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 저 이미 사과했잖아요!"말을 더듬는 그녀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남자의 가슴에 있는 단추를 잡으려 했지만 남자의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를 보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작은 얼굴은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의 처량한 표정을 본 부소경은 가슴이 불타는 것을 느꼈다.부소경의 그윽한 눈동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신세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뜨거운 눈빛만으로 신세희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어제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만 떠올리면 삼키는 것만으로 부족했다.어두컴컴한 방에서 그녀와 처음 밤을 보내고, 출소하는 그녀를 마중하고 지금까지 7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7년 반 동안, 신세희는 조금도 부소경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그녀는 성난 고슴도치처럼 가시로 조심스럽게 자신을 감싸거나, 달콤한 미소로 부소경의 마음을 녹이며 사랑을 구걸하는 것 같았다.따뜻함이 사라지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보호막 아래로 움츠러들었다.어젯밤, 그녀의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었다.그것은 마치 소나기처럼 그의 가슴에 내렸다.그 고집과 날카로움은 마치 작은 암늑대처럼 으르렁 거렸고, 만약 부소경이 사냥감이라면 잡아먹히고 말았다.어젯밤 그녀의 입에서는 부소경이 처음 듣는 욕도 튀어나왔다.빨리 자신을 꺼지라고 하는 그녀의 입을 막고 싶었다.전 세계에도 부소경한테 꺼지라고 말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그날 회사에서 넥타이를 자른 것이 그녀의 돌발 행동이었다면 어제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어제 질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많이도 사나웠다. 만약 저택의 사생활 보호가 잘되지 않았다면 어제 그녀의 행동은 남성에서 제일 무서운 여자라고 뉴스에 났을 것이다.그런 일을 저지르고, 간단한 사과 한마디로 끝내려고?"어제의 그 기세는 어디 갔어?"부소경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무슨 말이에요?""어제 나한테 꺼져, 죽어 이런 욕을 하고 나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잖아. 너의 손에 칼만 쥐여줬으면 어제 이곳은 살인 현장이었어."남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뭔가에 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집에 와서 그에게 온갖 짜증을 부렸으니.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죽은 척, 그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그가 아무리 부르고 간지럼을 태워도 죽은 척 아무 대응도 하지 않기로 했다.어차피 그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을 것을 알기에.처음에는 정말 잠든 척 시늉만 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어제 밤새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그날 밤, 신세희는 정말 달게 잤다.아침에 부소경이 언제 일어나서 신유리를 데리고 집을 나섰는지도 모르고 잤다.아침 식사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그녀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았다.부소경은 신유리를 데리고 문을 나서며 가정부에게 신신당부했다.“사모님은 좀 더 자게 내버려 둬요. 전날에 잠을 설쳐서 많이 피곤할 거예요. 알아서 깨고 밥을 먹게 내버려 둬요.”그래서 가정부도 그녀를 깨우러 가지 않았다.신세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남편이었다. 그녀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소경 씨….”“아직도 자고 있었어?”남자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몇 시예요?”그녀가 물었다.“지금 오후 한 시가 넘었어.”남자의 말에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핸드폰을 던져 버리고 일어나서 부랴부랴 화장실로 달려갔다.씻고 나오니 머리가 한결 개운해졌다.그녀는 다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소경 씨, 집이에요?”“허허!”남자가 어이없는지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어디예요?”그녀가 또 물었다.“당신 딸이랑 같이 애 외삼촌 회사에 있어.”부소경이 부루퉁하게 대꾸했다.외삼촌 회사?신세희는 한참 생각한 뒤에야 서시언이 떠올랐다.‘시언 오빠네 회사라고?’신세희는 곧장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기서 기다려요.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아침을 챙겨 먹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씨 그룹으로 향했다.오늘은 주말이라 회사는 거의 텅 비어 있었
놀란 신세희는 엉거주춤 의자에서 일어났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여긴 서씨 그룹이고 서시언의 사무실이다. 그리고 서시언이 이 사무실을 소유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곳에서 신세희를 찾는단 말인가?‘이상하네?’이때 밖에서 한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저희는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이곳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이제 가세요. 계속 소란을 피우시면 신고하겠습니다.”“그래? 그럼 신고해! 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데 내가 경찰을 무서워할 것 같아? 어차피 난 잃을 게 없어! 두려울 것 없다고! 당장 신고해! 난 오늘 여기서 신세희를 만나야겠어!”여자는 여전히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신세희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나와!”다른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랜 시간 자취를 감추었던 구자현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이러시면 안 됩니다! 들어가지 마세요!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시면 경비 부르겠습니다!”“불러! 여기 나 모르는 경비 직원이 어디 있어? 