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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그날 밤, 반호영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난 반호영은 어제 갔었던 노선을 다시 떠올리며 부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그는 교차로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아침 여덟 시가 되자 부성웅과 진문옥이 편한 복장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반호영은 구역질이 올라왔다.

“여보, 당신 쓰러지고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소경이 얘는 당신을 보러 오지도 않고, 괘씸해 죽겠어요!”

진문옥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크게 말했다.

부성웅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서씨 영감을 돕는 게 아니었어. 누가 뭐래도 신세희랑 소경이는 결혼한 사이인데 신세희를 그렇게 몰아세웠으니 소경이가 화를 내도 할 말 없지.”

“사실 그 영감도 불쌍해. 감쪽같이 속은 거잖아. 누가 알았겠어. 신세희가 어르신 외손녀라는 것을 말이야! 임서아가 가짜일 줄은….”

진문옥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신분이 밝혀졌으니 다행이지. 그런데 신세희랑 그 엄마도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어르신이 한 달 째 앓아누웠는데 어떻게 한 번도 문안을 안 와?”

진문옥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 애가 누구 손녀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 걔가 소경이 아내라는 게 지금도 마음에 안 들뿐이지. 걔가 악랄한 애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

“그 애가 정말 말처럼 순진하고 착한 애였으면 소경이를 저 정도로 구워삶았겠어? 소경이가 보통 애야?”

“상희는 몇 년이 지나도 곁을 허락하지 않던 소경이잖아. 여보, 상희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지켜본 아이잖아. 해외 명문대 출신이고. 걔가 신세희보다 못한 게 뭐야?”

부성웅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희 얘기는 하지도 마! 내가 보기엔 걔랑 소경이는 이제 불가능할 것 같아.”

“신세희만 좋은 일 했지 뭐! 더러운 년!”

부부는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산 아래로 향했다.

그들은 운동을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젊은 남자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잘들 지냈어?”

반호영이 냉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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