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혜는 딸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우빈이는 네 향수 냄새가 싫은가 봐. 자, 얼른 밥이나 먹어. 세 살짜리 아이와 다투지 말고.”성소현이 팔을 들고 직접 맡아보니 향수 냄새가 약간 나는 것 같았다.꼬마 녀석은 이것이 향수 냄새인지도 모르니 다른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악취가 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그럼, 이제 향수 안 쓸래요, 돈도 절약하고 좋죠 뭐.”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우빈이가 아직 어려서 아무 소리나 막 한거니 마음에 두지 말아요.”“어린애가 한 말이라서 진심인 거야.”성소현은 주우빈이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특히 그녀는 꼬마 녀석을 그렇게나 좋아하고 있는데 정작 꼬마 녀석은 냄새가 난다면서 싫어하니...“자, 이제 밥 먹자.”이경혜는 웃으며 딸아이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이제 나이도 들고 하여 향수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더욱 좋아하지만, 아직 어린 딸은 향수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따로 준비한 거 없이 다 흔히 먹는 가정식 요리들인데 입에 맞을는지 모르겠어.”이경혜는 전태윤에게 친절하게 말했다.요리사가 준비한 것은 가정식 요리가 맞았다. 그중 야채들은 집 마당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전태윤이 바로 말을 받았다.“저는 가리는 거 없이 뭐든 다 잘 먹어요.”그의 말에 이경혜 모녀는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헐... 편식하지 않는다고?’한때 전태윤을 짝사랑했던 성소현은 그의 취향을 낱낱이 알고 있다. 전태윤은 결벽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입도 까다로웠다.그는 자신이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그 자리에 하예정도 있기 때문이다.식사할 때 전태윤은 사랑하는 와이프를 유심히 지켜보며 가끔 도와 음식을 집어주었고,주우빈이 쳐다보자 꼬마 녀석에게도 음식을 집어주었다.덕분에 배부르게 먹고 마신 주우빈은 이경혜를 향해 말했다.“이모할머니, 음식이 아주 맛있어요. 우리 엄마와 이모가 요리한 것만큼 맛있어요.”“그럼, 우리 우빈이 앞으로 이모할머니네 집에 자주 와서 밥 먹어, 알았지?”주우빈은 고개를 끄덕이
전태윤은 비록 마음속으로 하예정이 현 상태를 유지하며 바쁘지 않게, 즐겁게 지내기를 바랐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하예정이 그로 인해 열심히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음 아프기만 했다.하지만 그더러 손을 놓으라고 하면, 그는 또 불가능했다.그는 평소에 가끔 연회에 참석하는데 보통은 모습을 드러내고 곧 떠나가곤 한다. 전씨 집안의 여성들도 연회에 얼굴을 내밀기만 하면 모두가 아첨하고 떠받들기만 하였지 절대 천대를 받는 일은 없었다.그러나 한 가지 무시할 수 없는 점이 있는데, 바로 그의 어머니와 숙모들은 모두 명문가 출신이라는 것이다.그들은 전씨 가문과 맞먹는 가문에서 자라왔다.하예정의 처지를 생각하자 전태윤은 점차 그녀의 고집을 이해하게 되었다.전태윤이 슬며시 하예정의 손을 잡자, 그녀는 이모 앞에서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전태윤은 아무 말 없이 하예정의 손을 꼭 잡고 있기만 했다.한참 후 일이 바쁜 그는 먼저 회사로 떠날 수밖에 없었고, 하예정은 주우빈을 데리고 그를 밖에까지 배웅해 줬다.와이프와 몇 마디라도 더 하고 싶었던 전태윤은 느릿느릿 걸었다.“내가 당신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것 같아. 당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노력할게.”전태윤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난 이런 당신이 너무 가슴 아파. 만약 힘들고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언제더라도 포기하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 어떤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난 절대 당신이 없으면 안 돼. 당신은 나의 와이프로서 누구의 눈치를 보며 살 필요가 없어.”“아무도 나한테 눈치를 주려 하지 않아요, 다만 당신의 발목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전태윤은 걸음을 멈추더니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관성에서 내 명성도 그리 좋은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언제 그런 것들을 신경 썼어? 내 와이프는 어떤 출신이든 간에 나만 좋다 하면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우리 집안일에 참견할 자격이 없어.”