이 회사가 내 회사인데 경비 직원이 온다고 나를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아?”잔뜩 화가 난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사무실에 있는 신세희는 셋이나 시비를 걸러 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게다가 이 세 명이 각기 누군지 알 것 같았다.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남자는 서도영이고 그의 아내 구선예, 그리고 동생 구자현일 것이다.신세희는 천천히 사무실에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대치 중인 세 사람이 보였다.1남2녀.“신세희! 역시 여기 있었구나!”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한 사람은 서도영의 아내 구선예였다.반년 전, 구자현이 신세희를 몰아세울 때만 해도 구선예는 이렇게 거칠게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해서인지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신세희,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서씨 그룹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어! 죽어 마땅한 년아! 너
서시언은 그제야 구선예를 놓아주었다.구선예는 곧장 서도영에게 달려갔고 옆에 있던 구자현도 언니를 부축하며 서시언과 신세희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네. 회사에서 비밀 데이트나 하다니.”구자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세희는 그런 그녀를 차갑게 쏘아보며 반박했다.“여기 이제 우리 오빠 회사야. 지금 셋이 모여서 시비나 걸려고 온 거야?”구자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하! 신세희!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너 때문에 내 언니랑 형부가 갈 곳을 잃었잖아! 갈 곳이 없어서 시비라도 걸려고 왔다! 왜?”“갈 곳을 잃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우리가 네 언니네 집을 불태워 버렸니? 아니면 개인 재산을 우리가 빼앗았니?”그러자 서도영이 잔뜩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우리 개인 재산을 빼앗아가지는 않았지. 하지만 내 회사를 통째로 도둑질했잖아! 내 회사가 하룻밤 사이에 주인이 바뀌었다고! 그리고 네 애인이 회사를 차지했지!”“서도영! 말은 똑바로 해!”서시언이 호통쳤다.“서시언, 넌 가만히 있어! 여자 덕에 출세한 놈이 허세는 무슨! 너 신세희랑 그렇고 그런 사이일 줄 알았어! 감히 형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들어? 너 그거 도둑질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서시언은 그룹을 훔친 적 없어. 그 자리를 빼앗은 건 나지.”뒤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말을 들은 서도영이 고개를 돌렸다.신유리의 손을 잡은 부소경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부… 부 대표님이 어떻게 여기에….”사실 서도영과 구선예, 구자현은 본사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건물로 들어가는 신세희를 보고 따라 들어온 것이었다.분노한 서도영이 그 모습을 보고 욕설을 퍼부으며 난리를 쳤다.“신세희 저년은 이제 당당하게 회사까지 찾아와서 서시언이랑 데이트하네? 오늘 불륜 현장 한 번 잡아보자!”그들은 둘의 불륜 증거를 잡아 부소경에게 보내면 부소경이 회사를 다시 돌려줄 줄 알았다.서도영은 혼자 행복 회로를 굴렸다. 자신은 서시언을 도와 회사까지 되찾아줬는데 아내
그 말을 들은 서도영, 구선예 부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하지만 구자현은 여전히 도도한 표정을 유지한 채 부소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래도 옛 애인인데 설마 때리기야 하겠어?’구자현은 용기를 내서 부소경에게 질문했다.“부소경 씨! 내 언니랑 형부의 회사를 통째로 빼앗았으면서 그걸 지금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 언니랑 형부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부소경은 이 미친 여자와는 대화도 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고신걸이라고 알아?”그가 서도영에게 물었다.“대… 대표님,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건….”부소경은 날이 선 말투로 말했다.“고소정한테 아마 증거 파일이 있을 거야. 호텔 로비에서 고신걸이 내 아내를 추행한 영상 말이야.”서도영은 무릎을 꿇으며 그에게 애원했다.“대… 대표님, 고신걸은… 그 사람은 그냥 아는 고객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 인간은 고소정한테 첫눈에 반해서 고소정에게 매달렸어요. 그리고 고소정에게 이용당했죠.”부소경은 발을 들어 서도영을 걷어차고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신걸 그 인간은 시골에서 망나니 짓이나 일삼던 놈이었어.”“너희가 그 인간을 선택한 건 놈에게 가족도 없고 돈만 주면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막무가내였기 때문이지. 그 놈은 구씨 가문에서 고용한 자폭병이잖아. 너희는 계속 그 놈이랑 연락하고 지내다가 마침 해외에서 귀국한 고소정한테 넘겨서 일을 벌인거고”“고신걸이 순정남처럼 고소정한테 매달려서 여자한테 쓴 돈이며 카드, 전부 다 니네가 준거잖아.”“어떻게든 고신걸이랑 고소정이 손을 잡게 해서 경성과 남성에서 피바람을 일으키려고!”서도영은 반박할 수 없었다.부소경이 한 말 중에 거짓은 없었다.그는 그만큼 신세희가 미웠다.곡현에서 돌아와 자기 앞에서 허세를 떠는 그녀의 모습도 꼴보기 싫었고 장인어르신인 구성훈마저 신세희를 죽이고 싶어할 만큼 증오했다.그래서 장인어르신에게서 이런 계획을 들었을 때, 고민도 하지 않고 수락했던 것이다.사실 그에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
그는 무슨 수를 써도 부소경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뼈 저리게 깨달았다.부소경이 무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부소경 만큼 담대하지도 않고 치밀하지 않았다.5분 뒤, 엄선우가 고신걸을 끌고 나타났다.반호영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은 고신걸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얼굴에 멍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신세희를 본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넌 참 용감한 놈이야.”부소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고신걸은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무례한 놈! 남성 부소경 대표님도 몰라? 어디서 감히 대표님 앞에서 눈을 똑바로 떠?”겁에 질린 서도영은 다급히 고신걸에게 주의를 주었다.