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바로 대답했다.“언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해요. 제가 꼭 언니를 도울게요!”방금까지 즐거웠던 고윤희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구경민이 대체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지 궁금해요.”“언니…”구경민이 고윤희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구경민이 후회하고 미친 듯이 고윤희를 찾고 있다고…하지만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침대에 피로 글씨를 쓰고 있는 구경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안돼… 먼저 말하라고 해요.”신세희는 구경민의 이야기를 고윤희한테 말할 수 없었다.“언니, 대체 구경민 씨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나는 정말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구경민의 재산도, 집에 있는 금은보석도 훔치지 않았어요. 구경민이 나한테 많은 선물을 했지만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어요.”“그 집에서 몸에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고 쫓겨났어요. 팔찌도 하지 않았어요.”“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나는 정말 구경민의 재산을 한 푼도 가지지 않았어요.”고윤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세희 씨… 저 지금 36살이에요. 어린 나이가 아니죠. 구경민이 피임을 하지 않아 아이를 3번이나 임신했어요. 피임약을 먹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계속 저를 찾아왔던 거죠.”“아이를 3번 낙태하고, 의사가 이제는 임신이 어렵다고 했어요. 지금 뱃속에 있는 아이를 잘 지키면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죠.”“만약 지금 이 아이도 지우면, 저는 다시는 아이를 품을 수 없는 여자가 돼요.”“평생 아이와 구경민을 만나지 않게 할 거예요. 절대 구경민의 인생을 방해하지 않겠어요. 내가 구경민이랑 그의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한이 있어도 아이만은 지키고 싶어요.”“그러니까 세희 씨, 소경 씨한테 말해서 나 좀 도와주면 안 돼요? 구경민이 나를 그만 놓아줬으면 좋겠어요.”전화기 너머 흐느끼는 고윤희의 목소리에 신세희도 함께 울었다.신세희가 구경민을 쳐다보니 구경민은 자리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신세희는 찢어지는 마음을 움켜쥐고
“언니 사실대로 말해줘요. 그래야 제가 언니를 도울 수 있어요.”고윤희는 쓴웃음을 지었다.“아직도 사랑하고 있어요.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요? 구경민을 처음 만난 날, 내 목숨을 구해주는 그 순간부터 구경민을 사랑하게 되었어요.”“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짝사랑은 힘든 거예요. 나는 고통스럽고, 구경민은 힘들었어요.”“구경민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를 이 정도로 증오할 줄은 몰랐죠. 집에서 쫓아냈으면 그만이지, 왜 죽이겠다고 하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세희 씨, 나는 지금 구경민을 사랑한 그 시간을 후회해요.”“구경민한테 나는 그저 웃음거리이자 욕망을 풀어내는 인형일 뿐이에요.”“다시는 구경민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지금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그러니까 세희 씨, 구경민한테 저를 꼭 놓아달라고 해주세요. 평생 그의 눈앞에 나타날 일 없고, 그의 결혼생활을 방해할 생각 추호도 없어요.”“맹세할게요!”고윤희는 진심을 다해 애원하다시피 말했다.신세희는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나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어머니는 서씨 어르신과 할머니가 낳은 자식이다. 할머니는 서씨 어르신을 평생 사랑했지만 서씨 어르신은 어떻게든 할머니를 죽일 생각만 하고 할머니가 낳은 자식이 친 자식이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왜 이 세상은 이토록 잔인할까?이토록 슬픈 일이 이곳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신세희는 눈물을 닦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언니, 지금… 행복해요?”“행복해요!”고윤희는 지금의 생활을 충분히 만족한다.“가난한 삶이지만 나를 사랑해 주는 아주머니가 있고, 나를 구해 준 사람도 너무 착한 사람이라 이곳이 좋아요. 내 마음이 안정된 느낌이에요.”신세희는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있는 구경민을 쳐다보았다. 그는 조금 전부터 자리에 가만히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언니, 언니가 행복하면 저도 행보해요. 구경민 씨랑 잘 얘기해 볼게요. 언니가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제가 도
