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반호영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난 반호영은 어제 갔었던 노선을 다시 떠올리며 부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그는 교차로에서 조용히 기다렸다.아침 여덟 시가 되자 부성웅과 진문옥이 편한 복장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반호영은 구역질이 올라왔다.“여보, 당신 쓰러지고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소경이 얘는 당신을 보러 오지도 않고, 괘씸해 죽겠어요!”진문옥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크게 말했다.부성웅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서씨 영감을 돕는 게 아니었어. 누가 뭐래도 신세희랑 소경이는 결혼한 사이인데 신세희를 그렇게 몰아세웠으니 소경이가 화를 내도 할 말 없지.”“사실 그 영감도 불쌍해. 감쪽같이 속은 거잖아. 누가 알았겠어. 신세희가 어르신 외손녀라는 것을 말이야! 임서아가 가짜일 줄은….”진문옥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이라도 신분이 밝혀졌으니 다행이지. 그런데 신세희랑 그 엄마도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어르신이 한 달 째 앓아누웠는데 어떻게 한 번도 문안을 안 와?”진문옥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그 애가 누구 손녀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 걔가 소경이 아내라는 게 지금도 마음에 안 들뿐이지. 걔가 악랄한 애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그 애가 정말 말처럼 순진하고 착한 애였으면 소경이를 저 정도로 구워삶았겠어? 소경이가 보통 애야?”“상희는 몇 년이 지나도 곁을 허락하지 않던 소경이잖아. 여보, 상희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지켜본 아이잖아. 해외 명문대 출신이고. 걔가 신세희보다 못한 게 뭐야?”부성웅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상희 얘기는 하지도 마! 내가 보기엔 걔랑 소경이는 이제 불가능할 것 같아.”“신세희만 좋은 일 했지 뭐! 더러운 년!”부부는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산 아래로 향했다.그들은 운동을 가는 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젊은 남자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잘들 지냈어?”반호영이 냉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의 사이를 오해한 부성웅은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개졌다.“뻔뻔한 년이! 내 아들과 결혼한 뒤에도 널 만나고 다녔단 말이야? 너 도대체 누구야?”반호영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부성웅의 멱살을 잡았다.“영감, 잘 들어! 나 오늘 영감 만나러 온 거야! 당신이 여기 사는지 확신할 수 없었거든. 그런데 당신들이 신세희 험담하는 거 듣고 이제 확신할 수 있어!”“영감! 신세희 험담하기 전에 당신이 저지른 짓들을 생각해 보지 그래? 지은 죄가 있으면 갚아야 한다는 말 못 들었어? 난 오늘만 기다리며 매일을 살았어!”부성웅은 평생 살면서 지은 죄가 많았다.사업을 하면서도 죄를 지었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는 치를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했다.그의 아들들은 전부 죽고 부소경만 남았다.이 나이에 혈육을 잃은 대가로 부족했던 걸까?부성웅은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이 남자는 무슨 이유로 그를 찾아와서 이런 험한 말을 지껄이는 걸까? 하나 확실한 건, 그가 신세희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이었다.부성웅이 물었다.“너는 도대체 누구야! 나한테 그런 협박은 이제 안 통해! 내 아들 부소경이 집 근처에 많은 경비 직원을 배치했어.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나가기는 쉽지 않을 거야!”“난 어제도 왔었는데? 왔다가 가는데 아무도 막지 않더라고? 당신 아들이 대단한 줄 알아? 하지만 당신 아들도 당신 지킬 생각은 없을걸? 당신을 증오하면 모를까!”“너 도대체 누구야?”“내가 누군 거 같아?”“난 빚을 받으러 온 사람이야! 당신이 나한테 빚을 졌거든! 하지만 오늘은 때가 아닌 것 같군! 부성웅, 명심해! 이 망할 노친네랑 둘이 신세희 험담하는 게 다시 내 귀에 들어오면 그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말을 마친 반호영은 차를 타고 휑하니 떠나 버렸다.“저 녀석이! 너 도대체 누구야! 가지 말고 얘기를 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협박질이야!”부성웅은 화가 나서 차를 쫓아가며 고함을 질렀지만 돌아오는 응답은 없었다.진문옥은 그 모습
그는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신세희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그의 아버지란 사람은 역시 이런 사람이었다.어릴 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그와 그의 엄마, 그리고 동생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그런 그가 신세희를 비난하고 있다.2주 동안 신세희는 그와 거의 붙어서 보냈다. 시간이 될 때면 고윤희를 찾아 다녔다. 그런 그녀가 무슨 시간이 있어 외간남자를 만날까?부소경의 말투는 점점 온기를 잃었다.“다른 용건은 없죠?”“당연히 있지. 그 외간남자가 글쎄….”탁!부소경은 얘기를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신세희는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남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소경 씨,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아버님이랑 얘기해 보지 그랬어요.”부소경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그러고는 한참 말이 없다가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신세희도 고개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인데 그래요? 나한테 얘기해 봐요. 같이 고민하자고요.”남자는 착하기만 한 이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서씨 어르신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그녀는 그에게 서씨 어르신과 관계를 끊자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그의 마음을 배려했다.가끔 부소경은 자신이 신세희를 지키는 게 아니라 신세희의 존재가 자신의 위로가 된다고 느꼈다.실제로 신세희는 그를 정신을 놓지 않게 지탱해 주는 기둥 같은 존재였다.그녀의 겉모습은 가녀리고 연약해 보이지만 속은 강한 여자였다.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그녀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6년 전, 가난에 찌들어 아이를 안고 거리를 방황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텨낸 그녀였다.어디 그뿐인가.위급한 상황에서 이 가녀린 몸으로 조의찬의 목숨을 구했다.조의찬도 가성섬에서 신세희와 신유리를 구한다고 뛰어들었지만 신세희가 조의찬을 구할 때 상황은 그때보다 더 위험했다. 그래서 조의찬이 신세희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그녀의 아름다운 영혼이 조의찬을 매료시켰다.서시언도 마찬가지였다.가성섬에