“그럼 먼저 가볼게.”그는 아쉬운 모습으로 성씨 별장을 떠나 하예정의 눈에서 사라졌다.주우빈은 이모부가 꼬집은 곳을 만지작거리며 하예정에게 물었다.“이모, 이모부는 왜 날 들러리라 불러요? 나는 주우빈이지 들러리라 부르지 않아요.”하예정은 그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며 부드럽게 말했다.“그건 이모부가 우빈이랑 장난치느라 한 말이야. 우리 우빈이는 들러리가 아니라 회복제야.”하예정과 전태윤이 만날 때 만약 주우빈이 옆에 있으면 둘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성질을 자제하며 충돌을 피하려 하게 되는데 이는 부부의 감정과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그들은 아이의 심신 건강을 아주 중요시하기에 주우빈이 친자식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회복제가 될 수 있었다.“우빈이는 그저 우빈이예요!”“알았어, 알았어. 우빈이 맞아. 우빈이고 말고.”주우빈은 그제야 만족했다.그는 들러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회복제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단지 자신의 이름은 주우빈이고, 다들 자신을 우빈이라고 부른다는 것밖에 모르고 있다.집에 돌아오자, 이경혜는 하예정을 보고 자신을 따라 위층에 있는 성소현의 라커룸으로 오라 했는데 거기엔 성소현의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넌 소현이랑 키와 몸무게가 비슷하니 먼저 소현이의 옷을 입어봐. 이모가 어떤 옷이 너한테 어울리는지 봐야겠어. 네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아함을 돋보일 수 있는 옷으로 골라줄게.”하예정이 저도 모르게 성소현을 쳐다보자, 성소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넌 그냥 우리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우리 자매 아니야?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냥 가져다 입어. 그리고 여기 있는 대부분 옷은 살 때는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정작 사 온 후엔 여기다가 걸어놓고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어. 네가 나를 도와 분담해 주면 난 고마울 따름이지 뭐. 그럼 새 옷 살 구실도 생겼잖아.”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성소현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간이라고 꺼내주려 하는 성격이며 부잣집 아가씨티는 조금도 없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상사가 갑자기 은혜를 베풀며 모든 걸 도맡아 하겠다고 해서요, 그래서 난 퇴근 후 좋아라 바로 달려왔어요. 우리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이미 관성 호텔에 자리도 잡고 주문도 다 해놨으니 기다릴 필요 없이 가면 바로 밥 먹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영화표도 샀는데, 밥을 먹고 나서 영화 두 편을 같이 가요. 나는 이렇게 한가할 때가 적어서...”그는 전태윤의 비서실장이 된 후로부터 쭉 바빴고 저녁에 연회에 참가하지 않을 때가 드물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이 열애하던 그 시절, 소정남은 가장 바빴다. 전태윤은 항상 회사 일을 그에게 떠넘기고 사랑하는 와이프한테 달려갔기 때문이다.심효진이 입을 열려는데 소정남이 갑자기 몸을 돌려 뛰어나갔다.심효진은 어리둥절해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전 아직 아무 말도 안 한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도망갔죠?”“아까 밖에 있을 때 소 이사님이 꽃다발을 안고 차에서 내리는 걸 봤는데, 이사님은 가게에 사람이 많은 걸 보고 바로 차에 꽃다발을 다시 놓고 양복 외투도 벗어놓고 서점으로 들어온 거예요. 지금은 아마도 꽃다발을 가지러 간 걸 겁니다.”숙희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소 이사님은 효진 씨를 매우 중시하고 계십니다. 효진 씨는 우리 사모님처럼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사모님을 언급하자 숙희 아주머니는 웃음을 멈추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도련님은 사모님 생각에 끼니도 잘 챙기시지 않으시고 살도 많이 빠지셨는데,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요.”전태윤을 가장 가슴 아파하는 건 당연히 장소민이다.다만 전태윤이 먼저 실수한 거니 장소민은 아무리 가슴 아파도 하예정과 뭐라 따질 수 없었다. 게다가 전씨 할머니도 옆에서 보고 계시니.전씨 할머니가 말하길, 부부간의 갈등은 부부 스스로 해결해야지, 전태윤이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전 대표만 힘든 게 아니에요, 예정이도 힘들어 몇 킬로나 빠졌어요. 정작 다이어트 하는 사람은