구경민이 고윤희를 놓아주지 않겠다는 말에 신세희는 화가 치밀었다.“구경민 씨는 정말 사람도 아니에요!”6살 난 신유리도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구경민을 쳐다보았다.“삼촌! 윤희 이모가 하는 말 삼촌도 들었잖아! 이모가 이제 삼촌이 싫다는데 왜 붙잡고 있어?”“삼촌 나빠!”구경민은 부소경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소경아…”하지만 부소경은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구경민, 그만해. 윤희와 너의 그동안 정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그만 놓아줘. 가난해도 행복하다잖아.”지금 구경민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구경민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하! 나 구경민이야! 그런 내가 여자 하나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어! 여자 하나뿐이야. 나한테는 그저 우리 집에서 고용한 하인일 뿐이야.”“돌아오고 싶지 않다면 오지 말라고 해!”“나도 귀찮아.”신세희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구경민 씨… 지금 하는 말 진심이에요?”“네! 진심이에요!”그리고 이불을 바닥에 던지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구경민, 너…”구경민은 부소경을 흘겨보며 말했다.“소경아, 그동안 나를 대신해 업무를 도와줘서 고마워.”“친구끼리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돼.”“나 더 이상 병원에 누워있지 않을래. 서울에 가서 빨리 남은 업무도 처리해야지.”“너 아픈 건…”구경민은 쓴웃음을 지었다.“술병이 났을 뿐이야. 이제 열도 내렸으니 괜찮아. 이까짓 술병 아무것도 아니야.”“다 나았어!”구경민은 바로 병실을 나섰다.신세희는 부소경을 돌아보며 말했다.“구경민 씨…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부소경은 6년 전 신세희를 찾던 자신이 생각났다.신세희가 죽었으면 시체라도 눈앞에 보여야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남자는 자신이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하지만 부소경은 신세희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구경민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두 사람이 시작한 일은 두 사람이 끝을 보아야 한다. 속마음을 모두
전화기 너머 서진희는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똥강아지, 할머니한테 아부도 할 줄 알아?”“히히, 할머니 아니에요.”“그래, 그래. 우리 유리 언제 할머니 집에 오고 싶어? 할머니도 빨리 유리가 할머니 집에 왔으면 좋겠어.”“엄마랑 아빠한테 말해볼게요.”신유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리야, 엄마는 뭐해?”“지금 내 옆에 있어요.”신유리는 바로 휴대폰을 신세희에게 건넸다.“엄마, 오늘 엄마한테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았어. 소경 씨 친구가 병원에 입원해서 우리가 돌봐야 해서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았어. 엄마 몸은 좀 괜찮아?”서진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세희야, 걱정하지 마. 엄마는 항상 우리 딸 편이야. 우리 딸 밖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바로 엄마한테 달려와. 알았지?”“그리고, 엄마가 너한테 할 말이 있어.”“뭔데?”“앞으로 소경이랑 작은 일이라도 함께 고민하고 헤쳐나가야 돼. 알았지?”서진희는 신세희를 달래며 말했다.그러자 신세희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겨우 눈물을 참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응, 알겠어.”“소경이가 너를 많이 아껴주고 있어. 엄마 눈에는 보여. 6년 동안 마음이 변하지 않은 남자니까 충분히 믿어도 돼. 두 사람 서로 아끼며 많이 사랑해야 돼. 알았지?”“응, 엄마. 고마워.”“그래, 얼른 가서 쉬어.”“응, 엄마도 잘 자.”“그래.”전화를 끊은 뒤, 신세희는 부소경을 돌아보았다.“여보, 서씨 기업을 다시 되찾았다는 말을 왜 저한테 하지 않았어요?”부소경이 입을 열기 전에, 그의 곁에 있는 신유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렇게 큰일을 어떻게 먼저 말하고 다녀? 그러다 삼촌의 사촌 형이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리면 더 큰일 아니야?”“요 꼬맹이가!”신세희는 신유리의 작은 이마를 톡 쳤다.“신유리, 너 언제부터 아빠랑 가까운 사이가 됐어? 할아버지 집에서 아빠를 버리고 엄마를 선택했던 일은 잊은 거야?”신유리는 바로 부소경의 목을 끌어안고 품에 안겼다.“동생
