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소정남도 제법 훌륭한 녀석이다.그녀는 매번 소정남이 심서준에게 밥을 사줄 때면 속으로 한탄했다. 만약 심효진에게 밥을 사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번졌다.소정남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아주머니, 저 위장한 거 아니고요 제가 바로 효진 씨 남자친구예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아직은 효진 씨에게 대시하는 중이라 제 여자친구가 돼주겠다는 확답은 얻지 못했어요.”심효진의 엄마는 문득 휴대폰을 내려놓고 지금 딸과 통화하는 게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녀는 귀까지 파고 나서야 휴대폰을 다시 귓가에 갖다 댔다.“너 진짜 소정남이야?”“네, 저예요, 아주머니.”“지금 효진이한테 대시하는 중이라고? 서준이가 아니라?”“아주머니... 저 취향 확고해요. 여자만 좋아한다고요.”그는 속으로 구시렁댔다.‘미래의 장모님이 될 분도 효진 씨랑 같은 생각이었어?! 어떻게 내가 서준 씨한테 호감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지?’웃기는 것은 심효진의 엄마가 이렇게 그를 의심하면서도 계속 제 아들과 만나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이토록 오픈 마인드란 말인가?“난 또 네가 서준이한테 너무 잘해줘서 우리 서준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 안 그래도 항상 서준의 아빠랑 어떡하냐고, 우리 이러다 남자를 며느리로 삼는 건 아니냐고 걱정했었어. 서준 아빠는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물어볼 때마다 낯빛이 확 어두워지셨어.”소정남은 말을 잇지 못했다.“아주머니.”그는 이마를 짚으며 해명에 나섰다.“저는 쭉 효진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서준 씨한테 그토록 잘해준 것도 다 서준 씨가 효진 씨 친동생이라 미래의 처남에게 잘 보여 점수 따려고 그런 거예요. 제가 서준 씨한테 밥을 사줄 때마다 효진 씨가 항상 따라 나왔잖아요!”심효진의 엄마는 호탕하게 웃었다.“그랬구나, 그런 거였네. 서준이가 아니라니 다행이야. 나도 더는 남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겠어. 여보, 이리 와봐요. 좋은 소식 알려줄게요. 당신 아들 남자랑 결혼할 일 없으니까 인제 걱정 안 해도 돼
심효진은 이런 좋은 날들이 끝나갈 것을 생각하며 못내 아쉬웠다.통화를 끝낸 소정남은 휴대폰을 심효진에게 돌려주며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 같이 당신 고모 댁에 가서 식사하는데 내가 뭘 준비해야 하죠? 지금 내 컨디션은 어떤가요?”심효진은 디저트를 먹으며 그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우리 고모네 눈에는 가장 훌륭한 사람일 거예요.”전 씨 그룹의 이사이자 재벌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신분은 심효진의 고모가 가장 원하는 조카사위 감이다.절친 하예정이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과 초고속 결혼을 하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심효진의 어머니와 고모는 그녀 앞에서 하예정의 팔자가 좋아 관성에서 가장 우수한 남성을 남편으로 맞았다고 부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녀들은 하예정을 칭찬하고 부러워할 때마다 심효진을 쳐다보았는데, 그게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는 눈빛인지, 심효진은 다 알고 있다.“글쎄 내가 자기 자랑을 하는 게 아니고, 온 관성을 보아도 나보다 훌륭한 남자가 몇 명 없을 거예요.”“소 이사님께서 저를 좋아하시다니, 제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는가 봐요.”“그건 우리 둘이 전생에 함께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이번 생에 만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러니 우리 이번 생에도 함께 좋은 일을 많이 해요, 다음 생에도 만날 수 있게요.”‘누가 당신과 다음 생에도 만나고 싶대요? 얼굴엔 항상 웃고 있지만 실로는 무서운 사람이면서...’심효진은 결국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다음 생이고 뭐고 이번 생을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우린 아직 정식으로 사귀지도 않았는데, 정남 씨는 벌써부터 엄마한테 그런 말을...”“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효진 씨 어머니와 고모가 계속 소개팅을 주선해 주실까 봐 그랬어요. 만약 당신이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난 어떡하죠? 그리고 정말 말하길 잘했죠, 그렇지 않으면 효진 씨 어머니는 내가 줄곧 당신의 동생과 사귀고 싶어한다고 오해하셨을거에요.”“콜록콜록!”과자에 사레들
