 맡지 말고 다른 차를 맡아. 윤희가 자네 얼굴을 잘 아니까 나랑 떨어져서 움직이는 게 좋겠어.”“주 팀장 자네의 얼굴도 윤희가 알고 있으니까 우리 셋이 흩어져서 찾자. 소란 부리지 말고 사람들 주의 끌지 않게 꼭 조심해. 현지 시민들 눈에 띄면 안 돼. 단서를 찾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고.”모든 부하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구경민의 새 운전기사 송 기사는 동부 지방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읍으로 향했다.구경민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윤희가 있을만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그의 여자.고윤희와 살을 맞대고 산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때는 그녀가 아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줄곧 자신이 결혼할 사람은 최여진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사라진
그녀는 배가 조금 나온 것이 임신 5개월 정도로 보였다.여자는 뭐가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며 걷고 있었다.그 뒤에서 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내리더니 성큼성큼 여자를 따라가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그러더니 다짜고짜 큰 손을 들어올려 여자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고집 피우지 말고 나랑 돌아가!”뺨을 맞은 여자는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하지만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지 않았다.뒤에서 달려온 구경민이 여자의 어깨를 꽉 끌어안더니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찾았어! 윤희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찾아다녔는지 알아?”“배가 벌써 나왔네? 이제 5개월인가?”“남자친구를 사귀었구나. 왜 그렇게 사람을 잘 믿어? 저 남자가 당신 때렸지?”말을 마친 구경민은 여자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녀를 부축해서 버스정류장에 비치된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여자를 때렸던 남자를 노려보았다.“다… 당신 누구야? 시퍼런 대낮에 왜 남의 와이프를 안고 난리야? 죽고 싶어?”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경민은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남자는 주먹을 맞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코에서는 코피가 나고 있었다.구경민은 남자의 멱살을 잡고 부하를 향해 소리쳤다.“송 기사! 이 쓰레기 같은 자식을 당장 하수구에 던져버려!”놀란 여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질렀다.“악! 여기 누가 사람을 죽이려 해요! 이 살인자! 당신 누구야? 왜 가만히 있는 내 남편을 때러? 당신 누구야?”남편을 사랑하는 여자는 남편에게 뺨을 맞았으면서도 남편이 쓰러지자 미친 듯이 구경민에게 달려들어 손을 물어뜯었다.다행히 행동이 빠른 담 기사가 여자를 제지했고 그녀의 두 손을 뒤로 비틀어 제압했다.구경민은 그제야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뒷모습만 고윤희와 조금 닮았을 뿐 전혀 다른 여자였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구경민은 잔뜩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송 기사, 놓아줘.”“대표님….”“저 여자 임신했어!”송 기사는 바로 여자를 풀어주었고 구경민 일행의 상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