심효진은 숙희 아주머니에게 배달 음식을 시켜준 후, 가게 키를 건네주며 말했다.“숙희 아주머니, 식사 후 집에 돌아가시기 전에 문을 잠그시면 돼요. 키는 아주머니께서 가지고 있어도 되고, 예정이한테 가져다줘도 돼요.”“사모님께서 요 며칠 동안 시간이 없다고 하셔서 제가 대신 도와드리러 왔으니 키는 제가 가지고 있을께요. 효진 씨는 어서 소 이사님이랑 식사하러 가요. 제가 가게를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숙희 아주머니는 서점에서 일을 도와준 시간도 꽤 되어 책 가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녀에게 맡기면 서점의 운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심효진은 안심하고 소정남을 따라 떠나 관성 호텔로 가서 식사했다.“전 대표는 요즘 어때요?”심효진이 관심을 가지고 묻자, 소정남은 차를 몰면서 말했다.“바쁜 데다 매일 목숨 걸고 일하니 슈퍼맨이 따로 없지요. 업무를 어찌나 빨리 처리하는지 내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예요. 아랫사람들도 힘들다며 아우성치는데 나라고야 별수 있나요? 지금 나는 그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요, 아마도 예정 씨만이 그를 말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둘은 이미 며칠 동안이나 만나지 않았으니...”“...”“전씨 할머니께서 태윤이한테 당분간 예정 씨를 찾아가지 말라고 했다네요, 서로에게 시간을 주라면서. 오늘 둘이 만났는데 얘기가 어떻게 됐을는지 모르겠네요. 태윤이가 돌아와서도 하소연하지 않고 여전히 정신없이 일하니... 그러다 점심때 성씨 집에 들렀다 왔는데 오후에 보니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았어요. 그래도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니까 살이 얼마나 빠졌나 봐요.”소정남은 심효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효진 씨, 우리 둘은 절대 저러지 맙시다. 지금처럼 화기애애하게 사랑하며, 서로를 믿으며 지내요. 난 절대 당신을 속이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날 속이지 말아요.”“누가 당신과 화기애애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그래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속일 수 있기나 하겠어요?”소정남은 헤헤 웃었다.“난 지금의 우리가 아주 화기
그는 당시에 심효진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심효진이 고모의 소개팅을 거절하기 위해 도 씨 사모님의 생일연회에서 바닥에 드러누웠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녀가 재미있는 여자라고 느꼈다.심효진과 선을 본 후, 그는 그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처럼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았고, 마침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그하고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를 자기 와이프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이 방면의 경험은 없다고 하지만 나도 이미 서른이 넘었으니 알건 다 알아요. 그리고 보통 당사자보다 옆 사람이 더 똑똑히 판단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태윤이는 감정적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하고 상담하는 거예요. 태윤이와 예정 씨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엉망인 것 같아요.”심효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예정이도 철석같은 마음은 아니어서 태윤 씨가 예진 언니 집으로 보내준 후로부터 그 화가 서서히 풀렸을 거예요. 지금 예정이의 고민은 태윤 씨와의 조건이 너무 차난다는거에요. 그래서 불안함에 태윤 씨와의 앞날을 고민하는 거고요. 우리 둘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난 예정이 보단 부담이 훨씬 적은 편일걸요.”그녀의 집에서 세를 놓은 아파트 몇 채와 거리의 절반쯤을 차지하는 가게들을 모두 돈으로 환산하면 그녀 집의 자산도 200억을 넘을 것이다.물론 소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소정남의 부모들도 회사 몇 개를 소유하고 있는데, 비록 소씨 가문의 가주 쪽 조건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큰 재벌 집인 건 분명하다. 소정남은 부모님의 회사를 인수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전 씨 그룹에 가서 일하고 있다.“우리 둘의 집안 조건은 서로 맞먹지 한 치의 차이도 없어요.”심효진은 소정남을 보며 웃었다. “난 열등감도 없고, 내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관성 시내의 토착민으로서, 심효진은 어린 시절부터 우월한 생활을 보내왔다. 그