“당신이 원한다면야 언제든지요! 그 집들과 가게들은 모두 우리 엄마 아빠 것이지 내 것이 아니에요. 엄마는 직접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나한테 심부름비를 백만 원 정도 주시며 집세 받는 거 도와달라고 한 거뿐이에요.”부모님의 돈은 언제나 부모님의 것이고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이 있어야 한다.“당신 고모가 식사를 같이하자고 요청한 것은 김진우가 돌아와서래요.”“진우는 그저 방학에 고모를 보러온 것뿐이에요. 다시는 예정이를 집착하지 않을 거니 당신과 전 대표님도 더는 김 씨 그룹에 손대지 말아요.”전태윤이 전 씨 그룹의 대표라는 사실을 안 후로부터 심효진은 모든 일이 이해되었다. 소정남도 무조건 김 씨 그룹에 손대는 일에 참여했을 것이다.소정남은 떳떳하게 말했다.“태윤이도 우릴 봐서 김 씨 그룹에 협력 중지 이유를 알려준 거예요. 아니면 어떻게 도산할지도 모를걸요.”‘우릴 봐서? 당신이 김 씨 그룹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잠깐! 그러니까 나때문에...’전태윤도 소문처럼 무정한 사람은 아니었다.“진우가 예정이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예정이가 전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마음을 접었어요.”심효진은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이 지난 후 고모는 김진우를 평범한 사원의 신분으로 H 시의 계열사에 보내기로 했는데, 카드도 용돈도 모두 다 끊었다고 한다.엄마의 강요하에 하예정을 보러 갈 수도 없고, 전화도 허용되지 않고, 서점에 찾아갈 수도 없어 그리움에 미칠 것만 같았던 김진우는 이런 자신을 H 시로 보내려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그 당시 김진우는 분노에 차 엄마한테 물었다.“엄마, 나는 이미 엄마가 말한 대로 다 했는데 뭘 더 바라시는 거예요? 날 꼭 그곳으로 보내야겠어요? 엄마 아들이 불쌍하지도 않아요?”그 말에 심미란은 벌떡 일어나 아들의 뺨을 치려고 손을 치켜들었다가 결국은 그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아들의 마른 얼굴을 보며 가슴이 아파 났다.더 사랑하는 쪽이 상처받기 일쑤라고...비록 하예정 때문에
김진우는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엄마, 거짓말이죠? 나를 단념시키려고 일부러 나를 속인 거 맞죠? 예정 누나의 남편이 어떻게 전씨 가문의 도련님일 수 있어요? 저는...”그는 문득 하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후 그녀의 남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엄마는 너를 속일 필요 없어, 엄마도 안 지 얼마 안 됐어, 전 대표가 직접 우리에게 말한 거야. 네가 전 대표의 와이프한테 마음을 두고 있어, 전 대표가 우리 김 씨 그룹에 손을 댄 거야. 진우야, 너 계속 예정이한테 집착하면 우리 김씨 가문 전체가 너 때문에 궁지에 몰리게 될 거야.”심미란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가문에 이익을 못 가져올지언정 발목을 붙잡지는 마.”“전태윤... 전씨 가문 도련님의 이름이 전태윤이에요?”김진우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전 대표가 하예정 누나의 남편이라니...“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전 대표의 이름을 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한 거야. 하지만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중요한 것은 그가 예정이의 남편이라는 거다. 그의 신분과 지위, 권세를 떠나서, 그가 예정이의 남편인 이상, 너는 더 이상 예정이에게 매달려서는 안 되는거야.”“...”“예정인 남편이 있는 여자야, 네 집착은 결국 예정이한테 해만 줄 거야! 그래서 네 아버지랑 얘기해 봤어, 우린 널 H 시 계열사에 보내 경험 좀 쌓게 하기로 결정했어. 네가 경험을 쌓아서 우리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지는 너 자신에게 달린 거야.”심미란은 한숨을 내쉬며 아들에게 일깨워 줬다.“진우야, 네 또래에 너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야.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네 것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될지도 몰라. 엄마도 알아, 네가 지금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는걸. 하지만 아들아, 긴 아픔은 짧은 아픔보다 못하다고, 너는 아직 젊고, 나이도 23살밖에 안 되었어. 앞으로 긴긴 세월 동안 너는 분명 예정이보다 더 좋은 여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야.”“...”“
