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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부소경은 상대가 누군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넌 나보다 운이 좋았어!”

상대가 말했다.

“반호영?”

“넌 그 사람 옆에서 계속 살았잖아. 하지만 나는? 난 그 여자와 만난 적도 없고 내가 그 여자 존재를 알아차렸을 때 이미 땅 속에 묻혀 있었어.”

“너 어디야?”

“날 죽이려고?”

반호영이 물었다.

“넌 내 유일한 동생이야.”

“웃기네!”

반호영은 욕설을 퍼붓더니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나를 못 찾을 거야! 나중에 또 만날지도 모르지!”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부소경은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젯밤부터 서울로 사라진 부모님이 뭘 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역시 여길 떠날 수가 없었다.

골치 아픈 일보다는 구경민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물론 부소경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반호영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반호영은 살아 있지 않은가.

부소경은 자고 있는 구경민을 힐끗 바라보았다.

병상 위의 남자는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다.

“윤희… 고윤희….”

부소경은 어떻게 이 친구를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다. 옆에 있던 사람의 소중함을 몰랐다고 그를 탓해야 할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신세희를 찾아 6년을 돌아다닐 때, 그도 같은 절망을 느꼈고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을 때 그 역시 무너진 적 있었다.

그래서 이런 말로 구경민을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구경민과 고윤희가 과연 재결합에 성공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 소중한 친구가 빨리 정신을 차릴 때까지 옆에서 지켜주는 것뿐이었다.

구경민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오후 네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긴 잠에서 깬 구경민은 여전히 창백하고 피곤해 보였지만 전보다는 멀쩡해 보였다.

“어떻게 왔어?”

구경민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자신의 별장에서 가정부들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고 술을 마셨던 기억뿐이었다.

그는 구씨 가문의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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