“정남아!”소씨 가문 사모님은 아들이 그녀의 부름을 듣는 체도 하지 않고 웬 젊은 여자아이를 끌고 걸음을 재촉하는 것을 보고, 분명히 자신을 피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참다못해 앞으로 뛰쳐나가더니 곧 두 사람을 제치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너 이 자식, 엄마가 널 부르는데 왜 못 들은 척해?”소 씨 사모님은 먼저 자기 아들을 호되게 꾸짖은 후 웃음을 띠고는 심효진을 쳐다보며 말했다.“아가씨, 겁내지 말아요. 정남이가 욕먹을 짓을 하여 욕하는 거예요. 지어미가 부르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도망치려 드니 욕 안 먹게 생겼어요?”“엄마!”소정남은 이곳에서 어머니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소 씨 사모님은 심효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손에 꽃다발을 안고 있고, 방금까지만 하여도 서로 잡고 있던 손을 보면 커플이 따로 없었다.‘이 녀석이 연애하고도 어쩜 말 한마디도 없어.’눈앞의 중년 여성이 소정남의 어머니임을 확인한 성소현은 시원시원하게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소 씨 사모님은 빙그레 웃으며 응한 후 심효진 곁에 서 있는 아들을 밀어내고는 꽃다발을 안고 있지 않는 심효진의 다른 한쪽 손을 잡으며 친절하게 물었다.“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우리 정남이의 여자친구예요?”심효진은 급작스러운 가장과의 만남에 살짝 놀랐다.그녀가 자기가 소정남의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하면, 아마 소 씨 사모님도 믿지 않을 것이다.심효진은 소정남을 한번 쳐다보더니 자기소개를 했다.“아주머니, 전 심효진이라 하고 소정남 씨의 여성 친구예요.”“여성 친구라면 줄여서 여친이잖아요, 그러니 우리 정남이의 여친인 거네요. 심효진이라... 듣기에 아주 익숙한 이름인데... 효진씨,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어요?”소 씨 사모님은 친절하게 심효진을 끌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심효진은 솔직하게 말했다.“전 전에 아주머니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제 이름이 익숙하시다면 아마도 저에 대한 소문을 들으신 적이 있어서일 거예요. 몇 달 전에 우리 고모를 따라 도 씨
심효진은 웃으며 말을 받았다.“아주머니에게 방해를 드를까 봐 두려워요.”“괜찮아요, 방해는 무슨, 기뻐해도 모자라니 언제든지 놀러 와요.”소 씨 사모님은 물어보지 않아도 아들이 어느 룸을 예약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심효진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룸으로 들어갔다.자리에 앉은 후, 소 씨 사모님은 자신이 차고 있던 비취옥 팔찌를 빼더니 소정남이 방금 심효진에게 선물한 옥팔찌를 그녀의 손목에서 빼내고는 자기 팔찌를 끼워주며 말했다.“효진 씨, 우리 처음 만나는데, 아주머니가 따로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서 대신 이 팔찌를 줄게요. 방금 끼고 있던 건 정남이가 선물한 거 맞죠? 품질이 이것만 못하니 이걸로 껴요.”심효진은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또 재벌 집 사모님이 된 친고모가 있어, 각종 보석을 많이 접촉했고, 보석에 대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소정남이 그녀에게 선물한 옥팔찌는 싼 것이 아니었다. 아마 몇천만 원은 할 것이다.그리고 소 씨 사모님이 준 비취옥 팔찌는 소정남이 선물한 것보다 색상도 더 좋았고, 보기에도 투명하고 아름다운 것이 일품이 분명했다.의심할 여지 없이 비싼 물건이었다.너무 진귀한 물건이라 심효진은 도로 빼서 돌려주려 했지만 제지당했다.“효진 씨, 아주머니가 준 선물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어른이 주면 고맙다고 하고 받는 거예요. 효진 씨가 받지 않으면 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할 거예요.”“그게 아니라... 아주머니, 이건 너무 귀중해요.”“그리 비싼 게 아니니 안심해요. 그냥 비싸 보이는 것뿐이에요. 정남이가 선물한 것보다 아주 조금 더 비싸요.”소 씨 사모님이 비싼 팔지를 꼭 주겠다고 고집하자 심효진은 도움을 청하듯 소정남을 바라보았다.미소를 지으며 심효진을 바라보고 있던 소정남은 그녀의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받자 웃으며 말했다.“효진 씨, 우리 엄마가 선물하신 거니 그냥 받아요. 당신만이 이 옥팔찌를 착용할 자격이 있는 거예요.”이 팔찌는 소씨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보물 중의 하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