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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최여진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고 반호영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여전히 냉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남자.

하지만 말투만큼은 섬뜩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넌 참 더러운 여자야.”

“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

반호영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최여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여기 있는 줄 알았으면 오지도 않았어! 너 같이 역겨운 여자는 다시 만나기도 싫거든! 임신했다는 이상한 얘기는 하지 마! 임신했으면 아이 지워! 아이 안 지우고 나한테 들러붙을 생각이면 지옥이 뭔지 맛보게 될 거야!”

“네가 인간이니….”

퍽!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이 최여진을 걷어차고는 가던 길을 갔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이처럼 무례하고 이기적인 남자는 처음이었다.

최여진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쁘게 관리를 받았더니 남자의 발길에 바닥을 구르며 한 동안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최여진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거기 안 서?”

하지만 반호영은 이미 멀리 가버린 뒤였다.

그는 차를 타고 정처 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이 땅을 다시 밟은 순간부터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에는 그의 핏줄도 살고 있었다.

그의 쌍둥이 형.

그리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짐승 같은 그의 아버지.

반호영은 차를 운전하며 부성웅을 떠올렸다.

그는 사실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다.

가까스로 부씨 가문 본가에 도착한 그는 대문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날이 어두워진 뒤에야 한 쌍의 노부부와 그리고 한 여자 세 명이 차에서 내려 본가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반호영은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몸매나 걸음걸이는 여전히 건장하고 당당했다.

‘그런 모습으로 젊었을 때 어머니를 유혹했구나!’

그의 어머니!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땅 속에서 잠자고 있을까?

참 불쌍한 여인이었다.

반호영은 그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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