매혹적인 신세희의 몸매에 남자는 몸이 불끈 달아올랐다.신세희가 먼저 그를 유혹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남자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발견한 신세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남자의 목에 감았다.“빨리 침대로 가요.”부소경은 신세희가 자시만의 방식으로 사과를 하고 마음을 돌리려는 것을 알고 있다.두 사람에게 완벽하고 황홀한 밤이었고 그동안 쌓은 피로와 걱정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순간이다.다음날, 잠에서 깬 부소경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있었고, 신세희의 얼굴은 광채가 났다.화요일은 월요일보다 조금 한가한 하루다.그동안 업무에 소홀했던 신세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반찬을 준비하고 밥을 먹은 뒤 세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평소와 같이 신세희는 제일 먼저 신유리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켰다.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아침 일찍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부모들과 마주쳤다.“유리 엄마, 고상은 엄마가 유리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 찾아왔다면서요?”서수진 엄마가 제일 먼저 다가와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학부모들도 묻고 싶은 것이 많은 표정으로 다가왔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네, 고마워요. 어머님들 아니었으면 저는 정말 착한 사람인 줄 알았을 거예요. 목적을 갖고 우리 딸한테 접근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서수진 엄마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요즘 싱글맘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요. 돈 많은 남자를 만나 한방에 인생을 펼 계획을 하고 있으니. 이런 여자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연기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 연기자를 해도 되겠어요.”“맞아요.”“하지만, 연기는 결국 연기일 뿐이에요. 고소정처럼 언젠가는 꼬리 드러나게 되어 있죠. 아무리 도도한 척해도 결국 우리한테 딱 잡혔잖아요.”한참 후, 신세희가 말했다.“네, 다들 조심해야 해요.”“집에 있는 남자들부터 잘 잡아야 해요. 그래야 다른 여자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올 수 없죠.”“그니까요, 유리 엄마 말이 맞아요.”신세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남자를 너무 꽉 쥐고 있으면 안 돼요. 남자
업무에 오전을 바삐 보낸 신세희는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누군가 그녀에게 커피를 건넸다.깜짝 놀란 신세희가 머리를 들자 엄선희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세희 씨, 아주 그냥 업무만 하는 기계가 되겠어.”신세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는 선희 씨랑 달라. 우리 집엔 아직 내가 먹여 살려야 하는 아이가 있어. 그리고 내가 디자인을 예쁘게 해야 너의 남편도 더 많은 계약을 하지! 사모님과 나는 다른 운명이야. 너는 사모님, 나는 착실한 월급쟁이!”“풉…”엄선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너 같은 월급쟁이가 어디 있어?”엄선희가 물었다.“왜?”“왼쪽에 있는 사모님은 커피 심부름을 하고, 오른쪽에 있는 사모님은 월급쟁이의 서류를 정리하고. 우리 여왕님 분부만 하세요.”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민정아를 쳐다보았다.자신의 업무를 도와주느라 민정아는 엄선희도 쳐다보지 않고 서류에 집중했다.엄선희의 말에 민정아는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며 물었다.“두 사람 지금 뭐 해?”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커피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어머, 커피가 제발로 여기까지 왔나?”신세희는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엄선희는 커피를 손에 쥐고 소리를 질렀다.“정아 씨, 눈 크게 뜨고 봐! 커피는 내가 사 왔어! 발이 달리지 않았다고! 구서준도 아닌 나야! 내가 직접 커피를 배달해 왔다고!”신세희는 웃음을 터뜨리고 엄선희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어이구, 화내지 마, 오늘은 내가 쏠게. 스테이크 어때?”엄선희는 그제야 커피를 다시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그래, 좋은 선택이야.”세 사람은 스테이크를 먹으며 주말에 있은 일을 말했다.민정아가 먼저 말했다.“우리가 저번에 쇼핑몰에서 만났던 그 여자, 역시나 너를 목적으로 온 게 맞아. 주말에 아주 큰 소동을 벌였다며?”엄선희는 눈을 희번덕하고 민정아를 보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민정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래, 선희 말이 맞아. 세희 씨, 대체 무슨 일이야? 일주일