“누구시죠?”신세희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잘 지냈어?”상대의 말투는 그녀의 오랜 지인 같기도 하고 그녀에게 깊은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옆에 있는 부소경을 힐끗 바라보았다.부소경은 살짝 당황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왜 그래?”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전화를 말도 없이 끊어서 아버지가 신세희에게 전화간 줄 알았다.신세희는 난감한 얼굴로 전화를 부소경에게 넘겼다. 부소경은 냉기가 뚝뚝 흐르는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하지만 상대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와 신세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우리 오빠가 아닐까요?”신세희가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서시언.“당신 오빠 아니야!”부소경은 약간 날이 선 말투로 대답했다.서시언의 목소리라면 그는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서시언의 재활 때문에 자주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서시언이 신세희를 걱정하는 말투는 조금 전처럼 음울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말투는 절대 아니었다.멀리 떨어져서 들었지만 상대의 말투에서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서시언은 달랐다.신세희에 대한 서시언의 마음은 가족에 가까웠다.부소경은 자신이 서시언에게 화가 났는지 아니면 그녀에게 전화를 건 남자에게 화가 났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의 아버지가 한 말 중에 하나는 맞았다.그것은 신세희의 주변에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조의찬, 서시언, 그리고 서준명까지. 서준명은 과거 신세희가 맡은 프로젝트의 총 담당자이기도 했다.그리고 가장 최근에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던 남자, 반호영.부소경의 쌍둥이 형제, 반호영!부소경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반호영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반호영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엄선우는 이내 정색하며 공손히 대답했다.“사모님, 사실 제가 오늘 늦잠을 잤는데 오는 길에 급하게 김밥을 먹다가 좀 체한 것 같습니다.”그러자 신세희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병원에 가보는 게 좋지 않아요? 운전은 소경 씨한테 맡기고 어서 병원에 가봐요!”부소경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신세희를 품에 끌어안으며 무언의 항의를 했다.차는 곧 신세희의 회사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회사로 들어가는 구서준과 서준명이 보였다.서준명도 사실 회사에 출근하는 게 오랜만이었다.할아버지가 몸져누우면서 줄곧 병원에서 할아버지를 보살피고 있었다.서씨 가문은 효를 중요시하는 가문이었다.그래서 요즘 회사 업무는 거의 구서준이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는데 금요일이 된 오늘에야 서준명이 회사에 나타난 것이다.우연인 건지, 세 사람은 회사 입구에서 서로 마주쳤다.오랜만에 신세희를 만난 서준명은 무척 들떠 있었다.“세희야.”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이미 사촌남매가 되어 있었다.서준명은 만감이 교차했다.처음 신세희를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자신의 동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동생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물론 신세희 모녀는 그의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혈연관계만 따지면 그들은 여전히 가족이었다.“점심에 뭐 먹을래? 오빠가 사줄게.”서준명은 동생을 굉장히 아끼는 오빠처럼 자상하게 행동했다.한편 신세희는 팔목 통증 때문에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소경이 그녀의 팔목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뿐이 아니었다. 부소경은 냉랭한 눈빛으로 서준명과 구서준을 쏘아보며 말했다.“최근에 매출이 별로 오르지 않았던데 어떻게 된 거지?”“삼촌, 그게… 나랑 서준이가 딱히 잘못한 게 아니라….”“난 서 대표한테 물었어!”부소경은 날카로운 말투로 조카의 말을 잘랐다.서준명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에게 물었다.“형이 회사 주주도 아니잖아요?”하지만 부소경은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회사 매출 지금의 두 배로 올리지 못하
신세희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고 서준명을 바라보았다.혹시라도 그가 자신을 데리고 서씨 어르신을 만나러 갈까 봐, 거부감이 앞섰다.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서준명의 요청을 거절했다.“죄송하지만 그 집 어르신을 만나달라는 요청이라면 제가 좀….”하지만 서준명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그런 게 아니야! 할아버지가 너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거 나도 알아. 나도 그 생각만 하면 할아버지가 밉거든. 어쨌든 할아버지 병문안을 가자는 얘기는 아니었어.”신세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요. 고마워요, 오빠.”“너 나를 뭐라고 불렀어? 오빠?”“처음부터 서 대표님은 나를 동생으로 생각했잖아요.”“맞아!”서준명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신세희가 물었다.“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 어디예요?”“지금 가보면 알아!”서준명이 말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요지부동이었다.“중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난 오늘 할 일도 많은데… 내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부서까지 피해를 보는 거라.”