“부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고신걸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 여자는….”사실 그는 이 여자가 부소경의 애인이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이 말을 가로챘다.“엄 비서! 고신걸 저 자식의 혀를 도려내고 사지를 찢어버려. 그렇다고 죽이지는 말고.”고신걸과 서도영 일행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고신걸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대표님…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내 아내랑 어떻게 아는 사이지?”부소경은 신세희를 끌어안으며 고신걸에게 물었다.“그날 호텔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둘이 만난 적 없지 않나?”극심한 공포에 질린 고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 안하면 그 혓바닥을 도려내 버릴 거야.”“말할게요!”고신걸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저는 저분이 부 대표님의 아내분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 그러니까 고소정이 연극 좀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고소정 그 여자랑은… 하룻밤 같이 잔 사이인데 이 일만 성공하면 저랑 결혼해 준다고 해서….”“제발 살려주세요….”“끌고 나가서 혓바닥 자르고 사지를 찢어 버려.”부소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엄선우에게
서시언이 말했다.“서울 구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았잖아요. 구경민 씨는 원래 최씨 가문의 최여진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세희 친구 때문에 결혼이 파토났다고 하더라고요.”“세희의 친구가 파렴치한 불륜녀라고 욕을 하더라고요. 끼리끼리 모인다면서요.”“저는 그때 재활센터에 있어서 제대로 된 소식을 알아볼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자 완전히 미친 여자죠.”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들은 참 거짓을 사실이라고 우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네. 윤희 언니만 억울하겠어.”“윤희 언니?”“그래. 윤희 언니는 지금 행방불명이 됐는데….”그런데 이때, 부소경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부성웅이었다.부소경은 통화버튼을 누르고는 짜증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경아, 너….”그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시면 하세요! 또 세희가 다른 남자랑 있는 걸 목격했나요?”부소경이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한참 뒤에야 부성웅은 입을 열었다.“소경아, 네 엄마… 묘소가 어디야?”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사실 그의 아버지는 6년 전에 묘지를 찾아간 적 있었다.엄선우가 차를 운전해서 그를 데리고 갔었다.“엄마는 당신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부소경이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내가 네 엄마를 찾아가지 않은 건 네 큰엄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도 나한테 구체적인 주소를 안 알려줬잖니.”“아빠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줘. 네 엄마 찾아가서 인사라도 하고 올게.”“싫어요.”부소경이 말했다.“소경아, 이 말만은 내가 안 하려고 했는데 네 엄마는 나를 사랑했어. 그 여자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부소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엄마가 죽기 전에 못 이룬 소원이 있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그건 평생 남남처럼 살아 온 남자를 다시 한 번 만나는 것.물론 둘이 결혼식도 올린 적
부소경은 부성웅의 뺨이라도 치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했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그의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도 부성웅을 그리워했다.엄마 얘기가 나오자 부소경은 화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상세한 주소를 알려주었다.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하숙민의 묘지에 찾아가는 건 그와 진문옥이 하루 동안 상의하고 얻어낸 결정이었다.최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부성웅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서씨 어르신과 부소경 사이에 뭔가 있는데 자신에게는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점이다.게다가 분명 가성섬과 관련이 있었다.부성웅이 서씨 어르신에게 그 비밀에 관해 물었지만 서씨 어르신은 대답 대신 하숙민의 묘지로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왜 저런 말을 했을까?부성웅은 알 수 없었다.조금 전, 그는 용기를 내서 서씨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서씨 어르신의 목소리는 힘이 많이 없어 보였지만 전달하려는 뜻은 명확했다.“성웅아! 너랑 나는 죄가 있는 남자들이야.”부성웅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나는 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어. 그래야 진짜 남자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너도 나도 다른 생각은 못했던거지. 우리한테 상처받은 여자들도 죄가 없다는 걸 말이야.”“주희진도 그렇고 하숙민도 그렇고 그 여자들이 뭘 잘못했을까?”“하숙민은 너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어. 그런데 넌 그 아이의 인생을 망쳐버렸지. 게다가 그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이를….”여기까지 말한 서씨 어르신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헛기침을 하고 화제를 돌렸다.“어쨌든 넌 숙민이한테 죄인이야.”말을 마친 서씨 어르신은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부성웅은 그럴수록 어르신이 끝내 하지 않으신 말이 궁금해졌다.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하숙민의 묘지에 찾아가보기로 했다.사실 부성웅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하숙민의 자리가 있었다.그는 젊었을 때 원래 박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