거실 소파에 기대앉은 최여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왜? 싫어?”신세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싫어! 당장 나가! 여긴 우리 집이야! 당장 꺼지라고!”신세희는 더욱 화를 내며 말했다.부소경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가족들도 함께 용납하기로 했다. 부소경은 오늘 부씨 저택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하지만 신세희가 그를 달래며 말했다.“그래도 소경 씨 아버지잖아요. 지금 소경 씨가 이끌어가고 있는 F 그룹도 아버지가 힘들게 세운 회사에요. 그러니까 우린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그녀의 권유에 부소경은 하는 수없이 그녀와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함께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며 서울에 무슨 일로 갔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최여진이 거실에 있자 두 사람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윤희 언니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한 사람이 바로 최여진이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누가 너를 초대했다고 이 집에 들어와!”최여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세희가 최여진을 더욱 세게 몰아붙였다.“나다.”그때, 부성웅이 뒤에서 나타나 말했다.신세희는 평온한 표정의 부성웅을 쳐다보며 물었다.“아버님, 이 여자가 누구인지 아세요? 누구인지 알고 집에 들이신 거예요?”부성웅은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였다.“세희야, 지난번에 있은 일은 내가 사과하마.”부성웅이 먼저 사과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기에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아버님, 어떻게…”신세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부소경을 쳐다보았다.“저번에 있은 일은 내가 너를 오해했어. 나도 가성 섬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됐어. 30년 전, 내가 큰 실수를 저질러 정말 미안해.”부소경도 깜짝 놀란 얼굴로 부성웅을 쳐다보았다.그제야 외부인인 최여진의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다는 걸 알아차린 부성웅은 바로 최여진을 앞에 내세우며 말했다.“얼마 전, 화병으로 인한 두통이 심해 여러 의사를 만나러 다녔어. 두통이 너무 심하던 참에 서울에 있는 최씨 어르신이 침을 잘 놓는다는 말을 듣고 나와
부소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말이에요?”“반씨 가문의 넷째 반호영, 나와 네 엄마의 자식이자 너의 쌍둥이 동생 맞지. 주말에 너의 엄마 무덤에서 반호영을 만났어.”“지금 어디 있어요!”부성웅은 부소경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소경아, 그 애가 너의 엄마 무덤 앞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걸 너의 큰엄마가 살렸어. 너의 큰엄마가 아니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내 동생은 내가 잘 알아요!”“반호영은 유일한 내 가족이에요! 내가 얼마나 힘들게 찾고 있는데… 죽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동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어요. 엄마 무덤 앞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으면서 왜 저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요?”“소경아… 너 지금 뭐라고?”“저의 유일한 가족이에요!”부소경은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다.“F 그룹이 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이끈 회사라 하여도 그 회사를 이끌 사람은 이제 저와 호영이뿐이에요. 호영이도 아버지 친자식 아닌가요? 그러니까 호영이도 회사의 지분 절반은 가져야 해요.”“반호영 지금 어디 있어요?”부성웅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나도 호영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았어.”부성웅은 더욱 서글프게 눈물을 흘렸다.“너… 너의 형들과 사촌 형들도 네가 모두 죽였잖아. 네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내가 알아. 이제 호영이만 남았어. 아버지는 무서워…”그제야 부성웅의 말을 알아들은 부소경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호영이도 죽일까 봐 그러는 거예요?”부성웅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버지!”부소경은 화를 낼 때만 부성웅을 아버지라 불렀다.“아버지는 제가 저의 형제들을 죽였다는 것만 기억하시겠죠. 하지만 아버지의 아들들이 저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아세요? 햇빛도 없는 방에 저를 가두어 놓고 폭행했을 때, 왜 그때는 그 사람들이 무섭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세희가 아니었으면 저는 이미 7년 전에 죽었을 거예요!”“아버지의 아들들이 저를 괴롭히기 전에 저는 집에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