전태윤은 하마터면 휴대폰을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 그는 급히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정이 지금 어느 병원이야?”그는 자신의 한마디가 그녀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입힐 줄은 몰랐다.자신의 나쁜 성격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되었다.“나도 어느 병원인지 몰라. 가게에 효진이 혼자 있는 걸 보고 물었더니 상처를 입은 후 성소현 씨가 병원에 데려갔다고 들었어. 궁금하면 직접 전화해 물어보던지.”전태윤은 곧바로 소정남과의 전화를 끊고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한참 지나서야 전화가 통했다.“예정아, 어느 병원이야? 많이 다친 거야? 나 금방 갈게.”하예정이 링거를 맞고 있어 전화를 받은 사람은 성소현이었다.병원에 도착한 후에야 성소현은 하예정의 상처가 꽤 깊다는 것을 발견했다. 성소현은 의사가 그 상처를 처치할 때 땅에 흘러내리는 시뻘건 피를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멀리 떨어져 섰다. 피를 무서워하는 그녀는 보기만 하여도 힘이 빠지는 것만 같았다. 하예정이 사용한 가위가 오래되고 녹이 슨 거라 의사는 파상풍 주사와 소염작용을 하는 링거를 맞을 것을 제안했다.왼쪽 손에 상처를 입고 오른손에 링거를 맞고 있어 전화 받기가 불편했던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대신 전화를 받아달라 부탁했다.성소현은 전태윤의 긴장한 질문에 마음이 조금 따끔했다.그녀도 그녀의 가족들처럼 전태윤이 왜 하예정을 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내가 어디가 예정이보다 못하다고...’하지만 이것도 한순간이었고 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상처는 이미 잘 처치했고 파상풍 주사도 맞았어요, 지금은 소염 작용을 하는 링거를 맞고 있어요.”그녀는 링거병을 보며 말을 이었다.“아마도 다 맞으려면 20분쯤 걸릴 거예요.”“어떻게 소현 씨가 전화를... 예정이는요?”“제가 전화를 받으면 안 돼요? 예정이는 지금 링거를 맞고 있어 전화 받기가 좀 불편해요. 다른 일 없죠? 그럼, 이만 끊을게요.”“지금 어느 병원이에요?”“그 대단한 능력으로 어디 한번 잘 찾아봐
전태윤은 표정이 굳어졌다.그가 하예정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안 후부터 두 남매는 모두 형, 누나 노릇을 하려 하고 있다.그는 전화를 끊었다.관성 중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관성 종합병원이다. 알아보지 않아도 성소현이 하예정을 그 병원으로 데려갔을게 분명하다.성소현은 전태윤이 먼저 전화를 끊어도 화를 내지 않고 휴대폰을 하예정의 주머니에 넣어주며 말했다.“예정아, 네 엄마는 내 친 이모이고 우리 둘의 사촌 관계는 부정할 수 없는 일이야.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네가 날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거 맞지? 태윤 씨는 네 남편이니 날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미리 말하는데, 넌 꼭 태윤 씨더러 날 누나라고 부르게 해, 알겠어? 내 속이 후련해지게 말이야”그 말에 하예정은 웃음이 나왔다.“그 사람 입이 내 몸에 붙은 것도 아니고, 뭐라 부르던지 내가 그걸 어떻게 단속하겠어요?”“아니, 너 꼭 그렇게 시켜! 아니면 날 볼 때마다 어두운 표정으로 ‘성소현’이라고 차갑게 부르는데... 너무 싫어! 비록 와이프가 되는 건 글렀지만, 누나가 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하하하, 날 누나라고 부르는 걸 보고 싶어!”성소현은 하예정 옆의 빈자리에 앉으며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손에 난 상처를 가슴 아픈 눈길로 쳐다봤다.“너 아까 너무 화난 나머지 자기 손을 전태윤이라 생각하며 벤 거 맞지?”“아니에요, 아무리 화가 난다고 자기 손을 베겠어요? 정말 이외에요, 그때 홧김에 힘 조절을 못 하고 이렇게 된 거예요.”“사실 말이지, 전태윤 씨는 정말 좋은 남자야. 전씨 가문도 가풍이 아주 좋은 가문이고 말이야. 나도 재벌 집에서 태어나 다른 재벌 집들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있는데, 전국에 놓고 말해도 전씨 가문처럼 가풍이 좋은 재벌 집은 아주 드물어.”“...”“A 시의 예씨 가문도 그 부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외에 가풍이 좋은 재벌 집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전씨 가문처럼 최고의 재벌 집이면서도 온 가족이 똘똘 뭉쳐서는
