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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하늘도 무심하시지. 다른 손녀들은 그래도 나름 효심이 있는데 하필이면 하예정 이 불효한 손녀가 재벌가에 시집가다니!

하지문 일행은 할아버지가 도망치자 감히 더 머무르지 못했다.

다들 차에 올라타고 줄행랑을 쳤다.

전태윤은 물통을 바닥에 쾅 하고 내려놓았다. 동작이 너무 큰 탓에 통 안의 물이 밖으로 튀어 그의 바짓가랑이를 적셨다.

“영감탱이가, 배짱 있으면 도망치지 마!”

전태윤은 멀어져가는 차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는 원래 하 영감을 내쫓지 못하면 경호원들을 시켜 노인네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하씨 집안 사람들을 전부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하 영감이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도망쳤으니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하예정과 심효진도 밖으로 나왔고 심효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예정아, 저 사람들 화해는커녕! 인터넷으로 공개사과를 해도 절대 용서하지 마. 다들 네가 잘 되는 걸 배 아파하는 인간들이야.”

하예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한 번도 저들을 용서하고 화해할 생각 없었어. 화해할 수도 없지.”

“저 사람 네 친할아버지 맞아? 나 방금 네 아빠가 친자가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니까. 세상에 어떤 친할아버지가 친손녀에게 이렇게 하냐고?”

하예정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엄마는 늘 내게 아빠가 할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셨어. 영락없는 친부자였지. 우리 아빠는 맏이도 아니고 막내도 아닌 어중간한 처지라 줄곧 사랑받지 못했어.”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녀의 부모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의 집에서 먹고 지냈고 조금만 편찮아도 그녀의 부모님이 병원으로 모셨지만 돈과 정력을 모두 기울여도 사랑받지 못했다.

큰어머니와 숙모가 명절 때마다 두 어르신께 닭고기 한 그릇을 보내오면 일 년 내내 칭찬을 입에 달고 산다. 큰아들과 작은아들은 효심이 지극하여 닭을 잡아도 잊지 않고 그들에게 한 그릇 가져다준다고 칭찬을 남발한다.

한편 하예정네 집에서 닭을 잡을 때마다 닭 다리 두 개를 어르신 두 분께 드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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