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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소정남의 잘생긴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효진과 몇 번이나 데이트 약속을 잡고 함께 밥을 먹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여전히 그가 심효진에게 대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눈치다.

아마 심효진의 엄마는 소정남이 심서준에게 밥 사주는 거로 생각할 듯싶다.

여기까지 생각한 소정남은 말문이 막혔다.

심효진이 전화를 받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어마마마께서 무슨 분부이신가요?”

“장난 그만 치고 저녁에 일찍 돌아와. 너희 고모 집에 가서 밥 먹을 거야.”

심효진이 경계하며 되물었다.

“오늘 무슨 날이에요? 왜 고모네 집에서 밥 먹어요?”

심효진의 엄마는 잠시 침묵하다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물었다.

“예정이 지금 옆에 있어?”

“아니요, 없어요.”

“다행이네. 진우 돌아왔거든. 두세 날만 있다가 바로 간대. 걔 H시에 간 이후로 너희 고모 밤낮없이 그리워했어. 엄마는 다 그래, 멀리 떠난 자식 걱정뿐이지. 진우가 오랜만에 돌아왔다고 너희 고모가 우릴 집으로 초대했어.”

심효진은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소정남을 힐긋 보다가 결국 질문을 건넸다.

“엄마, 진우 돌아온 거 다른 뜻은 없죠?”

전태윤과 하예정이 아직 화해도 못 했는데 바보 같은 동생 진우가 끼어들면 비참하게 죽을 게 뻔하다.

어쨌거나 사촌지간이니 심효진은 진우가 너무 비참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

고모 말로는 진우를 H시 계열사로 보내고 김씨 집안 도련님이란 신분을 숨긴 채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했다고 한다. 김진우는 절대 H시를 마음대로 떠날 수 없고 관성에 돌아오는 것도 사전에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걸쳐야 한다.

고모는 진우의 은행카드를 전부 정지하고 용돈도 안 주고 차도 안 줬다. 돈을 쓰고 싶으면 열심히 출근해서 성실하게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라고 했다.

계열사에서도 진우에게 숙박을 제공하지 않아 반드시 셋집을 구해야만 했다. 매달 집세와 전기세, 수도세는 전부 그의 월급에서 지출해야 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김진우에게 이보다 더 힘든 나날은 없었다.

다만 그의 부모님은 이렇게 혹독한 방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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