하예정은 조용히 성소현을 바라보았다.성소현은 말하다 말고는 일어났다.“입이 말라서 말이야, 물 한 잔 따라올게. 물 마실래?”“그럼, 저도 한 잔 주세요. 고마워요.”성소현은 손을 뻗어 하예정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자매끼리 그렇게 엄숙할 필요 없어. 예정아, 너 피부 관리 너무 잘했어. 촉감이 좋아. 네 남편, 네 얼굴 만지는 걸 좋아하지?”성소현은 하예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웃으며 가버렸다.그녀는 하예정과 자신에게 따뜻한 물을 한 잔씩 따랐다.하예정이 다친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물컵을 손에 건네주지 않고 입가에 갖다 대주며 친절하게 말했다.“내가 먹여줄게.”“저 직접 할 수 있어요. 손가락이 이렇게 싸여 있어서 다른 일은 할 수 없지만 물컵을 들고 마시는 것쯤은 할 수 있어요.”하예정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성소현의 마음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두 사람 모두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신 후, 성소현은 다시 자리에 앉아 말을 이었다.“난 먼저 너에게 이 정도까지만 말할게. 스스로 잘 생각해 봐. 만약 필사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자신감이 없다면 태윤 씨에게 분명히 말해줘. 만약 그와 그의 집안이 이런 널 받아들일 수 없다면, 너희들 이참에 일찍 헤어지는 게 좋을 거야.”“그들 집안은 내가 이렇게 가난하다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에요.”하예정은 시댁을 대신해서 말했다. 전씨 집안은 처음부터 그녀가 어떤 조건인지 알고 있었다.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하긴, 전씨 집안은 대대로 모두 마음이 넓은 사람들이라 마음속으로 너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공개적으로 너를 어떻게 대하지는 않을 거야. 그들은 젊은이들의 결정을 존중해. 너는 태윤 씨의 생각이 어떤지만 고려하면 돼. 네가 헤어지겠다고 해도 난 어쩐지 헤어지지 못할 것 같아. 그가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하지만 태윤 씨의 그 차가우면서도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성격으로는 아마 다음 생에 가서야 헤어질 수 있을 거야.”하예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소현 언니, 나도 그와
그녀는 할머니와 전태윤에게 속히 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자기 남편이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았고 재벌 집 큰 도련님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소설 속에서만 보았던 이야기가 현실로 되자 하예정은 완전히 멍해졌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헤어질 수 없었고, 떠나갈 수도 없어 갈등에 휩싸였다.하지만 이모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기엔 너무 어려웠다.이모가 젊었을 때는 성공하기 좋은 시기여서 기회를 잡기만 하면 바로 일어설 수 있었는데 지금 그녀가 처한 시기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녀도 당연히 여자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자에게 의지해서 평생을 살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언니의 결혼생활에서 그녀는 남자의 ‘넌 내가 책임질게’와 같은 헛소리 따위는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들은 어떻게든 지내면서 변해버리는 것이다.이때, 정장 차림의 남자 여러 명이 한 남자를 둘러싸고 주사실로 들어왔다.그들의 출현은 하예정의 주의를 현실로 돌리게 했다.두 사람 모두 저도 모르게 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성소현은 전태윤일 줄로 알았다가 가운데 둘러싸여 있는 그 남자를 보고 눈을 깜박이며 중얼댔다.“왜 저 사람이?”병원에서 그를 만날 줄은 몰랐다.하예정은 중얼거리는 성소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들을 알아요?”“한 사람밖에 몰라. 주위 사람들은 그의 경호원들이야. ”“저 사람 누구예요?”하예정은 호기심에 차 물었다.“마찬가지로 대단한 인물이야. 웃는 얼굴 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야. 겉보기에는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독한 사람이야.”‘...이름은 말 안 해주네.'“너희 집 전태윤과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야. A 시의 예진 그룹 사람이야. 바로 내가 전에 말했던 전씨 집안만큼 좋은 가풍을 가지고 있는 예씨 집안 말이야. 그는 예씨 집안의 다섯째고 예씨 집안의 현재 가주의 친동생이야. 문을 나설 때면 태윤 씨만큼 위풍당당해. 다만 태윤 씨는 나 같은 팬 때문에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지만, 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