그러자 서준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참, 깜빡하고 있었네. 내 동생 워크홀릭이었지? 너 같은 직원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럼 점심 휴식 시간에 잠깐 나가자.”신세희도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먼저 엘리베이터에 탔다.서준명이 가자고 한 곳이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다.그녀는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였다.최근 서씨 어르신과의 분쟁 때문에 2주를 쉬고 고윤희를 찾느라 또 며칠 쉬었기 때문에 밀린 일들이 많았다.내일은 주말이라 어떻게든 오늘 안에 남은 일들을 마무리해야 했다.사무실로 돌아온 신세희는 온 정신을 업무에 몰두했다.그래도 업무보조가 민정아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민정아는 점점 업무에 적응하고 있었고 배우는 것도 빨랐다.오전 내내 그녀는 신세희가 원하는 서류나 물건을 빠른 시간 안에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신세희가 그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못 그린 초안도 어느 정도
신세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서 대표님, 도대체 어디로….”그러자 서준명은 안심하라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세희야. 가보면 너도 마음이 훨씬 편해질 거야.”신세희는 생각에 잠겼다.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곳?고윤희를 찾았다는 건가?아니면 서시언이 돌아왔나?신세희는 기대를 품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그렇게 서준명은 차로 30분을 달려 교외의 편벽한 곳으로 왔다.신세희는 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길 모퉁이를 돌자 높은 담벼락이 보였다.문 앞에는 치료감호소라고 쓰여진 간판이 있었다.신세희는 의아한 얼굴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여기 맞아. 병에 걸린 범죄자들을 가두고 치료하는 곳!”“걔… 죽은 거 아니었어요?”최근 한 달, 신세희는 바쁘게 보내느라 자신의 최대 적이었던 사람들의 생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신세희에게는 복수보다 더 중요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자.”신세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서준명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치료감호소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안은 매우 조용했는데 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중증 환자들이었다.일부는 이곳에 온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신세희는 사방이 꽉 막히고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좁은 복도를 걷고 있자니 음침한 느낌마저 들었다.“여기 느낌이 마치….”신세희는 서준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정신병원 같아요.”서준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뭐, 비슷하지.”그들은 대략 5분을 더 걸어서 한 병실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안에서는 음침한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마치 밤중에 귀신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선생님, 저… 언제 죽어요? 왜 아직도 살아 있어요?”의사는 아주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당신은 죽지 않아. 이식 수술을 받았거든.”“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죠?”“응, 수술 부작용 때문에 그래.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선생님, 저 매일 밤 악몽을 꾸어요. 너무 무서운 악몽이요.
임서아는 어깨를 움찔하더니 초점이 없는 눈으로 문밖에 선 노인을 바라보았다.“외할아버지?”임서아는 힘없는 목소리로 상대를 불렀다.그리고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서씨 어르신에게 다급히 다가갔다.“외할아버지, 서아를 가장 예뻐해 주셨잖아요.”서씨 어르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서아의 배를 걷어찼다.“내가 예뻐한 건 내 외손녀야. 넌 내 핏줄도 아니지 않니?”임서아는 고통스럽게 고개를 떨어뜨렸다.서씨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기침을 하고는 임서아에게 또박또박 말했다.“넌 처음부터 네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떻게든 나를 속이려고 온갖 거짓말로 너 자신을 포장했지.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선동해서 진짜 내 핏줄을 죽이려고 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인간들이 있지?”말을 마친 어르신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평생 나는 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위치에서 살았단다. 너 같은 가짜를 위해 양심에 찔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지. 너희는 내 권력을 이용한 거야. 하지만 나를 이용해서 내 진짜 외손녀를 공격할 때, 어느 날 너희에게도 내가 똑같이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니?”임서아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서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외할아버지….”“난 네 외할아버지가 아니래도!”서씨 어르신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임서아를 바라보고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난 전국 각지를 뒤져서 너에게 맞는 신장을 구했어. 너를 그렇게 쉽게 죽게 내버려두기 싫었거든. 네가 예뻐서 널 살린 게 아니란 말이야!”“네가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넌 모르지? 이건 면역 억제제라는 건데, 대략 50년 전에 만들어진 약물이야. 네 목숨은 보전할 수 있겠지만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하지.”임서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며 어르신에게 매달렸다.“외할아버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잠을 잘 수도 없고요. 눈만 감으면 악몽이 찾아와요. 관절 마디마디가 아파서 걸을 수도 없어요. 밥도 먹을 수 없고요. 먹으면 토하거든요.”“저 정말 배 고파요. 억지로 삼킨 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